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F로 보기 2014. 11. 24. 15:43





임락경


어릴 적 부모님께 곡식을 소중히 하지 않고 함부로 하면 천벌 받는다는 말씀을 들으며 자라왔다. 지금도 허리를 꺾고 마당에 흩어진 곡식을 낱낱이 손으로 줍고 있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성스럽게까지 느껴진다. 어릴 적에는 종일 다 주워 모아도 얼마 되지 않는데 왜들 저러실까 싶기도 했다. 내가 농사를 지어보니 고생해서 심은 모가 잘 자라 꽉찬 알곡으로 여무는 모습은 장성한 자식마냥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곡식은 곡식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주곡과 잡곡으로 분리했고, 주곡을 쌀로 삼고 살아왔다. 잡곡이 주곡인 나라도 있고, 우리나라도 지방에 따라 달랐다. 산간지역은 논이 적어 쌀이 귀했고, 제주도 역시 좁쌀이나 기장이 주식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강원도 역시 옥수수가 주곡이었다.

나는 평야에서 자랐어도 집이 가난해서 주식이 보리밥, 좁쌀밥이었고 쌀밥은 특식이었다. 지지리도 못살던 1972년, 폐결핵 환자들과 고아들과 같이 살 때였다. 그렇게 기막힌 세상을 어떻게 살아냈을까, 잘 믿기지 않겠지만 그때는 쌀이 귀했던 시절이라 쌀 대신 보릿겨와 두부집에서 콩비지를 사다 먹었다. 미국에서 원조물자로 나온 강냉이가루로 온 가족이 끼니를 때우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가축사료용이었다. 오죽했으면 14살 된 어린 여동생은 찬송가를 부를 때면 “내 일생 소원은 늘 쌀밥 먹고서 배부르게 살아보기 원합니다.”라고 간절히 가사를 바꿔 불렀을까….

그랬다. 쌀은 모든 생활의 기본이었고, 오롯한 피붙이나 마찬가지였다. 1960년대 초반까지 쌀이나 벼를 가지고 토지나 집을 매매했었다. 논 한 마지기에 쌀 20가마. 어떤 산골짜기 논은 6가마였다. 쌀이 곧 금융이었던 셈이다. 어릴 적 집이 가난해서 정월 무렵이 되면 식량이 바닥나곤 했다. 어머니께서 친척아주머니 댁에 가셔서 5월 달에 모내주기로 하고 미리 품삯을 받아오셨다. 하루 품삯이 쌀 1되, 즉 400g이었다. 

머슴 새경도 쌀이었다. 종제도가 일제 말에 없어지고, 광복 이후에는 머슴 제도로 바뀌었다. 집사처럼 모든 일을 처리하고 무엇보다 농사일을 도맡아 하면서 다른 머슴들까지 통제하는 상머슴의 1년 새경이 12가마였다.

1969년, 군을 제대하고 이곳 강원도에서 살았다. 제사 때가 되면 이웃집에서 떡제사냐 밥제사냐 묻는다. 쌀이 적어 떡과 밥을 같이 할 수 없고, 제사 때 찧어 떡을 해서 제사를 지내느냐 밥을 해서 지내느냐를 결정지었다 .

유기농 외국쌀이 아무리 들어온다 할지라도 유통과정에서 쉽게 변질이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보관이나 유통과정에서 소홀히 하면 자칫 변질될 수 있는 살아있는 국산 유기농 쌀과 비교해 보면 무슨 뜻인지는 말 안 해도 잘 알 것이다. 

신토불이란 한마디로 ‘제철에 제 땅에서 난 먹을거리를 먹자’는 것이다. 제 땅, 제 하늘 아래서 난 음식을 먹어야 몸의 기 순환이 상충이 안 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쌀이야말로 대표적인 신토불이 메신저인 셈이다. 신토불이 원리에서 우리 쌀을 다시 바라보면 좋겠다.


글을 쓴 임락경 님은 강원도 화천 ‘시골집’에서 장애인들과 오랫동안 같이 생활했던 경험으로 《먹기 싫은 음식이 병을 고친다》, 《흥부처럼 먹어라 그래야 병 안 난다》, 《돌파리 잔소리》 등의 건강 관련 책을 냈습니다. 매년 ‘임락경의 건강교실’을 열어 건강한 먹을거리와 삶에 대해 나누고 있습니다. 그동안 화천군친환경농업인연합 창립회장, 북한강유기농연합 초대회장, 정농회 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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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에 현미국수를 내는 효자원식품은 1993년부터 도토리, 녹두 등 전분류 물품을 생산하면서 전문성과 기술력을 쌓아온 생산지입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 의지로 첨가물 없이 쌀과 소금만으로 쫄깃한 국수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 등록을 했지만, 수입 밀로 만든 값싼 국수가 선점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러다 건강한 먹을거리와 식량 자급에 관심이 많은 생협에 알려져 지난 5월부터 한살림서울 지역 물품으로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무농약 현미(98%)와 볶은소금(2%)으로만 만들어져 밀가루나 글루텐에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들도 건강하게 즐길 수 있고, 스파게티 면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많은 조합원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한살림서울 가공품위원회에서는 현미국수를 보다 쫄깃하게 삶는 방법과 요리방법을 직접 연구해 물품포장지에 안내하였습니다.
현미국수는 일반 국수보다 물을 많이 넣고(500g 기준, 2,500CC) 삶은 뒤 불을 끄고 2~3분간 뜸을 들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찬물에 매끈해질 때까지 헹구면 스파게티 면으로도 훌륭합니다. 현미국수로 영양가득 스파게티, 비빔국수, 잔치국수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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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스럽더라도 더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듭니다

-햇살나눔, (주)우리밀

글·사진 신지연 한살림성남용인 가공품위원


가을비 쏟아지던 날, 한살림성남용인 가공품위원회는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한살림 햇살나눔과 (주)우리밀에 다녀왔습니다. 한살림에 밥풀과자, 현미콩고물과자, 현미카레과자를 공급하는 햇살나눔은 사회적 기업으로 생산자 분들 중 한 분은 청각 장애인, 두 분은 지적 장애인이었고 횡성군 임대공장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입맛이 까다로운 제 딸을 사로잡은 밥풀과자 제조 공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비결은

동물성 원료인 젤라틴을 전혀 넣지 않고 쌀 조청과 유기 설탕만으로 과자를 만드는 데 있었습니다. 젤라틴을 넣으면 생산 비용도 줄고 과자의 형태를 잡기도 쉽지만, 건강한 먹을거리와 깔끔한 맛을 위해 수고스럽더라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밥풀과자가 조금 부스러지고 모양이 깔끔하지 않더라도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그렇구나 생각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먹어야겠습니다. 현재 감자칩 등 새로운 물품을 준비 중이라고 하시는데, 기대가 큽니다.

한살림에 두부과자, 마늘빵과자, 하늘바다새우 같은 과자류와 우리밀빵가루, 부침가루, 튀김가루 등의 가루류를 공급하는 (주)우리밀은 과자류를 생산하는 공장 1개동과 가루류를 생산하는 공장 1개동, 그리고 직원들의 휴식 공간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주)우리밀은 생산지 이름처럼 우리나라에서 자란 우리밀 주원료로 하고 한살림 기준에 맞게 좋은 원료를 사용해 물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자를 만들 때 사용하는 기름의 산도 기준도 무척 까다로웠습니다. 산도는 기름이 산화할 때 생기는 지방산의 양을 나타내는 수치로, 기름의 신선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법적 폐기 기준은 산도가 2.5이지만 (주)우리밀은 산도가 1이 넘으면 폐기합니다. 요즘 식량주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우리밀은 어떨까 공장장께 여쭤보았더니 자급률이 3% 수준이라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우선은 나부터 우리밀이 들어간 물품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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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묵나물 만들기 지금이 적기랍니다


날씨가 좀 더 추워져 채소들이 하나둘 공급중단 되기 전에 갖가지 채소를 말려보세요. 겨울에 먹으면 참 별미죠. 말릴 때는 햇빛도 중요하지만 바람이 잘 통해야 잘 마릅니다. 말린 것은 종이가방에 담아 바람이 통하고 서늘한 곳이나 냉동실에 보관하면 좋습니다.

 가지말림 꼭지부분에서 4~6조각으로 길게 잘라 옷걸이에 걸어 말립니다어슷하게 썰어 말리는 것보다 길게 자른 게 식감이 좋습니다.

토란대말림 고무장갑을 꼭 끼세요맨손으로 만지면 아릴 수 있으니까요겉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어슷어슷 잘라 말립니다나물로 먹고 육개장이나 생선조림을 할 때 이용하지요.

고구마순 껍질을 벗기지 않고 끓는 물에 넣은 뒤 30초 정도 뒤적인 다음 건져 내 말립니다껍질은 나중에 물에 불려 삶은 뒤 벗기면 쉽게 벗겨지지요나물로 먹고 생선조림에도 어울립니다.

애호박 5mm 정도 두께로 썰어 채반에 널어 말립니다생호박 대신 된장찌개에 넣거나 조림을 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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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버리는 마음농사

“농부답게 농사만 신경 쓰고 살면 좋겠네요.”

이호엽·누엔흥감 경남 산청연합회 금호골지회 생산자 부부

벼가 누렇게 익은 들판. 논마다 여름내 채워놨던 물을 다 빼 놓았다. 콤바인이 들어갈 수 있게 흙바닥을 말리고 있는 모습은 수확이 코앞이라는 걸 알려준다. 공영방송의 유기농 비판에, 정부의 쌀 시장 전면 개방 발표까지 올해는 한살림 농부 마음이 편한 날이 없다. 그래도 한 해 동안 애썼던 결실을 눈앞에 두니 부부는 볏단 가득 품에 안고 미소 짓는다. 한살림 생산자였던 부모님의 유기농 논을 이어 받은 지 10년째. “밥맛이야 각기 입맛 따름이고, 농약 없이 기르긴 했지만 뭐 특별한 게 있겠어요?” 부모님 하시던 대로 사람하고 땅에 해로운 거 안 뿌리고 부지런히 농사짓는 게 다라고 한다. “보통 논농사 짓는 거에 비하면 힘이 배로 들긴 하죠. 약 뿌리면 끝인데, 우리는 우렁이랑 같이 손으로 풀 뽑고 그러잖아요.” 좋은 먹을거리 내니 소득이 크지 않아도 맘은 편하게 농사지어왔다. 그런데 개쌀방 이라니 앞으로가 걱정이란다. “벼농사 계속 지을 수 있겠죠? 농부답게 농사만 신경 쓰고 살면 좋겠네요.” 평생을 농부로 살아 온 부모님의 그 세월만큼 앞으로 생명 먹을거리만 신경 쓰고 살고 싶다는 그의 ‘욕심을 버리는 마음농사’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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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한살림연합 소식지 창간과 더불어 ‘살리는 말’을 연재하기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넘었습니다. 한살림 안에서 자주 하고 듣던 익숙한 말들을 막상 조합원의 마음과 생각으로 풀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매번 소식지를 받아 볼 때마다 조금 더 잘 썼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미련이 남았지요.

풀어 쓴다면서 오히려 명료한 말을 제 나름의 해석과 모자란 능력으로 저녁 안개 자욱한 풍경처럼 흐려놓은 일도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치 고쳐보겠다고 덧칠해서 처음에 무얼 그렸는지 모르게 된 그림처럼 말이지요. 평소에 제 생각과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후회하면서 한편으로는 자, 이제부터라도 잘 하자고 다짐 하는 일이 되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채로 연재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독자들이 느끼셨을 답답함과 달리 제게는 보람있고 즐거운 시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오랜만에 『한살림 선언』을 다시 읽었고 언젠가 시간이 나면 읽으리라 하고 사 두었던 책들도 읽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가’ ‘무엇을 위해 이리 바쁜가’ ‘지금 여기에 온전히 있는가’ ‘우리 가는 길의 끝이 어디여야 하는가’ 같은 좀처럼 하기 힘든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하루 벌어 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사람처럼 눈앞에 닥친 급한 일만 해결하느라 바빴던(혹은 그렇게 믿은) 제게는 선물 같은 시간이기도 했지요. 그러면서 공부가 이렇게 부족한데 어쩌자고 연재 제안을 받아들여 사서 고생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기도 했고 생전의 우리 어머니가 제게 자주 해주신 “사람 몸 가운데 눈이 제일 게으르단다.”는 말씀이 생각나서 웃기도 했답니다.

사실, 그동안 『한살림 선언』은 우리에게 아주 귀하지만 자주 볼 수 없는 보물과 같은 존재였을지 모릅니다. 장롱 깊숙이 넣어 두고 내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 말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그 보물을 가까이 두고 자꾸 어루만져 손때로 윤기가 돌게 할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몸에 지녀 마치 나와 한 몸인 양 자연스러워야 한다고요. 그러다 보면 어느덧 우리 몸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대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스승들이 파괴와 죽임의 세계에서 모심과 살림으로, 생명과 평화로 새로운 길을 내었고 그 길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고 우리 삶으로 넓혀 모두가 걷는 길로 만들어 나가는 것처럼 말이지요.

저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고 믿기도 합니다. 쪽에서 나온 푸른 물감이 본래의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나다는 비유로 곧잘 쓰이지요. 지금은 선언에 나오는 말을 풀어 쓰지만 우리 모두가 살리는 말을 나의 말로 자유자재로 쓰고 듣고 새롭게 만드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희망과 빛이 될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갈 것이라는 기대도 합니다.

이 작업을 통해 제가 자란 것처럼 여러분도 그러셨기를 감히 바랍니다. 그 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면 개편으로 살리는 말 연재는 이번 호에서 마무리합니다. 3년 넘게 한살림의 말들을 꼭꼭 씹어 생기있게 해석해 준 윤선주 이사께 감사드립니다.

글을 쓴 윤선주님은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활동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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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가을 풍성한 먹을거리 가지 고구마 고추


글 문재형박지애 편집부·사진 문재형 편집부, 류관희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하다. 엊그제만 해도 매미가 목청껏 울더니, 벌써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온갖 곡식들이 무르익는 이때, 군침 도는 먹을거리만큼 몸과 마음을 풍족하게 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 탐스러운 보랏빛을 자랑하는 가지, 단맛만큼 영양도 풍부한 고구마, 우리 집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고추. 자연의 선물들로 가을밥상을 차려보자.


탐스러운 보랏빛 유혹

가지

가지는 아시아 남·동부, 오늘날의 인도 일대가 원산지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중국을 거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되며 중국 송나라 때 책인 『본초연의(本草衍義)』에 신라에서 가지를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보통 가지는 1년 생으로 여기지만 겨울이 없는 열대지방에서는 여러 해 동안 자라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재배하는 만큼 나라마다 가지 요리도 다양하다. 일단, 우리가 흔히 먹는 가지나물과 가지볶음이 있고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튀김을, 터키에서는 가지 속에 쌀과 고기 등 온갖 양념을 넣어 삶아 먹는다.

가지의 탐스러운 보랏빛은 몸에 좋다는 안토시아닌의 상징이다. 안토시아닌에는 우리 몸이 노화되는 것을 막아주고 시력을 보호해주는 항산화성분이 들어 있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운동을 활성화시켜 숙변을 제거하고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준다.

한살림 가지 생산지는 충북 청주·보은(토종), 충남 아산, 강원 홍천·양구일대다. 모두 3종류가 공급되는데 길이가 길고 두께가 다소 얇은 장과형과 길이가 짧고 두께가 두꺼우며 끝이 약간 둥근 단과형, 올해부터 공급하고 있는 소뿔 모양의 토종가지가 그것이다.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공급되며 이 즈음이 수확량이 가장 많다. 가지 농사는 이른 봄에 모판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키우면서 시작된다. 모종은 한 달 반 정도 비닐이나 부직포 등으로 덮어주고 세심하게 관리한다. 가지가 어느 정도 자라면 거름을 준 밭에 옮겨 심는다. 가지는 비바람에 쓰러질 염려가 있어 지주를 세우고 끈으로 튼튼하게 묶어줘야 한다.

가지 줄기는 Y자 모양으로 자라나는데 갈라지기 시작한 부분 아래로 난 잎은 모두 솎아주고 처음으로 난 꽃도 솎아준다. 그래야 영양분이 고루 퍼져서 건강하고 열매도 잘 맺을 수 있다고 한다. 제초제 없이 손으로 김매가며 정성을 다하지만 응애나 나방, 곰팡이병이나 흰가루병같은 병충해가 발생해 생산자들의 속을 썩이곤 한다. 친환경자재를 사용해보지만 약효가 강하지 않아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가지를 수확하는 생산자들의 얼굴에는 고마운 빛이 가득하다. 가지의 탐스러운 보랏빛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단맛만큼 영양도 풍부한

고구마

구황작물로도 소중했던 고구마.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후기인 18세기 대마도를 통해 들여와 부산과 제주도에서 재배를 시작했다. 속이 노래 ‘옐로 푸드’로 분류되는 고구마에는 항산화·항암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고구마 한 개를 먹으면 이들 성분의 하루 필요량을 다 채우고도 남는다. 흡연자나 환경오염이 심한 곳에서 사는 사람에게 고구마를 권하는 것도 이 베타카로틴 성분 때문이다. 생고구마를 잘랐을 때 나오는 하얀 즙은 야라핀(jalapin)이라는 성분으로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에 도움을 준다.


한살림에서는 밤고구마, 호박고구마,자색고구마를 공급하고 있다. 생산지는 경기도 여주, 강원도 홍천·원주, 충남 아산·당진, 충북 충주·보은·옥천·영동, 전북 정읍, 전남 무안·해남 등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고구마 농사는 가을에 수확을 하면서 크기가 자잘한 씨고구마용 고구마를 따로 선별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깻묵, 농사 부산물 등의 유기질 퇴비를 뿌려놓은 밭에다 씨고구마에서 싹튼 고구마순을 4월 말에 심는다. 제초제나 농약을 뿌리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풀을 잡기 때문에 들어가는 품과 땀이 적지 않다. 이르면 8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한살림 출하기준에 적합한 50~500g 사이의 고구마를 선별하고, 1주일가량 바람과 햇빛에 말려 수분을 줄이는 한편 상처 난 부위가 자연스럽게 아물게 한다.


송두영 경영란 경기 여주 금당리공동체 생산자 부부

밭에서 캔 지 얼마 되지 않은 고구마는 숙성이 덜 되어 단맛이 떨어지니 냉장보관하지 않고 상온에서 보관하다 열흘 정도 숙성시킨 뒤에 먹으면 좋다. 고구마 껍질에는 영양분이 많이 들어 있으니, 껍질째 먹는 게 더욱 좋다.

  상 필수품

고추

각종 김치와 고추장, 각종 양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추.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다는 설이 일반적이었지만 신라 문성왕 때 쓰인 『식의심감(食醫心鑑)』에서 고추장(椒醬)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걸로 보아 신라시대부터 재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은 몸의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신경통 치료와 체지방 분해에도 탁월하다. 고추는비타민C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피로회복과 감기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강문필 최정화 경북 울진 방주공동체 생산자 부부 

한해 고추 농사는 땅이 녹는 봄부터 준비한다. 고추만큼이나 쑥쑥 자라는 잡초를 뽑고, 탄저병과 역병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모두 농부의 몫이다. 더운 지방이 원산지인 고추는 습한 여름에 병에 걸리기 쉽다. 붉은 고추를 수확하는 것은 가을 무렵이다. 풋고추는 꽃이 핀 뒤 15일부터, 붉은 고추는 꽃이 핀 뒤 45일쯤 지나면 첫 수확을 한다.

붉은 고추가 건고추가 되기까지 또한 번 손길이 필요하다. 붉은 고추를 잘 씻은 다음 볕에 말린 후 건조기에 넣는다. 태양에 고추를 말리면 좋겠지만 일조량이나 일손이 부족해 쉽지 않다. 대신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55℃이하에서 서서히 말린다. 저온으로 말리는 이유는 고추씨가 발아될 수 있는 상태, 다시 말해 생명력이 담긴 물품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생산자 스스로 정한 규정이다. 더 높은 온도로 말리면 고추씨가 발아되지 않는다.

한살림에는 오이맛풋고추, 꽈리고추, 풋고추, 홍고추, 비타민고추, 청양고추, 토종풋고추가 공급되고 있다. 한살림 고추는 무농약 인증이라 해도 유기재배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깨끗한 물에 씻어서 된장이나 고추장에 찍어먹기만 해도 좋다. 특히 오이맛풋고추는 다른 고추에 비해 매운 맛이 덜해서 아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꽈리고추는 볶음이나 조림을 해 먹으면 맛이 더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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