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혜영

게으른 농부에게 사랑 받는 추위에 강한 재래종 파 게으른농부에게사랑 받는추위에 강한 재래종 파 허리를 굽혀야 비로소 보이는 작은 풀꽃들이 지천이다. 어느새 와 있는 봄을 맞이하듯, 기세 좋게 올라오는 파를 들여다보면 마치 길쭉한 풍선을 불어 놓은 것 같다. 지난겨울 전만 해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파 농사는 기다림의 농사다. 씨를 뿌려 실같이 올라온 것을 옮겨 심고, 다른 농사에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풀에 싸여 찾아보기 어렵게 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몇 번 풀 속에서 구해 주면 가을에 어느 정도 먹을 만큼 자란다. 겨우 김장에 쓰고 남겨 겨울을 나면, 그때는 정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씨를 뿌린 첫해만 잘 넘기면 두 해 째부터는 저절로 된다. 파 꽃을 수확해서 씨를 장만하고 그대로 두면 옆에서 다시 올라 온다. 그것도 여러 가닥으로…. .. 더보기
토박이 씨앗을 심는 일, 함께 꿈을 펼치는 일 토박이씨앗을심는 일,함께 꿈을펼치는 일어릴 적 이맘 때, 뉘엿뉘엿 해지는 저녁 무렵이 되면 집집마다 군불 때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고드름 사이로 보이는 처마 밑과 기둥에는 올망졸망 정성들여 매달아 놓은 씨앗들도 보였다. 씨앗을 사서 농사짓지 않았던 그때는 한 해 농사를 갈무리하고 제일 실한 놈을 골라 내년 농사에 쓸 씨오쟁이(씨앗을 담아 두는 짚으로 엮은 물건)를 만드는 게 중요한 일이었다.성인이 되어 도시생활을 하다 귀농을 하게 되었다. 농사를 짓는데, 어릴 적에 보고 경험한 것을 하는 건 당연했다. 봄이 오면 씨앗을 챙기고 모자란 것은 이웃에게 받고 남는 것은 나눴다. 지난해 씨앗이 자라던 모습을 떠올리며 여기저기 심고 거뒀다. 15년이 지나니 해마다 갈무리한 씨앗이 꽤나 많아졌다.이 토박이씨앗들은 .. 더보기
2014년 6월 나물이야기 / 참나물 맛과 향이 으뜸,참나물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조합원 / 세밀화 박혜영 한살림서울 조합원 여름이 다가오네요. 저희 집 대문 옆에 서 있는 감나무도 감꽃이 활짝 피었답니다. 감 꽃은 묵은 가지에서 필까요? 아님, 새 가 지에서 필까요? 새 가지에서 핀 답니다. 그래서 가을에 감을 따면서 가지도 함께 꺾 어주나 봐요. 저희 집 감은 어른 주먹만 한 대봉시라 한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답니다. 지난해에는 감이 많이 열려 지 인들과 즐겁게 나눠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나물 중에는 맛과 향이 으뜸이라고 해서 이 름에 ‘참’이 붙은 나물이 있습니다. 바로 참나물이죠.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참나물은 산에서 자라는 나물입니다. 깊고 높은 산에 가야 만날 수 있는 귀한 나물이지요. 우리가 흔히 참나물이 .. 더보기
2014년 4월 나물이야기 / 원추리 봄 밥상을 '기다리는 마음' 원추리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조합원 / 세밀화 박혜영 한살림서울 조합원 이른 봄, 무심코 산행을 하다보면 철 지난 낙엽 사이로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어린 싹들을 볼 수 있습니다. 겨우내 매서운 한파를 견뎌낸 앙상한 화살나무 가지에도 홑잎이 피는 게 보이네요. 봄이 오고 산나물 철이 왔음을 알리는 반가운 모습입니다. 봄나물 중 가장 먼저 돋아나 밥상에 오르는 나물이 원추리입니다. 원추리는 산이나 들만이 아니라 주택가 주변에서 관상용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지요. 예부터 아들을 낳기 위해 젊은 아낙들이 꽃봉오리를 귀에 꽂고 다녔다고 해 의남초(宜男草)라고도 불리었고요, 그 맛이 근심을 덜어 준다하여 망우초(忘憂草)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답니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원추리는 .. 더보기
2013년 12월 나물이야기/ 무말랭이 김장철에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 먹는 무말랭이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또,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숙연해지기도 하네요. 한살림가족들 모두 공사다망했을 2013년, 남은 한 달 동안 한해 마무리도, 희망찬 새해맞이 준비도 잘하시기 바랍니다. 이맘 때 김장들을 합니다. 저 어릴 때는 12월에 김장을 많이 했습니다. 보관 때문에도 그렇지만 믿거나 말거나 추울 때 김장해야 맛이 좋다는 설도 있었지요. 김치냉장고가 없으니 갓 담근 김치는 땅 속에 묻은 김장독에 보관하고 그 위에 짚으로 엮은 작은 지붕을 얹어 눈비를 가리고 김장독에 흙탕물 튀는 것도 방지했습니다. 저는 올해 총각김치, 배추김치도 담갔고요, 늙은 호박 삶은 물로 지고추와 함께 담근 동치미에, 텃.. 더보기
2013년 11월 나물이야기/ 더덕 사포닌이 가득 건강에 좋다는 더덕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요즘 날씨가 참 이상합니다. 가을에 어울리지 않게 덥거나 추운 날이 잦네요. 해가 거듭될수록 뚜렷한 사계절이 사라지고 춘추절기가 짧아지는 게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이맘때는 집집마다 겨우내 먹을 김장준비로 분주하지요. 김치 종류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배추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갓김치, 동치미 등 다양합니다.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은 제일 중요한 고춧가루를 비롯해 마늘, 생강, 통깨 그리고 김치맛을 좌우하는 젓갈류가 있습니다. 부재료인 무, 갓, 쪽파까지 다듬어 김치를 담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는데요. 그나마 절임배추를 이용하면 수고가 좀 덜어집니다. 김장하는 날 갓 버무린 김치 한 쪽 찢어 돼지수육과 먹는 것도 빼놓.. 더보기
2013년 10월 나물이야기/ 민들레 입맛 돌게 하는 쓴맛, 민들레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결실의 계절 시월은 기념일과 문화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지요. 한살림 소비자 조합원과 생산자 회원이 풍요로운 수확에 감사하며 함께 만나 어우러지는 가을걷이 행사도 이맘 때 열립니다. 지난해부터 한살림대전, 한살림천안아산, 한살림청주는 가을걷이 행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0월 12일 청주시에 있는 청주농고에서 열립니다. 생산자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많은 조합원 분들이 함께 참여하는 ‘만남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달에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 민들레에 대해 쓰려합니다. 민들레는 백성에 비유하며 민초(民草)라 일컫는데요. 모진 환경 속에서도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이른.. 더보기
2013년 9월 나물이야기/ 가막살이(도깨비바늘) 먹을 수 있는 바늘, 가막살이(도깨비바늘)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올 여름 유난히도 길었던 장마와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성호우에 고생이 참 많았지요. 체온과 맞먹는 폭염도 기승을 부렸지만 그 열기를 누그러뜨리며 가을이란 계절이 변함없이 우리에게 오고 있습니다. 곧 있으면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추석이지만 여름내 남부지방 강수량이 부족했음을 생각하면 차례 상에 올릴 햇과일들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추석이면 가족들이 모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송편을 빚는 풍습이 있지요. 요즘에는 그 풍습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네요. 저도 해마다 송편을 빚었는데 지난해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한살림 매장에서 구입했습니다. 편하긴 하더라고요. 이달에는 어떤 나물이야기를 써야.. 더보기
2013년 8월 나물이야기/잔대나물 잎도 먹고 뿌리도 먹고, 몸에도 좋은 잔대나물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핀 뒤 석 달이 지나면 첫 서리가 온다고 해요. 얼마 안 있으면 이 무더위도 끝이 나겠지요? 광복절에 독립기념관에 가면 다양한 무궁화 꽃 전시회를 하곤 했는데 올해도 하는지 모르겠네요. 요즈음 들녘엔 뿌리 식물인 잔대와 도라지, 더덕 꽃이 한창입니다. 이 가운데 잔대는 도라지나 더덕과 달리 잎도 먹을 수 있는 나물이지요. 다만 이맘때에는 봄철과 달리 잎이 억세져 뿌리만 먹는답니다. 잔대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평지와 산등성이에 군락을 이룹니다. 잔대는 종류가 10가지가 넘을 정도로 참 다양한데요. 그만큼 잎 모양도 둥근형, 피침형, 털이 있는 것 등으로 다양하.. 더보기
2013년 7월 나물이야기/ 쇠무릎 소의 무릎을 닮았다는 재밌는 이름의 나물, 쇠무릎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무더위와 함께 휴가철이 시작되고 청포도가 알알이 익어가는 7월입니다. 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여름방학도 시작되지요. 요즘에는 중학생만 되어도 나들이 가는 부모들을 잘 따라다니지 않더라고요. 저희 집 아이들은 딸들이어서인지 대학생 때까지도 휴가를 같이 보내곤 했지만요. 휴가지로는 파도치고 갈매기 우는 해수욕장도 좋지만 저는 풀벌레 소리, 계곡물 소리 자장가삼아 모기한테 헌혈하며 야영하는 계곡을 더 좋아한답니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는 사람들이 키운 나물들은 구할 수 있지만 야생에서 자라는 산나물은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단오를 기점으로 부드럽던 산나물들이 억세지고 독성이 생기거든요. 그래도 잘 찾아보면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