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사계절이 함께 키운 겨울 선물, 한살림 겨울당근

 

·사진 박근모 편집부

 

한겨울 칼바람이 분다. 시리도록 춥다. 하지만 겨울이라 더 맛있는 뿌리채소가 있다. 멀리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온 당근이 그렇다. 제주도에서 자란 겨울 당근은 한여름에 파종을 한다. 가장 무더울 때 힘겹게 어린 싹을 틔우고 자라나 겨울 찬바람 속에서 뿌리를 키운다. 거친 자연을 견뎌내면 주홍색 당근은비로소 달곰한 수분을 품는다.


화산재가 만든 최적의 땅

한살림의 당근 산지는 강원도 양구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여러 곳에 있지만 겨울 당근은 제주도에서만 생산된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당근 생산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주산지다. 제주도가 당근을 위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제주도에서도 특히 구좌읍 등 동부 지역은 화산재가 입자가 가벼운 다공질의 까만 화산회토로 변한 곳이다. 이 흙은 물빠짐이 좋으면서도 수분을 많이 품을 수 있어 뿌리채소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이를 ‘뜬땅’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가 본 제주도 당근밭의 흙은 마치 찐 감자처럼 포슬포슬한 감촉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뜬땅’이 분포해 있는 섬의 동북부지역에서는 당근, 무, 감자 등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이런 흙은 뿌리를 품어주면서 곧게 자라도록 도와준다. 당근밭이 폭신폭신하기때문에 당근을 손으로 당기면 쑥쑥 뽑을 수 있을 정도이다.


모진 겨울바람이 준 달곰한 맛

누가 제주도를 따뜻한 남녘이라 하였는가? 제주도는 바람의 섬이다. 수은주는 뭍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지 몰라도 체감온도는 서울과 다를 게 없다. 오히려 거친 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사람도 작물도 이를 고스란히 견뎌야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가까스로 싹을 틔운 당근은 모진 겨울바람 속에서 땅속 뿌리를 불려간다. 그렇게 4개월 동안 가혹한 자연을 견디며 당근은 살아남기 위해 몸 안에 당분을 축적하며 몸피를 키운다. 이런 과정을 견딘 후 12월말이 되면 비로소 수확을 하게 된다. 단맛과 수분이 뛰어난 제주도 당근이 각별한 사연이 이렇다. 당근을 수확하고 난 뒤 2월말이면 헤어리베치 등 녹비작물을 심는다. 갈아엎으면 밭에 유기질 거름이 되고, 자라는 동안은 잡초도 막아주는 일석이조 고마운 작물이다. 6월이 되면 녹비작물을 갈아엎어 땅심을 키운다. 그리고 8월 초순 파종을 하고 난 뒤부터는 일일이 손으로 잡초를 뽑고, 농가에서 만든 액비를 뿌려준다. 이 모든 작업을 관행농가에서는 제초제와 농약, 화학비료로 대신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① 제주 당근은 단맛과 수분이 많아 특히 맛이 좋다.
② 혼디드렁 공동체 공동 집하장 ③ 물빠짐이 좋은 화산회토는 당근을 키우기에 적합하다.


제주도 농부를 살려준 고마운 작물

사실 당근이 제주도에서 자라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제주도 동북부 지역은 토양특성 때문에 뿌리채소에는 어울릴지 몰라도 다른 작물은 잘 자라지 않는 척박한 땅이었다. 예전에는 주로 유채와 참깨를 심었는데 수확이 보잘 것 없어 대개의 농가가 형편이 어렵다보니 해녀들의 물질이 아니면 생계를 이어가기가 힘겨웠다고 한다. 1970년대부터 당근농사가 시작된 뒤로 사정은 달라졌다. 가장 척박한 토양에서 가장 맛있는 당근이 탄생한 것이다. 주민들의 형편도 나아졌다. 이 지역 농부들에게는 당근은 단순한 농작물이 아니라 ‘살 길을 열어준 고마운 존재’라고 한다.

3년 전부터 제주도 생산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당근을 파종할 때면 가뭄이 오고,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갔다. 폭염에 떡잎이 말라죽는 일이 잦았다. 어렵게 잎을 틔워도 왕귀뚜라미 같은 해충들이 모조리 갉아먹는 일도 흔했다. 한살림 생산자들은 속이 타들어 가도 ‘자연의 섭리려니’,‘벌레도 먹고 살아야지’ 할 뿐 살충제를 뿌려댈 수는 없었다. 이웃 농부들은 혀를 찼다. 참다못해 당근밭가 돌담을 불로 지져대 왕귀뚜라미를 잡기도 하지만 역부족인 건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한 번에 끝나는 파종이 두 번 세 번 되풀이 되는 일이 되풀이됐다. 8월 15일 이전에 끝내던 파종이 8월말까지도 이어진다. 시간도 비용도 몇 배 더 드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사정이다보니 제주도 당근 값이 많이 올랐다. 2013년의 경우 관행 제주당근 10kg 1박스 가격이 9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유기농 한살림 당근은 4만 원대다. 농부들은 어쩔 수 없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했다. 그러나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이들이 키운 당근은 파종 전에 작목회의에서 정한 가격대로 꾸준히 공급됐다. 한살림 당근에는 이렇게 추운 겨울바람만 깃든 게 아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서로의 생명과 신뢰를 지키겠다는 자존심과 전국 최고의 당근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단단히 박혀있다.


가족들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 다해

한살림 겨울 당근은 생산자들이 직접 소포장까지 해서 내고 있다. 당근을 수확하면서 1차적으로 선별하고, 소포장을 할 때 다시 한 번 크기와 무게, 상태를 살펴 낼만한 것들인지 골라낸다. 내 가족이 먹을 것을 고르듯 정성을 다한다. 그것이 한살림농부의 품격을 지키는 일이라고 이들은 믿고 있다. 품위가 다소 떨어지는 당근들은 골라내 가공용으로 보낸다.

한살림 겨울 당근의 대표적인 생산지인 구좌읍 평대리 혼디드렁 생산자공동체는 2009년 이 마을 다섯 농가가 지역주민들과 함께 생명이 살아 있는 농업을 실천하기 위해 결성했다. 혼디드렁은 ‘함께 한다’는 뜻의 제주도말이다. 공동체 대표인 고홍기 생산자는 이웃들과 함께 힘을 합쳐 마을을 꾸려가고, 평대리에서 유기농업을 늘려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공동체 어르신들이 농사짓는 모습을 보면 그 밭에 서슴없이 들어가 직접 손으로 잡초를 뽑고, 벌레도 함께 잡는다. 혼디드렁 농부들이 관행농에 비해 조금도 축나지 않게 농사를 잘 꾸려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제주도 당근밭에는 여기저기 작은 발자국들 눈에 뜨인다. 마치 첫눈 내린 소복한 들판이라 발을 들여놓기도 미안한 당근밭에 노루가 지나가면 고스란히 발자국이 남는다. 제주도에는 사람들만 모여사는 게 아니다. 선명한 발자국을 남긴 노루처럼 뭇 생명이 어울려 산다. 한살림 겨울 당근도 정직한 농부의 손길과 땀방울뿐 아니라 제주도 섬 전체가 숨결을 보태 함께 키웠다.

단순히 ‘맛있다’라고만 표현하기가 미안할 지경이다. 안전하고, 강인하고 신선함이 오래가고, 오래 보관해도 잘 상하지 않는 이 특별한 당근. 여린 잎이 땅위로 머리를 내밀 때부터 수확을 할 때까지 유혹을 견디며 화학비료 한 번 주지 않았기에 더욱 각별한 물품이 되었다. 겨울당근은 수확기인 1월이 제철이다. 이후로는 냉장보관했다가 5월까지 내고 있다. 제주도의 자연이 통째 들어 있는 뿌리채소 당근. 오늘 저녁식탁에 올리면 제주를 느낄 수 있다.

 

한살림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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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입맛 돋워주는 한재미나리

 

한살림 한재미나리

 

한재마을은 청도군과 밀양시 경계에 있는 화악산 자락에 있다. 예부터 물이 풍부하고 인근 마을에서 일부러 떠갈 정도로 물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미나리라는 이름 자체가 ‘물에서 자라는 풀’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기르는 내내 물이 필요하고 수질이 미나리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크다. 한재마을에서는 향이 진하고 식감이 아삭한 미나리 원줄기만을 수확하기에 한재미나리는 맛있는 미나리의 대명사처럼 이름을 날리게 됐다.
한살림에 미나리를 공급하는 한고을공동체 5가구 생산자 역시 모두 한재마을의 맑은 물에서 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미나리를 기르고 있다. 2010년, 협력산지로 한살림에 첫 공급을 시작한 한고을공동체는 올해부터 한살림 생산자연합회 회원으로 정식으로 가입했다. 한고을공동체에서 공급하는 한재미나리는 1년에 약15만 봉으로, 무게로 따지면 무려 30톤이 넘는 양이다.

 

 

 

 

 물 좋은 한재마을에서 청정재배한 한재미나리

 

맛있는 미나리 재배? 물관리가 핵심!

한재미나리는 10월 말부터 공급되는 것과 이듬해 2월부터 공급되는 것 등 공급기간이 다른 두 가지가 있지만 재배방식은 기본적으로는 비슷하다.

수확철이 아닌 여름 동안에 한재미나리를 키울 땅에 미나리 부산물, 녹비작물, 각종 산야초와 부엽토 등을 넣어 땅심을 높인다. 이어서 물을 채우고 땅을 평평하게 고른다. 8월 중순이 되면 심기 시작하는데 씨를 뿌리는 게 아니라 줄기로 번식하는 작물의 특성상 지난해 농사 때 미리 거둬 둔 미나리 줄기를 땅에 뿌린다. 이때부터는 물관리가 중요하다. 물이 너무 깊으면 미나리가 힘이 없고 반대로 너무 얕으면 미나리가 말라 제대로 자라지 못 한다. 그래서 미나리 밭에 하우스 살을 심고 그 윗부분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일정한 시간마다 물을 대게 해놓았다. 미나리줄기는 일주일가량 물에 잠겨 있으면 새로 뿌리가 나온다. 이때, 뿌리가 잠길 정도로 물을 줘야 썩지 않고 땅에 잘 자리 잡는다. 뿌리를 내린 뒤부터도 역시 물관리가 중요하다. 시중 미나리는 수확 때까지 계속 물에 잠기게 해서 키우지만 한재미나리는 물을 넣었다가 빼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다르다. 이렇게 키우면 미나리의 식감이 퍼석퍼석 하지 않고 자연 상태의 미나리처럼 아삭아삭해진다.

 

한살림 한재미나리

손질한 한재미나리를 흐르는 물에 서너 번 깨끗이 씻어 공급한다

 

하수로 냉기 누그러뜨리고 깨끗이 씻어 공급

11월 말이 되면 미나리가 충분히 자라는데, 이때 미나리 윗부분을 잘라내고 겨울을 나기 위해 하우스 살에 비닐을 입힌다. 수온이 1년 내내 15℃ 정도로 일정한 지하수가 온도를 유지시켜준다. 역시 마찬가지로 미나리가 자라는 내내 지하수를 넣었다 빼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렇게 해야 미나리가 옆으로 가지를 뻗지 않고 원줄기만 자란다. 이 과정을 거친 한재미나리는 뿌리 부분이 붉은 색을 띤다.

김성기 이해숙 한고을공동체 생산자 부부는 이러한 자신들의 농사법이 손이 많이 가고 작업시간도 배로 늘어나지만 한살림 조합원들에게 가장 맛있는 한재미나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미나리는 물에 푹 잠기게 기를 수 있어 다른 작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잡초는 덜 하다. 진딧물이나 청벌레 같은 해충이 종종 발생해 미나리를 갉아먹는 일이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쌀뜨물과 음식찌꺼기로 만든 액비나 생선 액비를 쓴다.

이듬해 추위가 조금 누그러지는 2월이 되면 한재미나리는 꽃을 피울 정도로 자라고 낫으로 뿌리 윗부분을 잘라 수확한다. 수확한 미나리는 잡티 등을 골라내는 등 손질을 거친 뒤 한재마을의 깨끗한 물로 서너 번 씻어 공급한다. 이 때문에 가정에서는 특별히 따로 손질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이용해도 좋다. 이후 6월까지 수확하는 한재미나리는 물의 양과 온도를 적절히 조절해 성장 속도를 늦추며 기른다.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공급되는 한재미나리는, 씨 역할을 하는 미나리 줄기를 0℃의 저온고에 넣어 20일 가량 저온처리 한 뒤 9월 초순에 심는다. 저온 처리를 거친 줄기는 저온고에서 있었던 시기를 겨울이라 여기고 저온고 밖에 나온 시기를 봄이라 여겨 가을에도 잘 자란다. 또한, 이 과정을 거친 미나리 줄기는 원줄기로만 자라 따로 윗부분을 잘라낼 필요 없이 10월 말부터 수확해 12월 말까지 공급한다.

겨울 추위에 웅크려 있다 보면 생기 넘치는 푸른색만 봐도 반갑다. 한실림에서는 푸른색 선명한 한재미나리를 추위가 아주 심한 1월달을 제외하고 겨우내 공급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 입맛을 돋우는 작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한재미나리는 향도 맛도 좋다.

 

 

알고 먹으면 더욱 맛있는 한살림 한재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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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와 소비자힘 모아 함께 지키는한살림 한우

 

글•사진 문재형•박근모 편집부

2008년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재개되면서 촛불집회가 벌어졌을 때, 설령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시작되더라도 광우병을 걱정하면서까지 미국 소고기를 소비하는 이들이 많을까? 생각한 이들이 적잖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통계자료를 보면 미국산 소고기는 2007년 1만4616톤에서 2012년 9만9929톤으로 수입량이 크게 늘었다. 한우 사육농가는 2012년 9월 15만7천 가구에서, 2013년 9월 13만8천 가구로 불과 1년 만에 2만 가구 가량 줄었다. 한우 평균가격이 2007~2011년 마리당 525만 원에서 2012년 466만4천 원으로 크게 떨어진데 비해 국제 곡물가와 함께 사료값이 많이 올라가 한우 사육을 포기한 농가가 늘어난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피해를 입은 한우농가에 FTA 피해 직불금을 지불하겠다고 했지만 대다수 농가들은 그 보상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한우’ 자체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다행히 한살림 한우는 시장의 이런 분위기와 달리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며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한살림이 애초에 시장체계를 넘어서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협력하며 책임생산 책임소비를 위해 노력해 왔고 사료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온 점도 반영된 때문일 것이다. 가격 등락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시장의 생리를 생각하면 시중 가격이 하락해도 한살림 한우를 꾸준히 선택하는 것은 당장 눈앞의 금전적인 이득만이 아니라 물품에 담긴 우리 농업과 지구환경, 구체적으로는 농민 생산자를 위해 이들을 신뢰하고 생산 활동이 지속되도록 응원하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무항생제 Non-GMO사료로 햇살과 바람 통하는 축사에서
건강하게 키운 한살림 소

무항생제 Non-GMO사료로 햇살과 바람 통하는 축사에서 건강하게 키운 한살림 소

2012년 우리나라의 1인당 고기 소비량은 44kg으로 1980년 11.3kg에 비해 4배가량 늘었다. 소득이 늘고 식성이 서구화된 탓일 것이다. 고기라고해서 농업과 무관한 게 아니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곡물 20kg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 식량자급률이 날로 낮아지고 있는 것은 농업생산이 준 탓이 있지만 수입사료로 키우는 고기 소비가 늘어난 탓도 크다. 한살림은 고기 소비를 절제하고 소박한 밥상을 차리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육식은 분명 권장할 일이 아니다. 육류소비를 절제하되 부득이하게 소비할 경우에는 사료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 사육환경, 논밭농사와의 생태순환까지 생각한 좀 더 나은 고기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데서 한살림 축산물은 출발했다.

고기소비 줄인 소박한 밥상이 바람직하지만
한살림 한우는 키워서 도축해 공급할 때까지 24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또한 공산품들과 달리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급을 조절하기도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해 생산자, 소비자들과 긴밀히 협의하며 생산과 공급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안심살이나 스지도가니살 같이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부위들은 이용량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협의하면서 계획에 따라 사육하면 가격변동도 크지 않고, 길게 보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안정적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데 도움이 되니 받아들일 만 한 일이다.
한살림에 공급되는 한우는 Non-GMO한우와 유기한우가 있고 한살림성남용인 등 일부 회원생협에서 명절 때 매장 등으로 공급하는 국산사료한우가 있다.

동물복지 생태순환, 한살림축산의 기준 만든 한축회, Non-GMO한우
한살림에 공급되는 한우 중 비중이 제일 큰 것은 Non-GMO한우다. 모두 46농가에서 2,820마리 정도 사육하면서 한 달에 120마리 가량 공급하고 있다. 주로 충북 괴산에 있는 한살림축산영농조합법인(이하 한축회)이 생산을 담당하고 있고 충남 아산과 부여의 생산 농가들도 매달 20마리 분량의 소고기를 내고 있다.
1999년 괴산지역 한살림 생산자들이 설립한 한축회가 고심하면서 하나하나 선택해온 사육방식이 한살림 축산의 기본틀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고기를 출하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동물복지 등을 고려해 마리당 2.5평 이상의 넓이를 확보하게 한 뒤, 볕과 바람이 잘 통하는 축사 바닥에 짚과 건초 등을 깔고 토종 미생물 등으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가 하면 오폐수 처리와 축분을 발효 퇴비로 만들어 논밭 거름으로 넣어 땅을 비옥하게 한 일. 7개월 이전까지 질병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을 하고 그 뒤로는 질병이 없는 한 접종을 하지 않고 처음부터 무항생제사료를 먹여왔으며 2002년부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Non-GMO사료로 키운 한우를 공급해 온 일들이 그렇다

오진영 충남 아산연합회 도고지회 생산자

오진영 충남 아산연합회 도고지회 생산자

본디 풀을 먹고 되새김질을 해오던 소에게 옥수수를 집중적으로 먹이면 위에 탈이 나고 지방이 근육 속에 축적돼 소위 ‘마블링’이 잘된 등급 높은 소고기가 생성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 등으로 마블링 정도에 따라 소고기에 등급을 매기는 현행 제도에 대해 한살림은 동의하지 않는다. 한살림 생산자들을 자신들이 내는 소고기들이 우리나라의 현행 등급제로는 높은 등급을 못 받더라도 사육과정 등을 보면 감히 ‘특급’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한축회는 2009년, 콩깍지, 짚, 풀 같은 거친 조사료와 곡물사료를 고르게 섞어 소에게 먹일 수 있고 사료자급률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는 완전혼합사료(TMR Total Mixes Ration) 공장을 세웠다. 이런 노력으로 현재 한축회의 국산사료 비율은 30% 정도이며 이를 4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살림이 돼지 사육에 도입한 ‘우리보리살림사료’가 한우 사육에까지 적용되면 이보다 훨씬 높은 사료 국산화비율도 가능할 전망이다.

 

TMF(완전혼합발효사료)

TMF(완전혼합발효사료)

생태기준으로는 한살림 소고기가 1등급
한살림축산의 또 다른 한 축은 유기한우다. 한살림 유기한우는 충남 아산지역 5개 농장이 뭉친 아산유기한우생산자모임에서 공급한다. 그리고 이 한우들이 먹을 사료 역시 아산의 한살림생산자들이 세운 푸른들축산에서 동물성원료, GMO원료, 성장호르몬, 비육촉진제, 항생제는 빼고, 주로 인근 지역에서 나온 유기농 볏짚과 쌀겨, 청치(덜 익은 쌀)를 넣어 만든 유기농사료다. 사료 원료를 스팀으로 쪄내고, 발효시킨 완전혼합발효사료(TMF Total Mixed Fermented Ration)이기 때문에 소에게 이롭다고 한다. 소를 키우면서 나오는 소똥은 발효를 거쳐 양질의 퇴비가 되어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한살림 유기한우는 지역의 생태를 살리고, 지역의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유기한우 수요가 적은 편이고 이 때문에 사료 소비도 그다지 많지 않아 유기농 사료 생산라인 가동률이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유기한우를 기르는 농장은 여유롭고 깨끗하다.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은 것은 물론이며 축사공간이 넉넉하고, 한쪽 편으로는 넓은 목초지가 있다. 목초지는 인증에 꼭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옥수수 등 사료작물을 생산하기 때문에 사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축사 내에는 한 구획에 4~5마리 가량의 소들이 있다. 공간이 넓은 만큼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질병에도 잘 견딘다고 한다. 축사내에는 분뇨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데 미생물 무기질 활성 음용수(BMW Bacteria Mineral Water)설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햇볕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하는 축사, 소들이 충분히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한 일,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들어간 사료를 일체 먹이지 않는 일, 뿔을 자르거나 거세를 시키지 않는 동물복지를 고려한 사육환경은 유기축산과 Non-GMO 한우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사료 기준 등이 좀 더 각별하다고 보면 된다.
쾌적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한살림 한우들을 보면 여느 식탁들에 오르는 소고기들도 저렇게 편안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살림이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사육환경 등과는 무관하게 아예 한국의 축산업 자체가 벼랑 끝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우리 농산물, 이들과 생태순환 고리로 연결돼 생산되는 건강한 축산물들을 균형 있게 섭취하며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자는 것. 그것이 축산을 바라보는 한살림의 시각이다.

한살림한우

한살림 유기한우 장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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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고 엄격한 기준으로 정성 다해 길러낸 한살림 배

한살림배 


이맘 때 실컷 맛보는 10브릭스 이상의 당도

한살림 배는 전남 나주와 순천, 경북 문경, 칠곡, 상주를 비롯해 경기 여주와 파주, 강원 홍천과 충북 괴산, 충남 예산, 연기, 아산 일대에서 자란다. 2013년 기준으로 24세대의 생산자 가구가 총 374,128㎡(111,372평)의 과수원에서 귀한 자식처럼 정성을 다하고 있다. 8월 말 부터 공급되는 조생종 원황을 시작으로 9월부터 10월 초까지는 중생종 황금·풍수·수황·화산 품종 등이 공급되고 10월부터는 만생종인 신고·감천·추황·만수 등이 나오게 된다. 신고 품종 같은 경우 저장고에 보관해 이듬해 4월까지도 공급하지만 지금 이맘때가 제철 배를 맛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더욱이 한살림 배는 당도 기준이 10브릭스(Brix, 100g 당 함유하고 있는 당의 양) 이상으로 시원한 단맛이 가득하다.

 

 

배는 당도가 높은 만큼 병해충이 심한 작물로 농약 없이 키우기가 무척 힘들다

시중 저농약 보다 두 배 이상 까다롭게 키운다

배는 당도가 높은 만큼 병해충이 심한 작물로 농약없이 키우기가 무척 힘들다. 그러다보니 한살림에도 저농약 재배가 75% 이상으로 유기 재배나 무농약 재배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한살림 저농약 배는 다른 생협들이나 친환경농산물판매처에 나오는 일반적인 저농약 배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한살림 일반적인 저농약재배 기준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 자체금지농약을 설정해놓고 고독성, 발암성, 침투이행성 농약은 사용을 금하고 있다. 불가피한 경우에만 대단히 독성이 낮은 농약에 한해 연중 6회 (일반적인 저농약 재배는 평균 12회 이상, 관행농업은 24회 이상)이내로만 쓸 수 있게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이 뿐만 아니라 출하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사용하는 지베렐린 같은 성장조절제도 한살림에서는 일체 사용할 수 없게 제한하고 있다. 똑같은 모양의 저농약 재배 표시를 달고 있어도 한살림 물품은 훨씬 더 까다롭고 엄격한 재배기준을 통과한 것들이다.

 

 

 

 

 

한살림 배는 성장촉진제 없이 오래도록 햇볕을 받으며 익어간다

“성장촉진제 없이 오랫동안 햇빛을 받아야 배가 달지요”

배 농사의 시작은 배 수확이 끝나는 10월부터다. ‘감사 퇴비’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수확에 감사하며 내년에도 풍작을 기대하면서 땅이 얼기 전에 골고루 퇴비를 준다. 겨울이 오면 상한 가지들을 잘라내는 가지치기가 시작된다. 이런 작업이 한겨울 내내 이어지지만 두껍게 옷을 덧입는 것 말고는 달리 추위를 피할 방법은 없다. 2~3월에는 햇빛이 나무에 골고루 들도록 가지를 끈으로 묶어 자라는 방향을 잡아주는 작업을 하고 4월에는 병충해를 막기 위해 석회보르도액과 석회유황합제 등을 뿌린다. 농약은 저독성이고 그것도 몇 번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병충해를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꽃이 핀 뒤에는 4월 중순부터 열매가 맺도록 일일이 손으로 수정을 해준다. 이때부터 20일 정도 지난 뒤에는 좋은 열매만 남기고 적과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치기 쉬워 한꺼번에 많은 일손이 필요하지만 갈수록 일손 구하는 게 힘들다. 배가 엄지손가락만 해지는 6월이 되면 병충해를 막기 위해 일찌감치 봉지를 씌우고 수확 때까지 오래도록 햇빛을 받게 한다.
“성장촉진제 없이 오랫동안 햇빛을 받아야 배가 달지요. 지금부터는 마냥 하늘에 기대는 거예요.” 10년 넘게 한살림에 배를 내 온 이성열 조영분 충남 아산연합회 산동공동체 생산자 부부의 대답 속에 자연의 순리가 담겨있다. 제조체를 치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햇살 아래서 서너 번 김을 매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이들 부부는 풀이 있어 나무에 병도 덜 오고 고온 피해도 줄일 수 있어 고맙다고 했다. 배는 표면에 쉽게 상처가 생기기 때문에 행여 손자국이 남을까 수확 때도 조심 조심이다. 수확한 배는 다른 배에 상처를 내지 않도록 꼭지를 자르고 완충망에 하나하나 넣어 물류센터로 보낸다.
매장이나 공급을 통해 우리가 손쉽게 만나는 배는 이렇게 정성 가득한 손길들을 거친 것들이다. 혹시나 색이 탁하고 크기가 작아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속은 알차고 참 달다. 가을 지나면 아쉽게도 더는 맛 볼 수 없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담아보자. 투박하지만 정직한 세월이 담겨있는 한살림 생산자들의 손처럼 고맙고 귀한 배다.

 

한살림 배를 이용한 요리법 알아보기

한살림 배와 배를 이용한 물품들

배/유(대:3개)

배농축액(500g)

떠먹는배도라지청(23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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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웃습니다

당근 밭도 그다지 사정이 좋지 않았다. 넓은 밭에 언뜻 보면 코스모스 잎과도 비슷한 당근 잎들이 초록물결처럼 하늘거리는 게 참 예뻐 보였다. 그러나 잘 컸는지 확인할 요량으로 쑥 당겨보면 뿌리가 물러서 줄기만 당겨올라오는 일이 적지 않다. 이 역시 장마 탓이다. 장마에 연이은 폭염 때문에 자리는 것도 더디다. “제주와 여주에서 공급하던 당근이 출하가 끝나 이제 이 지역에서 얼른 뽑아서 조합원들에게 공급해야 하는데, 덜 자라고 맛도 덜 들어서 8월 말이나 돼야 수확이 가능할 것 같네요.” 장성봉 생산자의 푸념 속에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38선 너머에서 나는 귀한 한살림 먹을거리
양구연합회가 있는 강원도 양구 해안면으로 가려면 38선을 넘어야 한다. 민통선 북방, 출입증이 있어야만 드나드는 게 가능했던 마을이었는데 20년 전 비로소 민간인 출입통제가 풀렸다고 한다. 산업시설이 없어서 맑고 깨끗하며, 높고 낮은 산들에 둘러싸인 분지 지역이다. 을지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움푹 들어간 곳에 마을들이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어 특이한 모습이다. 6·25 당시 이곳을 본 미군들이 ‘펀치볼’같이 생겼다 해서 펀치볼이라는 별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살림 양구연합회는 2012년 홍천연합회로부터 분화되어 꾸려졌다. 한살림에 잡곡을 내기 시작하면서 홍천연합회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는데 홍천연합회에서 내는 잡곡의 80% 가량이 양구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한다. 한살림과 만나기 전에는 일반 업자들에게 물품만 내고 돈을 떼이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양구에서는 20여 가구의 생산자들이 양상추, 양배추, 브로콜리, 수박, 오이, 미니파프리카, 무, 당근, 감자, 잡곡, 쌀 등 정성껏 기른 것들을 조금씩 한살림에 내고 있다.




긴 장마 폭염에 몸살 앓은 여름 채소 산지

바람도 숨을 죽이는 한여름에는 밥상에 올릴 채소들도 참 귀하다. 연중 내내 조합원들에게 안정적인 공급을 하기 위해 한살림의 생산지는 제주에서부터 강원도까지 고르게 자리 잡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점점 유난스러워지고 있는 무더위 때문에 다른 지역 여름 채소류 생산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한여름에도 비교적 서늘한 양구, 홍천 지역에서 나는 채소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계속 쏟아진 비, 연이은 폭염 때문에 이 지역 채소 생산은 많은 피해를 입었다.홍천연합회도 비 피해가 심각했다. 물에 잠겼던 경지의 작물들이 그대로 말라 죽어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제대로 영글지도 못하고 말라죽은 단호박, 녹아버린 열무, 병에 걸린 고추, 누렇게 끝이 타들어간 중파…. 그래도 중파를 살펴보려고 애를 쓰는 이봉연 생산자는 “제가 이렇게 농사짓는 솜씨가 부족하네요.” 하며 씁쓸하게 웃는다. 하늘이라도 원망하고 싶어지는 광경을 눈앞에 두고 하는 이 말에 가슴이 여간 아프지 않았다.
소비자 조합원이기도 한 나는 간혹 여름채소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타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여름 폭염을 뚫고 길러낸 여름 채소들이 조합원들께 도달하기까지도 수많은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견뎌낸 채소가 우리 밥상에 오르는 일.
새삼 밥 한 그릇에 온 우주가 들어있다는 말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생산자는 책임생산

소비자는 책임소비
최근에는 사정이 좀 나아졌지만, 장마철에 한살림 채소를 이용해본 조합원은 이것들이 얼마나 귀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먹고 싶은 채소를 사려고 장바구니를 들고 동네 한살림 매장을 찾을 때면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여야 할 때도 있다. 채소가 귀할 때는 이러다가도, 공급이 원활해지고 시중 가격이 낮아지면 은근히 그쪽으로 눈길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장맛비와 폭염,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예측하기 힘든 날씨를 이겨내고 ‘책임 생산’을 완수하고 있는 생산자분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시중 가격이 폭등한다고 생산자들이 생산과 공급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것처럼, 가을이 다가오면서 밥상에 오를 채소들이 풍성해지면서 고개를 드는 셈 빠른 마음을 스스로 경계해야겠다. 나는 도시에서 장바구니로 함께 농사를 짓고 있잖은가. 책임 소비를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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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만큼 달고 건강에도 으뜸, 단호박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이민영·전용기 전북 진안 생산자 부부

설탕이나 물엿 따위를 넣지 않아도, 그저 찌기만 해도 참 달다. 오죽하면 그 이름에 ‘단’이라는 말이 붙었을까? 보통 찌개에 넣거나 전을 부쳐 먹는 고소한 애호박을 생각하면 안된다. 호박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단맛이 특징인 단호박은 서양계 호박으로 갈래가 다르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재배된 지 불과 20여 년, 짧은 시간이지만 단호박은 은은하고 깔끔한 단맛으로 조금씩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한살림에 공급되는 단호박은 ‘단호박’과 ‘미니단호박’ 두 종류다. 재배 방법과 공급 시기는 차이가 없고 이름 그대로 미니단호박이 좀 더 작다. 단호박은 6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저온저장고 같은 특별한 시설에 보관하지 않고도 그대로 공급할 수 있다. 4개월, 비교적 긴 기간 동안 공급될 수 있는 것은 단호박이 저장성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균 기온이 높은 제주도와 전남 해남, 전북 부안·진안에서부터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경북 울진·봉화와 강원도 홍천·횡성, 그리고 그 중간쯤에 있는 충남 아산 등 전국에서 고르게 재배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연과 정직한 땀이 맺은 단맛

단호박 특유의 짙은 초록색이 선명해지면 수확이 시작된다

생명력 강한 봄나물들이 돋아나는 춘분 무렵부터 단호박 농사는 시작된다. 종묘상에서 구입한 씨로 모종을 내고 외출을 삼가며 아이 다루듯 정성껏 길러 한 달가량 지난 뒤 미리 퇴비를 뿌려 땅심을 키운 밭에 옮겨 심는다. 수확까지 2개월, 정식된 단호박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잎을 넓게 퍼트리며 열매 맺을 준비를 한다.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햇살과 비를 맞으며, 농부의 정성과 함께 잎사귀가 자라난다. 재미있는 점은 단호박 잎이 다른 작물들보다 넓어서 잡초들이 힘을 못 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부들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김매기에 들이는 품을 어느 정도 덜어줘 참 고맙다. 그렇다고 단호박 농사가 그저 수월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아메리카잎굴파리 같은 해충이 속을 썩이고 흰가루병도 자주 발생해 생산자들의 마음에 그늘을 드리우곤 한다. “그래도 이만큼 자라줘서 고맙지요.” 귀농 11년차, 한살림 8년차인 전용기 생산자가 단호박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다. 수확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 흰가루병이 퍼진 단호박 밭은 자욱하게 안개라도 내려앉은 것 같았다. 약을 치지 않기 때문에 품도 더 들고 마음 고생도 심할 터였다. 그럼에도 잘 자라주어 고맙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과 눈가의 짙은 주름에서 한살림 생산자다운 신뢰가 느껴진다. 한살림 단호박 특유의 건강한 단맛은 그렇게 영글어가고 있다. 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달리고 단호박 특유의 짙은 초록색이 선명해지면 수확이 시작된다. 커다란 호박잎에 가려져 있는 단호박을 하나하나 손으로 따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서 1주일 이상 보관하며 후숙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단호박의 전분이 당분으로 변하며 특유의 달콤함이 온전히 자리 잡는다. 조합원들에게 전해지는 건 이렇게 단맛이 충분히 깃든 뒤의 일이다.

 

흰가루병에 걸린 단호박 잎이 새하얗다

 

아이들 간식으로 안성맞춤

한살림에서는 단호박의 당도를 측정하여 출하기준에 적용하진 않지만 시중 자료들을 보면 단호박의 당도는 평균 10브릭스(Brix, 당도를 측정하는 단위)가 넘는다. 대표적인 단 과일인 배의 당도가 평균 12~13브릭스이고 수박이 10~11브릭스인 것을 보면 단호박의 단맛이 결코 뒤처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 단호박은 적당히 탄력 있고 무르지 않은 식감이 있다. 껍질 째 쪄, 맨손으로 잡고 먹으면 버릴 것이 없어 뒤처리가 깔끔하다. 이렇다보니 단 것을 좋아하고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 간식으로 그만이다. 더욱이 단호박에는 각종 미네랄을 비롯해 섬유질, 비타민B, 비타민C 등이 함유되어 있어 아이들 면역력을 키워주고 성장기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분을 고루 공급해준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 간식이 고민되는 요즘,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단호박으로 준비해보자. 찌기도 하고 굽기도 하고 샐러드도 만들면 아이들이 활짝 웃을 것이다.

 

단호박 장보기~

단호박 요리법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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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방에 감초? 우리 밥상에는 마늘이 있다네

 

글·사진 문재형

 

 

 

한살림에 공급되는 마늘은 크게 난지형마늘과 한지형마늘 두 종류이다. 난지형마늘은 겨울에도 비교적 기온이 높은 제주도, 전남 해남, 전북 부안, 경북 영천 등에서 재배한다. 쪽수가 많고 대체로 알이 크며 생으로 먹거나 구이용으로 적합하다. 한지형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경북 의성과 충북 단양, 충남 당진, 경기도 여주 일대의 생산지에서 재배하며 쪽수가 6~8개로 흔히 육쪽마늘이라 불리고 알은 작은 편이지만 저장성이 뛰어나 주로 김장용으로 사용된다. 난지형마늘은 제철인 6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공급되는데 가정에서 사용하기 쉽게 가공한 깐마늘과 다진마늘은 상시 공급되고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에는 장아찌용마늘도 공급된다. 한지형마늘은 특별품으로 수확시기인 7월부터 주문을 받아 8월에 공급되며 김장철인 11월에도 공급하고 있다.

2013년 약정된 한살림 마늘은 총 265톤으로, 74가구 한살림 생산자회원들이 36만여 세대 한살림 조합원들의 밥상을 책임지기 위해 171,570㎡(51,900평) 면적의 농지에서 흙먼지를 마시며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땅속에서 시린 겨울 견딘 향과 맛

마늘은 겨울을 나는 내한성 작물이기에 마늘 농사는 가을부터 시작된다. 난지형마늘과 한지형마늘은 파종과 수확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재배방법은 비슷하다. 한지형마늘은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유기인증 퇴비를 뿌리고 작물을 심기 알맞게 갈아 놓은 땅에 마늘 종자를 파종한다. 이때 심는 종자는 갈무리해두었던 자가 채종한 것을 사용하며 예전에는 일일이 사람 손으로 심었지만 요즘은 기계를 이용한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1월 말에는 겨우내 마늘이 얼지 않도록 비닐을 덮어주고 그 상태로 겨울을 난다. 난지형마늘이든 한지형마늘이든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하는 건 매한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난지형마늘은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로 겨울을 보내고 한지형마늘은 겨울을 난 뒤부터 성장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언 땅이 녹는 봄이 오면 마늘 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마늘 대의 길이가 10~15cm정도 자라면 비닐에 구멍을 뚫어 마늘 대가 그 사이로 올라오게 해준다. 이와 함께, 유기 웃거름을 주고 마늘 위로 흙을 덮어 복토를 해준다. 이렇게 해야 풀도 적게 나고 영양이 마늘 대가 아니라 마늘로 집중 돼 알이 큰 마늘을 얻을 수 있다. 제초제를 쓰지 않기에 중간 중간 고된 제초작업은 피할 수 없다. 난지형마늘은 5월, 한지형마늘은 6월에 수확을 시작한다. 먼저 비닐을 걷은 뒤 마늘 캐는 기계가 마늘 위를 가로지르면 8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땅속에 묻혀있던 마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흙을 뒤엎다보니 자연스레 흙먼지를 뒤집어 쓸 수밖에 없지만 생산자들에겐 인고의 시간을 보상받는 순간이다. “마늘은 매년 조합원들 밥상에 필요한 거니까 습관처럼 농사짓지요. 그런데 힘든 농사예요.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작업 한 번 하고 나면 콧속까지 새까매진답니다.” 24년째 한살림에 마늘을 공급하다 보니 이제는 흰머리가 희끗해진 이성기 별방공동체 생산자는 마늘 키우기가 마치 본인의 천직인 것처럼 말했다. 이렇게 수확한 마늘은 비닐하우스 등에서 햇볕과 바람에 자연 건조한 뒤 손질을 거쳐 조합원들께 전달된다. 그렇지 않아도 몸에 좋다는 마늘인데 이렇게 각별한 정성으로 키우는 한살림 마늘은 더욱 좋을 수밖에 없겠다.

 

일해백리(一害百利)라는 말이 있다. 마늘이 그렇다는 것이다. 강한 냄새를 제외하고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는 뜻이다. 또,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 건립에 동원된 인부들의 원기를 회복하기 위해 마늘을 먹였다고 하니 요즘 같이 더운 계절에 보양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먹을거리이기도 하다. 더욱이 마늘에 들어있는 알리신 성분은 항암효과도 지니고 있다니 부지런히 빻아 갖은 양념으로 사용하고 된장, 고추장에 찍어 생으로 먹다보면 올여름 무더위도 그럭저럭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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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

씹는 소리에

물러가는 더위


정미희 편집부·사진 류관희

 



오이처럼 친화력 있는 채소도 드물다. 함께 어울린 재료가 무엇이든 그 맛을 침범하지 않고, 고유의 청량한 식감으로 먹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김치, 냉국, 무침, 볶음, 찌개 등 조리법도 다양하고, 쌈장 하나만 곁들여도 요긴한 밥반찬이 된다. 비단 요리뿐인가. 95%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마라톤이나 등산을 할 때 갈증 해소를 위한 필수품이며, 열을 식히는 성질이 있어 여름철 피부 관리에도 이만한 것이 없다. 늦봄부터 늦가을까지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하디흔한 채소지만, 이 오이를 무농약 유기재배하기란 쉽지 않다.

한살림 오이는 충남 아산, 충북 청주·청원, 강원도 양구, 홍천 등에서 재배하며, 4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공급된다. 오이를 유기재배한 지 16년, 오이 농사는 28년 째 해오고 있는 충남 아산 송악지회 김명래 생산자는 오이를 유기재배한다는 것은 욕심 부리지 않고,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모든 농사가 그렇듯 오이 농사도 땅심을 기르는 것이 첫 번째다. 농사를 짓기 전에 흙살림 균배양체와 소똥 등의 거친 거름으로 흙에 산소와 영양를 공급하며 기초를 다진다. 1월에 파종한 오이는 4월, 3월에 파종한 오이는 5월, 7월에 파종한 오이는 9월부터 출하를 하는데, 파종 후 한 달여간 키운 모종을 정식해 수확하기까지 잔일이 많다.

오이는 자가수정을 한다. 벌이 수정을 하면, 오이가 곤봉모양이 된다. 열매가 맺히면 솎아내는 작업을 하는데, 한 개의 좋은 오이를 위해 2~3개의 오이를 솎아낸다. 오이를 수확하면서 솎아내는 작업도 함께 해준다. 3~4일에 한 번씩은 줄기를 내려주는 줄내림 작업을 한다. 오이가 땅에 닿으면 모양이 구부러지고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기재배 오이는 수확을 시작한 지 60일 후에는 더 이상 수확이 어렵다. 진딧물과 천적을 넣어서 방제를 하지만 보통 생육 중기 이후부터 생기는 노균병이 시작되면, 뚜렷하게 잡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노균병은 잎의 앞면에 엷은 황색을 띤 반점이 생기는 증상을 시작으로 아랫부분부터 시작해 위쪽으로 번져 병든 부위가 점차 커지고 잎은 말라죽는다. 농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노균병이 늦게 오기를 바라며, 오이 밭을 자주 들여다보는 일뿐이다. 농사를 짓기 전, 땅을 건강하게 다져놓으면 노균병도 늦게 찾아온다고 한다. 남들이 따는 만큼 따야한다는 마음을 먹으면, 오이는 유기재배를 할 수가 없다. 그저 자연의 순리에 맡길 뿐이다.

오이도 기후변화로 농사 짓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해마다 ‘올해가 최고 힘든 해’가 된다.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추위가 늦게까지 이어져 오이의 수확량이 많이 줄었다. 날씨 탓에 구부러진 오이도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농산물은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날씨의 역할이 80~90% 예요.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요.” 김명래 생산자가 덤덤히 말한다. 오이는 특별히 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가 하루 오면, 2~3일은 오이가 나지 않고 병이 많이 온다. 맛도 떨어진다. 햇볕을 많이 봐야 하는 작물인데, 볕이 센 것은 차단막을 치면 되지만 햇볕은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수분이 부족하거나 저온일 경우에는 오이에 쓴 맛이 많이 난다. 오이가 자라기 불리한 외부 환경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 에라테린이란 물질을 발현하며 이겨내는 탓이다. 하늘과 함께 농사 짓는다는 말이 사무친다.


-김명래·장미영 충남 아산 송악지회 생산자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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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와 바위틈에서 자란 귀한 차

한살림 녹차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한살림 녹차는 추위가 덜하고 강수량이 풍부하며 차 수확 시기의 일교차가 커 향이 빼어난 하동지역의 찻잎으로 만든다. 입지 자체만으로도 품질 좋은 차를 생산하기에 적합한 곳이지만 한살림 녹차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한살림 농산물들이 기본적으로 유기재배를 원칙으로 하는 것처럼 녹차도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혹시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미량이라도 스며들면 안 되기 때문에 길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차나무는 채취하지 않는다. 또한, 양질의 찻잎을 얻기 위해 비록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적지만 평탄한 곳이 아니라 지리산 자락 화개동 산비탈의 골짜기와 바위틈에서 야생에 가깝게 차나무를 키우고 있다. 조선시대 초의선사도《동다송》에서 ‘차나무는 바위틈과 골짜기에서 자란 게 으뜸’이라고 했다. 그뿐 아니다. 차를 번식시킬 때도 간단하게 모종을 사용하지 않고 발아율이 낮더라도 처음부터 자연에서 자랄 수 있게 씨를 뿌려 번식하고 있다. 이렇게 자란 차나무는 자생력이 강해 겨울에 매서운 추위가 오더라도 가지와 잎은 얼지언정 뿌리까지 어는 일은 거의 없다.

 야생에 가깝게 키우지만 여느 작물처럼 사람 손이 많이 간다. 산에는 평지와 달리 특히 덩굴 식물이 많아 이들이 차나무를 뒤덮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고 고사리 뿌리가 퍼져 군락을 이루지 않게 살펴야 한다. 차 수확이 끝나는 5~6월경에는 전정을 하고 가을에는 손이나 예초기로 잡초를 제거하는데 산비탈 바위틈에서 작업하는 일이라 힘이 들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바 쁜  일 상 에  놓 은   쉼 표  우 전 과  세 작

한살림에 공급되는 녹차는 곡우쯤에 수확한 어린 잎을 덖은 우전과 곡우와 입하 사이에 수확한 잎으로 덖은 세작 두 종류다. 발효황차도 이곳에서 내고 있는데 이는 5월 중순경에 수확한 찻잎을 발효시켜 만들어 떫은 맛이 나지 않는게 특징이다. 골짜기와 비탈이 많은 화개지역의 특성상 평지에 비해 수확시기가 일주일 정도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김영기, 김종일, 임승용 생산자는 자연에 기대어 정성을 다 해 차를 만들고 있다.

가을이면 차나무에 꽃과 열매가 맺히고 겨울에 좁쌀만한 싹이 튼다. 봄이 되면 싹은 조금씩 자라고 곡우쯤이면 그해 첫 잎을 수확하는 손길이 분주해진다. 보통은 수동 채엽기를 사용하는데 다섯 사람이 함께 작업하면 하루 3톤 정도 수확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계로 채취할 경우 찻잎의 품질이 떨어지기에 한살림 녹차는 일일이 손으로 채취한 것으로 만든다. 우전 찻잎의 경우 능숙한 사람이 분주하게 작업해도 1kg을 채취하기 어렵다하니 참 귀한 찻잎이다.

녹차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과정은 차를 덖는 일이다. 준비된 찻잎을 섭씨 300도 가량 고열의 솥에 단번에 덖어내는데 생산자들의 손놀림이 그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수제덖음을 고수하고 있다. “첫 덖음에 맛이 결정되니 굉장히 집중해야 합니다.” 16년 경력의 김영기 생산자는 차 덖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솥에서 나온 뜨거운 찻잎은 ‘비비기(유념작업)’를 해준다. 덖은 찻잎을 비비고 풀어주면서 열을 식히고 건조시키는데 이 과정들은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 마무리 작업으로 찻잎의 얇은 막을 벗겨 향을 풍부하게 하는 가향 작업을 하는데 한살림 녹차는 보다 좋은 향을 위해 미리 가향 작업을 해 놓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 양만큼 작업해서 공급하고 있다.

오랜 세월 녹차가 사랑받은 데에는 우리 몸에 이롭기 때문인 점도 있겠지만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다기를 준비하고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이 번거로울 수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녹차를나누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녹차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또 마시며 정리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좀 더 친밀해지지 않을까? 더욱이 한살림 녹차는 우리나라 지리산 자락에서 생산한 것이니 커피나 수입하는 차에 비하면 탄소배출도 거의 없다. 일요일 저녁 가족모임에 텔레비전이 아니라 녹차를 가운데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생각만으로도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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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잎채소


박혜영 편집부ㆍ사진 류관희

 


비닐 하우스 농사를 짓는다 해도 혹한이 몰아치는 한겨울에는 비닐만으로 충분한 보온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대개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때 온도를 높이기 마련이다. 겨울에도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어 사람들은 좋지만 그만큼 지구는 조금 더 더워진다. 한살림에서는 생육초기(육묘기간)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겨울에 연료를 때 온도를 올리는 일을 허용하지 않는다. 기후변화와 지구 생태를 걱정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대신 이중으로 친 비닐 막 사이로 한겨울에도 영상 13도 정도를 유지하는 지하수를 뿌려주며 보온을 하는 ‘수막재배’로 추위를 견딘다. 비교적 따뜻한 지하수를 뿌려주면 비닐하우스 내부는 영상 7~8도 정도는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비닐하우스를 따뜻하게 데워준 물은 다시 땅속으로 스며든다.

 한살림 채소 생산지들은 추운 강원도에서 남쪽 제주도까지 분산돼 있어 일년 내 끊이지 않고 조합원들께 푸른잎 채소를 공급할 수 있게 해놓았다. 그 가운데 청주청원연합회에 속해 있는 일곱 개 생산자 공동체 약 70가구 생산자들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충청북도 청주ㆍ청원 지역에 있는 한살림 생산자 공동체들이 모여 만든 청주청원연합회는 70여 종 이상 한살림에 나오고 있는 채소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 미꾸리과 미호종개가 처음 발견된 그 하천이다. 미호천변이라 지표수가 풍부하고 일조량이 많아 수막을 이용한 시설재배가 수월하며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가까워 가장 많은 조합원들이 모여 사는 수도권까지 바로 채소를 실어가기에도 유리하다.

 사시사철 유기농으로 잎채소를 키우는 생산자들에게 어찌 어려움이 없을까. 싹이 트고 자라 곁을 떠날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연의 순리대로만 정성껏 돌본다.

 씨앗 한 알, 한 알 작은 용기(포트)에 심어 모종을 키우고 어느 정도 자라면 땅에 옮겨 심고 쑥쑥 자랄 수 있게 솎아내고, 마침내 뜯어서 조합원들 댁으로 올려 보낼 때까지 그 흔한 제초제, 농약 한 번 뿌리지 않는다. 잡초들은 일일이 직접 손으로 뽑거나 힘에 부치는 일부는 그대로 두고 보는 수밖에 없다. 인증 받은 유기자재나 직접 만든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지만 시중 농약들처럼 살충, 병해방지 효과가 뛰어나지 않다. 이 때문에 간혹 흰가루병이나 짓무름병이 휩쓸면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위에서 친환경 자재를 뿌려도 양상추처럼 둥그렇게 속이 차는(결구되는) 작물은 뿌리까지 액이 닿지 않아 시들고 병들 때가 많아. 애지중지 자식처럼 키웠는데 속이 이만저만 상하는 게 아니야.” 청주청원연합회의 들녘공동체 송영식 생산자가 눈앞에 다친 자식이라도 보고 있는 것처럼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겨울이나 한여름에는 농사짓는 어려움이 더하다. 겨울에는 기온이 낮아져 작물의 성장이 멈추고 일찍 꽃을 피워 아예 출하가 힘든 경우도 있고 비닐하우스 환기구까지 눈이 쌓여 공기가 충분히 통하지 않아 짓무르거나 곰팡이가 생기기도 한다. 잎채소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특성이 있어 여름에는 다른 계절과 마찬가지로 모종을 내고 밭에 옮겨 심어 정성껏 돌보지만 더위 때문에 그만 짓물러버려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기후변화 때문에 겨울에 혹독해지고 여름에는 폭염도 빈번하다. 불규칙한 날씨가 매년 이어지고 있어 생산자들이 여간 속을 태우고 있지 않다고 한다.

 


각 농가에서 수확한 채소들은 매일매일 마을 집하장으로 모아 선별한 후, 그날로 한살림 물류센터로 보내 1~2일 뒤 조합원들의 손에 전해진다. 짓무르기 쉬운 여름철에는 조금이라도 신선하게 공급하기 위해 수확한 날, 선별까지 마쳐 물류센터에 도착하도록 생산자들은 이른 새벽부터 잠을 설치며 채소를 뜯는다.

 오랫동안 먹어왔던 오이, 상추와 같은 품목 외에 여리고 작아 두루 쓰임새가 많은 어린잎채소, 달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은 쌈양상추 등 새로운 품목을 길러내기 위해서도 생산자들은 애를 쓰고 있다. IMF 구제금융사태 이후 그나마 존재하고 있던 우리나라 종자회사들을 대개 다국적 기업들이 인수한 뒤로 토종종자를 유지하는 일은 더 절박하고 중요한 일이 되었다. 청주청원연합회의 홍진희 생산자 등이 토종 중파·풋고추·오이 등을 키우면서 종자를 보존ㆍ확산시키고 토종채소를 한살림에 내는 일도 대단히 뜻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도롱뇽이 나뭇가지에 알을 걸쳐 놓으면 한 해 날씨가 좋지 않다던데, 올봄에 그랬다고 한다. 갖은 고생하며 짓는 농사가 제대로 된 결실을 맺어야 할 텐데, 마음이 많이 쓰인다. 밥상 위에 올라온 한 소쿠리 푸성귀를 바라본다. 너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었구나! 한 줄기도 헛되어 버려지지 않도록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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