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입맛 챙겨주는 푸른 채소
한재미나리

 

향긋한 향과 아삭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미나리는 봄이 제철인 채소이다.
추위에 시달리느라 겨우내 잃었던 입맛 찾아주는데 그만이기도 한 이 기특한 채소를 요즘에는 겨울에도 맛볼 수 있다. 미나리는 여느 채소보다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석유 같은 화석연료 가온을 하지 않고도 기를 수 있다.
한재미나리라는 말은 우리나라 미나리 가운데 가장 좋은 미나리, 대표적인 미나리 같은 의미로도 통용된다. 그러나 이는 무슨 특별한 품종 이름이 아니라 이 미나리를 재배하는 경북 청도군 한재마을의 지명에서 온 것이다.
추위가 가장 혹독한 1월만 빼고 겨우내 공급되는 이 미나리는 한재마을에 있는 한살림 생산자공동체인 한고을공동체에서 정성껏 길러 한살림에 내고 있다. 농약은 물론 쓰지 않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물 좋기로 소문난 이 지역 지하수만으로 온도를 조절하며 키운다. 추운 겨울, 싱싱한 생명력을 간직한
채 자라난 청정한 먹을거리다.

- 기사는 2·3면에 이어집니다


이해숙 김성기 경북 청도 한고을공동체 생산자 부부

사진 류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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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달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충북북부권역협의회 사무국장

 

1986년 한살림(당시 한살림농산)은 무농약쌀과 유정란, 참기름 등을 가지고 세상에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친환경 농업을 하는 생산지도 한살림 철학이 담긴 물품도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충북 음성 성미마을의 최재명, 최재영 형제는 농약중독으로 갖은 어려움을 겪고 난 뒤 1979년부터 농약 없이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한살림과 두 사람은 뜻을 같이 했고 성미마을은 한살림의 최초 생산지 가운데 하나로 무농약 재배한 쌀을 공급하며 한살림의 시작을 함께 했습니다.

한살림의 역사를 돌아보면 성미마을이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
합니다. 1989년 한살림이 되살린 최초의 단오잔치가 성미마을에서 열렸으며 초창기에 설립된 뒤 해산했다가 2003년 다시 결성된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초대 회장도 성미마을에 사시던 고 최재두 생산자가 역임했습니다. 한살림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기재배 벼 생산자들의 시름을 덜어준 우렁이농법을 개발한 것도 성미마을 최재명 생산자입니다. 함께 경작하고 함께 소득을 분배하는 무소유공동체 실험도 벌인 곳도 이 마을입니다. 여든살 고령인 최재명 생산자는 지금도 한살림에 유기농쌀과 한살림 토하젓에 들어가는 새뱅이(민물새우)를 내고 있습니다.
27년 동안 한살림이 꿈꾸는 생명세상을 앞장서서 일궈온 성미마을에 지금 심각한 위기가 닥쳤습니다. 음성군에서 성미마을을 포함한 음성군 대소면, 금왕읍 일대 3,966,9,42㎡(약 120만 평) 농지를 공장단지화 하는 이른바 ‘음성태생국가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여의 도면적의 약 1.4배 면적, 한살림 전체 친환경 논 면적의 1/3에 달하는 농지가 사라지게 됩니다. 현재 음성군은 11월에 음성군의회, 내년 12월까지 충청북도 의회의 승인을 거쳐 2015년에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농지를 강제로 수용 당할 수도 있습니다. 성미마을 한살림 생산자들과 인근 지역 100여 가구 농민들은 지금 음성군청 앞에 천막을 쳐놓고 ‘농사를 계속 짓게 해달라’며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성미마을이 있는 음성군 대소면 일대는 얕은 산들로 이뤄져 있어 하려고만 한다면 더 많은 농지를 확보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도 있는 곳입니다.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이라 이 지역에 밀집해 있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먹을거리를 공급하기에도 적합한 곳입니다.

농지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성미마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강원도 홍천군 일대, 한살림 생산지가 있는 서면 두미리 등도 골프장 개발 때문에 농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농지는 1990년 210만8,812ha에서 2012년 172만9,982ha로 매년 줄어들어왔습니다.
식량자급률도 2012년 22.6%, 그나마 거의 자급하고 있는 쌀을 빼면 3.7%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농지의 가치는 단순히 땅값이나 개발 이득만으로 따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농업이 무너지고 나면 아무리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 뜻대로 식량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작은 변화가 때로는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한살림이 처음 씨앗을 뿌리고 역사를 일궈온 그 땅이 공장으로 뒤덮인 뒤 “예전에 이곳이 최초로 한살림에 쌀을 내던 곳이었다.” 고 쓸쓸하게 회고하지 않도록…, 농지를 지키기 위해 외롭게 분투하고 있는 성미마을 생산자들께 마음을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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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들고 쓰고 버리는 모든 방식을 통틀어 생활양식이라고 말합니다. 넓은 의미에서 문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같은 쓰임새라도 물품을 고르고 쓰고 버리는 방법에서 그 사람의 삶에 대한 생각이나 가치가 나타나니까요.

오랫동안 가난하고 검소했던 시대를 지나 지금 우리 세대는 많이 만들고 많이 쓰고 함부로 버리면서 살
고 있습니다. 최근에 정보화가 빨리 진전되면서 다양한 품목을 조금씩 생산하는 맞춤형 생산방식이 자리잡는 듯 보이지만 전체적인 틀이 변한 것은 아닙니다. 많이 생산해서 이윤을 많이 남기려는 자본의 속성이 변한 것은 아니거든요. 기술이 발전해서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게 된 것일 뿐이지요.

아시다시피 대량생산, 대량소비는 한정된 자원의 고갈을 낳고 그로 인한 환경 파괴와 더불어 인간 소

외를 가져옵니다. 물건이 필요해서 만들거나 사는 게 아니라 먼저 만들고 나서 어떻게 팔까를 고민합
다. 대중매체를 이용해 새롭거나 조금 다른 물건의 쓰임새를 널리 알려 사람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해 대량소비로 이어집니다. 저만해도 당장 쓸 일이 없는 물건을 언젠가는 쓰겠지, 저 걸 쓰면 생활이 편해지겠지 하고 사는 일도 있거든요. 물건 값이 아주 싸다는 이유만으로 이웃나라의 값싼 노동력으로 대량생산한 물품을 사기도 하고요. 이처럼 대중매체는 개인의 사회적 태도 뿐 만아니라 사람들의 욕구나 기호(嗜好)도 만들어냅니다.

적어도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이 정도의 옷, 가방, 학원은 보장해야 하고 아내를 존중한다면 기념일 행

사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이런 차 한 대쯤은 필수라고 말하는 온갖 광고들이 끊임없이 쏟아지면서 우리의 의식을 지배합니다. 심지어 요즘은 나이대로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심각한 자기비하이며 몇 살로 보이기를 원하는지 말만하면 그대로 이루어 주겠다는 광고도 허다합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미워하게 만들면서 화면 속의 모델처럼 예쁘고 날씬해야 행복하다고, 넘쳐나는 상품을 소유하고 소비하면서 행복을 느끼라고 온 세상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도 지금 당장 돈이 없어도 외상으로 누릴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지요. 그러는 사이 우리는 스스로의 생각, 느낌, 활동의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존재 한다기보다 상품을 소유하고 소비하기 위해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살기 위해 자신의 지식, 노동력, 몸과 영혼을 파는 소외된 존재가 되어갑니다.

우리 사회도 1980년대 이후로 대중적인 소비문화가 지배적 생활양식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온 나라

가 음식물을 비롯한 각종 생활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해결의 지름길이 그렇듯 오늘날의 자원고갈, 환경오염의 원인을 잘 따져 우리의 생산과 소비, 폐기 방식을 바꾸어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신중하게 선택하고 오래도록 아껴 쓰는 문화를 우리 개인의삶에서부터 다시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을 쓴 윤선주 님은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일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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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와 소비자
힘 모아 함께 지키는
한살림 한우

 

2008년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재개되면서 촛불집회가 벌어졌을 때, 설령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시작되더라도 광우병을 걱정하면서까지 미국 소고기를 소비하는 이들이 많을까? 생각한 이들이 적잖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통계자료를 보면 미국산 소고기는 2007년 1만4616톤에서 2012년 9만9929톤으로 수입량이 크게 늘었다. 한우 사육농가는 2012년 9월 15만7천 가구에
서, 2013년 9월 13만8천 가구로 불과 1년 만에 2만 가구 가량 줄었다. 한우 평균가격이 2007~2011년 마리당 525만 원에서 2012년 466만4천 원으로 크게 떨어진데 비해 국제 곡물가와 함께 사료값이 많이 올라가 한우 사육을 포기한 농가가 늘어난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피해를 입은 한우농가에 FTA 피해 직불금을 지불하겠다고 했지만 대다수 농가들은 그 보상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한우’ 자체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다행히 한살림 한우는 시장의 이런 분위기와 달리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며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한살림이 애초에
시장체계를 넘어서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협력하며 책임생산 책임소비를 위해 노력해 왔고 사료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온 점도 반영된 때문일 것이다. 가격 등락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시장의 생리를 생각하면 시중 가격이 하락해도 한살림 한우를 꾸준히 선택하는 것은 당장 눈앞의 금전적인 이득만이 아니라 물품에 담긴 우리 농업과 지구환경, 구체적으로는 농민 생산자를 위해 이들을 신뢰하고 생산 활동이 지속되도록 응원하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 기사는 2·3면에 이어집니다.

사진 문재형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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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생활’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이 일정한 환경에서 어떤 활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일’이나 ‘물질적 측면에서 사람이 먹고 입고 쓰면서 사는 일’이라고 나옵니다. 즉, 사람의 ‘생명활동’을 줄인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하고 쉬고 먹고 싸고 잠자는 모든 삶의 과정을 말하는 거지요.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모든 생명활동이 왜곡되어 왔습니다. 먹고 사는 일은 본래 음식을 먹
고 이를 소화시켜 삶의 활력을 얻고 남는 것은 똥, 오줌으로 나오는 순환과정입니다. 그런데 이 순환이
막혀 퇴비로 활용되던 똥, 오줌은 버려지고 생명의 순환질서는 파괴되었습니다. 단절된 상태에서, 모자라는 영양분은 화학비료 같은 것들을 기계적으로 만들어 메우는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마찬가지로 생명활동의 하나이던 일이 돈을 받고 파는 노동으로 전락합니다. 동남아시아 섬 지역 사람들의 예에서 보듯, 수렵과 채취, 얼마간의 농사를 통해 자립하며 살던 사람들이 자본에 의해 조성된 대규모 사탕수수나 바나나 농장의 노동자로 전락해 노동력을 팔아야만 겨우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일이 왜곡되고 있습니다.

쉬고 잠자는 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주식시장을 보면 서울 증시가 폐장되는 시간에는 런던과 뉴욕 증
시가 시작됩니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24시간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자본의 질서 아래서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원칙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셈이지요. 심지어 휴가를 가면서도 휴대용 컴퓨터를 갖고 갈 정도입니다. 또, 학교라는 제도적 교육 기관에서 꼬박 성실하게 교육을 받았는데도 막상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방법이나 지혜에는 무지해 자신이 먹을 음식을 만들 줄 모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율적인 사람은 학교 교육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온 동네의 잔치이던 결혼, 출산은 물론 어른을 모시거나 장례를 치루는 일도 시장이나 자본에 잠식당한 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생명운동은 삶의 영역에서 자율성을 회복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장이나 국가에 의해 일방적
으로 조정되던 생활영역을 스스로 만들고 창조하는 일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시장경제에 맡기던 식생활 영역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대하고 협동하며 재창조하는 생활협동운동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일용행사(日用行事) 막비도야(莫非道也) 혹은 일용행사 막비시천주야(莫非侍天主也)라는 말이 있습
니다. “우리의 일상, 생활에 도(道)아닌 것이 없다, 한울님을 모시지 않은 것이 없다”는 해월 선생의 말씀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이 바로 도를 실천하는 장이며 한울님과 만나는 자리라는 말입니다. 예전에 김지하 시인은 ‘일상과 혁명의 통일’, ‘밥과 명상의 통일’이라고도 불렀는데요, 혁명은 먼 미래의 결정적 시기에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내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구현되어야한다는 말이지요. 생명운동이 이루어지는 실천의 장이 바로 ‘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 자본주의 시장 시스템에 의해 왜곡된 생명활동, 생활을 회복하는 것이 생명운동의 기반입니다. 따라서 생명운동에서 ‘생활’에 대한 강조는 필연적인 것이지요. 한살림이 태동부터 생활, 삶의 모든 영역을 살리는 일을 운동의 가치로 삼고 그 운동의 주체를 생활자, 주부로 세운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글을 쓴 윤선주 님은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일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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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순리대로 성장촉진제 없이
달고 시원한
한살림 배

 

가을, 오곡백과가 무르익는다. 우리네 밥상에도 햅쌀과 사과 배, 밤과 대추, 버섯…, 진수성찬이 가득하다. 달고 시원한 맛을 자랑하는 배는 가을을 대표하는 과일이다. 차례상에 오르는 ‘조율이시(棗栗梨枾 대추, 밤, 배, 감)’ 의 하나로 예부터 우리 민족에게 사랑받아왔지만 안타깝게도 요즈음 시중에 유통되는 배들은 성장촉진제인 ‘지베렐린Gibberellin’을 꼭지에 바른 게 대부분이다. 인체에 크게 해롭지 않다고들 하지만 성장촉진제로 키운 배는 단맛이 덜하고 무른 편이며 저장성이 약하다. 이 역시 자연을 거스르는 인위적 조절이기에 그 자체로도 문제가 있다. 한살림에 공급되는 배에는 지베렐린 따위의 성
장조절제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햇볕을 충분히 쬐이며 생산자들이 갖은 정성으로 키워낸 것이 한살림 배다.

- 기사는 2·3면에 이어집니다

사진 문재형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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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밭도 그다지 사정이 좋지 않았다. 넓은 밭에 언뜻 보면 코스모스 잎과도 비슷한 당근 잎들이 초록물결처럼 하늘거리는 게 참 예뻐 보였다. 그러나 잘 컸는지 확인할 요량으로 쑥 당겨보면 뿌리가 물러서 줄기만 당겨올라오는 일이 적지 않다. 이 역시 장마 탓이다. 장마에 연이은 폭염 때문에 자리는 것도 더디다. “제주와 여주에서 공급하던 당근이 출하가 끝나 이제 이 지역에서 얼른 뽑아서 조합원들에게 공급해야 하는데, 덜 자라고 맛도 덜 들어서 8월 말이나 돼야 수확이 가능할 것 같네요.” 장성봉 생산자의 푸념 속에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38선 너머에서 나는 귀한 한살림 먹을거리
양구연합회가 있는 강원도 양구 해안면으로 가려면 38선을 넘어야 한다. 민통선 북방, 출입증이 있어야만 드나드는 게 가능했던 마을이었는데 20년 전 비로소 민간인 출입통제가 풀렸다고 한다. 산업시설이 없어서 맑고 깨끗하며, 높고 낮은 산들에 둘러싸인 분지 지역이다. 을지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움푹 들어간 곳에 마을들이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어 특이한 모습이다. 6·25 당시 이곳을 본 미군들이 ‘펀치볼’같이 생겼다 해서 펀치볼이라는 별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살림 양구연합회는 2012년 홍천연합회로부터 분화되어 꾸려졌다. 한살림에 잡곡을 내기 시작하면서 홍천연합회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는데 홍천연합회에서 내는 잡곡의 80% 가량이 양구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한다. 한살림과 만나기 전에는 일반 업자들에게 물품만 내고 돈을 떼이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양구에서는 20여 가구의 생산자들이 양상추, 양배추, 브로콜리, 수박, 오이, 미니파프리카, 무, 당근, 감자, 잡곡, 쌀 등 정성껏 기른 것들을 조금씩 한살림에 내고 있다.




긴 장마 폭염에 몸살 앓은 여름 채소 산지

바람도 숨을 죽이는 한여름에는 밥상에 올릴 채소들도 참 귀하다. 연중 내내 조합원들에게 안정적인 공급을 하기 위해 한살림의 생산지는 제주에서부터 강원도까지 고르게 자리 잡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점점 유난스러워지고 있는 무더위 때문에 다른 지역 여름 채소류 생산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한여름에도 비교적 서늘한 양구, 홍천 지역에서 나는 채소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계속 쏟아진 비, 연이은 폭염 때문에 이 지역 채소 생산은 많은 피해를 입었다.홍천연합회도 비 피해가 심각했다. 물에 잠겼던 경지의 작물들이 그대로 말라 죽어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제대로 영글지도 못하고 말라죽은 단호박, 녹아버린 열무, 병에 걸린 고추, 누렇게 끝이 타들어간 중파…. 그래도 중파를 살펴보려고 애를 쓰는 이봉연 생산자는 “제가 이렇게 농사짓는 솜씨가 부족하네요.” 하며 씁쓸하게 웃는다. 하늘이라도 원망하고 싶어지는 광경을 눈앞에 두고 하는 이 말에 가슴이 여간 아프지 않았다.
소비자 조합원이기도 한 나는 간혹 여름채소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타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여름 폭염을 뚫고 길러낸 여름 채소들이 조합원들께 도달하기까지도 수많은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견뎌낸 채소가 우리 밥상에 오르는 일.
새삼 밥 한 그릇에 온 우주가 들어있다는 말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생산자는 책임생산

소비자는 책임소비
최근에는 사정이 좀 나아졌지만, 장마철에 한살림 채소를 이용해본 조합원은 이것들이 얼마나 귀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먹고 싶은 채소를 사려고 장바구니를 들고 동네 한살림 매장을 찾을 때면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여야 할 때도 있다. 채소가 귀할 때는 이러다가도, 공급이 원활해지고 시중 가격이 낮아지면 은근히 그쪽으로 눈길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장맛비와 폭염,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예측하기 힘든 날씨를 이겨내고 ‘책임 생산’을 완수하고 있는 생산자분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시중 가격이 폭등한다고 생산자들이 생산과 공급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것처럼, 가을이 다가오면서 밥상에 오를 채소들이 풍성해지면서 고개를 드는 셈 빠른 마음을 스스로 경계해야겠다. 나는 도시에서 장바구니로 함께 농사를 짓고 있잖은가. 책임 소비를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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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풍류를 아는 민족이라고 전해져옵니다. 우리 춤을 생명운동 차원으로 끌어 올린채희완 선생은 한국고대사상의 한 상징인 풍류도는 천부경(天符經), 화랑도(花郞道)에서 그 시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풍류도를 가장 정확하게 전해주는 것은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의 난랑비서(鸞郞碑序)의 글인데요, 접화군생(接化群生)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접화군생이란 사람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동식물과 우주만물, 흙, 바람, 공기, 티끌까지도 마음 깊이 사귀어 경계를 없애고 서로 완성되고 해방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흔히 아주 가까운 사이를 말할 때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 합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두 사람, 혹은 여럿으로 보이지만 그들 사이에 생각하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아무런 경계가 없어 한 마음, 한 몸이라는 거지요. 다정한 연인이나, 부부 혹은 절친한 친구사이를 이렇게 말합니다. 보기에도 한 몸 같은 뱃속의 아기와 엄마는 말 할 것도 없겠지요. 좀 더 의식을 확장해보면 우리 아이가 잘 자라려면 우리 아이에게만 관심과 애정을 쏟아서는 안 되겠지요. 그 아이가 자라면서 만날 무수한 다른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보이지 않는 그물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옆에서 헐벗고 굶주리는데 나 혼자만 잘 산다면 행복해지기 어려운 일 아니겠어요? 나와 나 이외의 사람들이 우리가 되어 함께 생각과 생활을 나누며 사회 전체를 좋은 방향으로 진전시키는 것을 사람사이의 접화군생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사람들끼리만 잘 산다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요? 인디언 문화에서 현대문명의 대안을 찾는 서정록 선생은 우주 만물이 순환하는 존재이므로 모든 존재는 하나의 생명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 생명세계의 그물망을 샤머니즘에서는 모든 사물이 영혼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그 영혼의 울림과 떨림이 현상으로 드러난 것을 바람, 흐름, 결이라 하는데 바로 그것이 최치원 선생이 말한 풍류이며 그 근본원리가 접화군생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우리를 둘러 싼 모든 자연과 서로 만나고 변화하고 존재를 섞으면서 살아갑니다. 모든 존재가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이 그렇고 모든 존재에 나뉘어 들어가 있다가 언젠가는 바다에서 다시 만나고 다시 무수한 생명으로 그 모습을 바꾸며 돌고 도는 물이 그렇습니다. 내가 지금 들이마시는 공기는 아프리카의 영양이 내쉰 숨일 수 있고 마시는 물에 오래전 황새가 마셨던 물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늘 한다면 이 세상이 나와 같이 소중하고 신성한 것으로 가득 차 있음을 느끼게 되고 우주만물과 하나 되는 접화군생의 풍류도를 일상적으로 살게 되는 것이겠지요.

외국의 유명한 연주자들이 한국에서 공연을 할 때 늘 감탄하며 "이렇게 열렬한 반응은 처음이다"라고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팔짱끼고 앉아 냉정하게 듣는 게 아니라 교감하며 마치 연주자와 한 몸처럼 감흥을 나눈다는 말이지요. 월드컵 경기 때의 거리응원은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런 일들이 우리 민족이 놀라운 교감, 감동, 감화, 진화시킬 줄 아는 뛰어난 풍류를 체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합니다.
자연을 축소시켜 분재로 만들고 정원을 만든 일본과 달리 울 밖의 자연을 내 것인 양 만끽하며 살았던 조상의 후예답게 소유와 상관없이 넉넉한 마음으로 사는 것도 멋있게 놀다가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글을 쓴 윤선주 님은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일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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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도 먹고 뿌리도 먹고, 몸에도 좋은 잔대나물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핀 뒤 석 달이 지나면 첫 서리가 온다고 해요. 얼마 안 있으면 이 무더위도 끝이 나겠지요? 광복절에 독립기념관에 가면 다양한 무궁화 꽃 전시회를 하곤 했는데 올해도 하는지 모르겠네요.

요즈음 들녘엔 뿌리 식물인 잔대와 도라지, 더덕 꽃이 한창입니다. 이 가운데 잔대는 도라지나 더덕과 달리 잎도 먹을 수 있는 나물이지요. 다만 이맘때에는 봄철과 달리 잎이 억세져 뿌리만 먹는답니다. 잔대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평지와 산등성이에 군락을 이룹니다. 잔대는 종류가 10가지가 넘을 정도로 참 다양한데요. 그만큼 잎 모양도 둥근형, 피침형, 털이 있는 것 등으로 다양하답니다.

잔대의 어린순은 다른 나물처럼 데친 후에 된장이나 초고추장으로 양념해 먹습니다. 생으로 먹으면 잔대 고유의 맛과 향을 더 즐길 수 있지요. 잔대 뿌리는 도라지와 달리 쓴맛이 없고, 단맛이 강해 따로 물에 우릴 필요 없이 바로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더덕이나 도라지처럼 무침을 해 먹거나 구이를 하면 맛이 참 좋지요.

옛 문헌에 따르면 잔대는 백가지 독을 푸는데 효과가 있답니다. 잔대 말린 것은 사삼(沙參)이라고 하며 한약재료 널리 쓰는데요. 이로운 점이 많아서인지 민간요법에서도 다양하게 쓰입니다. 산후통에는 늙은 호박 속에 잔대를 넣고 삶아 그 즙을 복용하고, 닭이나 가물치에 잔대를 넣어 함께 먹으면 도움이 된답니다. 뿌리에는 사포닌 성분이 있어 기침을 멈추고 가래를 없애는 데에도 그만이고요.

마당에 있는 감꽃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어느 사이 감나무 잎 사이로 오백 원짜리 동전만한 동글동글 감송이가 얼굴을 내밀고 있네요. 올해도 변함없이 아침을 여는 새소리와 낮잠을 깨우는 매미들의 합창, 그리고 마당 한편에 있는 감나무 그늘에 시원한 바람까지…. 주위에 있는 많은 것들에 감사하며 이번 나물이야기를 마칩니다.

 

-------------------------------------------------------------------------------------글을 쓴 김주혜 님은 평소 산나물과 산야초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가져왔습니다. 현재는 한살림청주 이사장으로, 한살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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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밥은 먹어야 합니다.
북한어린이돕기에 모인 한살림서울의 갸륵한 뜻

황미희 한살림서울 길음매장 팀장



12월은 춥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것들이 더 필요하고 그리운 계절입니다.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북한어린이돕기 모금행사가 한살림서울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속한 북동지부 7개 매장에서는, 각 매장 별로 목표액을 정해놓고 일을 시작해 보자며 의욕적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떡 판매와 폐식용유로 만든 빨래비누 판매, 활동가들이 틈틈이 떠오는 환경수세미 판매는 모금행사가 있을 때면 언제나 등장하는 단골메뉴로 이번에도 어김없이 많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거기다 올해는 추운 겨울에 유용한 질 좋은 수면양말을 떼다 판매해보자는 의견이 있어서 판매를 해봤는데 조합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또한, 몇몇 매장에서는 하루 날을 잡아 활동가들이 온갖 솜씨를 부려 정성껏 만든 잡채, 김밥, 떡꼬치, 호떡, 밑반찬 등을 판매하는가 하면 어떤 매장에서는 일주일에 하루씩 날을 정해 국이며 밑반찬, 간식거리 등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 매장에서는 연말 장식으로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의 퀼트를 만들어 매달아 놓았는데 판매를 요청하는 조합원이 있어서 급하게 몇 개를 팔아 성금에 보태기도 했답니다.

날이 갈수록, 해마다 사용하는 투명모금함에 조금씩 성금이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지폐를 넣어주시는 분, 거스름돈을 넣어주시는 분, 양말을 사시고 거스름 돈 5천원을 그대로 넣는 분들까지... 따뜻한 마음과 손길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바라볼 때면 음식 할 때 힘들었던 일, 수면양말을 준비하며 고생했던 일, 환경수세미 뜨면서 지루했던 일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활동가로서의 보람을 느끼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들이 모아지고 따뜻한 손길로 이어지고 북녘 어디선가 배를 곯아 죽는 아이들에게 전해져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일까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동참해주시고 애써주신 조합원, 활동가 분들 모두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1년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동안 북한어린이돕기 모금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총 모금액은 52,027,619원으로 국제빈민구호단체인 JTS를 통해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전달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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