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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나물이야기

2013년 12월 나물이야기/ 무말랭이

 

김장철에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 먹는
무말랭이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또,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숙연해지기도 하네요. 한살림가족들 모두 공사다망했을 2013년, 남은 한 달 동안 한해 마무리도, 희망찬 새해맞이 준비도 잘하시기 바랍니다.

이맘 때 김장들을 합니다. 저 어릴 때는 12월에 김장을 많이 했습니다. 보관 때문에도 그렇지만 믿거나 말거나 추울 때 김장해야 맛이 좋다는 설도 있었지요. 김치냉장고가 없으니 갓 담근 김치는 땅 속에 묻은 김장독에 보관하고 그 위에 짚으로 엮은 작은 지붕을 얹어 눈비를 가리고 김장독에 흙탕물 튀는 것도 방지했습니다.

저는 올해 총각김치, 배추김치도 담갔고요, 늙은 호박 삶은 물로 지고추와 함께 담근 동치미에, 텃밭에 심은 쪽파로 파김치까지 담가 겨울 날 준비를 든든하게 마쳤답니다.

예전에는 김장할 때 김장김치 담그고 남은 무로 무말랭이 무침도 함께 만들곤 했습니다. 무말랭이는 고소한 맛과 꼬들꼬들한 식감이 매력적인 별미인데요. 무말랭이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무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채반에 놓고 건조시키거나, 실에 꿰어 양지바른 쪽에 매달아 두면 되지요.

무말랭이를 맛있게 먹으려면 물에 적당히 잘 불리는 게 중요합니다. 물에 너무 오래 담가두면 물컹해 식감이 떨어지고 덜 불리면 질겨서 먹기 힘드니 1시간 전후로 불리는 게 제일 적당하더라고요. 지금이야 무가 흔해 사시사철 무말랭이를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이맘 때, 단맛이 있는 가을무로 만든 무말랭이가 가장 맛이 좋습니다. 무말랭이와 궁합이 잘 맞는 가을 고춧잎과 함께 무말랭이 무침을 만들면 더욱 좋습니다. 오징어채를 곁들이면 아이들도 잘 먹지요. 무말랭이 무침은 보통 간장으로 하는데 저는 멸치액젓을 찹쌀풀과 함께 넣고 김치 양념 하듯이 버무려 먹으니 좋더라고요.

한살림에서 무말랭이(무말림)와 무말랭이무침(무말림무침)을 공급하니 평소 이들을 간편하게 이용해도 좋지만 김장철에는 김장하고 남은 무로 온 가족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함께 만들어 먹으면 좋겠네요. 최근에는 가정용 건조기로 무말랭이를 만드는 집도 있다는데, 저는 단독주택에 사는 혜택으로 옥상에서 말렸답니다.

그럼 얼마 남지 않은 계사년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 뵙겠습니다.

 

-------------------------------------------------------------------------------------글을 쓴 김주혜 님은 평소 산나물과 산야초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가져왔습니다. 현재는 한살림청주 이사장으로, 한살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