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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지에서 온 소식/한살림하는 사람들

소식지 530호 "첫마음 첫사랑 첫수박"김병억·강소희 청주연합회 들녘공동체 생산자 부부첫사랑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우리 모두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설레는 순간순간이지만 방법을 몰라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 대상을 사물이나 일로 바꿔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첫사랑을 달콤하게 키워낸 이가 있다. 잘 익은 수박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어요~ 올해 처음으로 유기농 수박 농사를 시작한 김병억·강소희 생산자 부부. 수박과 첫사랑에 빠졌다. 첫사랑은 농사 경력 30년의 농부를 좌불안석으로 만들었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숙성시킨 볏짚 퇴비를 주고 배수가 잘 되기를 바라며 밭을 10번이나 갈았다. 앙증 맞고 노오란 수박꽃. 울창한 수박 넝쿨을 뒤적거려야 하고 손이 많이 가는 곁순 따기 작업은 보물찾기처럼 두근거렸다. 밤 기온이 낮으면 부.. 더보기
소식지 528호 “농사가 몸은 힘들어도 맘은 편하지요”지완선·최경애 아산연합회 영인지회 생산자 부부보통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몸담은 사람을 전문가라고 한다. 1995년부터 한살림 생산자로 활동해 온 지완선·최경애 생산자 부부는 그런 의미에서 한살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오이꽃이 뒤에 작은 오이가 달린 게 보인다20여 년 동안 농사만 지어 온 것은 아니다. 지완선 생산자는 한살림 아산연합회에 몸 담았었고 올해 2월까지는 한살림 푸른들영농조합에 재직했다. 부부는 농사를 짓는 것은 물론, 한살림천안아산 창립, 유기한우와 두부공장을 통한 지역순환농업 확립 등 아산 지역 한살림운동 정착에 힘써왔던 것이다. 오이꽃이 활짝 웃고 있다오이 수확철이라 손이 분주한 지완선 생산자는 “아내와 함께 힘닿는 데까지 농사지을 거라” 말하.. 더보기
소식지 526호 “닭장 안에 젊음을 방목했어요"박준범 경북 경산 재래닭유정란 생산자닭이 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 박준범 생산자의 닭장에 가보길 권한다. 높이 3.5m, 넓이 661㎡(200평)에 달하는 방사장(운동할 수 있게 따로 마련한 공간)을 들여다보면 된다. 닭이 푸드득 날개 짓과 함께 2m가 넘는 느티나무 가지에 오르는 입이 딱 벌어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닭들이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곳. 빽빽한 시중의 닭장과는 동떨어진 세상이다. 냠냠냠 참 맛있게도 유채꽃을 먹는다 “재래닭이어서 그런지 기운이 더 세다”며 유정란을 줍는 올해 36살의 박준범 생산자는 닭장을 손수 지을 정도로 역시 기운이 넘친다. 3년 전 어머님이 기르던 재래닭 300수를 물려받았고 손바닥이 솥뚜껑만 해질 정도로 힘써 지금은 4,500수.. 더보기
소식지 524호 1986년 12월 4일, 작은 쌀가게로 출발한 한살림은 줄곧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사는 생명세상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작년 한 해 매일 소비자 조합원이 191가구씩 늘어났으며 2015년 3월 50만 세대를 넘어섰습니다. 전국 전체 세대의 2.42% 이상이 한살림 가족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농민 생산자는 2110여 세대, 물품 공급액은 3천5백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 더욱 위태로워진 우리 농업을 떠올리면 여전히 한살림이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합니다. 한살림 50만 조합원이 우리 사회와 함께 성찰하고, 더 많은 이웃과 만나 소통하며, 우리사회의 대안과 희망을 넓히기 위해 다 함께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보기
소식지 522호 봄 내음 가득한 쑥을 전합니다 이순운·장진주 전남 해남 참솔공동체 생산자 부부입춘 지났다지만 미처 땅은 녹지 않았다. 부지런한 농부들도 밭에 두엄을 뿌리거나 농기구를 손질하는 게 고작인데, 누런 덤불 사이로 올라오는 봄을 캐는 이들이 있다. “겨우내 땅에 뿌리박고 생명을 품고 있던 것들이라 쑥 향이 무척 진해요.” 크기가 3~4cm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내음은 추위에 움츠려있던 몸의 감각들을 깨울 정도다. 2010년 고향으로 귀농한 이순운·장진주 생산자는 농사짓는 이도 적고, 생명력이 강하다는 생각에 쑥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들판에서 쑥 농사를 짓는 일은 예상보다 고됐다. 수확하는 3~4월 외에는 잡초를 뽑아주며 꼬박 열 달 동안 밭 관리를 해야 했고 듬성듬성 나는 쑥을 칼로 일일이 수확해야 했다. 벅.. 더보기
소식지 520호 “조합원 분들이 고맙다고 하실 때, 농사짓길 잘 했다 싶죠”강여상·안은영 전남 무안 생기찬공동체 생산자 부부 문간까지 복작복작 소리가 들려오는 두 생산자의 집은, 열심히 짓는 고구마농사 만큼 자식농사도 풍년이다. 예진이와 예찬이, 예담이 삼 남매가 고구마튀김을 맨손으로 들고 “우리집 고구마가 최고”라며 야무지게도 먹는다. 유기농으로 고구마를 기른 지 10년. 초기엔 어렵게 유기농으로 고구마를 길러도 판로가 없어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래서 한살림과의 만남은 더욱 고맙고 소중하다. “조합원 분들이 맛있다고 하시고 덕분에 좋은 걸 먹고 산다고 하시니, 농사짓길 정말 잘했다 싶죠.” 무기물이 많은 황토에서 기르고, 미네랄이 풍부한 바닷물을 뿌려주니 고구마가 특히 달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어짓기 피해를 방지하기.. 더보기
소식지 518호 “저에게 한살림은 놀이터였어요”정유경 한살림경기남부 조합원25살 양띠, 정유경 조합원. 한살림에서 보기 드문 20대 조합원이다. 한살림 활동가인 어머니 덕에 어릴 때부터 한살림과 함께해왔다. 어린 시절부터 한살림 매장은 놀이터였다. 학교가 끝나면 어머니가 계신 매장으로 향했다. 바쁜 어머니를 도와 물품을 진열하는 일은 재밌었고 잔돈을 세는 것은 놀이었다. 생산지 탐방을 갔다가 갓 낳은 유정란을 손에 쥐어본 경험, 그 온기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따뜻하게 품으면 병아리가 깨어난다고 해서 집에 올 때까지 꼭 안고 있었어요.” 이제는 한살림을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서운할 정도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조목조목 설명을 해 준다고 한다. 한살림 페이스북 계정이 있는 걸 아냐고 묻자, 몰랐다며 곧장 핸드폰을.. 더보기
소식지 516호 “철학공부요? 에이, 감농사만 30년 넘게 지었지요.”라상채 전남 담양 대숲공동체 생산자감 수확은 오후부터 시작되었다. 감에 물기가 있으면 보관할 때 상하기 쉽다. 바쁘더라도 햇볕에 새벽이슬이 완전히 마르기를 기다려야 한다. 계절의 나침반은 겨울을 가리켜 해는 짧아졌다. 감꼭지를 쉽게 자르도록 끝이 살짝 구부러진 가위가 부지런히 움직인다. 숙련된 농부가 오후 동안 따는 감이 400kg. 쉬어가는 참 시간은 말 그대로 꿀맛이다. “20대에는 촌놈, 30대에는 자연인, 40대에는 토종 농사꾼이라 했는데 50이 넘어서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저를 소개하게 되네요.” 쉼 없이 손을 놀리는 와중에 나온 말이지만 라상채 생산자는 본인의 삶에 대해 분명히 정의한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1.. 더보기
소식지 514호 “우리 딸도 커서 함께 지으면 좋겠어요!”권칠학·김동연 경북 봉화 산애들공동체 생산자 부부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그 만큼 까다로운 유기농 농사, 그 중에서도 손꼽힌다는 고추(건고추) 농사를 10년 넘게 지어온 봉화 산애들공동체의 권칠학·김동연 생산자 부부. “우리 딸도 커서 함께 농사지으면 좋겠어요!” 엄마, 김동연 생산자의 말에 옆에 있던 12살 서현이는 쑥스러운 듯 그냥 웃는다. 자식에게 농사를 권하는 걸 보면 부부는 농사가 참 즐거운가 보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농사 혼자 짓나요? 한살림 농부는 달라요.”라고 단박에 말한다. 힘든 순간순간, 함께 농사짓던 공동체 식구들이 떠오르고, 도농교류 때 만난 조합원들이 떠올라 힘이 안 날 수가 없단다. 조합원 이야기가 나오자 도농교류를 강조한다. .. 더보기
소식지 512호 욕심을 버리는 마음농사“농부답게 농사만 신경 쓰고 살면 좋겠네요.”이호엽·누엔흥감 경남 산청연합회 금호골지회 생산자 부부벼가 누렇게 익은 들판. 논마다 여름내 채워놨던 물을 다 빼 놓았다. 콤바인이 들어갈 수 있게 흙바닥을 말리고 있는 모습은 수확이 코앞이라는 걸 알려준다. 공영방송의 유기농 비판에, 정부의 쌀 시장 전면 개방 발표까지 올해는 한살림 농부 마음이 편한 날이 없다. 그래도 한 해 동안 애썼던 결실을 눈앞에 두니 부부는 볏단 가득 품에 안고 미소 짓는다. 한살림 생산자였던 부모님의 유기농 논을 이어 받은 지 10년째. “밥맛이야 각기 입맛 따름이고, 농약 없이 기르긴 했지만 뭐 특별한 게 있겠어요?” 부모님 하시던 대로 사람하고 땅에 해로운 거 안 뿌리고 부지런히 농사짓는 게 다라고 한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