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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소식

소식지 540호 _ 콩 한 줌에, 온기 한 숟가락 콩 한 줌에, 온기 한 숟가락윤희창 권오화 괴산 칠성유기농공동체 생산자 부부11월 11일, 또 한차례 늦가을 비가 지나갔다. 윤희창, 권오화 생산자 부부는 며칠째 검은콩 수확에 한창이다. 남편이 앞서 걸어가며 콩을 베면, 아내가 그 뒤를 따라 콩대들을 싹싹 그러모아 가지런히 쌓는다. 호흡이 척척 맞는다. 스물한 살, 스물세 살 나이에 결혼해 아들 셋을 낳아 기르면서 농사가 곧 삶이 돼버린 부부의 일상은 언제나 밭에 머물렀다. 이렇다 할 요령 없이 종일 허리 숙여 씨를 심고, 풀을 뽑고, 새를 쫓다가 알곡을 거두는 친환경 잡곡 농사는 때론 슬픔이고 때론 기쁨이었다. 부부는 어린 시절 햇찹쌀과 수수로 만든 수수부꾸미와 쌀 밑에 검은콩을 깔고 짓던 밥 한 공기의 따뜻한 기억이 생생하다. 권오화 생산자는 지난겨.. 더보기
소식지 539호 고것 참 옹골차다 두부버섯전골 고것 참 옹골차다 두부버섯전골마치 사분사분한 사람을 만난 듯합니다. 어디에서도 모나지 않게 행동하며, 자기 역할을 거뜬히 해내는 든든한 조력자 같달까요. 단아한 모양새에 다른 재료와 노련하게 조화되는 능력까지 갖춘, 두부 이야기입니다. 두부 말고 어떤 것이 이런 담박한 조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요. 으깬 두부에 가을 맛이 담뿍 밴 버섯을 다져 넣은 두부버섯버거는 그런 두부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음식입니다. 부드럽게 녹아내리듯 씹히면서도, 다른 재료들을 옹골차게 감싸 안아주니 찬탄할 수밖에요.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를만한 자태에 영양까지 모자람 없는 집밥을 내놓으며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자급자족하기 어려운 시대, 오늘의 식탁에 오른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해 수고한 많은 이들을 생각하며 ‘한 아이를 키우기.. 더보기
하이얀 보물에 순수함 가득 담은 이 하이얀 보물에 순수함 가득 담은 이 강용규 유애래 생산자 결이 다르다. 유애래의 강용규 생산자와 이야기하면서 한살림의 여타 생산자들과는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지구환경에 대한 감성을 키워간 점이나, 유제품이라는 2차 생산물에서 1차 생산물인 우유로 관심의 영역이 역주행한 점 등. 한살림 생산자라기보다는 벤처기업 CEO를 만나는 느낌이었다. 그가 친환경 유기농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어릴 적 보낸 외국생활의 영향이 컸다. “‘지구에 발자국을 적게 남겨야 한다’라는 인식이 많은 곳이었어요. 덕분에 지구가 함께 잘 살기 위한 고민을 어려서부터 할 수 있었습니다.” 유제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축산학으로 유명한 UC데이비스에 다니면서부터. 초지에서 자란 젖소와 좋은 우유가.. 더보기
향긋한 유자로 피어난 뱃사람의 꿈 향긋한 유자로 피어난 뱃사람의 꿈 김광부 두란농장 생산자 두란농장으로 향하는 먼지 가득한 그의 차 안에서는 소금냄새가 났다. 뭐를 흘렸나 싶어 주위를 둘러봐도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원래는 배를 탔었어요.” 두란농장 김광부 생산자는 뜻밖의 말로 이야기는 시작됐다. 부산 수산대학을 졸업하고 해군장교를 거친 후 큰 배의 선장으로 오대양을 누비며 남들이 평생 만져보기도 어려운 재산을 모았었다는 김광부 생산자. 유자는 물론, 땅과도 평생 거리를 두며 살아왔던 그는 어떻게 한살림에 유자차를 공급하게 된 것일까. “여기가 유자밭입니다.”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질척해진 비탈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던 그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여전히 우거진 나무들만 가득하다. “자세히 보세요. 저게 다 .. 더보기
세상을 바꾸는 두부 한 모의 힘 세상을 바꾸는 두부 한 모의 힘 윤태수 한살림안성마춤식품 생산자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 문을 열었다. 이름에 ‘한살림’이 붙지만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의 주체는 한살림 하나가 아니다.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 위치한 안성시와 주변 6개 농협(고삼, 금광, 대덕, 미양, 삼죽일죽), 그리고 한살림까지 ‘생산-소비-행정’의 세 축으로 구성됐다. 한살림은 물론이고 생협 전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업구성이다.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의 윤태수 생산자는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 한살림 생산지들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라 강조했다. “이제 한살림의 가공산지 중에서도 산지재배치를 통해 제2, 제3의 산지를 개발해야 하는 곳들이 늘어날텐데 지역농협과의 연대를 통해 설립된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공공성 측면에서도.. 더보기
세상의 평화,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세상의 평화,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한살림하는 기쁨 I 한살림운동의 가치-사회운동 ④ 한살림선언을 좀 더 쉽게 정리한 ‘한살림운동의 지향’은 “우리는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나부터 시작합니다”라고 끝을 맺습니다. 정책과 제도를 바꾸는 일이 요원하고 힘들다고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라, 먼저 온 우주가 하나로 연결되었음을 깨달은 ‘나’부터 시작하자는 말이지요. 나부터 시작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바뀌고 그 일이 동심원을 이루며 점점 멀리 퍼져 나가게 하자는 겁니다. 요즘 유행하는 건배사가 “스마일!”이라지요. ‘스쳐도 웃도, 마주쳐도 웃고, 일부러 웃자’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한다면 모두가 미소 짓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한살림의 사회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대신 누군가가 밥상, 농업, .. 더보기
다음 세대를 위해 자발적 불편함을 선택하다 다음 세대를 위해 자발적 불편함을 선택하다 한살림하는 기쁨 I 한살림운동의 가치-생활운동 ③ 휴대하기 편리한 휴지, 물휴지, 물에 적셔 쓰는 휴지, 빨아 쓰는 종이 행주…. 요즘은 생활 이곳저곳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휴지 종류도 참 다양합니다. 그럴수록 톡 뽑아 쉽게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을 마다하고 여전히 손수건이나 행주를 쓰는 사람을 보면 반갑지요. 물건을 아끼는 마음도 크겠지만, 휴지가 무엇으로부터, 어떤 공정을 거쳐 내 앞에 놓였는지 알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물론, 저희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는 누구나 윗옷 가슴께에 손수건을 꽂고 다녔지요. 초등학교를 떠올리면 으레 흰 손수건을 이름표와 나란히 달고 줄 맞춰 섰던 풍경이 그려집니다. 누군가와 헤어질 때도 쉽게 떠오르는 선물이 손수건이어서 아.. 더보기
세상에 혼자인 사람은 없다 세상에 혼자인 사람은 없다 한살림하는 기쁨 I 한살림운동의 가치-정신운동 ② 내가 온전히 나 혼자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 나 하나 살리려고 온 우주가 힘을 보탠다는 것을 깨닫는 때가 있습니다. 거창한 말 같지만 잠깐만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평소엔 잘 떠오르지 않지요. 감질나게 내리는 비 덕분에 어느 정도 해갈은 되었다지만 이번 가뭄은 도시에 사는 사람에게도 속이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비 올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먹구름이 끼기만 해도 비가 오시려나 손 내밀어 보기도 했지요. 여전히 수도만 틀면 시원스레 물줄기가 쏟아져도 삼가는 마음으로 아껴 썼습니다. 메마른 논과 밭, 그 옆의 근심 가득한 농부가 남의 일 같지가 않았기에 화초에 물 주기도 어려웠습니다. 사실은 남의 일이 .. 더보기
한살림의 꿈은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한살림의 꿈은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한살림하는 기쁨 I 한살림운동의 가치 ① 가치는 흔히 우리가 귀중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내주는 것을 말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밥상을 차리려고 부엌에서 몇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아이를 위해 나의 삶 전체를 아이를 중심으로 다시 짜는 것처럼 말이지요. 지구 반대편 아이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네팔 지진 복구를 위해 지갑을 여는 것도 내게 가까운 이는 물론 보이지 않는 이도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치지향의 한 표현입니다. 한살림이 추구하는 가치는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입니다. 그런 가치를 위해 밥상을 우리 농산물로 차리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의 생명과 생활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가 가진 전일적인 생명가치가 더 많은.. 더보기
초여름의 기쁨, 요모조모 쓸모 많은 매실 초여름의 기쁨, 요모조모 쓸모 많은 매실 요즈음 한참 매실 주문을 받고 있다. 매실에 설탕을 넣어 매실청을 만들면 쓰임새가 많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미리 챙겨 주문한다. 이렇게 미리 주문하고 약정량만큼 공급하는 물품은 1년 내내 요긴하게 쓰는데 당장 급한 품목이 아니라서 차일피일 미루거나 이미 주문한 줄 알고 느긋하게 있다가 때를 놓치고 남들 다 공급받은 다음에 알게 되는 때도 있다. 나도 어느 해인가 때를 놓친 매실을 어머니 덕분에 공급받았던 적이 있다. 내가 기뻐하며 “엄마 덕분에 해결됐다.”했더니 어머니는 먹을 때마다 “내 덕이니라.” 하시며 어깨를 펴곤 하셨다. 한살림은 매실이 맺히기 시작할 무렵부터 계획량이 다 소진될 때까지 주문을 받아 열매가 통통하게 부푼 5월 말에서 6월 초에 공급한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