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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자연에서 온 귀한 것

<자연에서 온 이 귀한 것>시련에 대한 달콤한 대답 추위 속에 자라지만 달고 시원한 맛 월동무

시련에 대한 달콤한 대답

추위 속에 자라지만 달고 시원한 맛 월동무

문재형  사진 박하선 작가
































   

십자화과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로  줄기가 60~100cm까지 자라며 잎은 깃 모양으로 뿌리에서 뭉쳐나고 뿌리는 둥글고 길다.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이고 삼국시대 불교의 전래와 함께 우리나라로 들어왔다고 한다. 고려시대부터 중요한 채소로 여겨졌으며 현재 우리나라 채소 중 3번째로 넓은 재배면적(약 2만3천ha)을 자랑하는 게 바로 무이다. 김치부터 무국까지 다양한 요리에 쓰이며 사시사철 우리 밥상에 오르내리지만 아쉽게 겨울에는 무가 자라지 않기에, 가을에 수확한 무를 땅에 파묻는식으로 어렵게 저장하며 먹어왔다. 그러나 겨울에도 자라는 무가 있다. “월동무”. 그 이름을 아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

 

지금 한살림에는 월동무가 공급되고 있다. 아쉬운 대로 저장무에 만족하던 입맛에 영하의 추위와 칼바람을 맞으며 당분을 축적하고 흙 냄새를 간직한 월동무는 여간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겨울에 자라는 무는 비닐하우스나, 비닐멀칭 때문이 아니다.1984년부터 땅의 힘을 믿고 유기재배를 하며 월동무 재배 실험을 한 전남 진도의 김종북 한살림 생산자가 있었기에 가능한일이다. 진도는 비교적 따뜻한 섬이기에 월동배추와 대파 등의 겨울 채소류 재배가 가능한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도 가능할것이라는 믿음으로 종자를 바꿔가며 재배 실험을 계속한 끝에 우리나라 최초의 월동무가 나오게 되었다. 

진도에서 월동무 재배가 성공한 뒤로, 지금은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월동무 재배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진도에서 자라는 한살림 월동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재배된 월동무이기도 하지만 일체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지 않은 생명의 땅에서 자라난 건강한 먹을거리라는 점에서도 각별하다.  9월경에 파종한 무는 따스한 가을볕과 비를 먹고 자라다가, 추위가 시작되면 월동무 특유의 달고 시원한 맛을 만들게 된다. 눈이 내리고 차디찬 바닷바람이 불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도 월동무는 꿋꿋하게 자라며 몸 안에 당분을 축적한다. 가을에 수확한 저장 무에 비해 제철에 수확한 월동무가 신선한 것은 당연하고 주문에따라 무청이 그대로 달린 무를 매일 매일 밭에서 뽑아 공급하기에, 이 겨울무의 단맛과 아삭거리는 식감이 별미인 것은 두말 할나위가 없다. 이 때문에 겨울철 별미로 과일처럼 깎아 먹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월동무를 재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아니다. 한겨울에 때로는 눈보라를 맞으며 노지에서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고 매년 되풀이되다시피 하는 한파나 냉해 때문에 생산차질이 빚어질 위험도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눈비가 오거나 기온이 많이 내려가는 날에는 힘든 일을 하겠다고나서는 사람이 적어 일손을 구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세상 만물 중에 고맙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추운겨울에 푸른무청을 달고 집으로 공급되는 월동무가 이 고된 과정을 통과한 것임을 알고 나면 그 고마운 마음이 더욱 사무친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한겨울, 뭐니 뭐니 해도 모진 바닷바람과 추운 겨울 날씨를 고스란히 견뎌낸 진도 월동무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월동무를 탄생시킨 아버지 김종북 생산자와 함께 월동무를 재배하는 아들 김주헌 생산자의 이야기가 춤추듯 휘날리는 눈보라의 리듬과 푸른 무청의 생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