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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소식

소식지 536호 _ 쌀 한 톨, 이 귀한 것 쌀 한 톨, 이 귀한 것 정재국 이연화 횡성 공근공동체 생산자귀농 4년차. 올 한해 정재국 생산자는 기꺼이 논에서 살았다. 논에 엎드려 종일 풀만 뽑았더니, 어느새 ‘오리농부’란 별명도 얻었다. 땅에 자리를 잡고 쑥쑥 크는 벼들과도 부쩍 정이 들어 이제 쌀 한 톨 한 톨 허투루 다루는 법이 없다. “귀한 낟알 하나하나가 막상 밥상에 오르면, 그만큼 귀한 줄 몰라요. 인간의 오만함이죠. 진짜 농부가 되려면 아직 멀었어요.” 20년 넘게 한살림 농사를 지어오신 어머니 이연화 생산자는 몸이 편찮으신 아버지 대신 논과 밭으로 매일 아들을 데리고 다녔다. 몸담은 공근공동체 어르신들은 만날 때마다 “논에 물이 부족하다.”, “풀이 많다.” 헤매는 그를 아들처럼 챙겼다. 그는 이제 키 작은 모들이 땅을 딛고 일제히 .. 더보기
소식지 535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달빛이 고운 9월입니다. 옛 어른들은 음력 8월을 아름다울 가, 달 월을 써서 월(佳月)이라 불렀습니다. 그 고운 달빛이 제일 큰 만월이 되어 휘영청 떠올라 온 세상을 밝혀주는 한가위가 다가옵니다. 일 년 내내 논과 밭에서 흘린 땀이 알알이 담긴 오곡백과, 높은 하늘과 청명한 날씨, 아름다운 보름달. 하나씩 떠올리면 마음에 먼저 보름달이 뜹니다. 추석에 빚어 먹는 반달 모양의 송편에는 이미 꽉 차 기울 일만 남은 보름달보다 앞으로 차차 커져서 보름달이 될 반달에 더 희망이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여든여덟 번의 손길로 정성껏 키운 쌀에 쑥, 단호박, 흑미로 고운 빛을 내고 깨와 녹두로 소를 채워 만든 한살림 송편을 나눠 먹으며 그런 마음을 나누면 어떨까요. 지금.. 더보기
소식지 534호 _ 힘겹게 자란 포도가 더 단 법이죠 힘겹게 자란 포도가 더 단 법이죠이홍재·구자희 상주 햇살아래공동체 생산자 부부 대학시절부터 바라 왔던 귀농의 꿈을, 18년 만에야 이뤘다. 경북 상주 화동, 포도밭 4,960여 제곱미터(1,500평)와 집 지을 동안 지낼 컨테이너 하나로 단출한 귀농생활을 시작했다. 한살림 포도 생산지인 상주 햇살아래공동체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고 첫해부터 감행한 친환경 포도농사. 쉬울 리 없었다. 무엇보다 베어도 베어도 되살아나는 풀의 무서운 기세 앞에 몇 번이고 주저앉고 싶었다. 거름을 얼마나 줘야 할지 몰랐고, 여느 농부들처럼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나무와 풀, 땅과 계절을 알기까지 몇 해가 흘렀다. 귀농 11년차. 부부는 이제 포도밭에서 뭇 생명들의 치열한 삶을 본다. 매년 흥하고 .. 더보기
소식지 533호 한여름의 보물단지 호박편수 한여름의 보물단지 호박편수만두를 빚으며 생각했습니다. 이것을 여름의 맛이라고 알게 해준 당신께 감사하다고. 남들은 더운 여름 무슨 청승이냐고 할지 모르나, 맛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입니다. 부드러운 만두피를 씹으면 입안에서 차르르 열리는 만두소. 그것은 마치 보물상자를 여는 것과도 같습니다. 아삭하게 씹히는 애호박, 부드럽게 살캉하고 씹히며 풍미를 더하는 표고버섯, 재료 사이사이 들어가 개운한 맛을 더하는 고추의 조합.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담박함이 당신을 닮았습니다. 재료가 있어 다른 계절에 만든다 한들 콧잔등의 땀방울을 식히는 이 맛이 절정에 이를 수는 없습니다. 만들 때의 사사로운 수고는 함께 먹는 이와 누리는 행복에 비하면 기꺼운 일임을 몸으로 가르쳐 준 당신. 백 마디의 말보다 당신이 맛.. 더보기
소식지 532호 ■ 한살림하는사람들바다 먹을거리를 책임져 달라는데 그만둘 수 없잖아요?이광술 대구상회 생산자그의 삶은 멸치에 이어져 있었다. 멸치중개인이었던 부친의 뒤를 이은 지 50년. 헤아릴 수 없는 멸치를 만지고 보았다. ‘좋은 멸치가 아니면 공급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한마디는 오랜 세월 지켜온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다. 한살림과의 인연은 1991년부터. 멸치중개인으로 이름 있던 그에게 제안이 왔다. 소량이라 이문은 없지만 멀리서 찾아온 손님이기에 멸치를 보냈다. 안타깝게도 당시 한살림에는 보관설비가 없어 좋은 멸치를 보내도 쉽게 변질이 됐다. 속이 상해 공급 중단 의사를 밝히던 날, 만류하던 실무자의 말이 생생하다. “바다 먹을거리를 책임져 달라는데 그만둘 수 없잖아요?” 그날부터 한살림 생산자로서의 자긍심이 생겼.. 더보기
소식지 531호 자연 안에서 쉼표를 그리다 모둠꼬치구이 자연 안에서 쉼표를 그리다 모둠꼬치구이주말 캠핑을 앞두고 가족회의를 엽니다. 함께 살지만, 다른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우리. 1박2일만큼은 텔 레비전이나 스마트폰 없이 온전히 자연 속에 머물며 서로를 향해 마음을 들이기로 합니다. 캠핑 분위기를 돋워 주 는 꼬치구이를 위해 서로 좋아하는 재료를 서너 가지씩 선택하고, 캠핑 전날 함께 한살림 매장에 들러 장을 봅니다. 구우면 뭐든지 맛있어지는 신비한 마법. 밖에서 먹으면 뭐든지 맛있는 불변의 법칙. 그것을 믿으면 모두가 만족하는 캠핑의 저녁 식사가 완성됩니다. 준비하는 과정도, 돌아와서의 짐 정리도 뭐든지 함께. 투닥거릴 때도 있지만, 그곳에서 행복할 우리를 떠올리 면 마음은 쉬이 누그러집니다. 모두가 즐겁게, 자연에서 누리되 해가 되지 않는 것.. 더보기
소식지 530호 "첫마음 첫사랑 첫수박"김병억·강소희 청주연합회 들녘공동체 생산자 부부첫사랑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우리 모두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설레는 순간순간이지만 방법을 몰라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 대상을 사물이나 일로 바꿔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첫사랑을 달콤하게 키워낸 이가 있다. 잘 익은 수박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어요~ 올해 처음으로 유기농 수박 농사를 시작한 김병억·강소희 생산자 부부. 수박과 첫사랑에 빠졌다. 첫사랑은 농사 경력 30년의 농부를 좌불안석으로 만들었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숙성시킨 볏짚 퇴비를 주고 배수가 잘 되기를 바라며 밭을 10번이나 갈았다. 앙증 맞고 노오란 수박꽃. 울창한 수박 넝쿨을 뒤적거려야 하고 손이 많이 가는 곁순 따기 작업은 보물찾기처럼 두근거렸다. 밤 기온이 낮으면 부.. 더보기
소식지 529호 무르익은 계절의 맛이 담뿍 토마토저수분카레 무르익은 계절의 맛이 담뿍토마토저수분카레“엄마, 토마토가 수줍은가 봐.” 너의 마음만큼 찬란하게 빛나는 여름을 머금은 새빨간 완숙토마토. 한 입 베어물면 입안 가득 햇빛이 고인다. 이런 토마토를 맛보여 줄 수 있어 정말 다행이야. 오늘은 이 토마토를 듬뿍 넣어 네가 좋아하는 카레를 끓여줄게. 꼭꼭 씹을 때마다 각자의 맛을 온전히 느끼라고 감자, 당근, 양파, 토마토는 큼직큼직하게. 채소 하나하나에 담긴 영양이 너의 몸속에 쏙쏙 스며들기를 기도하며 뭉근히 오래 끓인 엄마표 토마토저수분카레. “엄마 카레가 최고 맛있어!” 작은 엄지손가락 치켜세우며 오물오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너의 두 뺨을 보고 있자면 나의 어깨는 저절로 올라가고 마음은 충만하다. 아이야, 그래. 너에게 주고 싶은 것은 언제나 그것이란다... 더보기
[2015. 7. 2] 한살림연합 소식지 530호 더보기
[2015. 6.8 ] 한살림연합 소식지 529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