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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

<살리는 말> 각비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각비(覺非)는 중국 당나라 시인 도연명이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지금이 옳고 어제가 그른 것을 깨달았다”는 구절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그는 나이 마흔한 살에 짧은 관직생활을 했는데 고을 수령이 행차하니 맞을 준비를 하라는 공문을 받습니다. 이에 사표를 쓰고 귀향을 결심하며 시를 노래하는데요. 지난 시절 도회에서 권력을 좇아 살며 마음이 몸의 노예가 되었던 삶의 허망함과 잘못을 깨닫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동시에 고향의 소박한 삶을 향해 나아가는 시인의 전면적인 각성의 마음도 읽혀집니다. 별 생각 없이, 남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으려니 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주변 속도에 맞춰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더보기
나물이야기 2012년 11월 / 고구마와 고구마줄기 고구마와 고구마줄기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들녘에 금빛 물결 출렁이는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 농부들의 손놀림이 더욱 바빠지고 있습니다. 고구마도 수확이 한창인데요. 어릴 적 긴긴 겨울동안 소중한 간식거리가 되어주던 고구마, 그리고 우리 밥상에 요긴한 반찬거리가 되는 고구마 줄기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고구마는 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을 해야 하지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양분을 빨아들이는 힘이 매우 좋으며 줄기가 뻗어 나가는 힘 또한 대단합니다. 줄기에서도 고구마가 달리기 때문에 넝쿨을 자주 뒤집어주어야 땅속에 있는 고구마에만 영양이 집중돼 실하게 굵어집니다. 고구마 종류에는 수분이 많고 달달한 호박고구마, 밤처럼 포슬포슬한 밤고구마, 샐러드나 묵을 만들면 환상적인.. 더보기
도리깨질로 타작하고 키질로 까부르며 정성 다한 우리 팥 도리깨로 타작하고 키질로 까부르며 정성 다한 우리 팥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동짓날 팥죽과 고사상 시루떡팥은 한국·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어왔고 함경북도 회령군 오동의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출토될 정도로 오랫동안 재배해온 작물이기도 하다. 거친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이른 봄에 심지 않아도 돼 농가에서 별다른 부담 없이 재배해왔다. 주로 여러 잡곡과 섞어 밥을 지어 먹었으며 각기병의 치료제로 쓰이기도 했다. 예부터 팥의 붉은 빛은 귀신을 쫓는다 해서 우리 민족의 풍습에서는 주술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별한 날에는 액을 막기 위해 팥이 듬뿍 들어간 고사떡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었고 밤이 가장 길어 음기가 강한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대문이나 담벼락에 뿌리기도 했다. 새로 이사 온 이웃이 .. 더보기
나물이야기 2012년 10월 / 토란줄기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는 토란줄기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네요. 태풍이 스치고 지나간 많은 흔적들 속에 꿋꿋이 버티고 있는 우리들의 일용할 양식들! 잘 있겠지요? 황금 들녘논에는 벼 포기 사이로 제철 만난 메뚜기들이 맘껏 누비고 다니겠지요. 문화행사가 많은 시월! 제가 일하는 한살림청주도 작은 음악회를 연답니다. 10월 6일(토) 충청북도 도지사 관사에서 한살림청주 소비자 조합원 ‘1만 명’ 가입을 기념하고 자축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갈고 닦은 실력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축하해 주실 거죠? 서론이 조금 길었네요. 이번 나물이야기 주인공은 토란입니다. 토란은 줄기와 뿌리 모두 먹을 수 있답니다. 요번 중추절엔 소고기 무국에 토란을 넣어 색다른 탕 요.. 더보기
정직한 땀이 길렀다는 말 예사롭지 않구나, 고구마 정직한 땀이 길렀다는 말 예사롭지 않구나, 고구마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고구마 농사는 씨고구마를 마련하는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되었다. 가을에 수확을 하면서 크기가 자잘한 씨고구마용 고구마를 따로 선별한다. 2월 말이 되면 겨우내 잘 간직한 씨고구마를 2달 정도 온상에서 키워 싹을 틔우는데 이 시기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싹이 타 죽어버리고 온도가 너무 내려가면 얼어 죽기 때문이다. 일반 고구마 재배농가에서는 시장에서 싹을 사다 심고 간단히 끝낼 일이지만, 한살림 고구마산지에서는 자가 채종을 통해 더욱 믿을 수 있는 고구마를 생산하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생산자들은 2달 동안 고구마 온상 근처를 맴돌며 아기를 키우는 마음으로 씨고구마를 보살핀다. 깻묵, 농사 부산물 등.. 더보기
<살리는 말> 허구의 성장경제 1960년 대 말 이후 우리 사회는 본격적인 산업화, 공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그 결과 우리의 생활과 경제는 물량적으로 풍성해졌습니다. 그러나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양이나 크기만큼 우리의 삶이 질적으로도 향상이 되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또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올해도 전 세계가 성장률 둔화에 온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조금 깊게 생각해보면 한정된 자원으로 언제까지나 경제 성장이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 아닐까요? 경제성장의 양적 지표로 널리 사용하는 용어로는 국민총생산을 말하는 GNP와 국내총생산을 말하는 GDP가 있는데요, 그 차이는 생산 활동이 이루어진 장소를 중시하느냐, 국적을 중시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보기
나물이야기 2012년 9월 / 왕고들빼기 이름처럼 커다란 크기에, 여러 효능을 갖고 있는 왕고들빼기 글 김주혜 한살림청주 이사장 /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지난달엔 역사에 기록할만한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체온보다 높은 온도 아니, ‘가마솥 같은 불볕더위’라는 표현이 적합하겠네요. 그리고 역대올림픽 출전사상 최고라는 금메달 13개에, 열광의 도가니였던 올림픽축구 대표 팀의 준결승전! “아~ 대한민국”이 아직도 메아리치는 듯합니다. 올림픽이 끝났지만 여전히 기후는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네요. 열대야! 폭염! 국지성 호우!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야 하는 식물들은 별탈이 없나 모르겠네요. 봄부터 초가을까지 식용할 수 있고 생명력이 강한 왕고들빼기는 잘 자라고 있을까요? 논둑이나 밭둑, 길옆에서 흔히 볼 수 있.. 더보기
콩에서 시직된 기적 건강한 식탁과 지역을 만들다 <한살림 두부> 콩에서 시작된 기적, 건강한 시탁과 지역을 만들다 한살림 두부 글 사진 정미희 편집부 콩나물, 두부, 계란은 매일의 밥상에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들이다. 자주 먹지만 질리지 않고, 다양한 요리로 활용이 가능하며 영양까지 높으니 사랑받을 덕목을 두루두루 갖추었다 할만하다. 한살림에서도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이들 삼총사 중 콩나물 일부와 두부류는 충남 아산에 위치한 푸른들영농조합에서 생산된다. 9월부터 두부를 만들 때 쓰는 응고제가 천연응고제로 바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푸른들영농조합 두부공장을 찾았다. 푸른들영농조합은 1999년 아산에서 5명의 농민이 힘을 모아 콩나물공장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콩농사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해 직접 농사지은 국산 콩으로 농약이나 성장촉진제 없이 안전하게 콩.. 더보기
"사과 한 알이 절로 붉어질 리 없다" "사과 한 알이 절로 붉어질 리 없다" 더 안전한 한살림사과 위해 더 많은 땀 쏟아요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사과가 본격적으로 수확되는 것은 가을이지만 사과 농사는 이미 지난 해 겨울부터 시작되었다. 겨울부터 봄이 올 때까지 가지치기를 하고 과수원에 퇴비를 뿌려 땅심을 돋운다. 4월 하순경에 싹이 트고 5월 초에는 팝콘이 터지듯 꽃이 피어난다. 이때부터는 꽃을 솎아주는 작업이 시작되어 농부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진다. 5월부터 6월까지는 열매를 솎아주는데, 이때 나무 밑에 너무 풀이 많이 자라지 않도록 베어주어야 한다. 어느 정도 사과가 자라면 감홍이나 양광같이 고두병이 심한 품종은 방제를 위해 봉지를 씌운다. 8월부터는 사과를 수확하기 시작한다. 한 겨울이 오기 전, 11월까지 수확을 한다. 그러고 나면.. 더보기
<살리는 말> 위기의 산업문명 근대 사회는 수렵채취의 원시 사회나 농업 중심의 중세 사회와는 달리 산업문명이라는 특성을 띠고 있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자리 잡은 산업문명은 기술 발전을 통해 자연에 대한 지배와 수탈을 확대하고 인간의 노동을 기계화, 합리화함으로써 놀라운 생산력의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생산력의 발전은 대량생산으로 이어져 소비가 미덕인 양 물질적 풍요와 성장을 누리게 만들었고 산업문명은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소비하면서 기술혁신을 거듭해가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생산력의 발전은 수질오염, 대기오염, 토양오염, 산성비, 지구 온난화 등 환경문제를 초래하기 시작했고 대량 소비문화는 인간 소외, 공동체 파괴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생산력의 발전과 함께 산업문명을 발달시킨 또 하나의 동력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였습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