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감 

부드럽거나 혹은 단단하거나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감 드실래요?’라는 말은, ‘알겠다’는 대답보다 ‘어떤 감?’이냐는 질문을 듣게 만든다. 사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감이 달라서다. 누군가는 혹시 터질까봐 조심조심 먹었던 붉은빛의 부드러운 홍시가 생각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아삭아삭 씹히는 주홍빛의 단단한 단감이 그려질 것이다.

예부터 먹어온 홍시

일본에서 온 단감

중국이 원산지인 감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사랑 받아왔다. 13세기 고려 때 한의서인 『향약구급방(鄕藥救急)』에 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오래전부터 먹어왔음을 알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조상들은 홍시를 먹어왔다. 예부터 길렀던 감은 수확하자마자 먹을 수 없는 떫은 감이었기 때문이다. 떫은맛을 없애기 위해 조상들은 지혜를 발휘했다. 항아리 바닥에 짚을 깔고 감을 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떫은 감은 붉은빛을 띠게 되고 손에 힘을 주면 말캉할 정도로 부드러워진다. 떫은맛 대신 단맛이 자리 잡은 홍시가 된 것이다. 곶감 역시 떫은맛을 없애기 위한 방편이다. 감 껍질을 깎아 처마 밑에 한 달 정도 매달아 두면 말랑말랑한 곶감이 되었다.

단감은 일본에서 재배해오던 감이다.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심어졌다. 우리나라의 단감 재배 역사는 100여 년에 불과할 정도로 짧지만 지금은 떫은 감보다 단감을 많이 재배한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단감 생산량은 세계 1위이다(『농업전망 2011』 참고). 단감은 수확할 때 떫은맛이 없어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다. 보통 껍질을 깎아 먹지만, 한살림 단감은 친환경으로 재배해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어도 괜찮다. 껍질에는 비타민C가 많아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카바이드 걱정 없는 한살림 감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감 농사에는 고욤나무가 따라온다. 실한 감을 얻기 위해 고욤나무에 감나무를 접붙이기 때문이다. 밑동을 잘라낸 고욤나무에 홈을 내고 감나무 가지를 꽂아 기르는데, 접합수술 같은 이 과정을 견뎌야 온전한 감나무가 된다.

감나무는 6~7년생이 되면 본격적으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좋은 감을 얻기 위해 한살림 농부는 거름을 주고 가지와 열매를 솎아낸다. 언뜻 보면 일반 감농사와 다를 바 없지만 한살림 감은 땅과 잡초를 죽이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나무 주변에 풀을 길러 나무와 풀이 공생하는 초생재배를 한다. 곳곳에 뿌리 내린 풀은 땅의 침식을 막아주고 베어낸 풀은 거름이 되어 땅심을 길러준다. 풀이 감나무를 뒤덮지 않도록 산비탈에 있는 과수원을 오르내리며 주기적으로 예초기 돌리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도 땅과 사람을 살리는 농법이기에 한살림 생산자들은 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감이 가지에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낙과방지제도 뿌리지 않으며 감의 인위적 숙성을 위해 쓰이는 카바이드 등의 화학약품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부지런히 땀 흘려도 속상할 때가 많다. 독한 약을 사용하지 못하니 감꼭지애벌레 피해가 잦고, 2012년 감 농사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던 볼라벤 같은 태풍이 닥치면 떨어지는 감을 속수무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자연을 거스르는 인위적 행동을 지양하고, 정직한 땀으로 짓는 한살림 감농사. “최선을 다 하지만 감 농사가 잘 되고 안 되고는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라 말한 어느 한살림 생산자의 말이 정답일 것이다.



변비? 숙취해소?

아리송한 감이야기

감의 떫은맛은 감 성분 중 하나인 타닌(Tannin)에 의한 것이다. 타닌은 감이 떫거나 떫지 않을 때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감이 떫을 때 타닌은 수용성으로 사람이 먹으면 떫은맛이 강하게 난다. 또한, 수렴작용을 해 장의 수분을 빼앗아 변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반면 감이 떫지 않을 때는 타닌이 불용성으로 변해 사람들이 먹었을 때 떫은맛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떫지 않은 감을 먹을 땐 변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감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C와 과당 등은 먹는 이의 기운을 나게 할 뿐만 아니라 숙취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두 성분은 숙취의 원인인 독성물질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 분해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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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은 기본,

하늘이 도와야 얻는

생명력 가득한

한살림 고춧가루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한살림 고춧가루는 참 억울하다. 1년 내내 땀 흘려 유기농으로 길렀는데 대접을 받지 못해서다. 고추는 기르는 게 참 어렵다. 탄저병이 오면 순식간에 퍼져 한 해 농사가 그대로 끝나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살림 생산자들은 화학 농약 하나 없이 유기농으로 기른다. 식생활 문화가 바뀌어 가정에서 김장을 하지 않고, 바깥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고춧가루 소비가 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값싼 중국산 고춧가루 때문에 고춧가루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한살림 고춧가루 소비가 주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산 고춧가루는 어떻게 길렀는지 알 수도 없고 빨간 빛을 내는 색소가 들어있기도 하다. 그런데 비교 대상이 된다니, 한살림 고춧가루 입장에선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올해는 소비 촉진을 위해 부득이하게 고춧가루 가격을 내리기까지 했다. 한살림 고춧가루가 맛깔스런 양념이 되는 길은 험난한 일인 것이다. 이런 한살림 고춧가루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알아주기 위해 고춧가루의 생애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하늘의 도움 받아

유기농으로 길러


고춧가루를 이야기 하려면 그 모태인 고추부터 살펴봐야 한다. 1년 내내 짓는 고추농사는 1월 말, 넓은 모판에 씨를 뿌리며 시작된다. 1주일 정도 지나 싹이 어느 정도 자라면 칸이 구분되어 있는 모판에 옮겨 심어 기른다.

고추의 튼튼함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 물 주기부터 시작해 습도, 온도까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90일 정도 지나면 거름을 넉넉히 준 밭에 옮겨 심는다. 고추가 땅에 잘 뿌리내릴 수 있게 물을 충분히 주고 수확이 끝나는 11월까지 잡초제거를 해야 한다. 가만히 있어도 숨 막히는 더위에도 생산자들은 풀을 뽑고 고추를 딴다. 최근에는 이동용 수레에 파라솔이 달린 농기구가 나오기도 했지만 힘든 건 매한가지다. 그래도 이 일은 어려움을 참고 하면 할 수는 있는 일이다. 장마가 오면 농부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탄저병이 들이닥친다.

습기에 약한 고추가 쉽게 걸리는 탄저병은 순식간에 온 밭으로 번진다.병에 걸린 고추는 그대로 녹아내려 한 해 농사가 한 순간에 끝나버리기 십상이다. 생산자들은 석회보르도액, 현미식초 등을 뿌리고 거름을 넉넉히 줘 고추를 튼튼하게 하는 예방을 한다. 하지만 병이 오고 안 오고는 전부 하늘에 달린 일이다. 그나마 효과가 있는 게 화학 농약인데, 한살림 생산자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식 같은 고추가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장마가 심했던 작년 같은 경우는 탄저병으로 고추 농사를 망쳐 고추 생산자임에도 고춧가루를 사 먹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55℃ 이하에서 저온 건조해

씨를 뿌리면 싹이 나는 건고추

건고추는 완전히 익어 붉은빛이 도는 고추로 만든다. 수확한 고추는 빛깔이 곱게 나도록 하루 이틀 상온에 숙성시키고 현미식초를 탄 물에 깨끗이 씻는다. 말끔해진 고추는 건조기에 들어가 45~55℃에서 4~5일 동안 서서히 말린다. 시중 건고추는 온도에 대한 규정이 없어 대개 손쉽게 고온 건조하지만 한살림은 규정에 따라 저온 건조를 한다. 이렇게 말린 건고추는 영양소 파괴가 상대적으로 적고, 생명력도 살아 있어 그 씨를 뿌리면 발아가 되기도 한다. 비닐하우스에서 말린 건고추가 더 좋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비닐하우스 온도가 한낮에는 55도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한살림 건고추는 꼭지가 초록색을 띠어 제대로 말리지 않은 것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다. 오해는 오해일 뿐. 각 지역에서 달리 재배하는 고추 종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고 저온 건조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꼭지가 너무 바싹 말라 있는 건고추는 한 번 삶은 뒤, 고온에서 말렸을 건고추일 가능성이 크다. 저온 건조 과정을 거친 건고추는 건조 과정에서 흠이 생긴 것들을 하나하나 선별하고 실한 것들만 자루에 담아 생산자가 직접 고춧가루 가공시설로 가져간다. 


쇳가루 제거 자석에

자외선 살균까지

이물질 걱정 없는

고춧가루 가공과정


충북 괴산·단양, 충남 보은·부여, 경북 봉화·의성, 강원 홍천·횡성, 전남 해남 등 전국 곳곳의 한살림 생산지에서 유기농으로 기르고 저온 건조한 18만근(2013년 기준)의 건고추는 충북 괴산과 제천의 고춧가루 가공시설에서 고춧가루로 거듭난다. 해썹(HACCP,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인증을 받은 고춧가루 가공시설은 생각보다 많은 과정이 있다. 먼저, 건고추 꼭지를 제거하고 공기 세척을 한다. 이물 선별과 스팀세척 후 건조 과정이 이어진다. 건고추 과육과 씨를 분리하는 과정도 있는데, 입자가 고운 장용 고춧가루는 씨를 빼고 과육으로만 만든다. 이제부터 분쇄 과정이다. 일정한 크기로 분쇄되지 않은 고춧가루는 거름망을 통과하지 못하고 다시 분쇄 과정을 거치므로 입자가 균일한 고춧가루가 나온다. 고춧가루는 자석을 통과해 분쇄과정에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쇳가루를 제거 한다. 자외선 살균을 거치고 포장이 완료되면 마지막으로 이물질 탐지기를 통과한다. 혹시라도 방앗간에서 빻는 고춧가루를 생각했다면 깜짝 놀랄 한살림 고춧가루 가공과정이다.

한살림 고춧가루는 모두 유기재배한 고추로 만들지만 곳곳에서 재배한 고추를 모아서 빻기 때문에 현행법상 유기농 인증표기를 할 수 없다. 그러니, 포장지에 인증표기가 없어 의아해 하셨던 분들은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올해도 고추와 함께 1년을 보냈습니다

김동연 경북 봉화 산애들공동체 생산자

농부의 딸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옥수수 농사, 감자 농사, 고추 농사 참 지겹게 많이 도왔습니다. 그때는 농약이나 제초제는 상상도 못 했고 고추도 밭에 씨를 바로 뿌려 길렀던 게 생각납니다. 어른이 되어 꿈을 안고 서울로 떠났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한살림 생산자로 고추 농사를 지은 지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올해도 고추와 함께 1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봄에 고추 모종을 기르던 일이 생각납니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이불을 덮어가면서 온도와 습도를 맞춰 줬는데 키가 10cm가 안 되더라고요. 밭에 옮겨 심었는데, 멀리서는 잘 보이지도 않아 참 속상했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나자 고맙게도 고추가 훌쩍 자라더군요. 어찌나 반갑던지. 저는 이렇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게 수확할 때보다 신이 납니다. 한살림 조합원들께 막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요. 하지만 장마가 시작되면 불안해집니다. 탄저병이 오지 않도록 영양분을 주고 하늘과 땅에 열심히 기도하지요. 하지만 이놈의 탄저병은 한 해도 그냥 지나가질 않아요. 올해는 벌레가 심해 할미꽃 뿌리, 은행잎 달인 물을 뿌려 효과를 보았지만 탄저병은 뭘 해도 소용이 없네요. 고추 따는 걸 도와주는 할매들은 “그냥 약치고 시장에 내라”고 하지만 한살림 하면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떠오릅니다. “저는 평생 이 농사짓고 살아야 해요.” 할매들께 말하고 힘을 냅니다. 이렇게 고생하며 기른 고추인데, 고춧가루 소비가 부진하다는 말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제가 좀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부족한 탓이겠지요? 좋은 것들로만 고르고 골랐는데 혹시나 문제가 있어 조합원 분들 맘을 상하게 한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물품을 내고 나면 항상 며칠씩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저희 생산자들은 든든한 버팀목인 조합원들이 있어서 마음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저를 믿어주는 한살림 소비자 조합원들이 있어서, 함께 땀 흘리는 한살림 생산자 회원들이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한살림 안에는 따뜻한 공기가 있더라고요. 지금도 항상 생각합니다. 한살림 하길 참 잘했다고, 자랑스럽다고. 여러분 덕분에 농사 잘 짓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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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바람 속에서 자식처럼 기른 쌀 사과 


문재형, 박지애 편집부·사진 문재형 편집부, 류관희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단풍이 물들고, 높고 푸른 하늘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도 이맘때이다. 햇곡식과 햇과일을 맛보는 것도 이즈음에만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우렁이와 농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기른 쌀, 동글동글 붉은 모양만큼이나 영양만점 사과, 아삭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인 배로 깊어진 가을을 한껏 느껴보자.


우렁이와 농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기른

한살림 쌀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밥 대신 빵을 먹는 게 흔한 일상이 되었다. 1인당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마당에 정부는 일방적으로 쌀시장 전면 개방 선언까지 했다. 그래도 한국인의 밥상에서 쌀을 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밥심이라는 말이 있다. 라면을 끓여 먹을 때도, 고기를 먹을 때도 밥은 꼭 있어야 한다. 다른 먹을거리들이 어쩌다 쌀을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쌀은 여전히 우리의 ‘주식’인 것이다. 1986년 한살림의 시작도 ‘쌀가게’였다.

한살림 쌀 생산지는 경남 산청, 전북 부안, 충남 아산, 강원 홍천 등 전국적으로 20곳이 넘는다. 지난 해 677세대의 생산자가 1118만㎡(340만 평)의 논에서 굵은 땀을 흘려 442만kg의 쌀을 생산했다. 한살림에 공급되는 쌀은 우리가 흔히 쌀이라 부르는 멥쌀과 찰기가 있는 찹쌀이 있고, 쌀마다 도정을 달리해 공급한다. 멥쌀에는 왕겨만 벗기고 쌀겨는 벗기지 않은 현미, 쌀겨를 완전히 벗긴 백미, 현미와 백미 중간 정도로 쌀겨를 벗긴 오분도미가 있다. 찹쌀에는 현미와 백미가 있다. 그 외에 녹미, 흑미, 발아현미 등도 있다.

한살림 쌀농사도 보통 쌀농사처럼 봄이 오면 모판을 내고 모내기를 하며 가을에 수확을 한다. 하지만 몸에 해로운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롯이 유기농으로 길러 낸다는 점이 다르다. 이럴 경우 피처럼 논에 빼곡히 나는 잡초를 뽑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농부의 힘으로만 감당하기 어려운 탓에 우렁이의 도움을 받는다. 모내기를 하고 661㎡(약 200평)당 4~5kg의 우렁이 알을 뿌린다.

우렁이가 알을 까고 나오면 잡초를 먹는다. 우렁이는 이미 어느 정도 자라서 줄기가 질기고 두꺼운 벼들은 먹지 않는다. 올해 초에 돌아가신 한살림 최재명 생산자가 창안했고 대부분의 우리나라 유기농 농부들이 실행하는 ‘우렁이농법’이다.

약을 치지 않으니 한살림 논에는 깔따구, 물방개, 메뚜기 등 다양한 논 생물이 살아간다. 한살림 생산자들은 가을에 소비자 조합원을 논으로 초대해 메뚜기잡기 행사를 연다. 함께 메뚜기를 잡으며 어른들은 추억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논에서 맘껏 뛰어 논다. 수확이 끝나고 한 해 쌀농사가 마무리될 쯤 생산자 회원과 소비자 조합원은 또, 한자리에 모인다. 1989년부터 시작된 ‘쌀값결정회의’다. 회의에서는 내년도 쌀 생산량과 수매가격을 결정한다. 보통의 가격결정회의와 달리 소비자는 가격을 올리라 하고 생산자는 가격을 내리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쌀은 탄수화물 외에도 우수한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고, 논은 홍수조절, 대기정화, 토양보전 기능 등이 있다. 흔히 보고 흔히 먹어와 소홀히 여기기도 하지만 우리 조상들이 괜히 쌀을 주식으로 삼고 먹어온 게 아니다.


동글동글 붉은 모양만큼이나

영양만점

한살림 사과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할 만큼 오래 전부터 재배되어온 사과는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이다. 오래전부터 능금이라는 품종이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었지만 지금 우리가 맛보는 사과 품종이 들어온 것은 1900년경이다. 미국인 선교사가 들여왔다고 전해진다.

‘하루 한 알 사과를 먹으면 의사 볼 일이 없다’는 영국 속담이 있을 만큼 사과는 몸에 좋은 과일이다. 사과에 들어 있는 칼륨은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도움을 줘, 고혈압 환자에게도 좋다. 또한 아침에 먹는 사과를 ‘금사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과에 들어 있는 산이 위를 자극하여 식욕을 돋우고, 소화흡수를 돕고, 피로를 풀어주기 때문이다. 사과는 깎아서 먹는 것보다 껍질까지 먹는 게 더 좋다. 껍질에 들어 있는 섬유질이 장을 튼튼하게 해 주고, 펙틴 성분이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한살림에서는 조생종인 아오리, 중생종인 홍로, 양광, 만생종인 부사 등을 공급한다. 생산지는 경북 의성·상주·영천, 경남 거창, 충북 충주 등이다. 사과 농사는 이미 지난 해 겨울부터 시작된다. 겨울부터 봄이 올 때까지 가지치기를 하고 과수원에 퇴비를 뿌려 땅심을 돋운다. 꽃이 피면, 꽃을 솎아주고, 열매를 맺으면 일일이 열매를 솎아주는 것도 알찬 열매를 수확하기 위함이다. 틈틈이 나무 밑에 자란 풀을 베어주는 것도 농부의 몫이다.


한동섭 황정자 경북 상주 햇살아래공동체 생산자 부부

한살림에서 나오는 물품들은 대부분 무농약 이상 재배를 하지만 병충해에 민감하고 당도가 높은 사과는 병충해 피해가 커 어쩔 도리 없이 저농약재배를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한살림은 시중의 저농약재배보다 훨씬 더 엄격한 자체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제초제, 토양소독제는 물론 독성이 강한 농약, 생장조절제 등도 일절 금하고 있다. 농약 방제 횟수도 7번으로 제한한다. 그 대신에 한살림 생산자들은 친환경자재인 석회보르도액, 석회유황합제, 미생물제제 등을 사용한다. 석회보르도액은 친환경 과실 농사에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자재로, 종합살균제 역할을 할뿐 아니라 과육에 칼슘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공급 받은 사과에 묻어 있는 석회보르도액은 식초 탄 물에 헹구면 쉽게 닦인다.

아삭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

한살림 배

달고 아삭한 맛이 일품인 배는 고대그리스 시인 호머의 『일리야드』에도 기록이 돼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재배돼 온 과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신라시대의 문헌에 배나무를 기르는 법이 기록돼 있다.전통 의학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배는 폐를 보하고 신장을 도우며, 종기의 독과 술독을 푸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기록한다. 배는 또한 칼륨, 식이섬유, 솔비톨, 폴리페놀 등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당뇨병에도 좋고, 변비, 콜레스테롤 상승을 억제하는데도 좋다.


조영분 이성열 충남 아산연합회 생산자 부부

한살림은 조중생종인 황금, 원항, 만풍과 만생종인 신고 등의 배를 공급한다. 생산지는 충남 아산, 세종, 전남 순천·나주, 경북 김천, 경기 여주·파주 등이다.

배 농사의 시작은 배 수확이 끝나는 10월에 퇴비를 주며 시작한다. 이듬해 꽃이 피면 하나하나 수정을 하는 것도, 열매가 맺고 나면 일일이 솎아주는 것도 농부의 몫이다. 배는 당도가 높은 만큼 병충해가 심해 농약 없이 키우기가 무척 힘든 작물이다. 그러다보니 한살림에도 유기재배나 무농약재배보다 저농약재배가 많다. 하지만 한살림 저농약 배는 시중의 저농약 배들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세워놓았다. 고독성, 발암성, 침투이행성 농약은 사용을 일절 금하고 대단히 독성이 낮은 농약에 한해 연중 6회 이내로만 쓸 수 있게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출하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사용하는 지베렐린 같은 성장조절제도 한살림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똑같은 모양의 저농약재배 표시를 달고 있어도 한살림 물품은 훨씬 더 까다롭고 엄격한 재배기준을 통과한 것들이다. 제초제를 치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여름에도 서너 번 김을 매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배는 표면에 쉽게 상처가 생기기 때문에 행여 손자국이 남을까 수확 때도 조심한다.

매장이나 공급을 통해 우리가 손쉽게 만나는 배는 이렇게 정성 가득한 손길들을 거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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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가을 풍성한 먹을거리 가지 고구마 고추


글 문재형박지애 편집부·사진 문재형 편집부, 류관희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하다. 엊그제만 해도 매미가 목청껏 울더니, 벌써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온갖 곡식들이 무르익는 이때, 군침 도는 먹을거리만큼 몸과 마음을 풍족하게 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 탐스러운 보랏빛을 자랑하는 가지, 단맛만큼 영양도 풍부한 고구마, 우리 집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고추. 자연의 선물들로 가을밥상을 차려보자.


탐스러운 보랏빛 유혹

가지

가지는 아시아 남·동부, 오늘날의 인도 일대가 원산지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중국을 거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되며 중국 송나라 때 책인 『본초연의(本草衍義)』에 신라에서 가지를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보통 가지는 1년 생으로 여기지만 겨울이 없는 열대지방에서는 여러 해 동안 자라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재배하는 만큼 나라마다 가지 요리도 다양하다. 일단, 우리가 흔히 먹는 가지나물과 가지볶음이 있고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튀김을, 터키에서는 가지 속에 쌀과 고기 등 온갖 양념을 넣어 삶아 먹는다.

가지의 탐스러운 보랏빛은 몸에 좋다는 안토시아닌의 상징이다. 안토시아닌에는 우리 몸이 노화되는 것을 막아주고 시력을 보호해주는 항산화성분이 들어 있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운동을 활성화시켜 숙변을 제거하고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준다.

한살림 가지 생산지는 충북 청주·보은(토종), 충남 아산, 강원 홍천·양구일대다. 모두 3종류가 공급되는데 길이가 길고 두께가 다소 얇은 장과형과 길이가 짧고 두께가 두꺼우며 끝이 약간 둥근 단과형, 올해부터 공급하고 있는 소뿔 모양의 토종가지가 그것이다.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공급되며 이 즈음이 수확량이 가장 많다. 가지 농사는 이른 봄에 모판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키우면서 시작된다. 모종은 한 달 반 정도 비닐이나 부직포 등으로 덮어주고 세심하게 관리한다. 가지가 어느 정도 자라면 거름을 준 밭에 옮겨 심는다. 가지는 비바람에 쓰러질 염려가 있어 지주를 세우고 끈으로 튼튼하게 묶어줘야 한다.

가지 줄기는 Y자 모양으로 자라나는데 갈라지기 시작한 부분 아래로 난 잎은 모두 솎아주고 처음으로 난 꽃도 솎아준다. 그래야 영양분이 고루 퍼져서 건강하고 열매도 잘 맺을 수 있다고 한다. 제초제 없이 손으로 김매가며 정성을 다하지만 응애나 나방, 곰팡이병이나 흰가루병같은 병충해가 발생해 생산자들의 속을 썩이곤 한다. 친환경자재를 사용해보지만 약효가 강하지 않아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가지를 수확하는 생산자들의 얼굴에는 고마운 빛이 가득하다. 가지의 탐스러운 보랏빛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단맛만큼 영양도 풍부한

고구마

구황작물로도 소중했던 고구마.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후기인 18세기 대마도를 통해 들여와 부산과 제주도에서 재배를 시작했다. 속이 노래 ‘옐로 푸드’로 분류되는 고구마에는 항산화·항암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고구마 한 개를 먹으면 이들 성분의 하루 필요량을 다 채우고도 남는다. 흡연자나 환경오염이 심한 곳에서 사는 사람에게 고구마를 권하는 것도 이 베타카로틴 성분 때문이다. 생고구마를 잘랐을 때 나오는 하얀 즙은 야라핀(jalapin)이라는 성분으로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에 도움을 준다.


한살림에서는 밤고구마, 호박고구마,자색고구마를 공급하고 있다. 생산지는 경기도 여주, 강원도 홍천·원주, 충남 아산·당진, 충북 충주·보은·옥천·영동, 전북 정읍, 전남 무안·해남 등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고구마 농사는 가을에 수확을 하면서 크기가 자잘한 씨고구마용 고구마를 따로 선별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깻묵, 농사 부산물 등의 유기질 퇴비를 뿌려놓은 밭에다 씨고구마에서 싹튼 고구마순을 4월 말에 심는다. 제초제나 농약을 뿌리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풀을 잡기 때문에 들어가는 품과 땀이 적지 않다. 이르면 8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한살림 출하기준에 적합한 50~500g 사이의 고구마를 선별하고, 1주일가량 바람과 햇빛에 말려 수분을 줄이는 한편 상처 난 부위가 자연스럽게 아물게 한다.


송두영 경영란 경기 여주 금당리공동체 생산자 부부

밭에서 캔 지 얼마 되지 않은 고구마는 숙성이 덜 되어 단맛이 떨어지니 냉장보관하지 않고 상온에서 보관하다 열흘 정도 숙성시킨 뒤에 먹으면 좋다. 고구마 껍질에는 영양분이 많이 들어 있으니, 껍질째 먹는 게 더욱 좋다.

  상 필수품

고추

각종 김치와 고추장, 각종 양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추.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다는 설이 일반적이었지만 신라 문성왕 때 쓰인 『식의심감(食醫心鑑)』에서 고추장(椒醬)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걸로 보아 신라시대부터 재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은 몸의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신경통 치료와 체지방 분해에도 탁월하다. 고추는비타민C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피로회복과 감기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강문필 최정화 경북 울진 방주공동체 생산자 부부 

한해 고추 농사는 땅이 녹는 봄부터 준비한다. 고추만큼이나 쑥쑥 자라는 잡초를 뽑고, 탄저병과 역병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모두 농부의 몫이다. 더운 지방이 원산지인 고추는 습한 여름에 병에 걸리기 쉽다. 붉은 고추를 수확하는 것은 가을 무렵이다. 풋고추는 꽃이 핀 뒤 15일부터, 붉은 고추는 꽃이 핀 뒤 45일쯤 지나면 첫 수확을 한다.

붉은 고추가 건고추가 되기까지 또한 번 손길이 필요하다. 붉은 고추를 잘 씻은 다음 볕에 말린 후 건조기에 넣는다. 태양에 고추를 말리면 좋겠지만 일조량이나 일손이 부족해 쉽지 않다. 대신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55℃이하에서 서서히 말린다. 저온으로 말리는 이유는 고추씨가 발아될 수 있는 상태, 다시 말해 생명력이 담긴 물품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생산자 스스로 정한 규정이다. 더 높은 온도로 말리면 고추씨가 발아되지 않는다.

한살림에는 오이맛풋고추, 꽈리고추, 풋고추, 홍고추, 비타민고추, 청양고추, 토종풋고추가 공급되고 있다. 한살림 고추는 무농약 인증이라 해도 유기재배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깨끗한 물에 씻어서 된장이나 고추장에 찍어먹기만 해도 좋다. 특히 오이맛풋고추는 다른 고추에 비해 매운 맛이 덜해서 아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꽈리고추는 볶음이나 조림을 해 먹으면 맛이 더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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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지친 몸에 활력을 주는 복숭아 단호박 포도


글 문재형, 박지애 편집부·사진 문재형 편집부, 류관희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 지치고 무기력해지기 쉬운 요즘이다.기운이 없다고 먹는 일을 소홀히 하면 영양섭취가 제대로 안되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갈증해소에 좋은 복숭아, 몸의 열을 내려주는 단호박, 비타민이 풍부해 피로회복에 좋은 포도. 이 즈음 맛 볼 수 있는 제철 먹을거리로 눈길을 돌려보자


껍질 째 먹어도 좋은 

복숭아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퍼지는 향기. 입가를 타고 뚝뚝 떨어지는 풍부한 과즙이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준다. 복숭아는 신선들이 즐겨먹던 불로장생의 과일, 이상향인 무릉도원 역시 복숭아꽃 만발한 광경을 묘사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과일이다. 장미과 벚나무속 과일이며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과일이다. 『삼국사기』에 복숭아와 관련된 기록이 나오는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재배했음을 알 수 있다.



한살림 복숭아는 강원도 원주, 충북 충주·옥천·음성, 경북 의성에서 기른 것들이다. 복숭아는 병충해가 특히 심해서 농약 없이 기르기가 무척 어렵다. 그래서 한살림 생산자들도 대부분 저농약으로 재배한다. 농약을 안전사용기준 1/2까지 허용하는 것은 같지만 같은 저농약재배라 해도 한살림은 정부 인증 저농약재배에 비해 더욱 까다롭고 엄격하다. 정부 인증 저농약 재배는 고독성 농약 사용이 가능하고 토양소독제와 생장조절제는 법적규제에 따라 사용하지만 한살림은 일체 사용을 금지한다. 연중 농약방제 횟수도 4회(9월부터 공급하는 복숭아는 5회)로 정부 인증 저농약 재배 농가들이 방제 횟수 제한이 없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때문에 정부 인증 저농약재배를 하다 한살림저농약재배를 시작한 생산자들은 예전만큼 수확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복숭아는 따뜻한 성질이 있어 많이 먹어도 쉽게 탈이 나지 않아 속이 찬 사람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껍질에는 각종 식이섬유와 황산화성분이 풍부해 가급적 껍질 째 먹는 게 좋다. 한살림 복숭아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한만 사용해 기르니 물로 가볍게 씻어 먹어도 안심할 수 있다.

과일만큼 달다

단호박

단호박은 1920년대에 일본인들이 가지고 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왜호박이라고 불렸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재배가 된 지는 채 20년이 되지 않았다. 당도가 10브릭스에 달해 단호박은 과일에 견줄 정도로 단맛이 강하다.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에도 좋고 비타민이 풍부하며 해독, 해열 효능도 있어 감기나 천식에도 이롭다.


전용기 이민영 전북 진안 생산자 부부 


한살림에는 ‘단호박’과 ‘미니단호박’두 종류가 공급되고 있다. 미니단호박이 좀 더 작다는 것 외에는 둘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단호박 농사는 춘분 무렵부터 준비한다. 씨를 싹 틔워 한 달가량 기른 모종을 미리 퇴비를 뿌려 땅심을 길러둔 밭에 옮겨 심는다. 물론 한살림 단호박들은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햇살과 비를 맞으며 자라게 한다. 단호박은 다른 작물들보다 잎이 넓어서 잡초들이 힘을 못 쓴다. 이 때문에 제초제를 쓰지 않는 한살림 농부들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김매기가 단호박 농사에서는 조금 덜한 편이다. 밭에 정식한 지 두 달가량 지나 단호박 열매가 짙은 초록색을 띠게 되면 수확이 시작된다. 대개 장마가 시작될 무렵이다. 커다란 호박잎에 가려져 있는 단호박을 하나하나 손으로 따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서 1주일 이상 보관하며 후숙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단호박의 전분이 당분으로 변하며 특유의 달콤함이 자리 잡는다. 조합원들께 전해지는 건 이렇게 단맛이 충분히 무르익은 뒤의 일이다.

피로회복에 으뜸

포도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도 포도가 등장할 정도로, 오랫동안 인류의 식탁에 올라온 과일이다. 성경에는 예수가 자신을 포도나무에 비유하는 표현도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옛 문헌이나 신사임당이 그렸다는 묵화에도 포도가 등장하지만 본격적으로 재배가 시작된 것은 근대 이후 1906년 고종의 칙령에 따라 서울 뚝섬에 권업모범장이 설립되면서다.

포도 속에 들어있는 칼륨은 몸 속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이뇨작용을 돕고 변비와 소화불량에 좋다고 한다. 포도에 들어있는 포도당과 과당은 몸 안에서 빠르게 에너지로 전환되기 때문에 피로회복에 무척 좋다. 또, 비타민A, B, B2, C, D, 칼슘, 인, 철, 마그네슘과 각종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더위에 지친 몸에 더욱 좋은 과일이다.


박영식 곽문희 충북 영동생산자모임 생산자 부부

포도 농사는 봄에 포도나무 새 순이 나올 무렵 가지마다 눈을 한두 개만 남기고 가지치기를 하며 시작한다. 포도알이 맺히기 시작하면, 역시 몇 송이만 남겨두고 다시 솎아준다. 그뒤에는 직사광선과 해충으로부터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 봉지를 씌우고 다시 순을 잘라준다.한살림 포도는 병충해 방제를 위해 화학농약대신 석회보르도액과 석회유황합제 같은 친환경농자재를 쓴다. 포도나무에 많이 꼬이는 쌍점매미충은 일일이 손으로 잡아낸다. 

한살림 포도는 우리나라에 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캠벨종이다. 캠벨종은 껍질이 어두운 색을 띠며,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공급 받은 포도에 석회보르도액이 하얗게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체에 해롭지 않지만 께름칙하다면 물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트려 씻어 먹으면 된다. 포도 껍질에는 영양분이 많으니 껍질째 먹으면 더욱 좋다.

‘하루 먹는 밥 세 끼가 보양’ 이라는 옛 말이 있다.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덥다고 찬 음식만 찾기보다 제철 먹을거리를 많이 먹는 게 좋다. 입추가 머지않았다. 한살림 제철 먹을거리로 여름을 잘 나고 가을을 맞이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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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도 식히고 몸도 보하는 한살림 참외 오이 토마토

 문재형, 박지애 편집부·사진 류관희 



껍질째 모두 먹으면 더욱 좋은 한살림 참외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무더운 여름 이면 참외를 차가운 계곡물에 담가 두었다 먹곤 했다. 참외는 특유의 단 맛과 아삭한 식감이 매력적이고 몸에 이로운 성분도 많이 들어있다. 수분 함량이 약 90%에 달해 갈증을 풀어 주고, 칼륨 등 무기질과 비타민 함량 이 풍부하다. 무더운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면서 약알칼리성인 우리 몸이 자칫 산성화될 수 있는 데 참외는 약알칼리성이라 이를 막아주기도 하 며, 특히 임산부에게 좋은 엽산이 가 장 많이 들어 있는 과채이며 껍질 에는 베타카로틴, 씨 주변에는 토코페롤 등이 있어 통째로 먹으면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 참외의 대표 산지 인 경북 성주는 연평균 기온이 높다. 분지 지형이고, 강수량이 적어 전국에서 참외 농사가 으뜸이 라는 경북 성주에서 재배된다. 성주 의 참외 농가가 4,500가구나 되지만 그 중 유기농으로 짓는 농가는 100가 구가 채 안 된다. 참외는 벌레가 많이 끼고 병에 취약해 유기 재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 배, 세 배 공들여 키워도 수확량은 절반에 불과해 선뜻 유기 재배에 나서는 농가가 드물다. 까다로운 유기농 참외를 기르는 한살림 생산자들의 노력은 남다르다. 시중의 참외와 달리 식물 호르몬제와 수정제, 성장조절제를 일 체 사용하지 않고, 참외를 제철보다 빨리 출하하기 위해 가온재배도 하지 않는다. 수정도 인공적인 방식이 아 니라 꿀벌을 풀어 자연적인 방법으로 하며, 병해충은 농약 대신에 칠성무 당벌레와 진딧벌, 이리응애 등의 천적을 이용해 막아낸다. 이렇게 자연 의 섭리에 따라 조화롭게 키운 한살림 참외라 물로 씻어 껍질째 먹어도 안심할 수 있다.  

참외는 수분이 많기 때문에 실온에 보관하기보다 신문지나 종이에 싼 다 음 그늘진 시원한 곳이나 냉장고에 보관해야 좀 더 오래두고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수확량이 적어도 자연의 순리대로 한살림오이 

오이는 1500년 전, 통일신라와 발해 가 병존하던 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었다. 동의보감에서도 오이는 장과 위를 이롭게 하며, 소갈(消渴)을 그치게 한다고 나와 있듯, 맛과 양 을 골고루 갖춘 식품 중 하나다. 오이 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산성화된 몸을 중화시키고, 몸의 열을 내리고, 화상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흔히 소주를 마실 때 오이가 최고의 안주 라고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오이 는 소변과 함께 알코올 성 분도 함께 빠져나 가도록 돕기 때문이다. 오이의 쓴 맛을 내는 쿠쿠르비 타신(cucurbitacin)A, B, C, D는 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간염에도 좋 다고 한다. 오이는 성질이 차기 때문 에, 위장이 차고 약한 사람은 설기를 하거나 한기가 들 수 있으므로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김명래 장미영 충난 아산연합회 송악지회 수곡2공동체 생산자부부

한살림 오이는 흙살림 균배양체와 퇴비 등을 땅에 줘 땅심을 충분히 기른 뒤 시작된다. 노균병 등 오이를 괴롭 히는 병해를 스스로 이겨내게 하기 위 해서다. 파종을 해서 한 달 동안 모종 을 키우고, 수확하기까지 오이 순 따 기며 김매기 등 잔일도 많다. 오이가 달리기 시작하면 줄기에서 1개의 좋 은 오이를 키우기 위해 나머지 오이는 솎아낸다. 오이는 땅에 닿으면 모양이 구부러지고 잘 자라지도 못하기 때문에 3~4일에 한 번씩은 줄기를 내려주는 줄내림 작업도 꾸준히 해야 한다. 오이는 수확을시작한 지 60일이 지나면 더 이상 수확이 어렵다. 진딧물과 천적을 넣어서 해충 방제를 하지만 노균병이 시작되면, 뚜렷하게 잡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따는 만큼 따겠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으면 오이 유기재 배를 할 수 없다. 그저 욕심 없이 자연 에 순응하며 키우고 거둘 뿐이다. 

유기 재배하고 충분히 익혀서 낸다 한살림 토마토  

토마토는 과일일까, 채소일까. 나무에 서 열리는 열매는 과일, 풀에서 열리 는 열매는 채소로 분류하지만, 우리나 라에서 토마토는 밥과 함께 먹는 채소 라기보다 과일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 하다. 여름이 한창인 토마토에는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유럽에서 는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의 얼 굴이 파랗게 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 이다. 토마토에 들어있는 비타민 B, C, 리코펜, 루틴 등은 우리 몸의 활성 산소를 막고, 항암작용을 돕는다. 토 마토의 풍부한 섬유질은 노폐물을 배 출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토마토를 많이 먹는 지역에서는 각종 암과 만성 퇴행성 질환의 발병률이 낮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살림 토마토는 화학비료를 일절 사 용하지 않고 톱밥, 쌀겨, 깻묵 등을 넣 어 자가제조한 퇴비로 기른다. 또한, 식물과 생선을 발효시킨 액비를 만들 어 토마토가 충분히 자랄 수 있게 수시 로 양분을 공급해 준다. 토마토를 기르며 수확 시기를 조절 하고, 과실의 크기를 키우기 위한 성장조절 제도 사용하지 않는 다. 따라서 토마토의 크기 가 작을 수 있지만 속은 알차고 탄력이 좋다. 


김상홍 충북 청주 뿌리 공동체 생산자

한살림 토마토는 가장 맛있는 상 태일 때 조합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80% 이상 완숙된 토마토만을 수확해 공급한다. 운반 과정에서 토마토가 무 르거나 터지는 것을 염려해 제대로 익 지 않았을 때 수확하는 시중의 토마토 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살림에 공급되 는 완숙토마토, 송이방울토마토, 방울 토마토 세 종류의 토마토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쳐 기르기 때문에 모두, 안심 하고 껍질째 먹어도 좋은 과채이다. 

한살림 참외와 오이, 토마토는 모두 유기농으로 길기 때문에 껍질째 먹을 수 있다. 껍질에는 우리 몸에 도움 을 주는 양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 다. 오늘 저녁 온가족이 둘러 앉아 참외와 오이, 토마토를 껍질 째 먹어 보 면 어떨까? 제철 과채의 양은 물론 신선함을 맘껏 느끼다 보면 분명 올 여름 더위가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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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년 전부터 먹어온 

인류의 양식 

농약 없이 손으로 김매며 길러 


·사진 문재형 편집부


백합과의 두해살이풀인 양파는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또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로 여겨진다. 기원전 3,000년 경 만들어진 이집트 무덤 벽화에도 피라미드를 쌓는 인부들에게 양파를 먹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양파는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재배해온 채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인의 밥상에 양파가 자주 오르지만 우 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양파라는 이름도 서양에서 온 채소인데 파와 비슷한 향이 난다 해서 지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에 양파가 들어온 때는, 조선 말기 라고 추정된다. 1906, 서울 독도(지금의 뚝섬) 원예모범장이 설립되면서 처음으로 도 입되어 시범 재배를 했다는 기록이 1908년 작성된 <중앙농회보>에 남아 있다. 흔히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을 양파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실제 양파는 겉껍질을 비롯해 총 8겹의 껍질로 이뤄져있다. 우리가 먹는 부분을 양파의 뿌리라고 생각하는데 사 실은 그렇지 않다. 줄기가 땅속에서 자라며 굵어진 부분이다. 양파는 버릴 게 하나도 없 는 채소이다. 양파의 뿌리와 겉껍질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양파 뿌리와 껍질을 우린 물은 건강에 도움을 준다.

 전국 19곳 한살림 양파 산지 양파는 껍질 색에 따라 황색양파, 적색양파, 백색양파로 나뉜다. 한살림에 공급되는 것은 흔히 양파로 불리는 황색양파가 대부분이고 샐러드 등으로 만들어 먹는 적색양파는 자색양파라는 이름으로 소량 공급된다. 특히, 다른 양파에 비해 단맛이 강하다는 백색양파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재배하지 않고 있다. 양파는 공급되는 시기에 따라 조생종, 중만생종으로도 구분한다. 4월 부터 5월까지 수확해 공급하는 것은 조생종 양파이며 6월 이후 수확해 오랫 동안 저장해두고 겨울에도 공급되는 양파는 중만생종 양파다. 양파는 다양한 요리에 두루두루 쓰이기 때문에 소비자 조합원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 지난해 단일 작물로는 한살림 농산물 공급액의 2%를 차지해 가 장 많은 편이었고 생산량과 재배면적도 상당하다. 자색양파를 포함해 2014 년 한 해 동안 계획된 양파 생산량은 총 1,738.4t이고 재배면적은 468,534(141,732)이다. 많은 양이 공급되는 만큼 양파 생산지도 경기 여주, 강원 횡 성, 충북 괴산, 단양, 옥천, 청주청원, 충남 논산, 당진, 부여, 아산, 경북 봉화, 울진, 의성, 경남 함양, 전북 부안, 정읍, 전남 무안, 해남, 제주도 등 전국 19 곳에 흩어져 있다.

 

7개월 동안 흙속에 있다 얼굴을 내미는 양파, 캐내는 손길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7개월동안 흙 속에 있다가 얼굴을 내미는 양파, 캐내는 손길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겨울에도 돋아나는 잡초, 네다섯 번씩 일일이 손으로 뽑습니다양파 재배 방식은 조생종을 중만생종에 비해 열흘 정도 빨리 심고 두 달 정도 일찍 수확하는 것 말고는 큰 차이는 없다. 조생종은 9월 중순부터 농사를 시 작한다. 먼저 양파 씨종자를 상토를 채운 모판에 심고 싹이 트고 양파가 잘 자 랄 수 있게 충분히 물을 주며 기른다. 50일에서 55일 정도 지나면 본밭에 옮 겨 심는다. 비교적 겨울이 따뜻한 제주와 해남 등은 노지에서 키우기도 하고 전남 무안지역에서는 홑겹 비닐하우스에서 키운다. 옮겨 심을 땅에는 유기질 퇴비를 충분히 주고, 잡초를 억제하기 위해 양파 심을 자리에만 구멍이 뚫린 비닐을 깔아 놓는다. 옮겨심기를 한 직후는 양파 가 가장 약할 때이다. 뿌리가 땅에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시기이기 때문이 다. 그래서 옮겨심기를 한 뒤 2~3일 동안은 하루에 4시간 넘게 물을 주고 그 후 열흘 정도는 하루에 2시간 이상 물을 흠뻑 주어 뿌리가 자리를 잘 잡도록 한다. 만약 뿌리가 바로 내리지 않으면 겨울 추위에 뿌리가 들떠 얼어 죽을 수도 있다. 바닥에 누워있던 줄기가 바로 서면 뿌리가 잘 내렸다는 증거다. 이렇게 월동준비를 마친 뒤 양파는 겨울을 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한겨울에는 흠뻑 준 물이 양파와 함께 얼 수 있어 물 주기에는 항상 세심한 조 절이 필요하다. 그리고 겨울에도 나는 잡초가 있어 4월에 수확하기까지 많게 는 네다섯 번까지 김매기를 해줘야 한다. 무농약으로 10년 넘게 양파 농사를 짓다가 작년에 생산자 회원으로 가입한 최재두 박옥단 전남 무안 생기찬공동 체 생산자 부부는 겨울에 하는 잡초 김매기가 보통 일이 아니라며, 제때 김매 기를 해주지 않으면 양파가 풀에 뒤덮여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더군 다나 한살림 조생종 양파는 무농약 인증을 받더라도 실제는 유기농 기준에 맞 춰 길러야 해 양파 농사에 손이 더 많이 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도 믿고 지지해주는 소비자 조합원 가족이 생겨 든든하다며 밝게 웃는다. 4월이면 봄 햇살 담뿍 받은 양파 수확이 시작된다. 7개월 동안 흙속에 묻혀 있던 양파를 하나하나 정성껏 손으로 캐내는 손길이 무척 조심스럽다. 바 깥세상에 얼굴을 내민 양파는 한살림 출하기준에 맞춰 80~400g 사이의 양 파만 선별해 길게 자란 줄기를 잘라낸 뒤 출하한다. 대체로 사람 주먹 크기로 자란 양파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20kg 망에 차곡차곡 담겨 한살림 안성물류 센터로 보내진다. 조합원들이 매장이나 공급을 통해 만나는 1kg, 2kg으로 나 눠진 것들은 물류센터에서 소포장을 담당하는 물류지원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손질과 분류를 거친 것들이다.

우리가 먹는 부위는 뿌리가 아니라 줄기가 변형된 부분이다.

얼마 전 뉴스에서 양파 값이 폭락해 정부에서 가격 안정을 위해 양파 일부를 폐기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살림은 생산량과 소비량을 생산자와 소비자 가 협의하고 이에 따라 책임생산 책임소비를 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영 향이 적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분명 생산자들 걱정하지 말라고 평소보다 많이 주문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그래도 조생종 양파는 저 장이 잘 안되니까 그때그때 먹을 양만 주문하셔야 해요.” 봄볕같은 미소를 머 금고 하는 박옥단 생산자의 이 말에서 시장의 셈법과는 달리 소비자 조합원 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한살림 양파 장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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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봄바람이

속을 꽉 채운다

한살림 자연산참바지락


·사진 문재형 편집부



싱싱한 갯벌이

키운 감칠맛

한살림 자연산참바지락

 

이제는 귀한 몸 서민의 조개

반지래기, 빤지락, 바지라기지역마다 바지락을 일컫는 다양한 이름들이다. 백합과의 조개인 바지락은 발에 밟힐 때 바지락 바지락 소리가 나 바지락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흰색부터 까만색, 황갈색까지 다양한 껍질 색을 띠며 서해안에 많이 서식하고 남해안, 동해안에서도 볼 수 있다. 흔한 조개인 만큼 부담 없이 밥상에 올라 서민의 조개라 불리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간척사업의 영향으로 바지락이 서식하는 갯벌이 사라져 가고 기름유출 같은 환경오염이 잇따라 발생해 바지락 개체수가 줄어서다. 국산 바지락이 귀해지자 중국산이나 북한산 바지락을 국산으로 속여 파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자연산참바지락을 비롯해 한살림에 자연산굴, 자연산바다장어 등 20여 가지 수산물을 공급하는 에코푸드코리아의 김춘성 생산자는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되는 바지락들은 대부분 수입산입니다.”라며 국산 바지락을 구하기 힘든 시장 상황을 설명한다. 한살림에 국산 바지락이 공급되는 것은 생각보다 귀한 일인 것이다.


갯벌을 무릎으로 기며 채취한다

바지락 제철은 이맘때지만 바지락 캐는 작업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1년 내내 한다.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한사리(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에 밀물이 가장 높을 때)를 전후로 1주일씩, 한 달에 보름 정도 갯벌에 나가 호미나 갈퀴 등으로 바지락을 캔다. 캐낸 바지락은 20kg들이 망에 담아두었다가 물때에 따라 배를 가까이 대고 배에 실어 부두로 옮긴다. 하루에 약 4~5시간 정도 채취하는데 많이 캐는 사람은 40kg도 가능하지만 보통은 한 사람이 20kg정도 캔다.

 이렇게 연중 바지락을 내어주는 갯벌은 고마운 존재지만 그곳에서의 노동은 무척 고되다. 사시사철 불어대는 바닷바람, 살을 에는 추위와, 한여름 뙤약볕에도 무방비로 노출된다. 갯벌 안에도 불과 몇 미터를 사이에 두고 무릎까지 발이 빠져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든 곳도 많다. 빠짐이 너무 심한 곳에서는 몸의 무게를 분산시키기 위해 무릎 꿇고 기어 다니며 바지락을 캐기도 한다.

 바지락 캐는 일은 에코푸드코리아 생산자 주주로 함께 참여하고 있는 대야도 어촌계(어민들이 생활 향상을 위해 공동 사업을 추진할 목적으로 설립한 지역 생산 공동체) 어민들이 담당하고 있다. 대야도는 1970년대 간척사업으로 안면도에 연결된 섬이지만 세월이 흘러 따로 떨어진 섬이었던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다. 수십 년 전부터 안면도에서 바지락을 캐왔다는 문수근 생산자는 갯벌에서도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능숙하게 움직이며 작업을 한다. “이맘때 되니까, 바지락 속이 차기 시작하네요.” 오랫동안 바지락을 캐온 그답게 굳이 바지락 껍데기 속을 보지 않아도 속이 찼는지 대번에 알아본다. 연중 공급되는 한살림 자연산참바지락이 고른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오랜 경험을 가진 생산자들 덕이다.

 


충분히 해감시켜 해수에 담아 공급


캐어낸 바지락은 진흙을 잔뜩 머금고 있다. 조합원들께 공급하기 전에 흙을 빼내는 해감작업을 꼭 해야 한다. 먼저 20kg들이 망에 담긴 바지락을 망째 바닷물에 담가 거칠게 헹구고 해감시설이 있는 작업장으로 옮긴다. 지하해수(바닷가 지하 암반에서 퍼올린 깨끗한 바닷물)가 담겨 있는 수조에 바지락을 넣고 넉넉하게 2~3일 정도 해감한다. 해수를 먹고 진흙을 뱉는 과정을 충분히 반복한 바지락은 1차 세척기계를 거쳐, 분류기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깨졌거나 너무 작은 바지락들은 걸러낸다. 이어 2차 세척기계에서 깨끗하게 껍데기가 씻기고 마지막 과정으로 생산자들이 날랜 손놀림으로 바지락 상태를 하나하나 최종 확인한다. 바지락을 완벽하게 해감하기까지 최소 2~3일 이상이 걸린다.

 깨끗하게 바지락을 해감했다고 끝이 아니다. 살아있는 바지락을 가장 신선한 상태로 공급하기 위해 바지락을 지하해수와 함께 포장한다. 산지를 떠난 지하해수와 함께 포장된 자연산참바지락이 매장이나 공급을 통해 조합원 손에 닿기까지는 이틀이 걸린다. 유통과정 동안에도 해감은 계속 된다. 조합원은 뻘흙 걱정 없이 해수만 따라내고 간단히 바지락을 헹궈 바로 요리 할 수 있다. 혹시라도 남아 있을 뻘흙이 걱정되면 가볍게 30분쯤 한번 더 해감하여 사용하면 된다.




한살림 자연산참바지락 장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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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땅에서 자란 봄 향기, 춘곤증 물렀거라


·사진 문재형 편집부



입춘 지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봄을 알리는 한살림 냉이도 공급되고 있다. 작년에는 2월부터 4월까지 불과 두 달 동안 공급되었지만 올해는 조합원들에게 냉이 먹는 기쁨을 오랫동안 주기 위해 생산자들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추위에 강한 냉이의 성질에 비교적 포근했던 겨울 날씨도 일찍부터 냉이를 공급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따라서 겨울 초입인 201312월부터 20142월 초순까지 전남 영광과 전북 부안에서 가을 겨울에 키운 노지 냉이가 공급되었고 봄이 시작되는 2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는 겨우내 키운 전북 부안의 노지 냉이와 강원도 홍천에서 키운 하우스 냉이가 함께 공급된다.

 1, 200g 단위로 포장된 냉이의 올 한 해 공급 예상량이 78천 봉 정도인 것을 보면 한살림 조합원들도 냉이를 무척 반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향긋한 봄의 전령 냉이가 인기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냉이가 환영받는 이유는 또 있다. 봄과 함께 오는 달갑지 않은 손님, 춘곤증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냉이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B1 C는 피로 해소에 특효여서 춘곤증을 금세 떨쳐버리 게 해준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일이 많아 특히, 춘곤증이 곤욕스런 현대인들에게 냉이는 반가운 나물인 셈이다.

 

찬바람 맞으며 깊숙이 뿌리내린 냉이를 일일이 캐내는 정성


이맘 때 공급되는 냉이는, 김경진 김종천 강원도 홍천연합회 서석공동체 생산자 부부가 비닐 하우스에서 기른 것들이다. 홍천은 겨울이 매섭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비닐하우스가 불가피하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 무렵에 맞춰 냉이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농사 준비가 시작된다.

 4월 말, 냉이 농사가 끝날 즈음 냉이는 번식을 위해 꽃대를 올리고 씨를 맺는다. 이 중에서 좋은 씨들을 골라 갈무리 한다. 시중에서는 종묘상에서 씨를 사 심는 경우가 많지만 두 생산자는 5년 째 씨를 받아 다시 심고 있다. 번거롭더라도 농사의 시작과 끝을 온전히 하기 위함이다. 가을이 한창인 9월 말이 되면 하우스 가운데로 길게 길을 낸다. 길 양쪽으로 폭이 1m 넘는 두둑을 만든 뒤, 고운 흙에 냉이 씨를 섞어 흩어 뿌린다. 3일 정도 물을 흠뻑 주면 따로 흙을 덮어주지 않아도 대부분 싹이 튼다고 한다. 이렇게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2, 입춘 즈음이면 수확이 시작되다.

 어찌 보면 냉이는 참 고마운 작물이다.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는 추운 겨울을 나서다. 냉이 밭에는 잡초가 잘 나지 않고 나더라도 금방 얼어 죽어 따로 김매기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생명력이 강해 퇴비 없이 물만 줘도 되고 한 곳에 냉이가 몰려서 난 경우 간단히 솎아주기만 하면 잘 자란다.


 하지만 쉬운 농사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냉이는 수확이 힘들다. 일단 냉이를 캐기 시작하는 2월은 입춘이 지났다 하더라도 겨울 기운이 남아있다. 추위와 싸우며 하루 종일 냉이를 캐고 손질하다 보면 온 몸이 움츠려 들고 바람 든 무 마냥 기운이 없어진다. 냉이 밭에 쭈그려 앉아 땅속 깊숙이 뿌리 내린 냉이를 갈퀴 모양의 호미로 일일이 캐는 것도 어려움이다. 그나마 두 생산자의 냉이 밭은, 5년 넘게 유기농 인증을 받은 밭이라 농약을 뿌리는 일반적인 밭에 비하면 땅이 푹신해 비교적 수월하다고 한다. 캐낸 냉이는 겨울을 나느라 얼어 죽은 잎사귀 따위를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포장할 때는 주의 깊게 흙을 털어준다. 이렇게 애써 손질하지만 냉이 뿌리에 잔털이 많아 흙을 완전히 없애기가 어렵다. 따라서 집에서 요리하기 전에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주는 게 좋다. 몇 년 전에는 깨끗이 씻은 세척냉이를 공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에 닿으면 냉이가 금방 물러져 지금은 공급하지 않고 있다.

 

 봄이 오면 산으로 들로 냉이 캐러 가는 게 예부터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시달리다 보면 그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언제부턴가 냉이가 귀해졌다. 생명력 강한 냉이지만 제초제에 유독 약해서라고 두 생산자는 말한다. 그러니 4월까지 한살림에 냉이가 공급되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200g 냉이 1봉이면 집에서 산골의 봄내음을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냉이의 속삭임을 들어 보자. ‘봄이 왔다.





한살림 냉이 장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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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물어다 주는 비타민 열매, 한살림 참다래

 

글·사진 손희 편집부


까슬까슬한 털옷 속에 든 녹색 알맹이, 참다래다. 참다래와 키위는 모두 고향이 중국 양쯔강유역이다. 다래는 뉴질랜드로 넘어가 크게 상품화 되었고, ‘키위’라는 단어가 세상에 널리 퍼졌다. 뉴질랜드의 키위와 우리나라 참다래는 모두 헤이워드 품종이라 사실 겉도 속도 다를 바가 없다. 반으로 갈라 숟가락으로 알맹이를 떠먹으면 진한 단맛과 향이 혀끝에 전해진다.

참다래 생산지로는 물 빠짐이 좋고 양지바르며, 서리 피해가 적은 남쪽 바닷가가 적당하다. 경남 고성에 있는 ‘공룡나라공동체’를 찾았다. 고성은 일교차가 커 이곳에 서 키운 참다래는 속이 꽉 차 쉽게 물러지지 않는다. 110,743㎡(약 3만3,500평) 과수원에서 13가구 공동체 회원들이 재배한 참다래를 해마다 80~100톤씩 한살림에 내고 있다.

 

참다래생산자부부

유향태·이금순 생산자 부부

 

직접 만든 천연농약으로 가꾼 16브릭스 초록열매

참다래는 묘목을 일단 4년 동안 키운 뒤 포도처럼 쇠기둥과 지지대를 설치해 넝쿨이 잘 뻗어가도록 한다. 여름이 되면 잎과 가지가 보통 무성해지는 것이 아니라서 수시로 그것들을 쳐준다. 6, 7월에 흰 꽃이 피면 수꽃가루를 채취해 암나무에 수정을 시킨다. 참다래 꽃은 본래 자연수정이 잘 되지 않고 인공수정을 시키지 않으면 열매가 잘 영글지 않아 일일이 정성들여 사람 손으로 수정을 시킨다. 일손이 많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데 한살림 조합원과 실무자들이 종종 일손을 도우러 농장을 찾기도 한다. “두 손 가득 다래를 실어 돌려보내도 부족한 마음이지요.” 20년간 다래를 키우고 있는 유향태 생산자의 마음이다. 은행잎 같은 식물 등으로 직접 만든 천연농약을 12~15회 뿌려 병충해를 막는데 이는 영양제 역할도 한다.

 

참다래선별작업

선별기를 통해 비슷한 중량의 참다래가 골라진다. 사람 손을 거쳐 무른 것을 골라내면 비로소 선별작업이 마무리된다

출하 일주일 전 크기와 모양이 적당한 다래를 상자에 담는다

 

시간이 지나 열매가 맺히고 당도가 오르는 11월이 되면 참다래 수확이 시작된다. 출하 일주일 전에 저온창고에서 참다래를 꺼내어 선별작업을 하고 소포장을 한다. 겨울에는 잎이 떨어진 가지를 다듬고 결속(가지를 띠로 고정하는 작업)하고 농사 부산물과 불가사리로 직접 만든 퇴비를 나무 둘레에 넉넉히 덮는다. 1~2월이 바로 이 작업이 한창인 즈음이다. 알차게 여문 참다래는 저온저장 해 놓고 12월 초에서 다음 해 6, 7월까지 출하한다. 참다래를 구입한 뒤에는 상온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시켜 말랑해진 뒤 먹으면 된다. 빨리 숙성시키고 싶을 때는 봉지에 사과를 함께 넣어두면 좋다. 사과에서 나오는 천연 에틸렌가스가 다래를 빨리 숙성시킨다. 껍질을 깎기 전에 참다래를 물에 한번 헹구면 털날림이 없고 깔끔하다. 후숙한 것을 오래 보관하고 싶을 때는 껍질을 다 깎아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보관하면 일 주일 넘게 보관할 수 있다. 냉동실에 넣어두고 주스나 소스, 잼 재료로 두고두고 활용할 수도 있다.

 

신나는 농부가 건강하게 키워낸 참다래 한 알

녹색과일은 비타민이 풍부하고(비타민C는 오렌지의 2배, 비타민E는 사과의 6배에 달한다) 엽산과 칼륨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지만 혈관질환이 있는 이와 임산부에게 참다래는 특히 좋은 과일이다. 한살림에서 공급하는 참다래는 더욱 특별한 점이 있다. 손수 만든 ‘천연농약과 비료’와 ‘신명나게 일하는’ 농부 때문이다.

 

돼지와닭

참다래 농장 한켠에는 돼지와 닭이 함께 살고 있다. 물러진 다래와 쌀겨, 메줏물 등을 먹은 돼지의 똥은 다시 비료로 쓰인다

 

생산자부부를 비롯한 공룡나라공동체 회원들이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천연농약과 비료를 개발했다. 벌레나 세균을 막는 효과가 있고 작물에 유기질도 공급하는 은행잎, 마늘, 쑥 등의 식물을 액화하고 추출해 천연 농약을 만든다. 여름에 치는 천연농약이 곧 영양제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쌀겨와 메주물, 물러진 다래를 먹은 돼지 똥과 바다에서 건져온 불가사리, 톱밥을 섞어 발효시켜 퇴비를 만든다. 직접 농사자재를 만들어 쓰면서 생산비가 절감된 덕에 친환경자재들을 아낌없이 투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땅도 농산물도 그리고 농부들의 몸도 모두 건강해졌다. 유향태 생산자는 공룡나라공동체가 꾸려가는 삶과 한살림이 추구하는 가치가 잘 맞는다 싶어 2004년부터 공급을 시작했다. “농약 없이 농사 지어 건강하고, 한살림 덕에 조바심도 들지 않아 절로 신이 나죠. 신명나는 마음으로 키워낸 참다래라 뭔가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임소비 해주시는 조합원 분들에게 이것들이 갈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이금순 생산자의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구매한 뒤 숙성될 때까지 일주일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부드러운 녹색속살. 생명의 활력과 매사에 감사하며 농사짓는 이들의 마음이 함께 들어있다.

 

 

 

한살림참다래 장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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