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영휘  한살림연합 식생활교육센터 상근활동가

지난 7월 1~3일 양재동 aT센타에서 ‘음식이 세상을 바꾼다’는 주제로 제1회 녹색식생활교육박람회가 열렸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주최하고, (사)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와 aT(농수산물유통공사)가 주관한 이 행사는 식생활교육의 3대 가치인 ‘환경, 건강, 배려“의 관점에서 식생활교육에 대해 알아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박람회였다.



박람회장에는 세 곳의 홍보관과 여러 단체들이 참여한 체험관이 꾸러졌고, 다양한 부대행사가 진행 되었다. 장대비에도 불구하고 첫날은 어린이집 단체 관람객들이, 주말에는 가족단위의 시민들과 재량학습 특별활동으로 온 청소년들로 북적였다.

식생활교육 홍보관에는 녹색식생활교육홍보관과 체험관(밥상머리 체험, 환경급식 체험, 배려장터 체험)이 설치되어 제철음식 알아보기, 농산물 마다의 탄소배출량 알아보기, 잔반 줄이기 등 식생활 교육이 진행되었고, 관련 단체 부스 체험관에서는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식혜, 떡, 김치, 장아찌 등)과 우리 농산물 시식(사과, 배, 파프리카 등)이 주를 이뤘다.


체험 부스 중 자전거를 직접 돌려서 만든 에너지를 통해 과일 쥬스를 갈아보는 ‘녹색자전거’체험은 상당히 이색적인 프로그램으로 관심이 집중되었다. 또 아이들이 직접 유통기한, 식품표시, 식품마크, 영양표시 등을 찾아서 오려 붙이는 체험, 슬로푸드 문화원이 진행한 오감을 느껴보는 체험이 눈에 띄었다.


한살림에서는 “몸 튼튼! 마음 튼튼! 우리 몸은 우리가 지켜요!”라는 주제로 서울, 경기남부, 성남용인, 충주제천 지역한살림이 함께 체험부스를 운영하였다. 한살림서울에서는 내가 먹는 음료수 속에 들어있는 설탕양을 알아보는 체험을 통해 참가자들이 설탕 과잉섭취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었다. 한살림경기남부에서는 ‘진짜를 찾아라!(인공향과 천연향 알아맞히기)’ 체험을 했는데 아이들보다는 어른이, 그중에서도 남자어른들이 진짜향과 가짜향를 구별하기 어려워했다.


한살림충주제천에서는
원숭이도 안 먹는 바나나우유 만들기’와 ‘씨앗이 짝짝꿍(토종 씨앗 맞추기)’을 진행하였는데 관람객들이 흰 우유에 첨가물을 넣어 시중에 파는 과일맛 우유를 만들어보면서 첨가물에 대해 알게 하고, 토종씨앗에 관한 퀴즈를 통해 토종종자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한살림성남용인이 진행한 ‘무얼 먹어야 하지?(나의 식습관 알아보기)’체험은 질문지를 통해 참가자들의 식습관을 알아보고, 활동가들이 상담을 통해 그에 맞는 대안을 알려 주기도 했다.


한살림교육을 체험한 아이들이나 시민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부대행사로는 사전 진행한 ‘건강간식 레시피 공모전’에서 조영숙 한살림경기남부(군포지부) 조합원이 ‘두부샌드위치’를 제출하여 금상을 받기도 하였다.


양팔 가득 선물로 받은 농산물을 들고 돌아가는 관람객들을 보면서 좋은 먹을거리 소개도 좋았지만 ‘나의 식습관’에 대해 돌아보고 고민해 볼 수 프로그램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이제 첫발을 내딛은 식생활교육의 현주소라 생각하고, 올해의 활동 경험으로 내년 식생활교육박람회를 다양하게 꽃피우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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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는 말|모심과 살림 연구소에서 출간한 모심살림총서 3 <<살림의 말들>>에 수록된 말들을 되새기며 음미합니다.


글|윤선주 · 한살림연합 이사

우리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과 함께 할 때 모신다고 합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거나 선생님을 모시러 가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그런 예이지요.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딱히 상대가 나보다 더 나은 면이 없는데도 모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늘 그를 내 마음에 모시고 무엇을 하든지 그를 중심에 두고 삽니다. 맛난 음식을 먹을 때 옆에 없는 그가 생각나고 아름다운 풍경을 대할 때도 그가 옆에 없어 안타깝습니다. 문득 비 갠 뒤 하늘에 떠오른 무지개를 보면서도 그가 함께 있다면 더 기쁠 거라 생각합니다. 그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내 안에 너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아직 보지도 않고 만나지도 못한 누군가를 모시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아기를 가진 엄마들입니다. 이제 막 아기가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안 그 순간부터 아기 엄마들은 태어날 아기를 모십니다. 좋고 바른 생각을 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예쁜 사진으로 도배를 하면서 뱃속의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바랍니다. 아기를 위해 즐기던 커피도 끊고 아무리 추워도 전자파가 아기에게 나쁘다고 전열기도 켜지 않은 채 겨울을 지내기도 합니다. 물론 앉는 자리, 먹는 음식도 바르고 정갈하게 고릅니다.


아이를 키울 때도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지 늘 생각하고 어쩌다 혼자 집을 나서면 아이가 눈에 밟혀 마음이 바빠지기 일쑤입니다. 아이가 아프면 밤새 옆을 지키고 차라리 내가 아프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이 아이가 자라서 키워 준 은혜를 갚고 내가 한 것처럼 이렇게 모시리라고 믿어서 그럴까요?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은 그 순간 오로지 아이가 건강하기만을 바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자신 안에 품고, 낳고 키우는 모든 부모처럼 누군가를 모신다는 것은 그 근본은 사랑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가를 바라거나 우열을 가리지 않는, 그냥 있는 것 자체를 귀하게 여기고 그 타고난 본성을 탓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면서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모심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 아이 뿐 만 아니라 남의 아이, 세상의 모든 아이를 그렇게 바라보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각자의 방법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사람을 모시는 일인 것 같습니다. 내 아이, 내 가족을 뛰어넘듯이 사람을 넘어 우리와 함께 지구별에 깃든 모든 생명과 바위, 모래, 시냇물, 솔바람과 그늘까지도 그들이 제 자리에 잘 있도록 마음을 쓰는 일은 아마도 온 우주를 향한 극진한 모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을 쓴 윤선주님은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일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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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황규태 조합원

한살림연합 소식지의 ‘잊히지 않는 밥 한 그릇’이라는 사연을 읽다가 문득 제 어린 시절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어렸을 때 우리집은 어찌나 가난했던지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난’, ‘배고픔’이란 단어 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여섯 식구는 무작정 완도에서 서울로 상경하였고, 아버지께서는 완도에서 수산업을 하셨었기에 서울에서 조그만 생선가게를 내어 4남매를 어렵게 키우셨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저에게 한 친구가 다가왔습니다. 정말 친하게 지냈고 짝꿍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점심시간만 되면 꼭 학교 밖으로  나가버려 도시락은 늘 다른 친구와 먹게 되었습니다. 내일부터는 꼭 나랑 같이 밥을 먹자고 다짐을 받아도 여전히 점심시간만 되면 밖으로 나가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아침부터 오늘은 꼭 점심을 같이 먹자고 말하더군요. 정말 반가웠고, 한편으로는 그 친구의 도시락 반찬이 잔뜩 기대하되면서 매일 김치만 싸오는 제 자신이 조금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기다리던 점심시간. 저는 책상 위에 도시락을 놓고 먹고 있는데, 이상하게 그 친구는 책상 밑에 도시락을 숨겨놓고 숟가락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 왜 그래? 왜 밥을 숨겨놓고 먹니?”했더니, 그 말을 들은 다른 친구 녀석들이 그 친구의 책상 밑을 뒤지고서는 마구 놀려댔습니다. 놀랍게도 밥을 주발에 담아서 비닐로 덮어 싸온 것이었습니다. 너무 창피해하며 그 자리에서 엉엉 울던 그 친구가 저는 어찌나 불쌍하던지. 도시락통 하나 살 형편이 못되어 밥을 주발에 싸왔다는 그 친구의 말에 동병상련의 감정이 느껴져 눈물이 났습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그 친구와는 더욱 친하게 지냈지만, 중학교를 가면서 헤어져 30년이 지난 지금은 이렇게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네 아이의 아빠입니다. 어릴 적 가난했던 집안형편 때문에 배불리 먹어보지도 못했고, 따뜻한 보살핌도 받아보지 못한 저는 제 아이들만큼은 좋은 음식, 좋은 생각을 심어주고 싶어 한살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공동체를 느끼게 하는 다양한 체험 활동과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전해주는 한살림에 깊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한살림 안에서 쑥쑥 커가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 문득 저의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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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편집부

고기가 흔해져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시절이 되었다. 고기가 있어야 제대로 차린 밥상이라는 생각도 은연중에 커졌다. 턱없이 늘어난 고기 수요를 감당하자니 소 돼지 닭을 밀집시켜놓고 단기간에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공장식 축산’이 불가피해졌다. 원료를 투입해 물건을 찍어내듯 더 많이, 더 빠른 생산을 위해 수입사료를 먹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집단 사육으로 가축의 스트레가 심해지고 질병 내성이 떨어진 가축을 살리자니 항생제를, 빨리키워 시장에 내자니 성장촉진제를 먹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왜? 더 이상 그 가축이 자라는 곳은 생명활동의 장이 아니라 ‘공장’이므로.


수입 사료들은 많게는 수만 킬로미터씩 이동하면서 탄소를 배출한 끝에 우리나라 가축의 사료통에 도착한 것들이다. 비교적 값싼 수입곡물을 사올 수 있었던 2010년 7월까지만 해도 그래도 사정이 나았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파동 등으로 세계 곡물시장이 요동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밀은 90%, 옥수수 85%, 대두 가격이 47%이상 값이 치솟았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등 주요 곡물 생산지를 덮친 홍수와 가뭄과 산불 등으로 인한 가격 급등만이 아니라 수급자체가 불안정해졌다. 세계3대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는 지난해 폭염과 가뭄으로 수확량이 급감하자 올 6월 30일까지 밀, 보리, 옥수 등의 수출을 중단 시켰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곡물수입을 많이 하는 나라다. 고작 밀 1%, 옥수수 1.0%, 콩류 8.4% 정도만 자급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 곡물 시장이 출렁이는 것은 우리밥상이 그만큼 위태로운 기반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을 말한다.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농촌마을들에서는 집집마다 1~2마리씩 소나 돼지를 길렀다. 여름에는 꼴을 베어 먹이고 겨울에는 콩깍지, 볏짚 등으로 쇠죽을 끓이곤 했다. 외양간에서 바로 나오는 소똥을 논밭에 거름이 되었다. 가축을 키우는 일과 논밭 농사가 자연스레 순환되었고 암소가 송아지를 낳으면 그걸 밑천으로 해서 자녀들 대학등록금이나 집안 대소사 비용으로 충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장형 축산’에서는 더 이상 이런 광경을 볼 수 없다. 돈을 주고 사지 않을 도리가 없는 수입 사료와 약품, 구제역 파동에서 드러난 것처럼, 취약해진 가축질병 면역력. 신음하고 있는 것은 가축과 축산농민들 만이 아니다. 순환고리가 끊긴 논밭농사와 가축, 산업의 한 축으로 휘말린 순간 끝없이 투자와 수익 창출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시스템이 오늘날 농촌이 처한 현실이다.



신음하는 가축들, 뒤틀린 밥상을 되살릴 대안은 없을까? 한살림이 시작합니다.


농민들과 도시소비자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건강하게 가축도 기르고 논밭농사와 순환고리도 되살리기 위해 한살림은 오랫동안 땀을 쏟아왔다. 충남 아산지역 한살림생산자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자원 순환형 친환경 지역 농업’이라는 이름 아래 유기농 논밭농사와 유기축산을 위해 노력한 끝에 2010년 11월부터 ‘유기한우’를 조합원들의 밥상에 올릴 수 있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통방식대로 소규모 축산과 논밭 농사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토종축산농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산지역뿐만 아니라 강원도 홍천, 경북 울진, 제주도지역에서도 소규모 국산사료 한우 시범 사육이 시작되었다. 농촌 생산자들만이 아니라 도시지역 소비자들도 이 뜻 깊은 송아지 입식 자금을 함께 모아 땅도 살리고 건강한 축산도 가능하게 하는 대안 축산의 길에 참여하기로 하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제주도에 있는 한울공동체에서는 구제역사태 때문에 미루고 있던 ‘국산사료 한우 도농교류를 위한 첫 만남’이 열렸다. 한살림에 감귤류와 겨울채소, 잡곡류를 주로 내고 있는 이 마을에서는 농사 부산물을 먹여 한우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한살림성남용인 소비자들이 송아지입식자금을 모으는데 참여하면서 방문 교류도 하고 함께 소를 키우면서 땅도 살리고 나중에 건강한 고기도 나누는 계획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제주시에서 얼마 멀지 않은 신촌리 백경호 생산자의 보리밭에는 수확을 앞둔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보리를 수확하고 나면 보리기울과 보릿대 등이 소 사료가 될 것이다. 겨울에 한살림에 물품으로 내지 못한 감귤 등이 그렇게 되듯 말이다. 소를 키우면서 이 마을에 보리농사가 되살아나고 있는 점도 뜻깊어 보였다. 약 40개월 정도까지 다 크고 나면 고기로 내기로 약정된 이 마을의 소들은 보리겨, 사료용으로 재배한 옥수수, 귀리 등을 혼합한 자가사료를 먹으면서 건강하게 자라

[사진 설명] 국산사료 자급을 위해 재배하는 보리(왼쪽)와 옥수수(오른쪽)

고 있었다. 물론 소똥은 퇴비가 되어 대파, 옥수수 밭을 기름지게 만들면서 순환되고 있었다. 백경호 생산자는 대개의 농민들이 식량작물보다 이른바 ‘돈이 되는’ 경제작물에만 집중되면서 전통농업이 무너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보리, 옥수수를 심는 농가가 계속 감소한 것도 당장 내다파는 일만 생각하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다. 그러나 논밭 농사와의 순환, 도시와의 협력까지 생각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한울공동체 대표인 송태문 생산자의 축사는 아름다운 숲길을 한참 걸어가야 나오는 외진 들판에 있었다. 귀리가 심어진 넓은 밭을 끼고 있는 방목에 가까운 운동장에서 소들이 여유롭게 거니는 풍경은 평화로워 보였다. 자식 같은 소들을 잘 먹이기 위해 이탈리안 글라스, 옥수수, 귀리 등을 재배하면서 국산사료 한우를 늘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희망이 느껴졌다. 지난 겨울에 겪은 몸서리치는 구제역파동과 살처분소동에 비하면 얼마나 안심이 되는 광경인가 싶기도 했다.


한살림은 회원생협과 생산공동체가 협력해 함께 가축도 키우고 땅도 기름지게 하는 프로그램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가려고 한다. 도시소비자가 응원하면서 입식한 송아지들이 유기농을 고집하는 한살림생산자들 손으로 길러지고, 이 과정에서 낳는 송아지 두 세 마리는 생산자가 양육비 명목으로 갖고 소임을 다 한 어미소는 비육기를 거쳐 한살림 소비자들이 함께 나누어 먹는 과정이 시작될 것이다. ‘마블링’이 좋은 소위 ‘1등급 고기’만을 찾는 시장체계에 대한 대안.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은 조금 부족할 수는 있어도 그 한 점에 담긴 가치와 의미는 비교할 수 없이 크고 깊은 한살림 축산. 이제 더 많은 지역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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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명구 성남용인한살림 실무자

부부와 가족이 다 뛰어들어도 힘이 모자라는 농사를 권선분 생산자(50)는 여자 혼자서 짓는다. 감자, 잡곡, 벼, 메주콩, 호박 등 7,000평의 논밭 농사를 짓고 소도 열댓 마리 키운다. 해 뜨기 전 논에 나가 해질녁에 집으로 돌아온다. 오후에 1시간 정도 잠깐 눈 붙이는 시간을 빼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정신이 없다. 그래도 일손이 모자랄 때가 많다.


가뜩이나 바쁜 농사가 더 바빠진 건 2007년 가을 남편 김근호 생산자를 곁에서 떠나보내면서부터. 그때가 지금껏 농사를 지어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홀로 된 슬픔을 다 추스르기도 전에 논을 파종할 시기는 닥쳐왔다. 그 다음해는 유난히도 일이 손에 안 잡혔다. 논은 나락보다 피가 더 많아 피 바다였다. 논밭에 나가지 않고 그냥 하루 종일 멍하니 축사에 앉아 소밥만 주고 있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밭에서 잡초가 빨리 자기를 뽑아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하면 30년 가까이 해온 한살림 농사를 더 이상 못하겠구나 싶었다.


마음을 다 잡고 다시 논밭에 들어갔지만 농사는 쉽지 않았다. 혼자인 게 얼마나 버거웠던지 ‘그냥 한살림 농사 포기하고 농약 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외로운 삶에, 힘 딸리는 농사가 그래도 가능했던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공근공동체 생산자 동료들은 “지금까지 고생고생해서 유기농을 해 왔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약을 쳐요” 하며 만류했고, 밭에 고랑을 내는 일 등을 도우며 일손을 보태주었다. 정말 손이 모자랄 때는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아저씨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밭농사를 망쳤을 때, 한살림 소비자 조합원들이 모아준 성금도 액수는 크지 않았지만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 사람 사는 일이 혼자 사는 게 아니듯, 농사도 혼자 하는 게 아니었다.


어려운 사람 마음은 어려운 사람이 안다고 도움 받았던 경험 때문인가. 권선분 생산자는 2010년 초에 열린 강원도 여성생산자협의회 연수에서 한 사람이 한 달에 천 원씩 모아서 불우이웃을 돕자고 제안했다. 그때 그는 “한살림을 하면서 내가 농사한 것만 팔아먹으려고 하면 안 된다. 한살림 농사는 생명 농사 아니냐. 그냥 먹을거리만 생산하는 걸 넘어서 나보다 더 어려운 곳도 도와야 한다”고 생산자들을 설득했다. '유기 농사 잘 지어 환경 살리자'는 연수 자리에서 생산자들은 다른 사람들도 살리자는 마음으로 십시일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해 겨울까지 강원도 여성 생산자들은 10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을 모아서 파키스탄 수해 피해자들을 돕는 데 보냈다. 2010년 한해 이상기후로 막심한 손해를 입은 생산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할 때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그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더불어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자신이 한살림 농사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라고 했다. 생산자가 힘들 때 소비자가 돕고, 생산자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곳을 돕는 게 무척이나 뿌듯하단다. 금액이 크건 적건 따뜻한 마음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거라면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해 사람들이 건강해져서 좋고, 함께 서로 도울 수 있어 한살림이 좋다는 그에게 어떤 마음으로 한살림 농사를 짓는지 궁금해 물었다. 그는 “농사는 내 전부에요. 내 전부를 바쳐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자기 혼이 담긴 농사란다. 그는 감자밭에서 풀을 매다가 소박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살고 주위가 살고 소비자도 같이 살고 온 자연도 더불어 살고 그런 거죠.” 모든 생명을 살리는, 그의 혼이 알알이 담긴 감자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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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은정 한살림고양파주 논살림위원장


오랜만에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촛불의 물결이 밝혀지는 것을 본다. 서민의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젊은이의 미래마저 저당 잡은 등록금이 촛불을 들게 했다. 돌이켜보면 독재시대는 물론 최근의 광우병 쇠고기, 등록금까지 생존권의 위협 앞에 대중은 목소리를 높였고, ‘참는 것이 미덕’인 이 땅에서 대중이 모이면 큰 울림을 일으키곤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보다더 큰 울림과 변화의 물결을 바란다. 최근에는 거의 매해 사회문제가 된 구제역과 조류독감 같은 동물 전염병 때문에 생매장이 반복돼왔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육식을 탐닉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전국의 강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을 파괴하며 멸종을 부추기고, 공사현장의 노동자와 농민은 죽음으로 내몰려 비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력하게 불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은 방사능 공포를 일으키며 사회의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잠시 사재기 소동 후 잠잠해졌다. 그러나 깨진 원자로에서 나오는 방사능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죽음의 재’라고 불리는 방사능은 “꺼지지 않는 불”이다. 너무나 작아 보이지도 않는 이 불덩이는 먹이사슬을 따라 차곡차곡 쌓인 양만큼 내 몸속의 세포를 태워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암을 유발한다. 세슘의 경우 30년 동안 발생 시의 독성을 그대로 간진한 채 말이다.
후쿠시마는 여전히 미해결의 상태인 채 대기로, 땅속으로, 바다로 방사능을 분출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 대기와 비와 특히 음식을 통해 피폭당하고 있다. 무서운 것은 한국에도 후쿠시마만큼 노후한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들은 늘어가지만 정부는 여전히 핵세상을 확장하고 있다.

나는 삼십년 후를 상상하기가 두렵다. 그때는 이미 죽은 강이 되어버린 4대강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를 못 견디고 복원중일 지 모른다. 식수불안과 함께 가뜩이나 줄어든 경작지의 홍수피해가 반복되니 식량난이 가중되어도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우리 먹을 농산물도 부족하니 사료로 쓸 수 없어 육류의 가격은 더 뛰었지.
일본 지진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또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까 가슴 졸이고, 태풍 때마다 일본으로부터의 방사능 유입량이 주요뉴스다. 바다로 방출된 엄청난 규모의 방사능 오염수 때문에 수산물은커녕 생일이나 산모조리용으로 더 이상 미역국 먹기가 두렵다. 우리세대뿐 아니라 성인이 된 아이들은 면역질환과 암 등이 더 늘어 고통당하고 있다. 게다가 수명이 끝난 한국의 원자력발전소와 핵폐기물 처리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자식 볼 면목이 없고 철없는 손자가 할머니는 도대체 뭐했냐고 투정을 할 것이다.

당장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방관하고 있는 동안에도 여전히 '4대강 사업'은 강을 파괴하고, 비윤리적인 가축사육은 올 겨울에도 생매장 사태를 불러올 것이고, 방사능이 포함된 대기와 음식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가 피폭당하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침묵의 공범자다. 
다시 촛불을 들자. 안전한 농수산물이 자라는 건강한 자연환경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의 위해.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책임있는 행동을 시작하자. 그것이 진정한 한살림 생활문화운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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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해를 베어 문
한살림 아이야
그 맑은 웃음 끝까지
지켜주고 싶구나

- 단오잔치가 열린 충남 부여 소부리공동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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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1. 6. 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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