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삼재론(三才論)은 고대 동양사상에서 우주의 세 가지 근원을 뜻하는 말로, 삼재(三材), 삼극(三極)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천(天), 지(地), 인(人)을 가리킵니다. 주역<계사전(繫辭傳)>에 보면 괘(卦)에 6개의 효(爻)가 있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천도(天道), 지도(地道), 인도(人道)가 있으며, 삼재(三才)를 겸하여 이를 둘로 한다. 그래서 6”이라 했습니다.

한국 문화는 삼재론에 관해서 동양사상의 전통 속에 있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었습니다. 한국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무속(巫俗)에서 삼재는 영(靈)의 세계인 하늘, 육체의 세계인 땅,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는 영적 능력자로서의 무당, 즉 샤먼으로 대표되는 사람을 말합니다. 우주와 세계는 바로 이 삼자, 즉 하늘과 땅, 인간의 조화 속에서 운행된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이런 생각이 바탕에 있다면, 사람이 천지자연을 수탈하고 파헤치며 정복하는 존재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사람은 자연에 순응하며 스스로 만물을 기르는 천지의 작용에 힘을 보태 이 세상을 풍성하게 가꾸어야 하겠지요.

‘모심과 살림’ 연구소의 주요섭 소장은 삼재론에 근거해서 나 한 사람의 삶도 우주 영적인 삶(天), 생태적 삶(地), 그리고 사회적 공동체적 삶(人)의 통합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생명운동도 이 세 가지 측면이 모두 반영된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생명운동에서 삼재론이 거론되는 이유이고, 해월 선생이 말씀하신 하늘과(敬天)과 사람(敬人), 만물(敬物)을 공경하자는 삼경론(三敬論)이 생명사상의 윤리적 바탕이 되는 까닭일 것입니다.

사람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땅에서 나는 식물을 매일 먹고 살며 마음속에서는 더 나은 삶을 꿈꾸기도 합니다. 먼 미래를 위해 열심을 내거나 남을 위해 희생, 봉사하기도 하고 목숨을 바치기까지 합니다. 또, 현실을 뛰어 넘는 위대한 존재나 창조주를 상상하거나 스스로가 신앙하는 대상을 닮기 위해 명상, 기도 등으로 자신을 확장시켜 우주, 신(神)에 닿고자 노력하기도 합니다. 발은 땅을 딛고 머리는 하늘을 향하면서 팔을 뻗어 이웃과 손을 잡는 모습이 우리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손을 잡은 이웃에 사람은 물론이고 천지가 함께 기르는 모든 만물이 들어가야겠지요.

일상의 노동을 통해 자연과 관계를 맺고 그렇게 우리에게 온 모든 물건을 고마워하며 아껴서 오래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생태적인 삶이라 생각합니다. 이웃과 함께 우리 사는 곳과 미래세대의 터전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애쓰면서 관계망을 넓혀 나가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아울러 종교, 예술, 문화 활동을 통해 이미 내 안에 계시는 신의 존재를 깨닫고 잘 모시는 일을 매 순간마다 한다면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롭게 내 안에서 움직이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삶의 방식이 널리 퍼질수록 생명운동이 꿈꾸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쓴 윤선주 님은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일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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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