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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나물이야기

2014년 1월 나물이야기 / 고사리

꺽어도 꺽어도 다시 나는 생명력의 상징, 고사리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세밀화 박혜영 한살림서울 조합원



한살림 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나물이야기를 쓴 지도 어느새 스무 달이 지났습니다. 시간 참 빠르네요. , 여름에는 다양한 나물이 지천이라 소개할 게 많습니다. 하지만 겨울에는 건나물밖에 없어, 이맘때에는 어떤 나물을 소개할지 항상 고민입니다. 다행히 겨울에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말린 고사리가 떠올라, 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고사리는 이른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나는 나물이지만 보통은 생고사리 보다 말린 고사리를 많이 먹습니다.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삼색나물 중 하나로,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먹어온 나물이기도 하지요. 생각해보니 이달 말에 민족 고유의 명절 설날이 있네요. ‘이란 새해의 처음이자, ‘첫 날을 의미합니다. 이런 날 정성스럽게 차리는 차례상에 고사리를 올리는 이유는 꺾고 또 꺾어도 끝내 올라와 피고 마는 고사리의 생명력 때문입니다. 조상들은 고사리의 생명력처럼 그 집안 자손이 대대손손 이어질 거라 여겼답니다.

고사리는 볶음용으로 많이 쓰이고 육개장이나 찌개 등에 들어가 깊은 맛을 내는 재료로도 쓰입니다. 먹기 전에는 질긴 식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간단한 손질을 합니다. 생 고사리는 삶고요, 말린 고사리 역시 삶아 하루 정도 물에 우려내야 합니다. 너무 오래 삶으면 흐물흐물해지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조기찌개에 고사리를 넣어 먹으면 맛이 참 좋습니다. 다른 찌개와 달리 조기찌개용으로는 말린 고사리 보다는 생 고사리 삶은 게 잘 어울린답니다. 다만 고사리에서 비릿한 맛이 날 수 있으니 삶은 생 고사리를 넣기 전에 살짝 말려야 합니다. 고사리를 볶아 먹을 땐 이렇게 해보세요. 냄비를 불에 충분히 달군 뒤 들기름에 고사리를 달달 볶습니다. 다음으로 들깨가루를 듬뿍 넣고 쌀뜨물도 넣어 자작하게 볶아 줍니다. 식성에 따라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면 완성입니다. , 마늘을 굳이 넣지 않아도 맛이 좋습니다. 고사리와 들깨가루가 어우러져 구수하면서도 깔끔하거든요.

조기찌개 이야기를 하니, 고사리 꺾을 봄이 기다려집니다. 아직 겨울이 한창이니 조금 먼 일이긴 하네요. 그래도 한살림에는 겨우내 말린 고사리도 나오고 삶은 고사리도 나옵니다. 참 편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글을 쓴 김주혜 님은 산나물과 산야초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꾸려왔습니다. 현재는 한살림청주 이사장으로, 한살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