정월 대보름 어떻게 지내셨나요? '아주까리잎'


유지원 영동지역 생산자 자녀 /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저희 가족은 매년 다 같이 대보름날 저녁을 함께 보냅니다. 오곡밥을 먹으며 올해의 다짐을 다시 한 번 가져보고 소원 성취를 면서 즐겁게 보냈습니다. 올해는 어머니께서 다래나물, 취나물, 아주까리잎, 고구마 줄기를 준비해주셨습니다. 다래나물과 고구마줄기, 취나물은 알고 있었지만 아주까리잎은 처음 보았습니다. 과연 어떤 맛의 나물일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4가지의 나물들은 작년에 말려 놓은 묵나물이었습니다. 묵나물 요리는 말려서 묵혀놓은 것이기 때문에 특유의 나물향이 잘나지가 않고 그냥 풀냄새만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만들어 먹어야 좋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일단 물에 담갔다가 부드럽게 삶습니다. 그런 다음에 양념에 묻히는 줄 알았는데 요번에는 어머니가 할머니들께 배운 새로운 요리법을 저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일단 프라이팬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두르고 나물을 넣은 뒤 간장을 넣어서 볶습니다. 그리고 간장 양념에 멸치와 다시마, 양파 등을 끓인 국물과 들깨가루를 포인트로 뿌려서 볶았습니다. 들깨가루가 많이 들어가면 좋고 국물을 자작자작하게 약간 잠길 정도로 해서 볶아주니 정말 맛있게 볶아지게 되었습니다. 들깨 가루의 고소한 맛이 포인트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같은 방식으로 해서 맛있게 볶았는데 어머니, 아버지께서 동네 대보름행사에 가버리신 바람에 집에 남은 저와 동생들 셋이서 오곡밥에 나물을 넣고 맛있게 비벼먹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셋이서 먹는 비빔밥은 왠지 쓸쓸했습니다. 정월 대보름날에는 다 같이 있어야하는데 섭섭했습니다.





글쓴이는 속 깊은 눈으로 식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을 가진 19살 소녀입니다.
유양우, 차재숙 영동지역 생산자의 자녀이고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뜸을 뜨며, 농사를 짓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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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한살림 직거래 운동도 위협할 것
2012년 한살림서울 대중강좌 송기호 변호사 '한미FTA 바로알기'


                                                                                                                  한살림서울 조합원활동실 이옥순 활동가


지난 2월 6일 월요일에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바로알기 강좌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한미FTA가 체결되면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이야기를 들었고 간략한 사실들을 접하며 깜짝 깜짝 놀랐지만 자세하게 알아보기엔 내용이 어려워 엄두를 낼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이번 대중강좌에서 송기호변호사의 도움으로 어렵고 긴 분량(전체 분량은 1천 300백여 쪽)을 쉽고 명확한 설명을 통해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지요.

분량이 많은 만큼 여러 분야에서 상상할 수 없는 주권 침해가 예상 되지만 생명의 기본인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볼게요. 현재 미국의 농산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업보조금이 주어지기에 국제 시장에서 유리한 가격경쟁력을 유지 할 수 있답니다. 거기에 한미FTA체결로 인해 1450여 종 농산물에 부여되던 40% 안팎의 관세가 100% 철회됨으로써, 안 그래도 불리한 가격 경쟁력인데 더욱 상대가 되지 않기에 우리 농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저렴하게 들어오는 미국 농산물이 언제까지나 쌀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한국 농업이 몰락하게 되면 경쟁자가 사라지기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한살림 같은 생활협동조합이나 직거래 방식의 농산물 공급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미국 업자들은 자본의 영향력을 강화하려 할 테니 이를 가만히 둘 리가 없고, 불공정 거래라고 제소(ISD)라도 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미FTA에서 약자의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한미FTA는 미국의 주법 보다 하위이지만 대한민국의 헌법 보다는 상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자국 법에 의거해 한미FTA를 무시해도 되지만 우리는 그 반대의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대한민국 헌법상으로 주권국가의 기본이라 하는 사법권, 평등권, 사회권이 무너지고 아무런 힘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미국의 거대 자본이 우리나라 공기업에 투자하여 외국자본이 최대 주주가 되고, 주주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 값이 지금 보다 몇 배, 몇 십 배가 올라간다 생각하면 너무 끔찍합니다. 수자원공사 같은 공기업의 민영화, 미국도 갖추지 못했던 의료 보험의 민영화로 대기업은 부자가 될 것이지만 세금 내는 우리들은 오른 가격으로 고물가에 허덕이게 되겠지요. 한미FTA는 나와 내 가족,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일임에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국민들의 생존권과 통상 주권을 통째로 미국에 넘겨버렸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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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결혼과 출산은 내 인생 가장 획기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사람들은 나에게 곧잘 말하곤 한다. “결혼해서 전투력 50% down(감퇴?)됐고, 아이 낳고 나머지 50%도 down됐다”라고... 어찌 보면 ‘왜 그렇게 물렁하게 변했냐’는 타박처럼 들리기도 하겠지만 늘 누군가를 벨 듯이 날을 세우고, 또 늘 찌를 듯이 뾰족하고 예민하고 치열하게 직장생활 하던 나였기에 보이는 주위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는 출산 이후, 내 안의 그리웠던 또 다른 나를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직장을 과감하게 그만두고 관심분야와 시야가 넓어지는 한편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하고, 지인이 권해 준 <황금빛 똥을 누는 아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그 동안 무심했던 먹거리, 건강 그리고 나아가 환경 등을 고민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한살림 조합원이 되었다.

그 때 처음으로 한살림에서 접했던 물품 바로 딸기!!!

세상에 어쩜 딸기가 이렇게 아삭할 정도로 단단할 수 있지? 어쩜 딸기가 이렇게 속이 야물 수 있지? 어쩜 딸기향이 이렇게 강렬할 수 있지? 어쩜 딸기가 이렇게 달콤할 수 있지? 어쩜 딸기씨(딸기씨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딸기에 박혀있는 깨알들...^^)가 이렇게 싱싱할 수 있지? 신랑과 마주 앉아 한살림 딸기를 한 알 한 알 입에 넣으며 신기해하고 감탄하고 감동받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그 이후로 우리는 친정에 갈 때도, 언니네 갈 때도, 동생네 갈 때도, 누군가를 초대했을 때도 꼭 딸기를 선물하며 한살림 딸기라고 자랑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딸기를 맛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꼭 내가 딸기 농사를 지어 대접하는 것처럼 뿌듯해 하고 자랑스러워했다. 그 덕분에 엄마, 언니, 동생, 친구들이 한살림 조합원이 되어 밥상살림, 하늘살림, 물살림, 땅살림 등 모든 살림에 지금껏 한마음으로 동하고 있다.

물론, 모든 생명체들이 피고 지는 때가 있듯이 한살림 딸기도 공급 끝물이 돼 가면 그 맛과 향과 아삭함이 첫물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마다 딸기가 처음 나올 때마다 그 감동스러운 딸기 맛을 보면서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우리 생산자님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수고를 하셨을까...하는 생각에 절로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한살림 물품 중에서 고맙지 아니한 물품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한살림 딸기는 내가 새내기조합원 일 때 “한살림=딸기”라고 까지 생각할 정도로 나에게 한살림에 대한 믿음 자랑스러움, 감사함을 한방에 느끼게 해 주었던 뜻 깊고 소중한 선물이다.

“생산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Posted by 박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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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농사만 짓고 싶어요"
홍천연합회 두미반곡공동체의 이야기

정봉연 생산자연합회 정책기획부 대리


홍천연합회 두미반곡공동체는 강원도 홍천군 서면의 두미리 13개 농가, 반곡리 11개 농가와 팔봉리 10개 농가로 이루어진 제법 큰 규모의 한살림 생산지로 찰벼, 수박, 가지, 고구마, 호박잎 등을 한살림에 출하한다. 농한기를 맞아 한숨 쉬어갈 수 있는 요즈음이지만 두미리 생산자들에게 올 겨울은 여느 해와는 사뭇 다르다. 벌써 여섯 해전에 시작된 ‘골프장 논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도청 앞의 천막 노숙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골프장이 건설되고 있는 홍천의 구만리, 동막리, 강릉 구정리, 원주 구학리 등 강원도 내 아홉 개 마을과 두미리 생산자들이 연대해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이하 골프장대책위)’를 꾸리고, 도청 앞 시멘트바닥에 비닐천막을 치고 노숙을 한지가 벌써 100일이 훌쩍 넘었다.
 두미리는 마을 전체가 유기농업생산지로 120여 가구가 모여 산다. 근처 서면의 4개 마을과 함께 2005년부터 유기농클러스터로조성되었고, 지역순환농업을 위해 유기한우 50두의 분뇨를 자원화 할 수 있는 시설도 지원받았다.
두미리에는 별도의 수도시설이나 농업용수시설이 없다. 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종자산’ 골짜기에 고인 물로  밥을 해먹고, 세수를 하고,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뿐만 아니라 하늘다람쥐, 수박넝쿨이 고루 나눠먹는 물을 품고 있는 종자산이 2007년도부터 바람 잘 날이 없다. 27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골프장 잔디 관리를 위해 살포되는 농약으로 지하수가 오염되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인근에서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민들이다. 수질오염으로 친환경농산물 인증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당시에 실시된 주민투표에 98%가 반대표를 던졌지만 골프장사업은 주민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진행돼 왔다.
두미리 주민들은 지자체가 사전환경성검토서를 부실하게 작성했다고 지적한다. 골프장 사업자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로는 삵이 유일하게 확인되었다지만 환경단체는 일부 포유류, 곤충, 어류 등에서 다수 멸종위기 종 서식을 확인했다. 또 환경성검토협의회에 참여한 한 심의위원이 골프장 사업 재검토 또는 축소 의견을 냈으나 홍천군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두미리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단지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농사지어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모시겠다는 것이다.
입춘이 지나고 본격적인 농사철이 다가오는 지금 두미리 주민들의 마음은 더욱 바쁘고 괴롭다. 이제는 그만 ‘싸움’을 끝내고‘농사’에 매달리고 싶기 때문이다. 유기농지에 대한 위협은 곧 식탁에 오를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위협이다. 건강한 밥상을 원한다면 ‘골프장 건설 반대 싸움’에 힘을 모아야한다.
Posted by 박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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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슬금슬금 물러가고 있다. 겨우내 실내에서 움츠렸던 몸을 이끌고 봄기운을 내뿜는 자연을 만끽하러 등산을 가기에도 좋은 날씨다. 농촌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준비를 시작하고, 학교나 회사에서는 신입들을 맞아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는 때다. 고단한 노동의 한가운데서 방울방울 흘리는 땀을 안주삼거나 일과를 마치고 동료들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며 피로를 푸는 데에 제격인 막걸리는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와 오늘날까지 우리와 고락을 함께하고 있다.

이런 막걸리가 한살림에서도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조합원들이 아직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인터넷이나 전화주문으로는 공급이 되지 않고 매장에서만 공급되고 있으며, 한살림과 인연을 맺은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남 계룡시에 있는 <장인정신>의 이진태 대표는 2009년에 전통적인 방법으로 찹쌀막걸리를 시험생산한 뒤, 2010년에 제품을 출시하여 2011년부터 한살림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이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전통주 유통업체를 운영하면서 차츰 생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직접 생산을 하고 연구도 하다 보니, 시중의 막걸리가 진정한 의미의 전통주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진정한 전통의 맛을 계승한 막걸리를 생산하겠다는 포부로 <장인정신>을 시작했다.

“원가를 절감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량된 방식으로 생산하는 시중의 막걸리는 겉모습은 전통주이지만, 사실은 이윤추구를 위한 공산품같은 제품이 많습니다.” 이진태 대표는 시중막걸리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천연발효제인 우리밀 떡누룩과 생산된 지 1년 이내의 유기농 햅찹쌀로 전통주를 빚는다.


유기농 햅찹쌀과 누룩으로 빚은 술


통밀을 깨끗이 씻어 말려 빻은 후 물을 섞고 꼭꼭 눌러서 빚어낸 누룩과, 쌀가루에 끓는 물을 넣고 골고루 저어 만든 범벅을 합한 밑술을 5일 정도 발효시킨다. 그리고 담아 놓은 밑술과 고두밥, 물을 합하여 골고루 버무려 덧술을 안친 후 약 4-6주간 발효시킨다. 숙성이 끝난 후 이를 제성기에 넣어 분쇄와 거르기를 하면 수천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방식으로 찹쌀막걸리가 완성된다.
 

이렇게 빚어진 술은 과실향과 꽃 향기를 머금고 있으며, 깊고 부드러우며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특히 멥쌀이 아닌 찹쌀로 빚은 술은 감미료를 넣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당류가 형성되어 먹기 좋은 단맛이 난다. 또 술을 거를 때 누룩 입자가 많이 들어가 나는 텁텁한 맛은 전통막걸리를 마실 때만 느낄 수 있는 유쾌한 경험이다. 찹쌀막걸리는 맛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유익하다. 우리밀 누룩에 의해 저온 발효되었으므로 효소, 효모, 유산균이 풍부하고, 유기농 쌀로 빚었기 때문에 비타민이나 섬유질 등 쌀의 영양성분도 흡수할 수가 있다. 

막걸리는 농주(農酒)나 가주(家酒)로 불리지만 유백색의 어머니의 젖 빛깔 때문에 모주(母酒)라고도 불린다. 생명운동과 한살림운동을 펼친 고 장일순 선생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이진태 대표가 그의 생산철학대로 베풀고 모시는 마음으로 술을 빚는 과정은, 마치 어머니가 아이에게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아 젖을 주는 그 마음과 닮았다. “조합원들께서 <장인정신>의 찹쌀막걸리를 통해 한민족 고유의 자연순응과 생명조화의 유전자를 깨우고, 맛의 기억을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진태 대표의 간절한 마음이, 한 모금 마실 때 혀 끝에 와 닿는 술의 깊고 부드러운 맛에 온전히 녹아 있는 듯하다.

Posted by 박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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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이야기에 죽음을 앞 둔 아버지가 자식들을 불러놓고 유언을 하는 이야기가 있지요. 나란히 앉은 삼형제에게 각각 회초리 하나씩을 부러뜨리라고 합니다. 이미 다 큰 자식들이 쉽게 회초리를 부러뜨리자 이번에는 한 묶음의 회초리를 내놓습니다. 애를 써도 부러뜨리지 못하자 아버지는 아무리 힘에 겨운 일이라도 서로 힘을 합하면 감당할 수 있으니 늘 돕고 살라고 당부한 후 돌아가셨다지요. 비슷한 일이 미국에서도 있었는데 인디언 마을을 점령한 미국인들이 학교를 세우고 가르친 다음 시험을 치기로 합니다. 서로 말도 나누지 못하게 띄엄띄엄 앉히고 가운데 책가방도 올려놓고 시험지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시험지를 본 아이들이 우르르 한 데로 모이더니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요? 깜짝 놀란 선생님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어른들이 가르치신 대로 혼자 힘으로 풀기 어려워 함께 의논하는 중이라고 대답했답니다. 이처럼 우리는 어려서부터 이웃과 함께 어울리며 슬픈 일, 기쁜 일도 같이 겪고 힘든 일은 함께 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잘도 넘겼습니다.

그러나 서구 사회에서는 그리스 시대부터 요소론 혹은 원자론이라는 학설이 등장해 복합적인 현상을 고정된 입자나 단위의 집합체로 설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부분들이 모여 전체를 이룬다는 것인데 사회적으로는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를 개인으로 보고 개인들에게만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고 개인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지혜라고 여깁니다. 뛰어난 몇몇 개인의 능력에 의지하는 것이 여럿의 지혜를 모으는 것 보다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모여서 해결하라던 우리 선조의 가르침과는 정 반대인 셈입니다.

원자론이나 요소론은 그런 이유로 개체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보다는 개인만 보는 것처럼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을 햇빛 따로, 물 따로, 땅 따로, 벌레 따로, 사람 따로 생각하지 그 사이의 관계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삼라만상이 서로 상관없이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기에 공기나 물을 마구 오염시키면서도 자신의 건강과는 관계없다 생각했고 개인의 능력만을 중시했기에 공동체가 해체되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었습니다. 생명세계가 갖고 있는 통합적인 기능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무시하고, 전일적인 생명체를 환원할 수 있는 낱개의 요소로만 분석하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이렇게 개별화되고 나와 네가 아무렇지도 않게 갈리고 대립하며 천륜이라는 가족마저 조그마한 일에도 등을 돌리는 것은 요소론이 지배하는 서구문물이 들어오기 전에는 없었던 일 들입니다. 나와 이웃, 환경을 포함한 모든 낱 생명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오래된 생각이, 어쩌면 온 생명이 존폐의 기로에서 선 이 시대를 살기 위한 가장 현명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네가 있어 나도 이곳에 건강하게 있을 수 있음을 안다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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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딸기 화석연료 없이 키우자니 두 배 세 배 정성을 쏟는 수밖에


                                                                                                                                                   글 사진 문재형

오전 10시, 한살림매장은 대개 문을 열기 무섭게
부지런한 조합원들로 금방 가득 찬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물품은 단연 딸기이다.
출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첫물이라
금방 품절될 만큼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다.


재배 힘들어 시중에는 나오지 않는 미녀봉과 금향

한살림에 공급되는 딸기는 미녀봉, 금향, 설향, 육보 등 네 가지 품종이이다. 이 중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미녀봉과 금향은 재배과정이 어렵고 수확량이 많지 않아 시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품종이다. 하지만 당산비(당도를 산도로 나눈 수치)가 높아 맛이 좋고 빛깔이 좋아 생산자 회원마다 재배면적의 50% 이상 의무적으로 재배하도록 하고 이를 기준으로 매년 생산계획을 세우고 있다.

본래 딸기는 노지에서 재배되는 초여름 과일이었지만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시설재배가 발달하면서 언젠가부터 주로 겨울부터 봄까지 시중에 나오는 과일이 되었다. 한살림딸기도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기는 하지만 한살림이 정한 원칙에 따라 석유 등을 이용한 가온은 하지 않고 비닐을 2겹으로 치고, 비닐 사이로 섭씨15도 내외를 유지하는 지하수를 뿌려 온도를 유지하는 ‘수막 재배’를 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비닐하우스 안에서 재배는 하되 인위적으로 가열을 하고 있지는 않은 점이 한살림 딸기의 남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50~60일 동안 기른 촉성재배 한살림 딸기의 경우 12월부터 출하되기 시작하는데 한겨울에 난방을 하지 않고 딸기를 기르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고 수확물량도 많지 않아 3월부터 출하되는 반촉성재배 딸기에 비해 가격이 조금 더 비싼 편이다.

딸기의 재배는 어미묘에서 뻗어나간 줄기가 새로 뿌리 내린 ‘런너’라고 하는 어린묘를 채취해 새로운 어미묘로 키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보통 1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딸기 출하와 동시에 진행 되는데, 선별된 런너들은 5월경부터 8월까지 비가림된 시설 안에서 생산자들의 정성어린 보살핌으로 자라난다. 한살림은 생산 농가에서 직접 자가육묘를 권장하고 있으며 병충해의 어려움이 있지만 육모과정부터 일체의 화학방제를 하지 않고 있다.

9월이 되면 출하시기에 따라 딸기를 본 땅에 옮겨 심고 출하가 시작되는 12월까지 온도 유지에 집중하며 딸기를 관리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농약과 화학비료는 일체 사용되지 않으며 방제를 위해 잎살림, 응삼이 같은 친환경 농자재를 이용하거나 천적인 이리응애를 투입 하고 유황이나 담뱃잎 훈증을 하고 있다.

딸기를 수정시키는 데에도 양봉꿀벌을 이용해 자연수정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수정 비율을 높이기 위해 양봉꿀벌에 비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우리벌(호박벌)을 도입한 경우도 있다.

딸기는 온도, 습도 등에 매우 민감한 과일이기에 수확에서 공급까지 모든 과정이24시간 내에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새벽 6시에서 오전10시 사이에 수확을 마무리하고 저온상태로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오포에 있는 한살림물류센터로 보내, 다음날이면 매장이나 공급 신청을 한 조합원댁으로 도착되도록 하고 있다.

육묘에서부터 수확이 끝나는 시기까지 어림잡아 장장 15개월. 달콤하고 상큼한 한살림 딸기에는 오랜 시간동안 친환경재배의 어려움을 이겨낸 인내와 이른새벽부터 쏟은 농부들의 정직한 땀이 스며있다.


Posted by 박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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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맹수 모심과살림연구소 이사장

안녕하십니까. 일본 교토대학에 와 있는 박맹수입니다. 저는 요즘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이 되는 3월 11일을 앞두고 일고 있는 일본 시민사회의 다양한 움직임을 관심있게 지켜보며 여기저기 관련 모임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2월 14일 오후에도 한 생협에서 주최한 <쓰고 버리는 시대를 생각하는 모임>의 ‘탈원전 특별위원회’에 참석하고 밤늦게 돌아왔습니다.

 최근 며칠 사이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온도가 급상승했다는 소식은 신문 보도 등을 통해 모두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2호기 온도 상승은 작년 12월, “사고 원자로의 냉온정지(冷溫停止)가 안정 단계에 들어갔으므로 사고가 수습됐다”고 선언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얼마나 허구였던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현재진행’ 중입니다. 사고원전에서는 지금도 시간당 몇 천만 베크렐 이상의 방사능 물질이 방출되고 있으며, 많은 시민들이 계속적으로 피폭(被曝)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사고원전 처리가 완료되기까지 앞으로 30년에서 50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합니다. 원전사고로 오염된 지역의 제염(除染) 문제도 심각합니다. 방사능 오염 물질을 이동시키게 되면 또 다시 다른 지역이 오염되므로, 수거한 방사능 오염 물질처리에 대해 지자체 간 갈등과 주민간 갈등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방사능은 이렇게 공동체마저 산산조각 만드는 데도 일등공신입니다.

 2월 20일, 오사카 지역 칸사이전력(關西電力) 산하의 원전 17기 모두가 가동을 멈췄습니다. 3월 중순에는 도쿄 지역의 도쿄전력(東京電力) 산하 원전도 모두 멈춥니다. 즉, 3월 중순경이면 일본 내 모든 원전이 멈추는 ‘상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일어나게 됩니다. 바로 이 ‘상상하지 못했던’ 사태를 앞두고 원전 추진론자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2월 16일자 『아사히신문』 1면 톱기사 <再嫁動說得 必死의 關電> 참조). 그들은 원전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사생결단의 태세로 온갖 공작(工作)을 다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의 예측으로는 원전 추진론자들이 “정전사태마저 조작할 지도 모른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반해 탈원전(脫原電, 또는 反原電) 진영의 대응은 원전 추진론자들의 필사적인 노력에 비해서는 조금 느슨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아주 근본적인 대응 논리와 방법 모색을 위해 전에없던 열기를 보이고 있으며, 광범위한 지역네트워크를 형성한 가운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원전은 생명의 세계와 공존이 불가능한” 지극히 반생명적(反生命的), 생명파괴적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그 반생명적인 원전에 의존하는 ‘편리한’ 삶의 방식에 우리들은 익숙해 있습니다. 따라서 진정으로 반생명적 원전을 없애려면 우리 자신의 ‘편리한’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자발적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그 다음 그 자발적인 성찰에 기초하여 생명파괴적인 ‘편리한’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작은 실천을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치열하게 전개해야 합니다. 지금 일본 시민사회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존의 ‘편리한’ 삶의 방식을 개선하여 탈원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준비해 가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다가오는 3월 11일은 바로 그 치열한 토론과 노력의 결과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날이 되리라 믿습니다.



박맹수(朴孟洙)

현재 일본 교토대학대학원 인간환경학연구과 공생인간학전공 객원교수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교수
한살림 모심과 살림연구소 이사장
주요저서 <<개벽의 꿈-동학농민혁명과 제국일본>>(모시는사람들, 2011)
<
<한글 동경대전>>(지만지, 2009)



Posted by 박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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