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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는 말> 식일완만사지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식일완만사지(食一碗萬事知) 동학의 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 선생의 말씀인데요, 밥 한 그릇을 먹으면서 만사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뜻입니다. 밥 한 그릇과 만물의 이치, 쉽게 연결이 되지 않지요? 그렇다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듯한 밥 한 그릇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어떤 도움과 협동이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한 여름의 강한 햇볕이 벼를 여물게 하는 일이지요. 늘 찰랑거리는 물도 필요하고 잎사귀와 벼 이삭을 흔드는 신선한 바람과 때를 맞춰 내리는 비도 꼭 있어야겠지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햇빛과 함께 밤하늘의 달빛, 별빛도 벼가 튼튼하게 자라도록 도울 거고요. 그런가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흙속의 미생물과 벌레들이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제.. 더보기
[잊히지 않는 밥 한 그릇] 밥 한 알에 담겨 있는 위대한 유산 밥 한 알에 담겨 있는 위대한 유산 글 문순요 한살림경기남부 조합원 저는 1950년대 말에 태어나 1965년 극심한 가뭄으로 굶주린 삶을 겪었습니다. 얼마나 굶주렸으면 점심 끼니 때, 밥 한 그릇에 물을 부어 끓인 밥으로 6~7명이 요기를 하곤 했지요.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끓여 먹는 밥이 왜 그리도 뜨거웠는지, 너무 뜨겁다며 짜증을 내곤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또, 고구마도 두어 개씩 쪄서 먹었습니다. 고구마를 먹을 때는 껍질을 벗겨 먹으면 아빠에게 혼이 나곤 했기 때문에, 아빠와 따로 먹을 때에만 껍질을 벗겨 먹었지요. 그때는 먹을 것이 워낙 귀했기에 고구마 껍질은 물론이며 고구마 줄기도 껍질을 벗기지 않고 먹었기 때문입니다. 고구마 줄기에 붙은 잎사귀도 떼어 내지 않고 전부 삶아서 된장에 조물조물.. 더보기
나물이야기 2013년 2월 / 냉이 봄나물의 으뜸, 향긋한 냉이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곧 있으면 우리네 큰 명절인 설날입니다. 지난 해, 윤달이 들었던 이유로 올해 설날은 입춘을 지나 엿새째 되는 날에 자리를 잡았네요. 어릴 적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아련한 추억들이 불현듯 생각납니다. 가래떡을 뽑으러 가신 어머님을 기다린다고 창호지문을 여닫으며 참 많이도 들락거렸었지요. 외지에 나가신 삼촌이 언제 오나, 시린 발을 동동거리며 마을 어귀에서 서성이던 기억도 있고요. 저는 위로 언니가 있고 아래로 남동생이 있는 탓으로 언니 옷을 물려 입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명절 대목장을 보러 가신 부모님께서 설빔으로 무엇을 사오실까 하는 기대도 많이 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실감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아마 세뱃돈의 많..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