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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

<살리는 말> 요소론 우리 옛이야기에 죽음을 앞 둔 아버지가 자식들을 불러놓고 유언을 하는 이야기가 있지요. 나란히 앉은 삼형제에게 각각 회초리 하나씩을 부러뜨리라고 합니다. 이미 다 큰 자식들이 쉽게 회초리를 부러뜨리자 이번에는 한 묶음의 회초리를 내놓습니다. 애를 써도 부러뜨리지 못하자 아버지는 아무리 힘에 겨운 일이라도 서로 힘을 합하면 감당할 수 있으니 늘 돕고 살라고 당부한 후 돌아가셨다지요. 비슷한 일이 미국에서도 있었는데 인디언 마을을 점령한 미국인들이 학교를 세우고 가르친 다음 시험을 치기로 합니다. 서로 말도 나누지 못하게 띄엄띄엄 앉히고 가운데 책가방도 올려놓고 시험지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시험지를 본 아이들이 우르르 한 데로 모이더니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요? 깜짝 놀란 선생님이 무슨 일이냐.. 더보기
<자연에서 온 이 귀한 것>겨울딸기 화석연료 없이 키우자니 두 배 세 배 정성을 쏟는 수밖에 겨울딸기 화석연료 없이 키우자니 두 배 세 배 정성을 쏟는 수밖에 글 사진 문재형 오전 10시, 한살림매장은 대개 문을 열기 무섭게 부지런한 조합원들로 금방 가득 찬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물품은 단연 딸기이다. 출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첫물이라 금방 품절될 만큼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다. 재배 힘들어 시중에는 나오지 않는 미녀봉과 금향 한살림에 공급되는 딸기는 미녀봉, 금향, 설향, 육보 등 네 가지 품종이이다. 이 중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미녀봉과 금향은 재배과정이 어렵고 수확량이 많지 않아 시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품종이다. 하지만 당산비(당도를 산도로 나눈 수치)가 높아 맛이 좋고 빛깔이 좋아 생산자 회원마다 재배면적의 50% 이상 의무적으로 재배하도록 하고 이를 기준으로 매년 생.. 더보기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합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합니다. 북한어린이돕기에 모인 한살림서울의 갸륵한 뜻 글 황미희 한살림서울 길음매장 팀장 12월은 춥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것들이 더 필요하고 그리운 계절입니다.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북한어린이돕기 모금행사가 한살림서울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속한 북동지부 7개 매장에서는, 각 매장 별로 목표액을 정해놓고 일을 시작해 보자며 의욕적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떡 판매와 폐식용유로 만든 빨래비누 판매, 활동가들이 틈틈이 떠오는 환경수세미 판매는 모금행사가 있을 때면 언제나 등장하는 단골메뉴로 이번에도 어김없이 많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거기다 올해는 추운 겨울에 유용한 질 좋은 수면양말을 떼다 판매해보자는 의견이 있어서 판매를 해봤는데 조합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 저희도.. 더보기
<자연에서 온 이 귀한 것>바삭바삭한 김 한장에 깃든 땀방울과 정성어린 손길 바삭바삭한 김 한장에 깃든 땀방울과 정성어린 손길 글 정지영 마치 얇은 낱장형태의 종이같지만, 소금을 치고 참기름을 발라 바삭하게 구워 먹거나 더러는 그냥 구워도 좋고, 아예 그냥 날것 그대로 먹으면 또 그 나름대로 바다 내음이 물씬 풍겨오는 김. 김밥으로 말아 먹으면 간편식으로 그만이고, 잘게 썰어 국이나 탕 위에 고명으로 뿌려 먹으면 훌륭한 조미료가 된다. 그런데 뉴스에서는 종종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김을 양식하는 과정에서 복합 영양제와 심지어는 황산과 염산이 쓰이기도 한다는 내용이 등장하곤 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만약 이런 식으로 김을 양식을 하게 되면, 설령 채취한 김에는 염산이 잔류하지 않아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주장을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도무지 꺼림칙하지 않을 수 없고, 바다 속 생태계가 .. 더보기
겨울생명학교를 마치며... 겨울생명학교를 마치며... 글 김건우 초6 한살림성남용인 류혜숙 조합원 자녀 올해로 중학교에 올라가는 나는 이번 겨울생명학교가 처음이자 마지막 생명학교였다. 그래서 들뜬 마음으로 겨울생명학교에 참가하게 되었다. 2박 3일 동안 떠난 겨울생명학교 기간 동안은 내가 지금껏 참가해본 모든 캠프들 중에서도 가장 행복했었던 캠프였다. 그곳에서 눈싸움, 얼음썰매 같은 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편, 식품첨가물들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도시에서는 체험해 볼 수 없었던 밀랍 초 만들기, 새끼 꼬아서 짚 공 만들기, 또한 모닥불에 군고구마 구워먹기 등 많은 새로운 활동들을 접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었던 것 같다. 특히 군고구마를 구워먹을 때는 안복규 생산자께서 모닥불에 생 고구마 20kg.. 더보기
꾸러미가 들려주는 기분 좋은 이야기 꾸러미가 들려주는 기분 좋은 이야기 글 이창흔 한살림충주제천 실무자 2011년 12월 17일, 5월부터 시작해 30회 동안 진행된 한살림충주제천 제철농산물꾸러미를 기념하여 생산자와 조합원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늘 생산자들께서 도시 조합원들을 생산지로 초청해 진행하던 기존의 어울림한마당과는 달리, 조합원들이 1년 동안 고생한 생산자에게 식사 한 번은 대접해야 한다며 도시로 초청해 가진 행사였기에 더욱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한살림충주제천의 제철농산물꾸러미는 단순히 물품만 오고간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물품 속에 사람과 사람의 끈끈한 정이 깊어진 각별한 사연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처음부터 월 단위가 아니라 연 단위 계약을 맺고 2명의 책임생산자가 꾸러미를 기획, 생산, 수급까지 모든 .. 더보기
나물이야기 2012년 2월 / 다래순 이야기가 꽃 피고, 소소한 웃음이 피어나는 '다래순' 글 유지원 영동지역 생산자 자녀 2월 나물이야기 세밀화 박혜영 편집부 새해가 왔습니다. 다들 떡국 한 그릇 씩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생각해보면 제가 나물을 캐고 음식으로 만들기 시작한지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나물 공부를 시작해서 그런지 아직 많이 부족해, 봄에 나물을 캐서 묵나물로 만들어 놓아야 겨울에 나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나물이 없는 겨울에는 무엇을 먹었나 싶었는데 옛사람들은 겨울에 묵나물을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우리 집에는 묵나물이 없어서 마을 할머니께 부탁해 다래순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다래순은 과일인 다래(키위)의 새로 올라온 연한 싹을 말하는데요. 달달한 내음이 나서 맛도 달달할까 .. 더보기
<살리는 말> 역설 저도 어릴 때 그랬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옛날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만 나누어 생각합니다. 백설공주는 착한 사람, 계모는 나쁜 사람 뭐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그래서 백설공주는 하는 말, 생각, 행동이 모두 착하기만 하고 반대로 나쁜 사람은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모든 행위가 나쁘기만 할 거라는 생각에 사로 잡혔던 때, 그 시절엔 사랑하신다면서 벌을 세우고 때로는 종아리를 때리기도 하시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해 그 사랑이 거짓이라고 짐짓 얼마나 서러워했는지 모릅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고 아끼는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었는데 나중에 나이 들고 자식 키워보니 매를 드는 사랑이 더 어렵더군요. 또, 지금은 만인의 만인을 향한 경쟁의 시대라고도 합니다... 더보기
<살리는 말> 생명운동이 꿈꾸는 미래상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돈이고 그 돈을 만들어내는 곳은 은행, 보험, 주식시장으로 이루어지는 금융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어쩐지 요즘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해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것보다는 늘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다른 사람들 보다 늘 앞서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밤잠을 아껴가며 열심히 일합니다. 아직 한참 자랄 나이에 있는 어린 아이들조차 다가 올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위해 지금, 오늘을 즐기기가 힘든 것처럼 보입니다. 요즈음 유명한 여배우가 "보고 싶을 때 못 보면, 나, 미쳐요. 당신은 당신 좋은 거, 난 나 좋은 거, 그렇게 살아요."라며 각각 화면 하나씩 차지하고 자유롭게 살자고 권하는 광고를 봤습니다... 더보기
감귤 하나, 하나에서 얻은 값진 경험 감귤 하나, 하나에서 얻은 값진 경험 -제주도 귤따기 일손돕기를 마치고- 글 정종경 한살림경남 직장이 천안이라 늦은 시각에 일을 마치고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평소 혼자서 차분히 이런저런 생각을 할 짬이 없으나 그나마 고속도로에서 장시간 운전을 하며 이동할 때 생각을 하곤 한다. 가족여행을 자주 가지 못해서인지 생산지 일손 돕기 체험보다는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간다는 생각이 앞서 며칠 동안 사무실을 비운다는 부담도 뒤로 한 채 기대감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새벽녘에 집에 도착해 짐을 챙기는 집사람을 도운 뒤 잠시 눈을 붙이고 아이들을 깨웠다. 12시경에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생산지를 방문하면서 체험일정이 시작되었다. 나도 세월이 조금 더 지나면 귀향을 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