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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자연에서 온 귀한 것

골짜기와 바위틈에서 자란 귀한 차 한살림 녹차

골짜기와 바위틈에서 자란 귀한 차

한살림 녹차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한살림 녹차는 추위가 덜하고 강수량이 풍부하며 차 수확 시기의 일교차가 커 향이 빼어난 하동지역의 찻잎으로 만든다. 입지 자체만으로도 품질 좋은 차를 생산하기에 적합한 곳이지만 한살림 녹차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한살림 농산물들이 기본적으로 유기재배를 원칙으로 하는 것처럼 녹차도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혹시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미량이라도 스며들면 안 되기 때문에 길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차나무는 채취하지 않는다. 또한, 양질의 찻잎을 얻기 위해 비록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적지만 평탄한 곳이 아니라 지리산 자락 화개동 산비탈의 골짜기와 바위틈에서 야생에 가깝게 차나무를 키우고 있다. 조선시대 초의선사도《동다송》에서 ‘차나무는 바위틈과 골짜기에서 자란 게 으뜸’이라고 했다. 그뿐 아니다. 차를 번식시킬 때도 간단하게 모종을 사용하지 않고 발아율이 낮더라도 처음부터 자연에서 자랄 수 있게 씨를 뿌려 번식하고 있다. 이렇게 자란 차나무는 자생력이 강해 겨울에 매서운 추위가 오더라도 가지와 잎은 얼지언정 뿌리까지 어는 일은 거의 없다.

 야생에 가깝게 키우지만 여느 작물처럼 사람 손이 많이 간다. 산에는 평지와 달리 특히 덩굴 식물이 많아 이들이 차나무를 뒤덮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고 고사리 뿌리가 퍼져 군락을 이루지 않게 살펴야 한다. 차 수확이 끝나는 5~6월경에는 전정을 하고 가을에는 손이나 예초기로 잡초를 제거하는데 산비탈 바위틈에서 작업하는 일이라 힘이 들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바 쁜  일 상 에  놓 은   쉼 표  우 전 과  세 작

한살림에 공급되는 녹차는 곡우쯤에 수확한 어린 잎을 덖은 우전과 곡우와 입하 사이에 수확한 잎으로 덖은 세작 두 종류다. 발효황차도 이곳에서 내고 있는데 이는 5월 중순경에 수확한 찻잎을 발효시켜 만들어 떫은 맛이 나지 않는게 특징이다. 골짜기와 비탈이 많은 화개지역의 특성상 평지에 비해 수확시기가 일주일 정도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김영기, 김종일, 임승용 생산자는 자연에 기대어 정성을 다 해 차를 만들고 있다.

가을이면 차나무에 꽃과 열매가 맺히고 겨울에 좁쌀만한 싹이 튼다. 봄이 되면 싹은 조금씩 자라고 곡우쯤이면 그해 첫 잎을 수확하는 손길이 분주해진다. 보통은 수동 채엽기를 사용하는데 다섯 사람이 함께 작업하면 하루 3톤 정도 수확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계로 채취할 경우 찻잎의 품질이 떨어지기에 한살림 녹차는 일일이 손으로 채취한 것으로 만든다. 우전 찻잎의 경우 능숙한 사람이 분주하게 작업해도 1kg을 채취하기 어렵다하니 참 귀한 찻잎이다.

녹차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과정은 차를 덖는 일이다. 준비된 찻잎을 섭씨 300도 가량 고열의 솥에 단번에 덖어내는데 생산자들의 손놀림이 그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수제덖음을 고수하고 있다. “첫 덖음에 맛이 결정되니 굉장히 집중해야 합니다.” 16년 경력의 김영기 생산자는 차 덖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솥에서 나온 뜨거운 찻잎은 ‘비비기(유념작업)’를 해준다. 덖은 찻잎을 비비고 풀어주면서 열을 식히고 건조시키는데 이 과정들은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 마무리 작업으로 찻잎의 얇은 막을 벗겨 향을 풍부하게 하는 가향 작업을 하는데 한살림 녹차는 보다 좋은 향을 위해 미리 가향 작업을 해 놓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 양만큼 작업해서 공급하고 있다.

오랜 세월 녹차가 사랑받은 데에는 우리 몸에 이롭기 때문인 점도 있겠지만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다기를 준비하고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이 번거로울 수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녹차를나누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녹차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또 마시며 정리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좀 더 친밀해지지 않을까? 더욱이 한살림 녹차는 우리나라 지리산 자락에서 생산한 것이니 커피나 수입하는 차에 비하면 탄소배출도 거의 없다. 일요일 저녁 가족모임에 텔레비전이 아니라 녹차를 가운데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생각만으로도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