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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자연에서 온 귀한 것

한살림 잎채소

한살림 잎채소


박혜영 편집부ㆍ사진 류관희

 


비닐 하우스 농사를 짓는다 해도 혹한이 몰아치는 한겨울에는 비닐만으로 충분한 보온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대개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때 온도를 높이기 마련이다. 겨울에도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어 사람들은 좋지만 그만큼 지구는 조금 더 더워진다. 한살림에서는 생육초기(육묘기간)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겨울에 연료를 때 온도를 올리는 일을 허용하지 않는다. 기후변화와 지구 생태를 걱정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대신 이중으로 친 비닐 막 사이로 한겨울에도 영상 13도 정도를 유지하는 지하수를 뿌려주며 보온을 하는 ‘수막재배’로 추위를 견딘다. 비교적 따뜻한 지하수를 뿌려주면 비닐하우스 내부는 영상 7~8도 정도는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비닐하우스를 따뜻하게 데워준 물은 다시 땅속으로 스며든다.

 한살림 채소 생산지들은 추운 강원도에서 남쪽 제주도까지 분산돼 있어 일년 내 끊이지 않고 조합원들께 푸른잎 채소를 공급할 수 있게 해놓았다. 그 가운데 청주청원연합회에 속해 있는 일곱 개 생산자 공동체 약 70가구 생산자들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충청북도 청주ㆍ청원 지역에 있는 한살림 생산자 공동체들이 모여 만든 청주청원연합회는 70여 종 이상 한살림에 나오고 있는 채소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 미꾸리과 미호종개가 처음 발견된 그 하천이다. 미호천변이라 지표수가 풍부하고 일조량이 많아 수막을 이용한 시설재배가 수월하며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가까워 가장 많은 조합원들이 모여 사는 수도권까지 바로 채소를 실어가기에도 유리하다.

 사시사철 유기농으로 잎채소를 키우는 생산자들에게 어찌 어려움이 없을까. 싹이 트고 자라 곁을 떠날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연의 순리대로만 정성껏 돌본다.

 씨앗 한 알, 한 알 작은 용기(포트)에 심어 모종을 키우고 어느 정도 자라면 땅에 옮겨 심고 쑥쑥 자랄 수 있게 솎아내고, 마침내 뜯어서 조합원들 댁으로 올려 보낼 때까지 그 흔한 제초제, 농약 한 번 뿌리지 않는다. 잡초들은 일일이 직접 손으로 뽑거나 힘에 부치는 일부는 그대로 두고 보는 수밖에 없다. 인증 받은 유기자재나 직접 만든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지만 시중 농약들처럼 살충, 병해방지 효과가 뛰어나지 않다. 이 때문에 간혹 흰가루병이나 짓무름병이 휩쓸면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위에서 친환경 자재를 뿌려도 양상추처럼 둥그렇게 속이 차는(결구되는) 작물은 뿌리까지 액이 닿지 않아 시들고 병들 때가 많아. 애지중지 자식처럼 키웠는데 속이 이만저만 상하는 게 아니야.” 청주청원연합회의 들녘공동체 송영식 생산자가 눈앞에 다친 자식이라도 보고 있는 것처럼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겨울이나 한여름에는 농사짓는 어려움이 더하다. 겨울에는 기온이 낮아져 작물의 성장이 멈추고 일찍 꽃을 피워 아예 출하가 힘든 경우도 있고 비닐하우스 환기구까지 눈이 쌓여 공기가 충분히 통하지 않아 짓무르거나 곰팡이가 생기기도 한다. 잎채소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특성이 있어 여름에는 다른 계절과 마찬가지로 모종을 내고 밭에 옮겨 심어 정성껏 돌보지만 더위 때문에 그만 짓물러버려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기후변화 때문에 겨울에 혹독해지고 여름에는 폭염도 빈번하다. 불규칙한 날씨가 매년 이어지고 있어 생산자들이 여간 속을 태우고 있지 않다고 한다.

 


각 농가에서 수확한 채소들은 매일매일 마을 집하장으로 모아 선별한 후, 그날로 한살림 물류센터로 보내 1~2일 뒤 조합원들의 손에 전해진다. 짓무르기 쉬운 여름철에는 조금이라도 신선하게 공급하기 위해 수확한 날, 선별까지 마쳐 물류센터에 도착하도록 생산자들은 이른 새벽부터 잠을 설치며 채소를 뜯는다.

 오랫동안 먹어왔던 오이, 상추와 같은 품목 외에 여리고 작아 두루 쓰임새가 많은 어린잎채소, 달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은 쌈양상추 등 새로운 품목을 길러내기 위해서도 생산자들은 애를 쓰고 있다. IMF 구제금융사태 이후 그나마 존재하고 있던 우리나라 종자회사들을 대개 다국적 기업들이 인수한 뒤로 토종종자를 유지하는 일은 더 절박하고 중요한 일이 되었다. 청주청원연합회의 홍진희 생산자 등이 토종 중파·풋고추·오이 등을 키우면서 종자를 보존ㆍ확산시키고 토종채소를 한살림에 내는 일도 대단히 뜻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도롱뇽이 나뭇가지에 알을 걸쳐 놓으면 한 해 날씨가 좋지 않다던데, 올봄에 그랬다고 한다. 갖은 고생하며 짓는 농사가 제대로 된 결실을 맺어야 할 텐데, 마음이 많이 쓰인다. 밥상 위에 올라온 한 소쿠리 푸성귀를 바라본다. 너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었구나! 한 줄기도 헛되어 버려지지 않도록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