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혼자인 사람은 없다

한살림하는 기쁨 I 한살림운동의 가치-정신운동 ②

 

내가 온전히 나 혼자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 나 하나 살리려고 온 우주가 힘을 보탠다는 것을 깨닫는 때가 있습니다. 거창한 말 같지만 잠깐만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평소엔 잘 떠오르지 않지요. 감질나게 내리는 비 덕분에 어느 정도 해갈은 되었다지만 이번 가뭄은 도시에 사는 사람에게도 속이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비 올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먹구름이 끼기만 해도 비가 오시려나 손 내밀어 보기도 했지요. 여전히 수도만 틀면 시원스레 물줄기가 쏟아져도 삼가는 마음으로 아껴 썼습니다. 메마른 논과 밭, 그 옆의 근심 가득한 농부가 남의 일 같지가 않았기에 화초에 물 주기도 어려웠습니다. 사실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는 말이 더 맞지요. 작물이 자기를 잘 키워 우리에게 내주지 않으면, 해와 달과 별이, 바람과 비가 제때 골고루 자신을 나누어 주지 않으면 우리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사람이 만든 적 없는 흙과 그 흙 속의 미생물이 각자 자기의 일을 하지 않는다면, 벌과 나비, 온갖 곤충이나 벌레가 우리가 뿌린 제초제나 농약으로 갑자기 사라져도 우리는 건재할까요? 아인슈타인은 이 세상에서 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3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하나, 쌀 한 톨을 키우기 위해 땀 7근을 흘리는 농부의 지극 한 정성이 없어도 여전히 우리가 밥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한살림에서 휴지가 나오기 시작할 때 우리가 숨 쉬는 깨끗한 공기와 휴지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배웠습니다. 워낙 아껴 쓰는 습관이 몸에 뱄던 때라 와이셔츠 상자로 만든 질 낮은 휴지도 소중하게 썼지만 마을 모임에서 공부 자료를 함께 읽은 후 왜 그래야 하는지가 더 분명해졌지요. 톡톡, 아낌없이 뽑아 쓰는 뽀얀 휴지를 위해 지구의 허파인 열대우림이 하루에도 수십 헥타르씩 사라진다지요? 그러니 식구들에게 칸을 세어서 아껴 쓰고 손수건을 챙기라는 말을 달고 살 수밖에요.

그리고 서로의 형편을 보듬는 쌀값결정회의를 보면서 왜 한살림이 생산과 소비를 하나라고 하는지 단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날 때마다 왜 남 같지 않은지, 가을걷이나 단오 때 만나면 왜 왈칵 반가운 마음에 가슴이 저린지 알 수 있었습니다.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한살림 차량만 봐도 반갑고 생전 처음 봐도 한살림 안에서라면 십년지기가 부럽지 않습니다. 그렇게 만난 인연들이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살아 있는 생명을 잘 모시는 한살림 세상을 만듭니다. 내가 소중하면 남이 소중한 것을 알게 되고 내 아이를 낳고 키우면 저마다의 아이들이 다 귀한 것을 느낍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덕분에 사는’ 관계라면 우리가 먹고 마시고 숨 쉴 수 있는 자연과의 관계는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우리는 순전히 우주 만물과 이웃에 기대어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자연보호’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마치 우리가 나약한 자연을 돌봐 그들이 잘 살게 돕자는 말 같아서요. 진실은 우리가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일인 거지요. 많은 사람이 말하듯 생태계는 인류가 사라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니까요. 어쩌면 보호라는 말보다는 같이 잘 살자고 하는 것이 맞지요. 이런 우주, 생태에 대한 바른 인식과 각성을 놓치지 않아야 우리 사는 유일한 터전을 스스로 파괴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까요? 사람은 물론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서로에게 살아갈 힘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산다면 서로 하늘 같은 존재로 모실 테니까요.

글 윤선주 한살림연수원장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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