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재, 차, 나물로도 먹기 좋은

구기자


김주혜 한살림청주 조합원 / 세밀화 박혜영 한살림서울 조합원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하고 한낮엔 햇살이 따가운 걸 보니 고양이 문턱 넘듯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새삼느낍니다. 올해 9월은 윤달이여서 그런지 가을이 길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우리네 밥상을 책임지는 온갖 곡식과 열매들은 잘 익어 가고 있겠지요?

한약재로 널리 알려져 있는 구기자는 이맘 때 보라색 꽃을 피운답니다. 꽃이 지고나면 작은 열매가 한줄기에 주렁주렁 달리지요. 구기자는 가지과에 낙엽관목(가을에 잎이 떨어지고 봄에 새잎이 나는 관목)으로 열매는 구기자라 하고 뿌리는 지골피(地骨皮), 어린잎은 구기엽(枸杞葉)이라고 부른답니다.

열매는 생긴 게 고추를 닮아 ‘개고추’라 불리기도 하지요. 예부터 마을 어귀나 둑 같은 곳에 절로 나서 자랐고 사람들은 울타리로 심어 가꾸기도 했답니다.

구기자는 한약재로만 이용 가능한 게 아니라 봄에는 나물로도 먹을 수 있답니다. 독성이 없어 봄에 올라오는 어린잎을 채취 해 나물 하듯 무쳐 먹지요. 신기하게도 한약 맛이 난답니다. 어린잎을 건조시키면 피부미용과 혈액개선에 좋은 차로도 마실 수 있답니다.

‘구기자나무 아래 있는 우물물만 먹어도 효험이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혹시 들어보셨나요? 그만큼 구기자가 몸에 좋다는 뜻이겠지요. 구기자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위장기능 활성화와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열매도 좋지만 올 가을에는 앙증맞은 보랏빛 구기자 꽃을 즐겁게 감상하시고, 내년 봄에는 구기자 어린잎으로 나물을 무쳐 맛있게 드셔보세요. ‘구기자도 나물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마시고요.


글을 쓴 김주혜 조합원은 한살림청주 이사장을 지냈고 산나물과 산야초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꾸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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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바람 속에서 자식처럼 기른 쌀 사과 


문재형, 박지애 편집부·사진 문재형 편집부, 류관희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단풍이 물들고, 높고 푸른 하늘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도 이맘때이다. 햇곡식과 햇과일을 맛보는 것도 이즈음에만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우렁이와 농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기른 쌀, 동글동글 붉은 모양만큼이나 영양만점 사과, 아삭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인 배로 깊어진 가을을 한껏 느껴보자.


우렁이와 농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기른

한살림 쌀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밥 대신 빵을 먹는 게 흔한 일상이 되었다. 1인당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마당에 정부는 일방적으로 쌀시장 전면 개방 선언까지 했다. 그래도 한국인의 밥상에서 쌀을 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밥심이라는 말이 있다. 라면을 끓여 먹을 때도, 고기를 먹을 때도 밥은 꼭 있어야 한다. 다른 먹을거리들이 어쩌다 쌀을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쌀은 여전히 우리의 ‘주식’인 것이다. 1986년 한살림의 시작도 ‘쌀가게’였다.

한살림 쌀 생산지는 경남 산청, 전북 부안, 충남 아산, 강원 홍천 등 전국적으로 20곳이 넘는다. 지난 해 677세대의 생산자가 1118만㎡(340만 평)의 논에서 굵은 땀을 흘려 442만kg의 쌀을 생산했다. 한살림에 공급되는 쌀은 우리가 흔히 쌀이라 부르는 멥쌀과 찰기가 있는 찹쌀이 있고, 쌀마다 도정을 달리해 공급한다. 멥쌀에는 왕겨만 벗기고 쌀겨는 벗기지 않은 현미, 쌀겨를 완전히 벗긴 백미, 현미와 백미 중간 정도로 쌀겨를 벗긴 오분도미가 있다. 찹쌀에는 현미와 백미가 있다. 그 외에 녹미, 흑미, 발아현미 등도 있다.

한살림 쌀농사도 보통 쌀농사처럼 봄이 오면 모판을 내고 모내기를 하며 가을에 수확을 한다. 하지만 몸에 해로운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롯이 유기농으로 길러 낸다는 점이 다르다. 이럴 경우 피처럼 논에 빼곡히 나는 잡초를 뽑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농부의 힘으로만 감당하기 어려운 탓에 우렁이의 도움을 받는다. 모내기를 하고 661㎡(약 200평)당 4~5kg의 우렁이 알을 뿌린다.

우렁이가 알을 까고 나오면 잡초를 먹는다. 우렁이는 이미 어느 정도 자라서 줄기가 질기고 두꺼운 벼들은 먹지 않는다. 올해 초에 돌아가신 한살림 최재명 생산자가 창안했고 대부분의 우리나라 유기농 농부들이 실행하는 ‘우렁이농법’이다.

약을 치지 않으니 한살림 논에는 깔따구, 물방개, 메뚜기 등 다양한 논 생물이 살아간다. 한살림 생산자들은 가을에 소비자 조합원을 논으로 초대해 메뚜기잡기 행사를 연다. 함께 메뚜기를 잡으며 어른들은 추억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논에서 맘껏 뛰어 논다. 수확이 끝나고 한 해 쌀농사가 마무리될 쯤 생산자 회원과 소비자 조합원은 또, 한자리에 모인다. 1989년부터 시작된 ‘쌀값결정회의’다. 회의에서는 내년도 쌀 생산량과 수매가격을 결정한다. 보통의 가격결정회의와 달리 소비자는 가격을 올리라 하고 생산자는 가격을 내리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쌀은 탄수화물 외에도 우수한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고, 논은 홍수조절, 대기정화, 토양보전 기능 등이 있다. 흔히 보고 흔히 먹어와 소홀히 여기기도 하지만 우리 조상들이 괜히 쌀을 주식으로 삼고 먹어온 게 아니다.


동글동글 붉은 모양만큼이나

영양만점

한살림 사과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할 만큼 오래 전부터 재배되어온 사과는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이다. 오래전부터 능금이라는 품종이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었지만 지금 우리가 맛보는 사과 품종이 들어온 것은 1900년경이다. 미국인 선교사가 들여왔다고 전해진다.

‘하루 한 알 사과를 먹으면 의사 볼 일이 없다’는 영국 속담이 있을 만큼 사과는 몸에 좋은 과일이다. 사과에 들어 있는 칼륨은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도움을 줘, 고혈압 환자에게도 좋다. 또한 아침에 먹는 사과를 ‘금사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과에 들어 있는 산이 위를 자극하여 식욕을 돋우고, 소화흡수를 돕고, 피로를 풀어주기 때문이다. 사과는 깎아서 먹는 것보다 껍질까지 먹는 게 더 좋다. 껍질에 들어 있는 섬유질이 장을 튼튼하게 해 주고, 펙틴 성분이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한살림에서는 조생종인 아오리, 중생종인 홍로, 양광, 만생종인 부사 등을 공급한다. 생산지는 경북 의성·상주·영천, 경남 거창, 충북 충주 등이다. 사과 농사는 이미 지난 해 겨울부터 시작된다. 겨울부터 봄이 올 때까지 가지치기를 하고 과수원에 퇴비를 뿌려 땅심을 돋운다. 꽃이 피면, 꽃을 솎아주고, 열매를 맺으면 일일이 열매를 솎아주는 것도 알찬 열매를 수확하기 위함이다. 틈틈이 나무 밑에 자란 풀을 베어주는 것도 농부의 몫이다.


한동섭 황정자 경북 상주 햇살아래공동체 생산자 부부

한살림에서 나오는 물품들은 대부분 무농약 이상 재배를 하지만 병충해에 민감하고 당도가 높은 사과는 병충해 피해가 커 어쩔 도리 없이 저농약재배를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한살림은 시중의 저농약재배보다 훨씬 더 엄격한 자체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제초제, 토양소독제는 물론 독성이 강한 농약, 생장조절제 등도 일절 금하고 있다. 농약 방제 횟수도 7번으로 제한한다. 그 대신에 한살림 생산자들은 친환경자재인 석회보르도액, 석회유황합제, 미생물제제 등을 사용한다. 석회보르도액은 친환경 과실 농사에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자재로, 종합살균제 역할을 할뿐 아니라 과육에 칼슘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공급 받은 사과에 묻어 있는 석회보르도액은 식초 탄 물에 헹구면 쉽게 닦인다.

아삭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

한살림 배

달고 아삭한 맛이 일품인 배는 고대그리스 시인 호머의 『일리야드』에도 기록이 돼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재배돼 온 과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신라시대의 문헌에 배나무를 기르는 법이 기록돼 있다.전통 의학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배는 폐를 보하고 신장을 도우며, 종기의 독과 술독을 푸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기록한다. 배는 또한 칼륨, 식이섬유, 솔비톨, 폴리페놀 등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당뇨병에도 좋고, 변비, 콜레스테롤 상승을 억제하는데도 좋다.


조영분 이성열 충남 아산연합회 생산자 부부

한살림은 조중생종인 황금, 원항, 만풍과 만생종인 신고 등의 배를 공급한다. 생산지는 충남 아산, 세종, 전남 순천·나주, 경북 김천, 경기 여주·파주 등이다.

배 농사의 시작은 배 수확이 끝나는 10월에 퇴비를 주며 시작한다. 이듬해 꽃이 피면 하나하나 수정을 하는 것도, 열매가 맺고 나면 일일이 솎아주는 것도 농부의 몫이다. 배는 당도가 높은 만큼 병충해가 심해 농약 없이 키우기가 무척 힘든 작물이다. 그러다보니 한살림에도 유기재배나 무농약재배보다 저농약재배가 많다. 하지만 한살림 저농약 배는 시중의 저농약 배들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세워놓았다. 고독성, 발암성, 침투이행성 농약은 사용을 일절 금하고 대단히 독성이 낮은 농약에 한해 연중 6회 이내로만 쓸 수 있게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출하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사용하는 지베렐린 같은 성장조절제도 한살림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똑같은 모양의 저농약재배 표시를 달고 있어도 한살림 물품은 훨씬 더 까다롭고 엄격한 재배기준을 통과한 것들이다. 제초제를 치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여름에도 서너 번 김을 매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배는 표면에 쉽게 상처가 생기기 때문에 행여 손자국이 남을까 수확 때도 조심한다.

매장이나 공급을 통해 우리가 손쉽게 만나는 배는 이렇게 정성 가득한 손길들을 거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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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한살림연합 소식지 창간과 더불어 ‘살리는 말’을 연재하기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넘었습니다. 한살림 안에서 자주 하고 듣던 익숙한 말들을 막상 조합원의 마음과 생각으로 풀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매번 소식지를 받아 볼 때마다 조금 더 잘 썼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미련이 남았지요.

풀어 쓴다면서 오히려 명료한 말을 제 나름의 해석과 모자란 능력으로 저녁 안개 자욱한 풍경처럼 흐려놓은 일도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치 고쳐보겠다고 덧칠해서 처음에 무얼 그렸는지 모르게 된 그림처럼 말이지요. 평소에 제 생각과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후회하면서 한편으로는 자, 이제부터라도 잘 하자고 다짐 하는 일이 되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채로 연재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독자들이 느끼셨을 답답함과 달리 제게는 보람있고 즐거운 시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오랜만에 『한살림 선언』을 다시 읽었고 언젠가 시간이 나면 읽으리라 하고 사 두었던 책들도 읽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가’ ‘무엇을 위해 이리 바쁜가’ ‘지금 여기에 온전히 있는가’ ‘우리 가는 길의 끝이 어디여야 하는가’ 같은 좀처럼 하기 힘든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하루 벌어 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사람처럼 눈앞에 닥친 급한 일만 해결하느라 바빴던(혹은 그렇게 믿은) 제게는 선물 같은 시간이기도 했지요. 그러면서 공부가 이렇게 부족한데 어쩌자고 연재 제안을 받아들여 사서 고생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기도 했고 생전의 우리 어머니가 제게 자주 해주신 “사람 몸 가운데 눈이 제일 게으르단다.”는 말씀이 생각나서 웃기도 했답니다.

사실, 그동안 『한살림 선언』은 우리에게 아주 귀하지만 자주 볼 수 없는 보물과 같은 존재였을지 모릅니다. 장롱 깊숙이 넣어 두고 내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 말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그 보물을 가까이 두고 자꾸 어루만져 손때로 윤기가 돌게 할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몸에 지녀 마치 나와 한 몸인 양 자연스러워야 한다고요. 그러다 보면 어느덧 우리 몸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대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스승들이 파괴와 죽임의 세계에서 모심과 살림으로, 생명과 평화로 새로운 길을 내었고 그 길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고 우리 삶으로 넓혀 모두가 걷는 길로 만들어 나가는 것처럼 말이지요.

저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고 믿기도 합니다. 쪽에서 나온 푸른 물감이 본래의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나다는 비유로 곧잘 쓰이지요. 지금은 선언에 나오는 말을 풀어 쓰지만 우리 모두가 살리는 말을 나의 말로 자유자재로 쓰고 듣고 새롭게 만드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희망과 빛이 될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갈 것이라는 기대도 합니다.

이 작업을 통해 제가 자란 것처럼 여러분도 그러셨기를 감히 바랍니다. 그 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면 개편으로 살리는 말 연재는 이번 호에서 마무리합니다. 3년 넘게 한살림의 말들을 꼭꼭 씹어 생기있게 해석해 준 윤선주 이사께 감사드립니다.

글을 쓴 윤선주님은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활동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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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가을 풍성한 먹을거리 가지 고구마 고추


글 문재형박지애 편집부·사진 문재형 편집부, 류관희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하다. 엊그제만 해도 매미가 목청껏 울더니, 벌써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온갖 곡식들이 무르익는 이때, 군침 도는 먹을거리만큼 몸과 마음을 풍족하게 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 탐스러운 보랏빛을 자랑하는 가지, 단맛만큼 영양도 풍부한 고구마, 우리 집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고추. 자연의 선물들로 가을밥상을 차려보자.


탐스러운 보랏빛 유혹

가지

가지는 아시아 남·동부, 오늘날의 인도 일대가 원산지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중국을 거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되며 중국 송나라 때 책인 『본초연의(本草衍義)』에 신라에서 가지를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보통 가지는 1년 생으로 여기지만 겨울이 없는 열대지방에서는 여러 해 동안 자라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재배하는 만큼 나라마다 가지 요리도 다양하다. 일단, 우리가 흔히 먹는 가지나물과 가지볶음이 있고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튀김을, 터키에서는 가지 속에 쌀과 고기 등 온갖 양념을 넣어 삶아 먹는다.

가지의 탐스러운 보랏빛은 몸에 좋다는 안토시아닌의 상징이다. 안토시아닌에는 우리 몸이 노화되는 것을 막아주고 시력을 보호해주는 항산화성분이 들어 있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운동을 활성화시켜 숙변을 제거하고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준다.

한살림 가지 생산지는 충북 청주·보은(토종), 충남 아산, 강원 홍천·양구일대다. 모두 3종류가 공급되는데 길이가 길고 두께가 다소 얇은 장과형과 길이가 짧고 두께가 두꺼우며 끝이 약간 둥근 단과형, 올해부터 공급하고 있는 소뿔 모양의 토종가지가 그것이다.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공급되며 이 즈음이 수확량이 가장 많다. 가지 농사는 이른 봄에 모판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키우면서 시작된다. 모종은 한 달 반 정도 비닐이나 부직포 등으로 덮어주고 세심하게 관리한다. 가지가 어느 정도 자라면 거름을 준 밭에 옮겨 심는다. 가지는 비바람에 쓰러질 염려가 있어 지주를 세우고 끈으로 튼튼하게 묶어줘야 한다.

가지 줄기는 Y자 모양으로 자라나는데 갈라지기 시작한 부분 아래로 난 잎은 모두 솎아주고 처음으로 난 꽃도 솎아준다. 그래야 영양분이 고루 퍼져서 건강하고 열매도 잘 맺을 수 있다고 한다. 제초제 없이 손으로 김매가며 정성을 다하지만 응애나 나방, 곰팡이병이나 흰가루병같은 병충해가 발생해 생산자들의 속을 썩이곤 한다. 친환경자재를 사용해보지만 약효가 강하지 않아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가지를 수확하는 생산자들의 얼굴에는 고마운 빛이 가득하다. 가지의 탐스러운 보랏빛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단맛만큼 영양도 풍부한

고구마

구황작물로도 소중했던 고구마.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후기인 18세기 대마도를 통해 들여와 부산과 제주도에서 재배를 시작했다. 속이 노래 ‘옐로 푸드’로 분류되는 고구마에는 항산화·항암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고구마 한 개를 먹으면 이들 성분의 하루 필요량을 다 채우고도 남는다. 흡연자나 환경오염이 심한 곳에서 사는 사람에게 고구마를 권하는 것도 이 베타카로틴 성분 때문이다. 생고구마를 잘랐을 때 나오는 하얀 즙은 야라핀(jalapin)이라는 성분으로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에 도움을 준다.


한살림에서는 밤고구마, 호박고구마,자색고구마를 공급하고 있다. 생산지는 경기도 여주, 강원도 홍천·원주, 충남 아산·당진, 충북 충주·보은·옥천·영동, 전북 정읍, 전남 무안·해남 등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고구마 농사는 가을에 수확을 하면서 크기가 자잘한 씨고구마용 고구마를 따로 선별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깻묵, 농사 부산물 등의 유기질 퇴비를 뿌려놓은 밭에다 씨고구마에서 싹튼 고구마순을 4월 말에 심는다. 제초제나 농약을 뿌리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풀을 잡기 때문에 들어가는 품과 땀이 적지 않다. 이르면 8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한살림 출하기준에 적합한 50~500g 사이의 고구마를 선별하고, 1주일가량 바람과 햇빛에 말려 수분을 줄이는 한편 상처 난 부위가 자연스럽게 아물게 한다.


송두영 경영란 경기 여주 금당리공동체 생산자 부부

밭에서 캔 지 얼마 되지 않은 고구마는 숙성이 덜 되어 단맛이 떨어지니 냉장보관하지 않고 상온에서 보관하다 열흘 정도 숙성시킨 뒤에 먹으면 좋다. 고구마 껍질에는 영양분이 많이 들어 있으니, 껍질째 먹는 게 더욱 좋다.

  상 필수품

고추

각종 김치와 고추장, 각종 양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추.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다는 설이 일반적이었지만 신라 문성왕 때 쓰인 『식의심감(食醫心鑑)』에서 고추장(椒醬)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걸로 보아 신라시대부터 재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은 몸의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신경통 치료와 체지방 분해에도 탁월하다. 고추는비타민C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피로회복과 감기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강문필 최정화 경북 울진 방주공동체 생산자 부부 

한해 고추 농사는 땅이 녹는 봄부터 준비한다. 고추만큼이나 쑥쑥 자라는 잡초를 뽑고, 탄저병과 역병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모두 농부의 몫이다. 더운 지방이 원산지인 고추는 습한 여름에 병에 걸리기 쉽다. 붉은 고추를 수확하는 것은 가을 무렵이다. 풋고추는 꽃이 핀 뒤 15일부터, 붉은 고추는 꽃이 핀 뒤 45일쯤 지나면 첫 수확을 한다.

붉은 고추가 건고추가 되기까지 또한 번 손길이 필요하다. 붉은 고추를 잘 씻은 다음 볕에 말린 후 건조기에 넣는다. 태양에 고추를 말리면 좋겠지만 일조량이나 일손이 부족해 쉽지 않다. 대신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55℃이하에서 서서히 말린다. 저온으로 말리는 이유는 고추씨가 발아될 수 있는 상태, 다시 말해 생명력이 담긴 물품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생산자 스스로 정한 규정이다. 더 높은 온도로 말리면 고추씨가 발아되지 않는다.

한살림에는 오이맛풋고추, 꽈리고추, 풋고추, 홍고추, 비타민고추, 청양고추, 토종풋고추가 공급되고 있다. 한살림 고추는 무농약 인증이라 해도 유기재배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깨끗한 물에 씻어서 된장이나 고추장에 찍어먹기만 해도 좋다. 특히 오이맛풋고추는 다른 고추에 비해 매운 맛이 덜해서 아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꽈리고추는 볶음이나 조림을 해 먹으면 맛이 더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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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떠야 볼 수 있다는

맞이꽃 

김주혜 한살림청주 조합원 / 세밀화 박혜영 한살림서울 조합원


처서가 지나면 호미를 씻어서 걸어 둔다고 합니다. 이즈음에는 무성하게 자라던 잡초들이 더디게 자라기 때문이지요. 추석 성묘를 앞두고 산소를 정리하는 벌초도 처서가 지나야 하지요. 요즘엔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을 위한 벌초대행업이 성행을 하지만 저희 집은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합니다. 저와 동서들은 식사, 간식 준비를 하고 남자 형제들은 산소를 정리하지요.

요즈음 꽃을 한창 피우고 있는 달맞이꽃을 아시는지요? 바늘꽃과에 두해살이풀인 달맞이꽃은 번식력이 강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자생하며 특히, 강가나 둑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요. 해가 지면서 피기 시작해 해가 뜨면 시들어지는 꽃. 달맞이꽃이란 이름은 ‘달이 떠야 볼 수 있다’고 해서 붙여졌답니다.

달맞이꽃은 꽃이 피기 전까지 줄기에 나는 새(곁)순을 나물로 먹습니다. 나물은 매운 맛이 나 데친 후에 물에 우려서 먹거나 말려서 묵나물로 먹을 수 있답니다. 꽃은 튀김, 꽃차, 샐러드, 화전으로 두루두루 해 먹을 수 있지요. 저는 찹쌀가루가 아닌 우리밀로 전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색다른 맛은 물론 고운 색감에 눈도 참 즐거웠습니다. 기회가 되면 꽃차도 만들어 보려고요. 뿌리는 성질이 따뜻하고 매워서 몸이 찬 사람에게 이롭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니 달맞이꽃은 뿌리부터 꽃까지 버릴 게 없는 참 유용한 식물인 게 틀림없네요.

달맞이꽃은 몸에도 좋다고 합니다. 노화방지, 해열, 기관지염,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고 하지요. 이런 효능들은 민간요법으로 전해져 내려온 것이니, 약재로 사용하시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게 좋습니다. 어떤 숲 해설가는 달맞이꽃 향기가 매혹적이라고 합니다. 꽃말은요. 그리움과 기다림이라네요.


글을 쓴 김주혜 조합원은 한살림청주 이사장을 지냈고 산나물과 산야초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야생초 모임을 꾸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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