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이 물품]

살 만한 쿠키

살 만한 세상

김영렬 위캔쿠키 생산자

 

생산자를 만나러 간 그곳에서 나를 맞이한 이는 위생모 대신 베일을 쓴 수녀였다. “안녕하세요? 사회복지법인 위캔의 시설장, 김영렬 아가타 릿타 수녀입니다.

노란콩쌀쿠키, 녹차쿠키, 단호박쿠키, 호두쿠키, 흑미쌀쿠키, 꼬마쿠키모음 등 한살림 쿠키 6종을 공급하는 위캔쿠키는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 서울관구에서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위캔(이하 ‘위캔’)에서 운영하는 사업체다. 설립 당시부터 수녀원에서 파견된 수녀가 시설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자 사회적기업으로서의 특이성을 감안하더라도 일반 기업으로 치면 전문경영인 격인 시설장을 명리에 초탈한 성직자가 맡고 있다는 점이 의외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목표로 하는 곳이니 성직자가 시설장으로 있는 것이 오히려 잘 어울리지 않나요?

‘우리는 쿠키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듭니다’. 위캔의 정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구다. 실제로 위캔에서 일하는 장애근로인은 총 41(훈련생 2명 포함)으로 비장애근로인(19)의 두 배가 넘는다. 김영렬 생산자는 “위캔에서 일하는 장애근로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취약계층에 속하는 발달장애인”이라며 “정신연령이 어린아이 수준이고 신체는 금방 노화해 일반 기업에서 일할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소개했다.

 

 

일반 경쟁원리에서 밀려나기 쉬운 장애인은 위캔에서 장인이다. 계량과 반죽, 검수와 포장 등의 업무를 완전히 숙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다소 길지만 한 번 숙지한 일에 있어서는 철저하고 우직하게 임한다. 정신이 아득해질만큼 반복되는 작업을 수년째 해오다보니 속도는 물론이거니와 정확도도 기계 못지 않다.

위캔에서는 장애근로인에게 법정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6년 기준 6,030. 누군가에게는 ‘고작’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액수지만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돈을 손에 쥐기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장애근로인들이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의 근로능력이 낮을 경우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구비된 상황에서 그들에게 제대로 된 급여를 지급하는 곳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저희는 애초에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고 그것이 저희의 존재의의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꼭 지키고자 합니다. 물론 사업에는 부담이 되지만요.

 

 

그의 말처럼 효율적이고 운용비용이 저렴한 기계대신 장애근로인의 수작업을 고집하다보니 비용부담이 상당하다. 또한, 위캔쿠키는 우리밀, 원유버터 등 원재료와 검은깨, 호두 등 부재료 모두를 국산으로 이용해 원가부담도 크다. 인건비와 원료비는 매년 오르는 반면, 쿠키가격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라 사업유지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는 “앞서 시설장을 맡았던 수녀님들이 건강문제로 자리를 떠났다”며 “시설장을 맡고 나니 그 분들이 왜 아팠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며 농을 던졌다. 수줍은 웃음 속에 담긴 시름이 서 말이지만 그만큼의 다짐도 함께 들어찼다.

순명(順命). 그와의 대화에서 유독 자주 등장한 말이다. “명령에 순종한다는 뜻이에요. 배추를 거꾸로 심으라고 해도 그렇게 따르는 것이 종신서원을 한 수녀의 책임이라 할 수 있죠. 인간적인 차원을 벗어나 신앙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심리상담을 전공했고 평생 상담일을 하며 살 줄 알았던 그를 위캔 생산자로 보낸 명()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불편함 없이 함께 사는 보다 나은 세상. 배추를 거꾸로 심은 모습처럼 지금은 잘 상상되지 않는 그 세상의 다른 한편은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리는 한살림세상과 맞닿아있지 않을까.

 

위캔쿠키가더 특별한 이유는?

1. 엄선된 국산 원재료만 이용합니다

위캔쿠키는 마하탑의 천일염, 원유버터, 우리밀, 유정란 등 원재료와 괴산잡곡 콩가루(노란콩쌀쿠키), 두란농장 유자(유자쿠키), 홍천 및 아산의 흑미가루(흑미쌀쿠키), 호두, 단호박 등 부재료 대부분을 한살림 생산지를 비롯, 전국 각지에서 엄선한 최고급 국산재료로 이용했습니다. 또한, 시중 쿠키에 흔히 쓰이는 팽창제와 방부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습니다.

 

2. 부재료에 따라 더욱 특별한 맛을 냅니다

한살림에는 총 6종의 위캔쿠키가 공급됩니다. 고소한 콩과 담백한 쌀이 조화로운 맛을 내는 노란콩쌀쿠키, 녹차 특유의 쌉쌀한 맛과 향이 있는 녹차쿠키, 촉촉하고 부드러운 단호박의 맛이 살아있는 단호박쿠키, 호두 알갱이를 그대로 넣어 더욱 고소한 호두쿠키, 흑미의 건강함이 살아있는 흑미쌀쿠키, 그리고 아담한 크기로 아이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꼬마쿠키모음까지. 부재료에 따라 전혀 다른 풍부함을 느낄 수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3. 수작업으로 정직하게 만듭니다

위캔쿠키는 40여 명의 쿠키장인이 계량-반죽-성형-굽기-검수-포장 등 과정 대부분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기계도 사람의 마음이 빚어내는 쿠키의 맛을 따라할 수는 없습니다.

 

4. 이중 전수검수를 통해 완벽을 기합니다

위캔쿠키에서는 철저한 위생 및 안전관리를 위해 모든 쿠키를 전수검수합니다. 쿠키 하나하나를 빛에 비춰 육안으로 살피고, 금속탐지기를 통과시켜 이중으로 검수합니다. 이물질이 들어갔거나 크기와 색이 다른 쿠키는 이 과정에서 대부분 걸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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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이 물품]

쉬이

버려지지 않았기에,

새로이 피어난

순백의 꽃

윤명식 부림제지 생산자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라 불리던 시절, 반마다 한 명씩 우유당번이 있었다. 우유를 마신 아이들이 납작하게 접은 우유갑을 녹색 플라스틱 상자에 대충 던져놓으면 우유당번은 그것을 일일이 물에 헹궈 학교 뒤편 소각장 옆에 쌓아두곤 했다.

부림제지의 윤명식 생산자는 누구에게나 하나씩은 남아있을 법한 색바랜 추억 속 장면을 있게 한 당사자다. “우유갑은 비닐 코팅되어 있어 소각할 때 매연이 심하고 재활용이 쉽지 않아 파지업자들도 꺼렸어요. 우유갑으로 화장지를 만든다고 언론에 소개되자 모인 우유갑을 가져가라는 전화가 사방팔방에서 왔었죠.

재생화장지를 만들기 전에도 그의 인생은 오래도록 종이와 맞닿아 있었다. 1970년에 설립된 영풍제지의 창업공신이었던 그는 1981년 박스공장을 인수하기도 하고, 1984년에는 크라프트지를 만드는 공장도 운영하며 종이 외길을 걸었다.

이제는 운명이 되어버린 우유갑과 만난 것은 1985. “우유갑 재료로 쓰이는 펄프의 품질이 최고급임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버려지는 우유갑을 볼 때마다 아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술만 있다면’ 하고 많이 생각했죠.

그는 우유갑의 비닐코팅을 벗기기 위해 압력밥솥에 찌고 양잿물에 끓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한 끝에 톱니바퀴를 이용해 비닐을 제거하는 팔파기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최초의 우유갑 재생화장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재생화장지를 개발한 그에게 사람들은 환호를 보냈지만, 이후의 길이 평탄하지는 않았다. 폐우유갑을 수거해 화장지로 만드는 비용은 상당했고, 당시만 해도 재활용 제품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는 않던 시절이라 매출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정상 특허요인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등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중견 제지업체들이 같은 사업에 속속 뛰어들었

고 결국 부림제지는 도산까지 몰리게 됐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환경청, 조달청 등 국가기관과 환경단체, 여성단체 등을 찾아가 도움을 구했어요. 그때 기적이 일어났죠.” 부림제지의 부도소식이 전해지자 한살림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부림제지 살리기 운동’이 일어났고, 회사는 급격히 정상화되었다. 그는 “당시만 해도 한살림에는 우유가 나오지도 않던 시절이었는데 조합원님들이 적극 도와주셔서 놀

랐죠”라며 “그때의 고마움을 좋은 물품으로 갚아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전했다.

 

 

부림제지 재생화장지의 품질은 시중 어느 화장지 못지 않게 뛰어나다. 애초에 우유갑의 원재료로 쓰이는 것이 최고급 펄프인지라 이를 재료로 만든 화장지도 여타 제품과 비교해 질기고 먼지도 덜 난다. 또한, 식품용기인 우유갑의 특성상 애초에 엄격한 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몸에 직접 닿는 화장지의 재료로 이만한 것이 없다.

아쉬운 점은 재생화장지의 재료로 쓰이는 우유갑의 수급이 쉽지 않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발생하는 폐우유갑은 약 7만 톤. 그 중 약 15,000톤 정도만 회수, 재활용되고 재생화장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그중에서도 일부다. 부림제지에서는 지자체, 시민단체,

물수거업자 등 160여 개 협력단체를 통해 매년 4,000톤가량의 우유갑을 수집하는데, 이는 생산 재생화장지 원재료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해외에서 들여온 우유갑 자투리를 재활용한다. “한창때에 비하면 수집량이 1/3 정도 줄었습니다. 우유갑 수입비용은 국내에서 수집하는 것보다 30% 비싸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렇게 좋은 자원을 쓰레기로 만든다는 것이 너무 아까워요.

부림제지는 우유갑 재활용 의지를 고취하기 위한 재생화장지 교환 행사를 4 18일부터 9주간 한살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열 계획이다. 200ml 우유갑을 40매 가져오면 화장지 1롤로 교환해주는 행사인데, 한살림의 900ml 우유갑은 5매만 가져와도 교환 가능하다. 화장지 1롤을 만들기 위해 우유갑 20매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손해 보고 하는 행사’인 셈이다. “부도가 났을 때 도와주신 손길을 보며 느낀 것이 참 많습니다. 내가 하고 있지만 나만의 사업이 아니라는 것, 이왕하는 것 감사한 마음을 사회에 돌려드리자는 것 등이죠. 이번 행사도 그런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우유갑 씻어 모으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많이들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재생화장지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1. 화장지는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인데 재활용 제품을 써도 될까?

우유갑은 미국, 캐나다, 핀란드, 스웨덴 등 서늘한 북쪽지방에서 자라는 침엽수를 재료로 만든 천연 펄프를 원재료로 만드는데 이는 신문, 상자의 재료로 쓰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양질의 펄프입니다. 식품을 담는 용기이니만큼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까닭에 인체에 해가 없는 최고급 펄프, 그것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펄프로만 만들고 있습니다.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지를 만들기에는 최적의 재료라 할 수 있습니다.

 

2. 재생화장지인데도 하얀 색인 이유는 형광증백제를 넣었기 때문이 아닐까?

몇 년 전 한 소비자단체가 재생펄프를 사용한 국내 대기업들의 화장지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제품에서 형광증백제가 검출됐다고 발표해 사회적 파장이 일었습니다. 종이에서 인쇄된 잉크를 빼내고 재활용한 재생펄프의 경우 하얀 빛깔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형광증백제는 아토피, 피부염 등 각종 피부질환을 비롯해 장염, 소화기질환, 암까지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는 위험물질입니다. 그러나 부림제지의 화장지는 100% 우유갑을 재활용해 만들기 때문에 별도의 형광처리를 하지 않아도 하얀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유갑의 원재료가 되는 침엽수의 하얀색이 우유갑을 거쳐 화장지까지 이어지는 셈입니다. 또한, 소비자들의 불안을 감안, 정기적으로 형광증백제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믿고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3. 우유갑을 화장지로 만드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환경을 파괴한다는데?

일부 소규모 업체의 경우 우유갑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코팅된 얇은 비닐(폴리에틸렌 수지)을 벗기기 위해 가성소다, 차염소산나트륨 등 화학물질을 사용, 하수를 오염시키기도 합니다. 환경을 위해서는 차라리 우유갑을 소각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림제지가 수집한 우유갑으로 펄프를 만들어 다시 부림제지에 공급하는 삼정펄프에서는 톱니바퀴가 우유갑의 비닐 및 인쇄잉크를 제거하는 특수 제작된 설비를 이용, 환경적으로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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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이 물품]

투명한 한 잔 술이

빚어낸

배움과 만남,

그리고 신뢰

신인건 술샘 생산자

 

 

3,125만 병. 지난해 한살림 식구들이 마셨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주의 양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1년에 소주 62.5병을 마신다. 술을 즐기는 사람이 한 가구당 한 명씩만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범위를 50만 한살림 가구로 넓히면 소비되는 소주의 양이 이처럼 많다.

한살림에서는 최근까지 소주를 취급하지 않았다. 일 년에 네 차례, 선물용으로 나오는 정도였다. 예상되는 수요가 많음에도 공급되지 않는 이유, 포도주와 막걸리, 국화주가 나오고 있음에도 유독 소주만은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 쌀이 적체되고 있음에도 대표적 쌀 가공품인 소주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하다. ‘한살림답게’ 소주를 만들어 공급하는 곳을 찾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 전통 증류식 소주 ‘미르25’를 공급하는 술샘의 신인건 생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이유가 충분히 이해됐다.

“쌀과 물, 누룩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수율이 크게 떨어지지만 전통방식 그대로 빚는다는 원칙을 깨고 싶지 않습니다.” 소주를 빚는 과정은 간단하다. 튀긴 쌀을 쪄서 풀처럼 끈적끈적하게 한 후 누룩을 이용, 당분으로 만든 다음 밑술을 첨가해 발효시킨다. 이렇게 만든 술덧을 증류해 숙성시키면 소주가 된다.

증류식 소주를 만드는 대다수의 시중 양조장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효소제, 효모제를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쓴맛을 잡기 위해 감미료도 첨가한다. 이렇게 만든 증류식 소주가 주정(에틸알코올)에 물을 타서 만드는 희석식 소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품질이 높다지만 제조과정에서 들어가는 여러 첨가물은 적잖은 불안요소다. 직접 만든 국산 밀누룩의 힘으로만 발효하고 다른 어떠한 것도 첨가하지 않는 미르25가 특별한 이유다.

고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술샘의 탄생배경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술샘은 전통방식의 술빚기를 연구하는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지도자과정까지 마친 연구자 다섯 명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배움’에서 시작한 곳이기에 여전히 ‘사업’보다는 ‘연구’와 ‘교육’에 초점이 맞춰있다.

신인건 생산자는 “이왕 배웠으니 가끔씩 모여서 누룩도 만들고 술도 빚어보자며 공부모임 개념으로 만든 것이 사업으로 이어졌다”며 “지금도 ‘매출을 어떻게 올려야 하나’라는 얘기보다 ‘어떻게 전통주를 알릴까’라는 논의를 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경한 떠먹는 막걸리 ‘술샘이화주’를 복원해 공급하는 것이나 새로 건물을 지으면서 공간의 상당 부분을 교육장으로 확보한 점, 수천만 원대의 장비를 갖춘 연구실을 꾸민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산부터 판매, 교육까지. 요즘 많이 회자되는 6차산업을 전통주로 구현하게 된 셈이다.

물론 연구와 교육도 사업의 단단한 토대 위에서만 오롯이 자리 잡을 수 있다. 문제는 높은 가격이다. 한살림에 공급되는 미르25의 가격은 1 2,500. 시중의 유명 증류식 소주와 비교해도 결코 싸지 않다. 100% 자연발효, 100% 수작업, 100% 우리쌀’을 원칙으로 지키는 상황에서 가격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 “효소제·효모제를 넣는 증류식 소주의 경우 일주일이면 완성되는데 술샘의 경우 숙성까지 거의 한 달이 걸립니다. 오래 걸리는데다 생산은 낮고, 한살림 유기쌀로 만드니 재료비도 상당하죠.

그런 그에게 한살림은 운명처럼 만나게 된 좋은 친구다. 일반 거래처와 비교할 수 없이 높고 까다로운 한살림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애를 먹었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더 믿음이 생겼다며 웃는다. “단순히 고급화 전략으로 가기 위해서라면 백화점이나 면세점에 납품하는 것이 더 낫죠. 하지만 좋은 술을 빚기 위해 들인 노력과 가치를 알아줄 수 있는 분들이 많은 곳이라 믿기에 한살림과 만남이 더욱 기대됩니다.

그와의 대화에서는 유독 ‘만남’, ‘사람’ 등의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술샘에 자주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와서 누룩과 식초,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시고, 체험도 하고, 우리가 처음 마음 먹은대로 잘하고 있는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술샘의

‘미르25’와 ‘술샘이화주’가

특별한 까닭은?

1. 전통의 맛을 제대로 복원했습니다.

미르25와 술샘이화주 모두 문헌상으로 내려오던 전통주 제조방식을 그대로 복원해 만들었습니다. 미르25 1450년대에 쓰여 현존 최고(最古)의 요리저서로 꼽히는 산가요록(山家要錄)에 기록된 우리나라 최초의 소주 제조법을 이용해 빚었습니다. 술샘 이화주는 동국이상국집, 한림별곡, 산림경제 등 다수의 문헌에 등장, 고려시대 상류층이 즐기던 술을 복원했습니다. 미르25와 술샘이화주에는 수백년을 내려온 술의 향기가 그대로 담겨 있습

니다.

2. 온전히 누룩의 힘으로만 만듭니다.

시중의 전통주 대부분은 제조과정에서 효소제와 효모제를 첨가합니다. 효소제를 통해 전분을 100% 당분으로 만들고 여기에 다시 효모제를 섞어 100%의 알코올을 뽑아내는 방식입니다. 당분 100%가 알코올로 바뀌면서 생겨나는 쓴맛을 잡기 위해 감미료까지 이용합니다. 술샘은 직접 제조한 천연누룩의 힘으로만 술을 빚습니다. 전분 100%가 알코올로 바뀌지 않아 생산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전분()이 당분으로, 다시 알코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각각 남은 쌀의 향과 당분의 달콤함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끌어낸 술의 맛을 제대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3. 증류 방식이 다릅니다.

미르25와 술샘이화주는 대기압을 유지한 상태에서 증류하는 상압증류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압력을 낮춰 증류하는 감압증류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끓기 때문에 깔끔한 맛은 덜하지만 재료 특유의 맛과 향이 알코올에 함께 담깁니다. 최근 일본에서도 상압증류를 이용한 술로 점점 전환하는 추세라 합니다.

쌀과 누룩의 본래 향과 맛을 즐겨보세요.

4. 100% 한살림 유기쌀로만 만듭니다.

술샘은 100% 우리쌀을 이용해 술을 빚습니다. 특히, 한살림에 공급되는 미르25와 술샘이화주만큼은 한살림 유기쌀로 만들어 더욱 특별합니다. 술 한 잔 마시며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는 미르25와 이화주. 오늘 저녁 한 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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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이 물품]

한 장의 김,

삼백서른 번의 수고

김형호 신흥수산 생산자

 

 

“언제까지 자고 있는겨. 넘들은 벌써 김 한 번 치고 왔는디.” 아침 해가 어스름하게 바다에 걸리기 시작할 무렵, 김형호 생산자가 밝은 표정으로 창문을 두드린다.

칼바람에 벌써 며칠째 바다에 나가지 못한 것이 가슴에 남아서였을까.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든 이 날, 신흥수산 인부들은 새벽 4시부터 김을 치고 돌아왔다.

엉킨 머리를 대충 쓸어 빗으며 찾아간 선착장. 배 한가득 물김을 싣고 돌아온 인부들이 한 귀퉁이에 대충 피운 모닥불 앞에 모여 손을 비비고 있었다. 채취한 물김을 자루에 옮겨 담는 일은 함께 온 아낙들의 몫. 플라스틱 대야로 김을 퍼 나를 때마다 허옇게 뿜어져 나오는 입김이 일의 고됨을 짐작하게 하지만,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일하다 보니 어느새 배가 텅 비어 있다.

“이런 날이 많지 않으니 한 번 더 가야제.” 언 몸을 채 녹이기도 전 다시금 길을 재촉한다. 물김이 덕지덕지 붙은 작업복을 걸치고 돌아서는 모양새가 자못 비장하다. 물때가 정해져 있어 하루 두 번,많아야 세 번 정도만 채취가 가능해 매번 서둘러야 한다. 김형호 생산자의 아들인 김영웅 생산자를 재촉, 김 채취선을 뒤따랐다.

 

 

 

“물김 자체가 너무 미끄러운 데다 지주에 5미터 간격으로 매인 줄이 수시로 다가와 걸릴 위험도큽니다.” 추운 바다 위에서 일하면서도 그 흔한 고무장갑하나 낀 사람이 없다. 그는 “김발에 낀 바닷풀을 수시로 제거해줘야 하는데 면장갑을 살짝 적셔야만 잘 뜯어진다”며 “처음에는 손이 아릴 정도로 시리지만 나중에는 아무 것도 안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지금이야 채취기가 있으니 망정이지 모든 작업을 손으로 했던 예전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부친의 일을 돕기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몸무게가 15킬로그램이나 줄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 ‘해우() 고장에 딸 시집보낸 심정’이라는 속담의 뜻을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일이 고되도 성과가 풍성하면 좋으련만 그것도 아니다. 지주식 양식법은 부류식과 비교해 품이 많이 드는 반면 생산량은 오히려 적다. 부류식으로 2주면 가능한 김 채취가 지주식에서는 한 달가량 걸린다.

그럼에도 수십년째 지주식 만을 고집하는 김형호 생산자. “환경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제. 사람이 먹고살자고 바다에 약품을 뿌려서야 쓰것는가.” 지주식으로 자라는 김이 하루 한 번 햇볕을 쬐며 파래, 이끼 등을 떨쳐낼 수 있는 반면, 24시간 내내 물에 잠겨 있는 부류식 김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깨끗한 김을 위해 염산처리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바닷속 생태계가 망가진다. 당장의 이윤보다 생명 가득한 바다를 지키는 일이 훨씬 값지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시사철 식탁 위에 오르는 반찬이지만 김은 사실 겨울 한 철에만 수확할 수 있다. 바다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3월께면 김이 죽어버려 수확이 불가능하다.

겨울철에만 나는 김을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일등공신은 화입(열처리로 김의 습기를 빼는 작업) 과정이다. 화입하고 난 김은 냉동창고에서 보관, 매달 한 두 차례 한살림과 산식품에 공급된다. “요맘때만 화입하지 않은 김을 공급혀. 쬐까 비리긴 해도 김 고유의 향이 살아있어 찾는 사람이 솔찬히 많제.

신흥수산은 바다에서 채취한 물김을 바로 가공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물김을 세척, 건조해 김 완제품을 만드는 가공공장은 겨울철 24시간 내내 가동되는데, 이때는 온동네 아주머니가 동원돼 일을 돕는다.

 

 

김 생산량은 몇 년 전부터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바닷물에 살얼음이 얼 정도로 차가워야 김이 잘되는데 따뜻해지니 맛도 떨어지고 생산량도 줄어들고 그러지. 해남에서 김 양식 할 날도 몇 년 안 남았당께.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까닭은 후계자인 김영웅 생산자 덕분이다. “김 양식 가공에, 자반도 하고, 전복 치패랑 가두리까지 시작했제. 한쪽이 힘들면 다른 쪽으로 메우려고 시작한 일이 늘어나 많이 부대꼈는디 인자는 아들이 해줄 테니 든든하제.

김 양식에 대해 얘기할 때, 농사짓는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김형호 생산자. 그러고 보니 씨를 뿌린 후 자연과 사람이 한참을 함께 보듬어야 선물과도 같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양식과 농사는 다르지 않다. 특히, 김발에 포자를 달아주는 것 말고는 어떠한 인공적인 처리도 하지 않으니 바다에서 하는 유기농사라고 불러도 무방하리라. 삼백서른 번의 손길을 거쳐야 비로소 식탁에 오른다는 김. 오늘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한 장의 얇은 김에 담긴 깊은 그 맛을 한번 느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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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얀 보물에

순수함 가득 담은 이

강용규 유애래 생산자

결이 다르다. 유애래의 강용규 생산자와 이야기하면서 한살림의 여타 생산자들과는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지구환경에 대한 감성을 키워간 점이나, 유제품이라는 2차 생산물에서 1차 생산물인 우유로 관심의 영역이 역주행한 점 등. 한살림 생산자라기보다는 벤처기업 CEO를 만나는 느낌이었다.

그가 친환경 유기농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어릴 적 보낸 외국생활의 영향이 컸다. “‘지구에 발자국을 적게 남겨야 한다’라는 인식이 많은 곳이었어요. 덕분에 지구가 함께 잘 살기 위한 고민을 어려서부터 할 수 있었습니다.” 유제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축산학으로 유명한 UC데이비스에 다니면서부터. 초지에서 자란 젖소와 좋은 우유가 널려있던 그 곳에서 전공인 생화학 지식을 이용해 취미로 만들었던 요거트는 어느새 그의 인생이 되었다.

요거트를 한국에서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할 무렵 국내 시장은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대기업의 요거트는 겉모습만 흉내 낸 가공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첨가제를 이용해 구조를 안정시키고, 감미료로 맛과 향을 첨가해 만들었지요.” 첨가물 없이 우유와 유산균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요거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유산균의 종류와 배합 비율, 발효 방법 등을 조절해 우유와 유산균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기술입니다. 소비자들이 우리 요거트를 좋아한다면 최대한 이끌어낸 순수한 맛 덕분일 것입니다.”

좋은 유제품의 필수조건은 원유의 상태. 인근 목장에서 원유를 받아 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낀 그의 관심은 ‘더 좋은 우유’로까지 확장됐다. “일반 우유로 좋은 유제품을 만들기에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유기농우유에 눈을 돌리게 됐고, 아예 풀만 먹인 젖소로부터 나오는 ‘목초우유’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국내 목장 중 젖소에게 곡물사료를 전혀 먹이지 않고, 목초만 주는 곳은 유애래 풀 목장이 유일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채광과 환기가 잘 되도록 조성된 우사에는 수십센티미터의 푹신한 톱밥층에 젖소들이 누워 쉴 수 있을 정도로 넓게 깔려 있다. 널따란 운동장과 소들이 원하는 시간에 젖을 짤 수 있게 해주는 로봇착유기도 마련했다. 풀 목장을 관리하고 있는 신동환 목장장은 “풀 목장은 좋은 먹이, 깨끗한 물, 넓고 안락한 공간 등 소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대부분 갖췄다”며 “행복한 소에서 건강한 우유가 나온다고 하는데, 이 곳 젖소들의 표정을 매일 보고 있자면 목초우유에 대한 믿음이 절로 생긴다”고 전했다.

아무도 하지 않았던 시도였기에 보상도 컸다. 자체 검사 결과, 목초우유에 포함된 오메가-3 지방산은 일반 우유의 2배 이상. 우유 속 필수 영양소로 주목받고 있는 CLA 함량은 5배가 넘는다. 대기업들이 정체된 유제품 시장의 타개책으로 목초우유를 주목하는 이유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유기농 풀의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목초사료만 먹이면 우유 생산량이 2/3 정도로 줄어든다. 원가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한살림은 그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우유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최고의 동반자다. “비교대상이 없는 목초우유는 차치하고, 유기농우유도 시중의 프리미엄우유보다 훨씬 품질이 좋은 데도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유통비용을 최소한으로 책정해 원가를 낮출 수 있게 해준 한살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유제품을 우리 땅에서 만들어 ‘우유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을 돌아오게(乳愛來)’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강용규 생산자. 한살림의 기존 생산자들과는 ‘결’이 다소 다르지만 생명을 생각하며 정직하게 만든 좋은 물품을 나누고 싶다는 ‘꼴’은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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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유자로 피어난

뱃사람의 꿈

  김광부 두란농장 생산자

두란농장으로 향하는 먼지 가득한 그의 차 안에서는 소금냄새가 났다. 뭐를 흘렸나 싶어 주위를 둘러봐도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원래는 배를 탔었어요.” 두란농장 김광부 생산자는 뜻밖의 말로 이야기는 시작됐다. 부산 수산대학을 졸업하고 해군장교를 거친 후 큰 배의 선장으로 오대양을 누비며 남들이 평생 만져보기도 어려운 재산을 모았었다는 김광부 생산자. 유자는 물론, 땅과도 평생 거리를 두며 살아왔던 그는 어떻게 한살림에 유자차를 공급하게 된 것일까.

“여기가 유자밭입니다.”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질척해진 비탈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던 그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여전히 우거진 나무들만 가득하다. “자세히 보세요. 저게 다 유자나무입니다.” 말을 듣고 보니 그제야 바닥에 떨어진 유자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유자밭이라고 하니 평지에 유자나무들이 오와 열을 맞춰 서있는 모습을 생각하시고 오시는 분이 많은데 이곳을 보면 대부분 놀라워합니다.”

두란농장 유자밭의 넓이는 약 1만5,000평. 유자나무의 수도 3,000그루에 육박한다. “매년 나오는 유자량은 35~40톤 정도입니다. 밭 넓이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이죠.” 그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며 재배했다면 80톤 이상 생산했을 것”이라며 웃는다. 가파른 돌산 비탈 곳곳에 대중없이 자라고 있는 유자나무를 보니 적은 생산량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이런 곳에 유자밭을 만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유자에 맞춰 땅을 고른 것이 아니라, 땅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오랫동안 배를 탔지만 땅을 그리워하던 그에게 “좋은 곳이 있다”며 지인이 권한 곳이 지금의 두란농장터다. 석양이 가까워질 무렵 이곳에서 땅과 바다를 함께 내려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이 땅을 산 뒤, 고민 끝에 유자농사를 결정했다. 이유는 하나. 하얗게 핀 유자꽃과 노란빛 열매를 유달리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든 유자농사가 수월할 리 없었다. 자연 그대로를 좋아하는 까닭에 생명농업으로 방향을 정하기는 했지만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그였다. 준비기간을 5년 정도 거친 뒤 1988년 고흥과 거제에서 1,500그루씩 총 3,000그루의 유자나무를 가져다 심었지만 유자농사의 벽은 높았다. “관행농법으로 유자를 키우면 7~8년이면 수확할 수 있었는데 저는 15년 이상 걸렸습니다. 얼추 수익이 나기까지는 더 오래 걸렸고요.”

그래도 지금은 몸으로 부딪혀 자기에게 맞는 농법을 찾았다며 웃는다. “닭똥과 톱밥을 섞어 발효퇴비도 만들고, 잡초를 막기 위해 헤어리베치도 심어놓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나무들이 힘도 세지고, 병충해에도 강해지는 것을 느낍니다.”그 중에서도 김광부 생산자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작업은 가지치기다. “가지치기를 제때 해주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하고 나무만 커집니다. 다른 일은 몰라도 수형을 잡아주는 것은 꼭 제가 하려고 합니다.”

한살림은 그가 무턱대고 뛰어든 생명농업의 길에서 만난 좋은 벗이다. 그가 유기농법으로 유자를 재배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한살림 실무자가 찾아와 가을걷이 때 판매할 유자를 달라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는 유자농사를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던 때라 유자가 볼품이 없었어요. 새까맣고 누리끼리한 유자를 대여섯 바구니 정도 따서 보냈는데, 한살림 조합원들이 다 사갔다고 해서 신기했었죠. 그것이 유자로 낸 제 첫 수익입니다.” 이때 느낀 감사함과 신뢰는 지금까지도 그와 한살림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두란농장의 유자는 100% 유자차 형태로 한살림에 공급된다. 조합원들에게 향긋한 유자향을 1년 내내 전달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반영됐다. 선별부터 세척, 절단, 씨분리, 채썰기, 배합으로 이어지는 과정 대부분이 아직 자동화되지 않아 품이 많이 들지만 유자차를 맛있게 드실 조합원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한다. “맛있게 드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차로도 마시고 빵에 발라서도 먹다보면 질리지 않고 오래도록 먹을 수 있습니다.”

두란농장의 유자는 크기가 작고 표면이 매끄럽지 않으며 군데군데 거뭇하니 볼품이 없다. 그러나 향과 맛은 관행농법으로 재배한 유자와 비교할 수 없이 달콤하다. 이런 유자로 만들었기에 한살림 유자차의 향 또한 남다르다. “알이 단단하고 향이 좋은 이유요? 돌산 비탈면에서 바닷바람을 많이 쐬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땅을 딛고 있지만 바다를 바라보고 있기에 더욱 향기로운 유자. 땅을 파며 생활하지만 여전히 뱃사람의 씩씩함, 소탈함을 품은 김광부 생산자와 많이 닮았다. 땅에 떨어져 있는 유자를 기념 삼아 두어 개 챙겨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향긋한 유자향이 뒤섞여 기분 좋은 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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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두부 한 모의 힘

윤태수 한살림안성마춤식품 생산자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 문을 열었다. 이름에 ‘한살림’이 붙지만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의 주체는 한살림 하나가 아니다.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 위치한 안성시와 주변 6개 농협(고삼, 금광, 대덕, 미양, 삼죽일죽), 그리고 한살림까지 ‘생산-소비-행정’의 세 축으로 구성됐다. 한살림은 물론이고 생협 전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업구성이다.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의 윤태수 생산자는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 한살림 생산지들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라 강조했다. “이제 한살림의 가공산지 중에서도 산지재배치를 통해 제2, 제3의 산지를 개발해야 하는 곳들이 늘어날텐데 지역농협과의 연대를 통해 설립된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공공성 측면에서도 의의가 적지 않구요.”

한살림안성마춤식품 설립을 계기로 한살림은 세상을 향한 또 하나의 도전 앞에 섰다. 안성지역 콩 생산자들은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이라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자연히 그 지역의 콩 재배 면적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콩을 비롯한 식량자급률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참으로 한살림다운 공공성 실현이다. 또한, 한살림안성마춤식품은 안성지역 하나로마트와 학교급식으로도 공급, 물품을 통한 말걸기도 꾸준히 할 계획이다.

한살림 두부는 맛과 영양, 가격과 의의까지 모두 잡았다는 극찬을 받는 물품이다. 2,000여 종에 달하는 한살림 물품 중에서도 공급량 1, 2위를 다투는 효자물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살림안성마춤식품에서 나오는 두부도 기존 산지인 푸른들영농조합 두부와 같을까?

한살림안성마춤식품 두부는 푸른들영농조합에서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지녔다. 한살림 두부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푸른들영농조합에서 두부 생산을 담당하였던 김필태 생산자가 생산 전반을 맡고 있어서 한살림 두부 특유의 맛과 품질을 완전히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한살림 두부의 장점인 생태순환농업은 어떨까. 푸른들영농조합의 경우 두부를 만들고 남은 콩깍지·콩비지는 아산지역 축산농가의 사료로 사용되고, 이를 먹고 자란 소의 분뇨는 농업퇴비로 쓰인다. 그리고 이 농업퇴비로 영양을 얻은 콩은 다시 두부로 재탄생한다. 버릴 것 하나 없이 돌고 도는 생태순환농업이라는 점에서는 한살림안성마춤식품도 동일하다. 그러나 범위는 조금 다르다. 한살림안성마춤식품에서 나온 콩 부산물은 한살림축산영농조합법인(이하 한축회)에서 사료로 이용할 계획이다. 지역의 범위를 넘어선, 한살림 차원에서의 생태순환농업이다. “계획 당시부터 한축회와 연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안성지역의 축산농가와 콩 재배농가로 이어지는 지역생태농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두부의 품질을 좌우하는 콩 생산농가도 꼼꼼히 챙기고 있다. 윤태수 생산자는 “11월 말부터 안성지역의 콩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잡혀있다”며 “한살림다운 농법과 생산철학, 그리고 가격결정구조 등이 교육내용에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두부의 품질, 생태순환농업의 가치에 이어 수급 생산자의 교육까지 기존 한살림 두부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설명이다.

밥상 위의 단골손님 두부. 꼼꼼히 따져볼수록 그 속 깊음에 반하게 되는 한살림 두부 한 모가 전국 가정의 식탁 위에 오를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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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허브 외길,

진하게 우려낸 맛

보시렵니까

조대회 향나눔 허브원 생산자 

온화한 캐모마일, 달콤한 로즈마리, 청량한 페퍼민트…. 저마다의 빛과 향을 품고 있는 허브차를 한살림에 내는 조대회 생산자를 만나기 위해 전남 함평의 향나눔 허브원을 찾았다. “지금 서 계신 곳부터 저~기까지가 다 페퍼민트밭입니다. (아차하며 발을 떼자) 밟아도 상관없어요, 남은 것만 수확해도 충분합니다.” 호방하게 말을 던지는 모습이 그를 만나기 전 떠올린 허브 생산자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그가 허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벌써 25년 전. “농사를 결심하며 저에게 맞는 작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일본, 영국 등 외국 잡지들을 통해 허브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허브는 일반 사람들에게 생소한 존재였다. 특히 풀을 원수처럼 여기던 농부들은 허브농사를 시작한 그에게 ‘지천에 풀인데 왜 또 풀을 심느냐’며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허브 분화로 시작해 허브차로 이어지는 허브외길 25년을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푸른 풀’을 의미하는 라틴어 Herba를 어원으로 하는 허브의 사전적 의미는 ‘잎, 줄기가 식용, 약용에 쓰이거나 향기나 향미로 이용되는 식물’이다. 다시 말해,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으며 요리 재료, 향신료, 약품 등 다양한 곳에 이용되는 자연의 풍성한 선물인 셈이다.

대부분의 농사가 종자를 이용해 번식하는데 비해 허브는 조금 특별하다. 로즈마리와 페퍼민트는 꽃꽂이 번식을 하고 캐모마일은 땅에 떨어진 종자가 자연 발화해 인위적으로 식재, 파종하지 않는다고 한다. 페퍼민트와 로즈마리는 봄과 가을에, 캐모마일은 5~6월 사이에 수확하는데, 선별한 원료를 맑은 물에 1~2차례 헹군 뒤 소형건조기로 말려 가공한다. 한살림 정책상 티백 형태로는 만들지 않는다. 그 때문에 조합원들이 불편해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오히려 물품의 실제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믿음직스럽다는 평이 많다고 한다.

향나눔 허브원에서 공급하는 허브차는 캐모마일, 로즈마리, 페퍼민트, 그리고 이를 함께 맛볼 수 있는 허브 혼합차까지 총 네 종류. 향만큼이나 각각의 용처와 용법도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허브로 꼽히는 캐모마일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긴장을 풀어주며 불면증에 좋아 자기 전에 먹는 것이 좋다. 뜨거운 물 한 컵에 꽃 5~6송이를 넣고 2~3분간 우려내 마시면 그 날의 피로가 한순간 날아간다. 페퍼민트는 향이 상쾌하고 청량감이 있어 허브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심신이 불안할 때 마시면 기분을 차분히 가라앉게 하고 위액의 분비를 조절해 소화를 돕는 효과가 탁월해 점심식사 후에 마시면 좋다. 요리에도 널리 쓰이는 로즈마리는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데 도움을 주며 기침과 가벼운 천식 증상을 완화시키는 작용도 한다. 뇌의 움직임을 활성화하여 기억력 증진을 돕기 때문에 아침에 마시기 좋은 허브다.

유기농사는 무엇이든지 어렵다지만 허브는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라고 한다. 벌레가 허브잎에 그림을 그려도 가공만 정성껏 하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시중에서 국내산 유기 허브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이만한 수준의 허브를 맛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로즈마리, 페퍼민트의 가격을 10년 만에 인상했는데 부담갖지 말고 많이들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쑥쓰러운 표정으로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자신의 바람을 전하는 조대회 생산자. 소박한 가격만큼이나 겸손한 마음씨에 더욱 믿음이 간다. 어느덧 쌀쌀해진 이 가을, 자연과 공생하는 향나눔 허브원의 허브차로 시린 가슴 따뜻이 녹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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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금에 들이키는

풍성한 땅의 기운

농업회사법인 생기찬

최인수, 조현숙, 최영 농업회사법인 생기찬 생산자

상큼하게 시작해 개운하게 끝맺음한다. 입안에 텁텁한 기운도 전혀 남지 않는다. 좋은 맛에 건강함까지 더해지니 더 바랄 게 무엇이랴. 조현숙, 최인수 생산자 부부가 올가을 새롭게 공급하는 가시복분자즙 음료를 마시며 ‘한 번 맛을 본 사람이라면 계속 찾을 수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미과에 속하는 가시복분자는 성장이 빨라 3월에 묘목을 심으면 6월 하순부터 수확할 수 있다. 연작이 어려운 것은 단점이다. 5~6년이 지나면 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품질도 떨어져 다른 작물로 바꿔 심어줘야 한다. 가시가 많은 데다 유기재배를 할 경우 알맹이까지 작아 수확도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병충해에 강한 편이라는 점이다. 땅에서 끌어올린 복분자의 좋은 기운이 강한 체질로 나타나는 셈이다.

오랫동안 가시복분자를 재배해서일까. 조현숙 생산자의 기운은 복분자를 닮아 있다. 자신이 생산하는 복분자를 최상의 상태로 소비자 조합원들과 나누기 위해 생산설비를 다섯 차례나 증축한 끈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유리병을 고집하는 철저함이 그렇다.

관행농으로 채소를 재배하던 조현숙 생산자가 가시복분자를 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다. 수입농산물이 들어오고 기존의 방식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면서 궁여지책으로 복분자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

때마침 일었던 복분자붐에 힘입어 적은 돈이나마 손에 쥘 수 있었지만, 이들의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수익이 들어올 때마다 재배면적을 넓혀갔고, 철저한 유기재배로 밭을 일궈나갔다. “복분자는 건강을 생각해서 드시는 거잖아요. 소비자 조합원들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우리도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복분자를 재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시복분자는 생과 그대로 팔기 쉽지 않은 작물이다. 아침에 딴 것이 저녁만 되면 시들해져 급속냉동해 판매하는 것이 최선이다. 당시만 해도 냉동 및 저장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터라 설탕을 이용한 발효음료 형태로 만들 수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판로를 찾기 쉽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올해로 꼭 10년째인 한살림과의 만남은 조현숙 생산자에게 축복이었다. “한살림이 생산자 보호를 철저히 해준 덕분에 안심을 하고 비용이나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지요.”

생기찬은 9월 14일부터 착즙형태의 ‘가시복분자즙’ 음료 공급을 시작한다. 달달한 발효음료보다 원액의 맛을 살린 물품을 먼저 만들고 싶었던 조현숙 생산자이기에 이번 행보가 더욱 뜻깊다. “힘들게 유기재배한만큼 최대한 본래의 맛을 살린 가시복분자 음료를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새로운 걸음을 위해 생산설비도 여러 차례 증축했다. 착즙음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넓은 냉동고와 자동화된 생산 시설이 필수적이다. 최종적으로 완공된 공장에는 냉동보관실 이외에도 저온저장고, 전처리실, 후살균실, 외포장실 등 최신설비가 더해졌다. “공장 증축으로 해썹(HACCP) 기준을 충족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 조합원들을 더욱 만족할 수 있게 된 것이 기뻐요.”

마지막으로 소비자 조합원에게 바라는 점을 물었을 때 조현숙 생산자는 ‘신뢰’라고 짧게 답했다. “착즙음료의 특성상 아무리 신경을 써도 과육이 뜰 수밖에 없어요. 새로운 생산설비를 이용해 최대한 깨끗하게 물품을 만들고 있으니 믿고 맛있게 드셔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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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곤충,

땅이 살린 나무

한살림 누에가루, 뽕잎가루

조영준, 홍석녀 고니골농장 생산자

1984년 어느 겨울날이었다. 4대째 이어 온 양잠업이 값싼 중국 제품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사양산업으로 분류되고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만 가던 때, 조영준 생산자는 이를 악물고 2만여 주나 되는 뽕나무에 제초제를 네다섯 번 연이어 뿌렸다. 다른 이들처럼 잡곡농사에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뿐이었다. 하지만 다음 해 8월, 그는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썩어 말라버렸을 줄만 알았던 뽕나무가 멀쩡히 살아 고고한 생명력을 주위에 흩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그의 삶이 변했다. 뽕나무와 누에와의 평생 인연이 시작됐다.

조영준 생산자는 걸음을 떼기 시작한 때부터 누에똥을 거르는 잠망을 들고 다니며 아버지 일을 도왔다. 그때부터 자연스레 누에 사육이 무엇보다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임을 알았다. “누에는 유난히 깔끔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환경 피해나 냄새에 민감해서 화장을 하거나 찌개 냄새, 밥 냄새가 몸에 밴 사람은 사육장에 발을 디딜 수도 없거든요. 그뿐인가요. 먹이로 먹는 신선한 뽕잎은 2시간마다 갈아 주어야 해요.”

그는 제초제에 중독되어 한참을 고생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하면 할수록 느리지만 생명력 가득한 양잠업에 이끌렸다. 1999년부터 한살림원주 조합원으로 활동한 이력도 그의 생각에 믿음을 보태 주었다. 2000년부터 3년간 무농약 인증 단계를 밟아 가며 영농일지를 한 자 한 자 써내려 갔다. 마침내 2003년, 뽕잎가루와 뽕잎환을 시작으로 누에가루와 누에환까지 한살림에 양잠산물을 공급하게 되었다.

조영준, 홍석녀 생산자는 한살림의 엄격하고 치밀한 기준이 지금의 고니골농장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초기 고니골농장은 10평짜리 공간에서 제조가공은 물론 포장까지 감당하고 있었다. “한살림에서 해썹(HACCP,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서, 원료가 들어오는 곳과 완제품이 나가는 곳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비용이 드는 일이라 망설였지만, 한살림처럼 믿음을 주는 생활협동조합은 없다는 생각에 실행할 수 있었죠.”

10여 년이 지난 지금, 고니골농장은 3만 평에 이르는 부지에 제조가공실, 포장실, 완제품보관실 등을 건물별로 구비하고 있고, 양잠업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을 위해 귀농마을을 계획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매년 소득의 5%를 고객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무료로 개최하는 고니골축제도 어느새 26회째를 맞았다.

그들은 뽕나무와 누에가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먹을거리라고 믿는다. 혈압을 내리는 가지, 중풍을 치료하는 줄기, 탈모증을 완화하는 뿌리 등 어디 하나 버릴 곳이 없기 때문이다. 누에 역시 그 자체로 고단백 식품인 것은 물론 누에똥까지 아토피에 효과적으로 쓰인다. 나 아닌 다른 존재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것. 생명과 자연이 순환하고 상생하는 기본 논리 아닐까.

옛 사람들은 누에를 천충(天蟲)이라 불렀다 한다. 하늘에서 내린 곤충이라는 뜻이다. 그 곤충을 기르기 위해 뽕나무는 땅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하늘과 땅과 사람을 잇는 조영준, 홍석녀 생산자가 있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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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종인

    뽕잎가루구매요망

    2017.01.29 21:37 [ ADDR : EDIT/ DEL : REPLY ]
  2. 비밀댓글입니다

    2017.01.29 21:3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