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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살림의 기쁨

당신이 있어 가슴이 뛴다



당신이 있어 가슴이 뛴다


가족이 는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그러기에 먹고살기가 만만치 않았던 옛날에도 궁핍한 집에 아기가 태어나면 모두 입을 모아 “제 먹을 것은 자기가 갖고 태어난다.”라는 말로 축하했다. 가족은 힘이 되기 때문이다. 울타리가 되기도 하고 힘을 모아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낸다. 때로는 멀리 떨어져 자주 볼 수 없는 가족도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가슴을 펴게 된다. 생각이 다르고 마음이 맞지 않을 때에도 가족은 외롭고 쓸쓸할 때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

한살림도 마찬가지로 혼자 힘으로는 풀기 어렵거나 함께하면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커다란 가족이다. 70명의 발기인으로 출발할 때 지켜보던 이들이 될 리가 없다고 했던 한살림이 조합원이 조합원을 늘이며 28년 만에 50만 번째 세대를 가족으로 맞이했다. 유정란 30판을 한 번에 주문해 만나는 사람마다 나누고 반상회를 자기 집에서 하면서 물품 홍보의 기회로 삼았던 조합원이 이룬 성과이다. 모든 식구가 가는 곳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살림 가입을 권한 탓에 다단계회사의 직원이냐는 물음을 들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우리 모두의 덕분이다. 아는 사람은 물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서슴없이 다가가 소식지를 나누고 물품 시식을 권한 우리 모두의 결과물이다. 우연히 홍보 장터에서 만난 학교동창에게서 왜 이렇게 됐느냐며 가입해주면 너한테 얼마가 떨어지느냐는 물음쯤 가볍게 웃으며 넘겼던 우리 모두의 열렬한 사랑 덕분이다. 그래서 한살림 가족이 느는 것은 마치 내 혈육이 느는 것처럼 기쁘고 뿌듯하다.

십수년 전 일본 생협을 방문했을 때 그들이 많은 조합원과 함께 지역을 바꾸는 일을 활기차게 하는 모습을 보고 몹시 부러웠다. 매장 안에 노인 주간 보호시설을 갖추고 도시락 배달 사업도 하며 노인용품을 개발해서 제공한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그런 일이 가능하도록 오랜 세월 복지기금을 100엔 씩 모았다는 말과 함께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의 합의과정을 들으며 우리도 언젠가는 많은 가족과 함께할 일을 꿈꾸며 밤새워 이야기하던 일도 생각난다. 우리가 부러웠던 일은 규모가 커서라기보다는 그 많은 조합원의 결집한 힘으로 사는 지역을 바꾸는 힘이었다. 힘든 일정을 마치고도 숙소에 다시 모여 우리와 꿈을 함께 꿀 사람들을 어떻게 많이 만들까 고민하던 시간이 조합원 50만 세대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조합원 1만 세대, 2만 세대를 기념하고 잔치를 벌인 이유는 같은 꿈을 꾸는 조합원과 함께 우리 사는 곳을 아이들이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일이 조금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운동을 할 때도, 폐건전지 모으기를 할 때도, 우유갑을 모아 휴지를 만드는 일을 할 때도 함께 하는 이들이 많아 힘이 났다. 그렇게 함께 힘을 모아 학교급식을 바꾸고 수요시위를 주관했으며 치약과 세제, 휴지를 만들었다. 우리 쌀과 농업을 살리자고 거리 행진을 하고 전쟁을 멈추고 아이들을 돌보자고 호소할 때도, 탈핵과 대안에너지를 이야기하면서 햇빛발전소를 만들 때도 어깨 걸고 함께하는 많은 이들로 쉽게 할 수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30주년을 기다리며 얼마나 많은 옳은 일을 함께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뛴다. 글 윤선주 한살림대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