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주영달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충북북부권역협의회 사무국장
1986년 한살림(당시 한살림농산)은 무농약쌀과 유정란, 참기름 등을 가지고 세상에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친환경 농업을 하는 생산지도 한살림 철학이 담긴 물품도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충북 음성 성미마을의 최재명, 최재영 형제는 농약중독으로 갖은 어려움을 겪고 난 뒤 1979년부터 농약 없이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한살림과 두 사람은 뜻을 같이 했고 성미마을은 한살림의 최초 생산지 가운데 하나로 무농약 재배한 쌀을 공급하며 한살림의 시작을 함께 했습니다.
한살림의 역사를 돌아보면 성미마을이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합니다. 1989년 한살림이 되살린 최초의 단오잔치가 성미마을에서 열렸으며 초창기에 설립된 뒤 해산했다가 2003년 다시 결성된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초대 회장도 성미마을에 사시던 고 최재두 생산자가 역임했습니다. 한살림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기재배 벼 생산자들의 시름을 덜어준 우렁이농법을 개발한 것도 성미마을 최재명 생산자입니다. 함께 경작하고 함께 소득을 분배하는 무소유공동체 실험도 벌인 곳도 이 마을입니다. 여든살 고령인 최재명 생산자는 지금도 한살림에 유기농쌀과 한살림 토하젓에 들어가는 새뱅이(민물새우)를 내고 있습니다.
27년 동안 한살림이 꿈꾸는 생명세상을 앞장서서 일궈온 성미마을에 지금 심각한 위기가 닥쳤습니다. 음성군에서 성미마을을 포함한 음성군 대소면, 금왕읍 일대 3,966,9,42㎡(약 120만 평) 농지를 공장단지화 하는 이른바 ‘음성태생국가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여의 도면적의 약 1.4배 면적, 한살림 전체 친환경 논 면적의 1/3에 달하는 농지가 사라지게 됩니다. 현재 음성군은 11월에 음성군의회, 내년 12월까지 충청북도 의회의 승인을 거쳐 2015년에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농지를 강제로 수용 당할 수도 있습니다. 성미마을 한살림 생산자들과 인근 지역 100여 가구 농민들은 지금 음성군청 앞에 천막을 쳐놓고 ‘농사를 계속 짓게 해달라’며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성미마을이 있는 음성군 대소면 일대는 얕은 산들로 이뤄져 있어 하려고만 한다면 더 많은 농지를 확보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도 있는 곳입니다.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이라 이 지역에 밀집해 있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먹을거리를 공급하기에도 적합한 곳입니다.
농지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성미마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강원도 홍천군 일대, 한살림 생산지가 있는 서면 두미리 등도 골프장 개발 때문에 농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농지는 1990년 210만8,812ha에서 2012년 172만9,982ha로 매년 줄어들어왔습니다.
식량자급률도 2012년 22.6%, 그나마 거의 자급하고 있는 쌀을 빼면 3.7%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농지의 가치는 단순히 땅값이나 개발 이득만으로 따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농업이 무너지고 나면 아무리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 뜻대로 식량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작은 변화가 때로는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한살림이 처음 씨앗을 뿌리고 역사를 일궈온 그 땅이 공장으로 뒤덮인 뒤 “예전에 이곳이 최초로 한살림에 쌀을 내던 곳이었다.” 고 쓸쓸하게 회고하지 않도록…, 농지를 지키기 위해 외롭게 분투하고 있는 성미마을 생산자들께 마음을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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