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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지에서 온 소식/살리는 이

2014/07/14 무모한 도전이 일군 천연응고제 유부/ 서정훈 인천광역시 강화군 콩세알 생산자

무모한 도전이 일군 천연응고제 유부

서정훈 인천광역시 강화군 콩세알 생산자

글·사진 정미희 편집부



농부가 콩을 심을 때 한 알은 새가 먹고, 한 알은 벌레가, 나머지 한 알은 사람이 먹게 하겠다고 한 자리에 세 알씩 심는다던 그 말을 가슴에 담고 시작한 사회적기업이 있다. 한살림에 유부와 튀긴두부, 고구마묵, 콩죽 등을 내고 있는 콩세알 대표 서정훈 생산자를 만났다. 공장 안 이곳저곳을 살피고, 돌보느라 분주한 그와 마주하기가 쉽지 않았다. 취재를 하는 동안에도 생산자들에게 작업 상황을 묻고 과정을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콩세알을 운영하는 가공생산자이면서, 가을이면 스스로 길러낸 순무를 내는 1차 생산자이기도 하다. 강화도가 고향인 그는 신학을 공부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감리교 농도생활협동조합에서 실무자로 일했다. 농촌 교회에서 지은 친환경 농산물을 가져다가 도시 교회 교인들과 직거래하는 일이었다. “생협에서 일하면서 친환경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깨달았죠.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먹을거리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그러던 중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논농사, 밭농사, 과수원 등 적지 않은 농사를 물려받았다. 농사는 평소 소신대로 유기농 쌀농사, 무농약 배, 순무농사를 지었다. 2002년에는 유기농 찹쌀을 한살림에 내기도 했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여전히 ‘더불어 일하고 싶다’는 열망이 수그러들지 않아, 네 명의 친구와 함께 ‘일벗생산공동체’를 꾸리고 농산물 가공사업을 계획했다. 지속 가능하고, 일자리 창출을 많이 할 수 있는 품목을 고심하다 두부를 떠올렸다. 패기로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전통 방식대로 가마솥에 콩물을 끓여 화학첨가제 없이 두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마땅한 판매처가 없어 고생하다 1년 여 만에 ‘제대로 된 옛날 두부 맛’이라는 입소문이 강화 곳곳에 퍼져 지역 어린이집과 생협에 두부를 공급하게 됐다. 지역 농산물을 수매해 건강한 가공식품을 만들고, 귀농인, 고령자,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바람으로 시작한 생산공동체는 그렇게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사회적 일자리 참여기관으로 선정되어 일자리를 더 늘릴 수 있게 되었고, 2008년 10월에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콩세알은 농어촌 사회적기업 1호다. 이때 그동안 두부 이름으로 사용하던 ‘콩세알’로 기업명도 바꿨다. 직영 농사, 가공 사업, 식당, 로컬푸드 협동조합 등을 전개하며 성공한 농촌형 사회적기업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2011년 11월 3년간 이어졌던 사회적기업 정부 지원 종료 시한을 앞두고 재정비가 필요했다. 고용은 최대한 유지하고, 철저한 사업평가를 통해 자립이 가능한 사업들은 독립시키고, 지속 가능한 사업 위주로 정리했다.

이 무렵 한살림을 만났다. 한살림은 유부 생산지를 찾고 있었고, 콩세알은 안정적인 자립기반이 필요했다. 서정훈 생산자는 아무런 기술 없이 두부를 처음 만들었을 때처럼, 유부 생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막연히 두부를 튀기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특유의 쫀쫀한 식감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두부 과자에 가까웠죠.” 그는 2012년 7월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부 생산시설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설비 비용이 만만치 않아 중고 기계를 개조하려고 알아보았지만, 그 역시 여의치 않았다. 고심하다가 유부시장이 발달한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콩세알의 취지에 감동한 식품기계 수입알선 업체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쓸 만한 기계를 소개 받아 이를 2013년 1월에 들여와 우리 실정에 맞게 직접 개조를 한 끝에 드디어 유부제조설비 설치를 마쳤다. 국내 최초로, 또한 유일하게 천연응고제를 사용하는 유부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살림이 저의 도전정신을 자극했어요. 집념과 투지를 발휘할 계기를 마련해줬지요.” 그때 고생했던 기억은 이제 웃음이 되어 돌아왔다. 유부에 이어 한살림 소스류 생산지인 사랑과 정성에서 만든 소스로 조미유부도 생산하고, 강화 특산물인 속노랑고구마로 만든 고구마묵과 옛 맛을 간직한 콩죽 등도 내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일본에 갔을 당시 유부만큼 보편적이었던 튀긴두부(아츠아게)를 눈여겨보고 한살림 사양에 맞춰 첨가제 없이, 현미유에 고소하게 튀긴두부를 내고 있다. 고형물 함량이 21%가 넘는 고농도 두부로 만들어 진하고 고소하다. 소비자 조합원들의 호평이 이어진다. 콩세알은 지역의 저소득층과 고령자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지역의 재가노인복지센터나 지역아동센터 등에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처음 콩세알이라 이름 붙인 이유를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처럼 생명, 나눔, 순환은 콩세알을 움직이는 원리다. 지역과 함께 한살림과 더불어 콩세알이 뿌리를 뻗어가게 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