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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특별 기획

콩에서 시직된 기적 건강한 식탁과 지역을 만들다 <한살림 두부>


콩에서 시작된 기적, 건강한 시탁과 지역을 만들다

한살림 두부

글 사진 정미희 편집부


 콩나물, 두부, 계란은 매일의 밥상에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들이다. 자주 먹지만 질리지 않고, 다양한 요리로 활용이 가능하며 영양까지 높으니 사랑받을 덕목을 두루두루 갖추었다 할만하다. 한살림에서도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이들 삼총사 중 콩나물 일부와 두부류는 충남 아산에 위치한 푸른들영농조합에서 생산된다. 9월부터 두부를 만들 때 쓰는 응고제가 천연응고제로 바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푸른들영농조합 두부공장을 찾았다.

 푸른들영농조합은 1999년 아산에서 5명의 농민이 힘을 모아 콩나물공장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콩농사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해 직접 농사지은 국산 콩으로 농약이나 성장촉진제 없이 안전하게 콩나물을 길러서 한살림에 내고 수익은 고스란히 지역의 미래를 위해 재투자했다. 아산지역의 한살림 생산자들이 모여 논농사, 밭농사와 축산이 결합되는 지역 생태순환농업을 꿈꾸며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을 만든 것이다. 이어 생산자들이 먼저 나서서 한살림천안아산생활협동조합까지 조직했다. 여느 생협들은 도시소비자들이 먼저 나선 것과는 다른 출발이었던 것이다. 이 지역 농민들은 미래를 내다보며 비전을 세우고 하나씩 실현해 왔다. 콩을 재배해 두부, 두유, 콩나물의 가공원료로 사용하고 콩깍지와 두부 부산물인 콩비지, 논농사에서 나오는 미강과 볏짚은 축산의 사료로 사용하며 여기서 나오는 소똥은 다시 논과 밭으로 되돌아가 땅을 거름지게 하는 생태순환이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온전한 고리로 연결이 된 것이다. 처음 콩나물공장을 세울 때부터 뜻을 같이해온 정운섭 이사는 이 모든 것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혼자만 잘 사는 게 아니라 더불어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던 거예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고, 모자란 것은 배우며 함께 살아가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거죠.” 

 두부공장을 세운 것은 2002년, 두부 생산에 대한 아무런 지식과 기술도 없이 이 일을 시작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한살림 소비자조합원들은 우리땅에서 키운 콩으로 정직하게 만든 두부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높이 평가해 주었다. 푸른들영농조합법인 식품사업본부의 신배호 상무는 ‘두부의 맛은 기술도 필요하겠지만 좋은 콩과 물에 달렸다’고 말한다. 한살림두부 생산으로 소비되는 콩은 한 해 500톤 가량으로 아산지역에서 나는 콩만으로는 부족해 다른 지역 한살림 생산자들이 기른 것을 보태고 여기서도 모자란 것은 농협을 통해 수매해 충당한다. 콩은 상온의 일반창고에 두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온저장고에서 영상 5도를 유지하여 보관한다. 물은 지하수와 상수도를 함께 쓰는데 이 지역은 물이 깨끗하고 좋은 편이라고 한다. 

 좋은 콩과 물에 더해 보다 건강한 두부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 4월 무소포제 설비를 마련한데 이어 8월에는 천연응고제 사용을 위한 설비를 마련했다. 응고제는 콩물의 단백질이 서로 엉기는 것을 돕는 물질로 기존에는 황산칼슘과 염화마그네슘을 썼지만 바닷물을 사용했던 전통 두부제조방식대로 해수에서 추출한 조제해수염화마그네슘을 쓰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설비들을 8월 말 모두 갖추고, 9월부터는 천연응고제 두부를 생산하게 되었다. 

 신배호 상무는 다른 대기업이나 생협에 비해 천연응고제 채택이 늦어진 점에 대해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표했다. “푸른들영농조합이 지역 생태순환형농업을 실현하기 위해 골고루 투자를 하다보니 정작 두부공장 설비를 갖추는 데는 시기를 조금 놓쳤습니다. 죄송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이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천연응고제 문제를 해결해 어디에서도 빠질 게 없는 두부가 됐습니다.” 

 한살림두부는 외양만으로는 시중의 여느 두부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국산콩이나 천연응고제를 실현한 두부들도 이미 시중에는 나와있다. 다만, 친환경 농사를 실천하는 농민들의 손으로 산지에 직접 세운 공장에서 논밭과 축산이 생태적으로 순환되게 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두부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콩을 심은 사람들의 꿈에서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리며 자라온 푸른들영농조합. 이들이 정성을 다해 만드는 두부를 바라보자니 콩 한 알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오늘도 상에 오른 한살림 두부 한 모. 생명을 살리고  지구를 지키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새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