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이 지켜낸 제주 전통 바다의 맛, 제주전통어간장

문순천 해어림 생산자

손희 ·사진 정미희 편집부


장맛은 음식 맛의 기본이자 중심이다. 집에서 장을 직접 담그는 일이 드문 요즘도 쓰던 장을 쉽사리 바꾸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주전통어간장은 2007년부터 한살림 조합원 식탁에서 찌개, 나물무침, 국 등 다양한 요리에 깊고 깔끔한 맛을 내주는 맛지킴이 역할을 해왔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제주의 맛을 간직한 어간장이 만들어지고, 익어가는 곳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문순천생산자는 어릴 적 먹던 할머니의 장맛을 이어받아 1987년부터 어간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옛 제주에서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큰 남해안에서 행해지던 전통 어로 방식인 ‘독살’처럼 밀물 때 들어오는 고기를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물이 들어오는 통로에 ‘원담’이라 불리는 돌 울타리를 쌓아 물고기를 잡았다. 이 때 잡은 고기를 염장해 장독에 담아 보관하며 밥반찬으로 먹었는데, 오래 곰삭아 액젓 형태가 되면 곱고 촘촘한 천에 걸러 간장 대용으로 사용했다. “어간장은 콩간장보다 단백질 함유량이 높습니다. 미네랄, 불포화지방산, 칼슘 등 영양이 풍부하지요.” 좋은 재료와 만든 이의 정성이 세월에 녹아든 어간장은 화학첨가제를 사용해서 공장에서 뽑아내듯 만든 시판 간장들과 견주어 보면 참으로 보배롭게 느껴진다.

문순천 생산자는 청년 시절 원양어선을 타고 동남아시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해산물 요리와 생선소스를 접했다.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 먹었던 어간장이 떠오르더군요. 내가 어간장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겠다. 제주 식문화의 한 축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주로 돌아온 그는 어릴 적 먹던 할머니의 장맛을 떠올리며 제주전통어간장의 역사를 회복시키겠다는 열정으로 온갖 시행착오를 기꺼이 겪어냈다. 그 뚝심으로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공전에도 빠져있던 어간장의 품질규격을 마련하고, 2004년에는 정식으로 상표를 등록했다. 해어림 어간장이 한국 어간장의 표준이 된 셈이다.

그가 어간장을 만들며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재료 준비다. 그 중에서도 소금을 꼽는다. “어간장은 생선 못지않게 소금이 좋아야 합니다. 소금값은 아끼지 않아요.” 신안에서 온 천일염을 3년 동안 더 묵혀 간수를 빼고 소금에 남은 나쁜 성분과 쓴 맛을 없앤 뒤 사용한다. 생선은 5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 제주 바다에서 잡은 신선한 고도리(고등어의 새끼)와 전갱이를 사용한다. 소금과 생선의 상태를 보고 손에 익은 감각으로 황금비율을 맞춰 절인 뒤 1년 6개월 동안 1차 숙성을 시킨다. 시간이 흘러 맑은 액과 가시만 남은 생선을 걸러 제주산 무말랭이, 완도 다시마, 향긋한 토종 밀감인 제주 하귤을 더한 뒤 2차 발효를 시킨다. 다시 1년 6개월의 시간이 더해져 담백한 맛이 일품인 감칠맛 나는 어간장이 완성된다. “장이란 모름지기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그 땅에서 담가야 제 맛이 나지요.” 그는 농사짓는 마음으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며 욕심부리지 않고 어간장의 맛을 지켜왔다.

“오래 뱃일을 한 지인 중에는 양어장 사업으로 큰돈을 버는 이도 있지만 저는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각자 터전과 맡은 바가 있는 것이지요. 순리대로 삭혀진 젓갈항아리와 간장항아리가 제 자식 같아요.” 자신이 가진 그릇에 만족하며 정직하게 일해 온 문순천 생산자의 인생이 어간장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 맛 참 가을하늘처럼 깊고 깊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