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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이야기 2011년 6월 / 개망초 화창한 봄날입니다. 집 주변의 풀을 살펴보는 것은 제 취미중의 하나입니다. 오늘은 어떤 풀을 보게 될까요? 벌써 집 주위는 온통 초록빛깔이 됐네요. 오늘 보니 개망초가 가장 많이 올라왔어요. 개망초는 ‘계란꽃’이라고 불리는데, 번식력이 강해 농사꾼들에게는 불편한 식물이죠. 그래서 이름도 개망초랍니다. 다 망한다고. 아직 밭이 비어있을 때 추위를 이겨낸 꿋꿋한 개망초는 다른 나물처럼 데쳐서 먹기도 합니다. 된장찌개에 넣기도 하고, 시금치를 대신해 잡채에 넣을 수도 있어요. 또 개망초의 꽃봉오리를 따다가 튀겨먹기도 한다네요. 오늘은 잎사귀를 따다가 무쳐먹기만 다음에 꽃봉오리가 올라온다면 꼭 튀겨먹어 볼거에요. 개망초 나물은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어요. 아주 살짝 익을 정도로 데친 다음에 찬물에 넣지 말고.. 더보기
<살리는 말> 한 한 우리말 ‘한’은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서로 반대가 되는 뜻을 동시에 갖기 때문이지요. ‘하나’라는 뜻과 ‘크다’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 다른 언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말이기도 합니다. 하나라는 뜻도 아주 작은 크기로서 온전하게 존재하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그 작은 하나, 하나가 모여서 만든 커다란 하나도 하나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지구의 소중함을 말하기 위해 ‘하나뿐인 지구’라는 말을 즐겨 씁니다. 셀 수없이 많은 태양계 속의 하나인 행성이라는 의미에서 지구는 하나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지구 속에는 사람만 헤아려도 70억 명이 살고 있고 생태계의 모든 생명체와 우리가 흔히 생명이 없다고 여기는 광물, 흙, 물, 공기들 까지 모두 얼마나 많은 하나, 하나를 품고 있는지 감히 계산 해 볼.. 더보기
호미로 긁어 풀을 맬 수 있는 마지막 시간 '나의 5월' 5월은? 아슬아슬한 계절이다. 풀이 자라는 계절이다. 호미로 긁어 풀을 맬 수 있는 최후의 계절이다. 봄 감자 고랑을 호미로 쓰윽 긁던 4월과 달리 5월은 손으로 잡초를 쥐어 뜯어야 한다. 당연히 풀 매는 시간은 4월과 견줄 수 없이 느리기만 하다. 손목 인대가 늘어나고 손가락이 저려온다. 햇살은 따가워지고 내 몸을 숨길 넓고 푸른 잎들은 충분히 자라지 않았다. ‘에잇 이깟 감자 밭쯤이야!’ 그냥 놔두고 싶다. 풀도 생명인데 지들도 살아야지 위안하고만 싶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하면 끝이다. 지금 뽑아내지 않으면, 전력을 다해 살아내지 않으면 모든 것이 아스라이 사라질지도 모를 5월. 나는 한때 1980년에 태어난 것이 슬펐다 열여덟 살이 되어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을 만났을 때, 김지하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