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농부에게

사랑 받는

추위에 강한 재래종 파



허리를 굽혀야 비로소 보이는 작은 풀꽃들이 지천이다. 어느새 와 있는 봄을 맞이하듯, 기세 좋게 올라오는 파를 들여다보면 마치 길쭉한 풍선을 불어 놓은 것 같다. 지난겨울 전만 해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파 농사는 기다림의 농사다. 씨를 뿌려 실같이 올라온 것을 옮겨 심고, 다른 농사에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풀에 싸여 찾아보기 어렵게 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몇 번 풀 속에서 구해 주면 가을에 어느 정도 먹을 만큼 자란다. 겨우 김장에 쓰고 남겨 겨울을 나면, 그때는 정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씨를 뿌린 첫해만 잘 넘기면 두 해 째부터는 저절로 된다. 파 꽃을 수확해서 씨를 장만하고 그대로 두면 옆에서 다시 올라 온다. 그것도 여러 가닥으로…. 지난해 자라던 속도와도 다르게 자란다. 한 밭에 두고 몇 년을 먹게 되니 게으른 농부가 좋아할 일이다. 특히 재래종 파는 추위에 강한 것들이 많아서 쪽파와 함께 봄에 요긴하게 쓰인다. 살림 잘 하는 농부인지 텃밭을 보면 알 수 있다. 부추, 쪽파, 파밭이 일 년을 지키고 있는지 보면 된다. 오월이면 기세 좋은 파 잎 끝에 방울방울 파 꽃이 달린다. 크고 작은 꽃들이 활짝 피면 불꽃놀이를 연상케 한다. 벌들도 무척 많이 날아든다.

음식을 하는데 부재료로 쓰이지만, 감기 기운이 있거나 몸의 활력이 떨어질 때, 배, 생강 등과 파 흰 부분과 뿌리를 푹 끓여 먹으면 한결 좋아진다. 잎은 비록 말라 있지만, 길고 실한 뿌리를 보면 겨울을 나기 위해 얼마나 깊이 뿌리 박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요즘은 파를 주재료로 김치를 담가 먹기도 한다. 아직 못해 먹었는데 올해는 해 보련다.

생강나무 꽃 지며 진달래 흐드러진 봄날, 파 송송 썰어 넣은 시원한 바지락국 한 사발 먹고 기운 내야겠다.

박명의 충북 괴산 솔뫼농장 생산자 / 세밀화 박혜영 한살림서울 조합원

• 글을 쓴 박명의 생산자는 토박이씨앗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매해 농사지은 농작물의 씨앗을 손수 갈무리하고 있습니다.

• 세밀화를 그린 박혜영 조합원은 따뜻한 느낌이 묻어나는 그림을 좋아하고, 한 아이를 키우며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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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씨앗을

심는 일,

함께 꿈을

펼치는 일

어릴 적 이맘 때, 뉘엿뉘엿 해지는 저녁 무렵이 되면 집집마다 군불 때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고드름 사이로 보이는 처마 밑과 기둥에는 올망졸망 정성들여 매달아 놓은 씨앗들도 보였다. 씨앗을 사서 농사짓지 않았던 그때는 한 해 농사를 갈무리하고 제일 실한 놈을 골라 내년 농사에 쓸 씨오쟁이(씨앗을 담아 두는 짚으로 엮은 물건)를 만드는 게 중요한 일이었다.

성인이 되어 도시생활을 하다 귀농을 하게 되었다. 농사를 짓는데, 어릴 적에 보고 경험한 것을 하는 건 당연했다. 봄이 오면 씨앗을 챙기고 모자란 것은 이웃에게 받고 남는 것은 나눴다. 지난해 씨앗이 자라던 모습을 떠올리며 여기저기 심고 거뒀다. 15년이 지나니 해마다 갈무리한 씨앗이 꽤나 많아졌다.

이 토박이씨앗들은 각각의 사연을 안고 겨울이면 씨오쟁이에 담겨 한 방에 모인다. 짧게는 몇 십 년, 길게는 몇 천 년을 이 땅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겨우내 나누겠지?

토박이씨앗을 심는다는 건 이들이 지닌 많은 세월과 경험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 땅에서 따사로운 햇살과 가뭄, 홍수와 모진 태풍도 여러 해 겪어 우리와 달리 감기 따위에 대비해 예방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신의 면역력으로 어려움을 견디고 이 땅에 익숙해져 가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토박이씨앗의 소중함을 느낀다. 주변에서 대규모 단일작물 재배를 하다가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고 농부들이 해마다 사야하는 씨앗도 늘어가고 있다. GMO 농산물에 의해 우리 식탁이 위협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내 몸에 새겨진 농사의 근본을 지켜 나가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토박이씨앗이 가진 정보와 힘으로 계속 농사를 지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한살림 가족들과 나누려고 한다.

알알이 색색이, 함께 하자고, 꿈을 펼치자는 토박이씨앗들의 유혹을 들어보자.

박명의 충북 괴산 솔뫼농장 생산자 / 세밀화 박혜영 한살림서울 조합원


글을 쓴 박명의 생산자는 토박이씨앗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매해 농사지은 농작물의 씨앗을 손수 갈무리하고 있습니다.

세밀화를 그린 박혜영 조합원은 따뜻한 느낌이 묻어나는 그림을 좋아하고, 한 아이를 키우며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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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향이 으뜸,

참나물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조합원 / 세밀화 박혜영 한살림서울 조합원




여름이 다가오네요. 저희 집 대문 옆에 서 있는 감나무도 감꽃이 활짝 피었답니다. 감 꽃은 묵은 가지에서 필까요? 아님, 새 가 지에서 필까요? 새 가지에서 핀 답니다. 그래서 가을에 감을 따면서 가지도 함께 꺾 어주나 봐요. 저희 집 감은 어른 주먹만 한 대봉시라 한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답니다. 지난해에는 감이 많이 열려 지 인들과 즐겁게 나눠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나물 중에는 맛과 향이 으뜸이라고 해서 이 름에 ‘참’이 붙은 나물이 있습니다. 바로 참나물이죠.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참나물은 산에서 자라는 나물입니다. 깊고 높은 산에 가야 만날 수 있는 귀한 나물이지요. 우리가 흔히 참나물이 라고 부르는 나물은 사실 파드득 나물입니다. 파드득 나물은 참나물과 달리 번식력이 좋아서 쉽게 재배할 수 있습니다. 

참나물의 한약이름은 ‘지과회근(知果茴芹)’입니다. 몸에 찬 기운을 없애고, 통증을 멈추게 한다는 뜻이지요. 참나물에는 비타민 A, B2, C와 칼슘이 풍부합니다. 다른 나물보다 비타민 A가 많이 들어 있어서 눈과 면역증강에 좋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참나물은 생으로 쌈장에 찍어먹는 게 최고입니 다. 독특하고 상쾌한 참나물 향을 즐길 수 있거든요. 다른 나물과 함께 겉절이로 무쳐도 맛있습니다. 또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양념에 무쳐 먹어도 좋고, 부침개에 넣어 먹어도 좋습니다.

 들에는 찔레꽃이 한창입니다. 찔레꽃으로 꽃차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간단하게 한 번만 살짝 덖어서 그늘에서 건조시키면 된답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그늘 밑에서 찔레꽃차의 향을 음 미해보세요.   

글을 쓴 김주혜 조합원은 산나물과 산야초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꾸려왔습니다. 한살림청주 이사장을 지냈고 한살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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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밥상을 '기다리는 마음' 원추리

 

김주혜 한살림청주 조합원 / 세밀화 박혜영 한살림서울 조합원



이른 봄, 무심코 산행을 하다보면 철 지난 낙엽 사이로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어린 싹들을 볼 수 있습니다. 겨우내 매서운 한파를 견뎌낸 앙상한 화살나무 가지에도 홑잎이 피는 게 보이네요. 봄이 오고 산나물 철이 왔음을 알리는 반가운 모습입니다.

 봄나물 중 가장 먼저 돋아나 밥상에 오르는 나물이 원추리입니다. 원추리는 산이나 들만이 아니라 주택가 주변에서 관상용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지요. 예부터 아들을 낳기 위해 젊은 아낙들이 꽃봉오리를 귀에 꽂고 다녔다고 해 의남초(宜男草)라고도 불리었고요, 그 맛이 근심을 덜어 준다하여 망우초(忘憂草)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답니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원추리는 식용, 약용, 관상용으로 두루 두루 쓰이는 유용한 식물이기도 합니다. 먼저, 이른 봄 올라오는 새순은 나물로 먹습니다. 고사리처럼 새순을 여러 번 뜯어 먹을 수 있는데 기온이 올라가면 새순이 억세어져 많이 질겨집니다. 나물을 해 먹을 땐,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후 다른 나물들처럼 물에 우려먹으면 좋습니다. 초고추장 무침을 해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아주 맛있는데요. 양이 적을 땐 여러 나물과 함께 요리를 해도 잘 어울립니다. 6월 하순부터 원추리 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차를 만들어 음미할 수 있습니다. 다른 꽃차처럼 꽃이 찻잔 위에 동동 뜨진 않지만 자연스런 단맛을 느낄 수가 있더라고요. 아쉬운 건 장마철에 꽃이 피기 때문에 건조하는데 힘이 많이 듭니다. 그래도 기회가 되면 손수 만든 꽃차를 한 잔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겠습니다. 원추리 꽃차는 우울증에 좋고 황산화작용을 합니다. 꽃이 지고 가을이면 원추리 뿌리를 한약재로 씁니다. 이뇨작용, 살균작용, 해독작용 등을 한다고 하네요.

 원추리 꽃말이 기다리는 마음인데요, 겨우내 기다리던 봄이 오니 참 좋습니다. 황량했던 땅 곳곳에서 초록빛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번 주말엔 봄맞이 하러 산으로 들로 나가 보고, 나간 김에 나물도 캐보면 어떨까요? 발밑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초록 빛깔들이 나물들이 손짓합니다.

 


글을 쓴 김주혜 조합원은 산나물과 산야초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꾸려왔습니다. 한살림청주 이사장을 지냈고 한살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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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에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 먹는
무말랭이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또,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숙연해지기도 하네요. 한살림가족들 모두 공사다망했을 2013년, 남은 한 달 동안 한해 마무리도, 희망찬 새해맞이 준비도 잘하시기 바랍니다.

이맘 때 김장들을 합니다. 저 어릴 때는 12월에 김장을 많이 했습니다. 보관 때문에도 그렇지만 믿거나 말거나 추울 때 김장해야 맛이 좋다는 설도 있었지요. 김치냉장고가 없으니 갓 담근 김치는 땅 속에 묻은 김장독에 보관하고 그 위에 짚으로 엮은 작은 지붕을 얹어 눈비를 가리고 김장독에 흙탕물 튀는 것도 방지했습니다.

저는 올해 총각김치, 배추김치도 담갔고요, 늙은 호박 삶은 물로 지고추와 함께 담근 동치미에, 텃밭에 심은 쪽파로 파김치까지 담가 겨울 날 준비를 든든하게 마쳤답니다.

예전에는 김장할 때 김장김치 담그고 남은 무로 무말랭이 무침도 함께 만들곤 했습니다. 무말랭이는 고소한 맛과 꼬들꼬들한 식감이 매력적인 별미인데요. 무말랭이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무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채반에 놓고 건조시키거나, 실에 꿰어 양지바른 쪽에 매달아 두면 되지요.

무말랭이를 맛있게 먹으려면 물에 적당히 잘 불리는 게 중요합니다. 물에 너무 오래 담가두면 물컹해 식감이 떨어지고 덜 불리면 질겨서 먹기 힘드니 1시간 전후로 불리는 게 제일 적당하더라고요. 지금이야 무가 흔해 사시사철 무말랭이를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이맘 때, 단맛이 있는 가을무로 만든 무말랭이가 가장 맛이 좋습니다. 무말랭이와 궁합이 잘 맞는 가을 고춧잎과 함께 무말랭이 무침을 만들면 더욱 좋습니다. 오징어채를 곁들이면 아이들도 잘 먹지요. 무말랭이 무침은 보통 간장으로 하는데 저는 멸치액젓을 찹쌀풀과 함께 넣고 김치 양념 하듯이 버무려 먹으니 좋더라고요.

한살림에서 무말랭이(무말림)와 무말랭이무침(무말림무침)을 공급하니 평소 이들을 간편하게 이용해도 좋지만 김장철에는 김장하고 남은 무로 온 가족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함께 만들어 먹으면 좋겠네요. 최근에는 가정용 건조기로 무말랭이를 만드는 집도 있다는데, 저는 단독주택에 사는 혜택으로 옥상에서 말렸답니다.

그럼 얼마 남지 않은 계사년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 뵙겠습니다.

 

-------------------------------------------------------------------------------------글을 쓴 김주혜 님은 평소 산나물과 산야초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가져왔습니다. 현재는 한살림청주 이사장으로, 한살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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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닌이 가득
건강에 좋다는 더덕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요즘 날씨가 참 이상합니다. 가을에 어울리지 않게 덥거나 추운 날이 잦네요. 해가 거듭될수록 뚜렷한 사계절이 사라지고 춘추절기가 짧아지는 게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이맘때는 집집마다 겨우내 먹을 김장준비로 분주하지요. 김치 종
류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배추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갓김치, 동치미 등 다양합니다.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은 제일 중요한 고춧가루를 비롯해 마늘, 생강, 통깨 그리고 김치맛을 좌우하는 젓갈류가 있습니다. 부재료인 무, 갓, 쪽파까지 다듬어 김치를 담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는데요. 그나마 절임배추를 이용하면 수고가 좀 덜어집니다. 김장하는 날 갓 버무린 김치 한 쪽 찢어 돼지수육과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지요.

바쁠수록 음식을 잘 먹어 건강을 챙겨야합니다. 이번 달에는 몸에 좋기로 소문난 더덕을 소개하려고요. 더덕은 초롱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이른 봄에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고 뿌리는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습니다. 고소하면서도 단맛과 풍부한 섬유질이 만들어 내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지요.
더덕은 껍질에서
끈적거리는 진액이 나와 껍질 벗기기가 좀 번거롭습니다. 따라서 손질할 때 끓는 물에 살짝 데치거나 냉동실에 살짝 얼렸다 손질하면 진액이 나오지 않아 수월합니다. 껍질 깐 더덕은 요리하기 전에 칼등이나 절굿공이로 두드려 부드럽게 만드는 데요, 너무 세게 두드리면 부서질 수도 있습니다. 손질한 더덕은 무침으로 먹어도 좋지만 고추장 양념을 해 구이용으로 먹으면 더덕의 맛과 향이 더욱 진해져 절로 식욕이 돋는답니다.

더덕은 각종 비타민, 칼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고 인삼처럼 약효가 뛰어나다하여 사삼(沙蔘)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만큼 암과 천식에 좋다는 사포닌이 풍부하답니다. 더덕을 말린 뒤 다려서 복용하면 가래나 기침에 좋고 위를 보호하는 효능도 있답니다. 또한, 감기를 예방하고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을 주지요. 바쁘기도 하고 겨울을 코앞에 두고 있는 요즘 맛좋고 건강한 더덕 요리로 감기 예방하세요.

-------------------------------------------------------------------------------------글을 쓴 김주혜 님은 평소 산나물과 산야초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가져왔습니다. 현재는 한살림청주 이사장으로, 한살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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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돌게 하는 쓴맛, 민들레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결실의 계절 시월은 기념일과 문화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지요. 한살림 소비자 조합원과 생산자 회원이 풍요로운 수확에 감사하며 함께 만나 어우러지는 가을걷이 행사도 이맘 때 열립니다. 지난해부터 한살림대전, 한살림천안아산, 한살림청주는 가을걷이 행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0월 12일 청주시에 있는 청주농고에서 열립니다. 생산자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많은 조합원 분들이 함께 참여하는 ‘만남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달에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 민들레에 대해 쓰려합니다. 민들레
는 백성에 비유하며 민초(民草)라 일컫는데요. 모진 환경 속에서도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이른 봄부터 올라오는 새순을 먹지만 꽃이 지고 난 요즘에도 먹을 수 있답니다.

쓴맛이 강한 민들레는 위와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며 위염이나 위궤양에 효능이 있다 합니다. 또한 섬유질이 많아 변비 치료에도 효과가 있으며 콜레스테롤을 줄여주고 혈액을 맑게 해주는 리놀산 성분이 풍부한 유익한 나물이지요. 한방에서는 뿌리와 꽃이 피기 전의 전초를 포공영이라 하여 약으로도 이용한답니다. 민들레는 쓴맛이 강하지만 다양한 요리를 해 먹습니다. 김치나 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식욕이 없을 때, 쌈채로 먹으면 쓴맛 덕분에 식욕을 돋워준답니다. 저는 송송 썰어서 다른 채소와 함께 초고추장 무침을 해 비빔밥으로 먹는 게 좋더라고요. 토종민들레나 서양민들레 가리지 않고 둘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답니다.

토종민들레는 꽃받침이 꽃잎을 감싸며 위로 향하고 꽃을 1년에 한 번 피우는 게 특징입니다. 서양민들레는 꽃받침이 아래로 향하며 3개월 내내 꽃을 피운답니다. 우리가 길가에서 흔히 접하는 민들레는 서양민들레가 많지요. 오늘 저녁, 민들레의 꽃말 ‘내사랑 그대에게 나의 사랑을 드려요’처럼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민들레 요리를 해주면 참 좋겠습니다.

-------------------------------------------------------------------------------------글을 쓴 김주혜 님은 평소 산나물과 산야초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가져왔습니다. 현재는 한살림청주 이사장으로, 한살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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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수 있는 바늘, 가막살이(도깨비바늘)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올 여름 유난히도 길었던 장마와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성호우에 고생이 참 많았지요. 체온과 맞먹는 폭염도 기승을 부렸지만 그 열기를 누그러뜨리며 가을이란 계절이 변함없이 우리에게 오고 있습니다. 곧 있으면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추석이지만 여름내 남부지방 강수량이 부족했음을 생각하면 차례 상에 올릴 햇과일들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추석이면 가족들이 모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송편을 빚는 풍습이 있지요. 요즘에는 그 풍습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네요. 저도 해마다 송편을 빚었는데 지난해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한살림 매장에서 구입했습니다. 편하긴 하더라고요.

이달에는 어떤 나물이야기를 써야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반갑게도 충북 괴산솔뫼공동체의 김철규 생산자 분이 ‘가막사리’에 대해 쓰면 어떻겠냐며 좋은 소재를 제공해주셨답니다. 국화과인 가막사리는 한해살이풀로 논과 밭둑, 하천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습지식물입니다. 크기가 1m넘게 자라며 곁순이 계속 나오므로 봄부터 초가을까지 새 순을 먹을 수 있지요. 꽃이 필 때 전초(잎, 줄기, 뿌리, 꽃 등을 포함한 온전한 풀포기)를 채취해 그늘에 말렸다 달여 마시면 피를 맑게 하고 열을 내려주며 독을 풀어주는 효능도 있답니다. 가막사리 열매가 익으면 둥글게 벌어지면서 씨가 보입니다. 씨 끝부분에는 가시가 있어 동물들 털에 잘 붙는데, 이 덕에 멀리 멀리 번식이 가능하지요. 씨 모양이 마치 도깨비바늘 같다 해서 가막살이를 도깨비바늘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씨가 드러난 가막살이 열매를 친구한테 던지며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가막살이의 새 순을 데쳐 약간의 간장과 고추장으로 양념해 먹어보니 독특한 향이 좋습니다. 한번쯤 드셔보시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생으로도 먹을 수 있고 묵나물도 가능하다고 하니 참 유용하네요.

송편을 찔 때 필수인 솔잎은 처서(處暑)전에 뽑아야 쏙쏙 잘 뽑힌다니 늦지 않게 준비하면 좋겠네요. 솔잎을 넣는 이유는 떡끼리 붙지 말라는 이유도 있지만 솔잎이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올 추석엔, 가족끼리 송편을 빚으면 어떨까요.

-------------------------------------------------------------------------------------글을 쓴 김주혜 님은 평소 산나물과 산야초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가져왔습니다. 현재는 한살림청주 이사장으로, 한살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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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도 먹고 뿌리도 먹고, 몸에도 좋은 잔대나물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핀 뒤 석 달이 지나면 첫 서리가 온다고 해요. 얼마 안 있으면 이 무더위도 끝이 나겠지요? 광복절에 독립기념관에 가면 다양한 무궁화 꽃 전시회를 하곤 했는데 올해도 하는지 모르겠네요.

요즈음 들녘엔 뿌리 식물인 잔대와 도라지, 더덕 꽃이 한창입니다. 이 가운데 잔대는 도라지나 더덕과 달리 잎도 먹을 수 있는 나물이지요. 다만 이맘때에는 봄철과 달리 잎이 억세져 뿌리만 먹는답니다. 잔대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평지와 산등성이에 군락을 이룹니다. 잔대는 종류가 10가지가 넘을 정도로 참 다양한데요. 그만큼 잎 모양도 둥근형, 피침형, 털이 있는 것 등으로 다양하답니다.

잔대의 어린순은 다른 나물처럼 데친 후에 된장이나 초고추장으로 양념해 먹습니다. 생으로 먹으면 잔대 고유의 맛과 향을 더 즐길 수 있지요. 잔대 뿌리는 도라지와 달리 쓴맛이 없고, 단맛이 강해 따로 물에 우릴 필요 없이 바로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더덕이나 도라지처럼 무침을 해 먹거나 구이를 하면 맛이 참 좋지요.

옛 문헌에 따르면 잔대는 백가지 독을 푸는데 효과가 있답니다. 잔대 말린 것은 사삼(沙參)이라고 하며 한약재료 널리 쓰는데요. 이로운 점이 많아서인지 민간요법에서도 다양하게 쓰입니다. 산후통에는 늙은 호박 속에 잔대를 넣고 삶아 그 즙을 복용하고, 닭이나 가물치에 잔대를 넣어 함께 먹으면 도움이 된답니다. 뿌리에는 사포닌 성분이 있어 기침을 멈추고 가래를 없애는 데에도 그만이고요.

마당에 있는 감꽃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어느 사이 감나무 잎 사이로 오백 원짜리 동전만한 동글동글 감송이가 얼굴을 내밀고 있네요. 올해도 변함없이 아침을 여는 새소리와 낮잠을 깨우는 매미들의 합창, 그리고 마당 한편에 있는 감나무 그늘에 시원한 바람까지…. 주위에 있는 많은 것들에 감사하며 이번 나물이야기를 마칩니다.

 

-------------------------------------------------------------------------------------글을 쓴 김주혜 님은 평소 산나물과 산야초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가져왔습니다. 현재는 한살림청주 이사장으로, 한살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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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무릎을 닮았다는 재밌는 이름의 나물, 쇠무릎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무더위와 함께 휴가철이 시작되고 청포도가 알알이 익어가는 7월입니다. 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여름방학도 시작되지요. 요즘에는 중학생만 되어도 나들이 가는 부모들을 잘 따라다니지 않더라고요. 저희 집 아이들은 딸들이어서인지 대학생 때까지도 휴가를 같이 보내곤 했지만요. 휴가지로는 파도치고 갈매기 우는 해수욕장도 좋지만 저는 풀벌레 소리, 계곡물 소리 자장가삼아 모기한테 헌혈하며 야영하는 계곡을 더 좋아한답니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는 사람들이 키운 나물들은 구할 수 있지만 야생에서 자라는 산나물은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단오를 기점으로 부드럽던 산나물들이 억세지고 독성이 생기거든요. 그래도 잘 찾아보면 있긴 하더라고요. 줄기마디가 불뚝하니 소 무릎을 닮았다하여 ‘쇠무릎’이라 불리는 나물. 아마, 잘 모르실거예요. 저도 이번 나물이야기 글을 쓰기 위해 공부 하다 보니 알게 되었거든요. 그저 우슬(牛膝)이라고 하여 뿌리가 관절에 좋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요.

쇠무릎은 비름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산이나 들, 길옆에서 자라는 데 위로 곧게 뻗으면서 가지가 옆으로 갈라진 모양입니다. 연녹색의 꽃이 모여 피고 열매에는 뾰족한 털이 달려 있어 사람의 옷이나 짐승의 털에 달라붙는 성질이 있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어린순을 이용해 초고추장 무침을 해먹어 보았는데, 부드럽진 않지만 쇠무릎 특유의 향이 강하지 않아 적당히 먹을 만하더라고요. 예전에는 뱀에 물렸을 때, 응급처치로 쇠무릎의 줄기와 잎을 찧어 그 부위에 발랐다고 합니다. 뿌리는 산후복통, 요통, 신경통, 관절과 그 주위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고 통증을 멎게 해주는 효능도 있다고 하네요. 민간요법으로 닭발과 함께 넣고 달여 먹으면 관절염에 도움을 준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름에 무릎이 들어가 있으니 무릎관절에는 더 효과가 있을 거란 재밌는 생각이 드네요.

수선화과인 상사화를 아시나요? 잎과 꽃이 영원히 만나지 못 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요즘 상사화꽃이 한창이더라고요. 올여름 한살림 가족들의 휴가는 피서지에서 가족들끼리 상사화처럼 서로 그리워하지 않게 온가족이 함께 떠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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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김주혜 님은 평소 산나물과 산야초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가져왔습니다. 현재는 한살림청주 이사장으로, 한살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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