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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자연에서 온 귀한 것

[자연에서 온 이 귀한 것 7월] 백만송이 꽃들과 수억 번 날갯짓만으로 농축된 순꿀


꽃 따라 꿀 따라 벌처럼 사는 봉봉공동체 사람들

꽃 피는 봄이 오면 봉봉공동체 사람들은 벌과 함께 꽃을 찾아 나선다.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내음이 묻어나면 설레이는 마음으로 슬슬 떠날 채비를 한다.

꿀농사는 이미 지난 겨울부터 시작됐다. 예민하고 추위에 약한 벌을 위해 보온덮개를 몇 겹을 덮어 주고, 어떤 이는 아예 조금 더 따뜻한 남쪽으로 옮겨가 텐트에서 지낸다. 노심초사 겨울을 보내고, 건강하게 버텨낸 벌을 데리고 아카시아꽃 향기가 가득한 숲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아카시아꽃이 만개할 철에 비가 잦고, 날이 추워져 벌꿀을 따는데 애를 먹어 여간 조마조마한게 아니다.

아카시아꽃은 유난히 향이 진해 벌이 좋아하고, 군락을 이루고 있어 꿀을 따기에 적당하다. 아카시아꽃이 피는 5월경, 이 한 달여 기간동안 한 해 거두는 꿀농사의 70~80%를 수확한다. 때문에 꽃이 비교적 일찍 피기 시작하는 남쪽으로 내려가 꽃을 따라 올라온다. 올해는 봄 기온이 낮아서 아카시아꽃이 5월 중순에야 피기 시작해 꿀을 거둘 수 있는 날이 보름 정도로 줄었다.

항생제 없이 깨끗한 벌이 모음 정직한 꿀

벌통 하나에 수만 마리의 꿀벌이 들어있으니, 백통이면 수백만 마리의 대군이다. 이 대군단을 이끌고 누군가는 구미로, 진주로…, 전국 각지로 흩어져 꽃을 따라 북상하다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철원에 이르러서야 발길을 돌린다. 텐트 속에서 맞는 비는 유난히 처량하고, 벌통에 벌들을 모아 넣고 야간에 움직이려면 졸음이 쏟아진다. 그 치열한 한 달 동안에는 가족과 떨어져 휴대폰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산속에서 오롯이 꽃과 벌을 동무삼아 보낸다.

아카시아꽃이 저물기 시작하는 6월 초가 되면 대장정도 슬슬 끝나간다. 이제는 아카시아꿀은 끝내고,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잡화꿀을 채취할 시기이다. 지금부터 7월 중순경까지는 이런저런 꽃향이 어우러지는 잡화꿀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꽃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면 잠시 쉴 수 있다. 꿀 한 되를 모으려면 벌은 수 만개의 꽃을 찾고, 셀  수 없이 많은 날갯짓을 해야 한다.

향이 은은한 아카시아꿀, 포도당 함량 높은 잡화꿀, 설명이 필요없는 토종꿀

천연 꿀에는 수분이 반 이상이다. 벌은 낮에는 꿀을 모으고, 밤새도록 날갯짓을 해 수분을 증발시킨다. 꿀이 충분히 숙성되면 벌들이 꿀방을 밀랍으로 봉하는데 이때가 꿀을 채밀하는 적기다. 숙성되지 않은 꿀은 시간이 흐르면 변질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높은 열을 가해 인공적으로 농축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효소가 죽고 성분이 변화되고 몸에 좋은 성분이 더러는 파괴된다. 그러나 한살림 꿀은 자연농축되기를 기다렸다가 채취해 꿀의 성질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또한 벌에게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한약재를 첨가해 돌보기 때문에 벌들이 건강하다.

아카시아꿀은 1년중 아카시아꽃이 피는 봄철 동안 바짝 채집한 꿀이다. 그 기간이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에 불과하다. 향이 은은해 설탕을 대신해 요리에 넣어도 좋다. 잡화꿀은 봄과 여름, 가을을 거쳐 산과 들의 모든 꽃이 어우러진다. 포도당의 함량이 높아 결정이 생기기 쉬운 성질을 갖고 있어 가끔 설탕이 섞여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특유의 향이 진해 꿀차로 적합하다.

토종꿀은 지리산 청학동 일대에서 토종벌이 산과 들에 핀 꽃에서 모아온 것으로 11월말 이후에 한 차례만 채밀한다. 때문에 자연숙성 기간이 더욱 길어 약효가 뛰어나다. 꽃가루와 자연 밀납이 크림처럼 막을 만들기도 하니 고루 저어서 먹으면 된다. 그러면 산야에 핀 온갖 꽃의 고갱이를 맛보는 것이 된다.


*봉봉공동체 : 이재규 한영호 생산자

글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