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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살리는 말

<살리는 말> 공동체 운동 약사5-열린두레 공동체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생태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나온 새로운 공동 체는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이 꿈꾸던 협동촌, 즉 폐쇄적 코뮨(commune)공동체와는 분명히 성격이 다릅니다. 오히려 생명공동체 혹은 공생 체(共生體)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이 는 생산-유통-소비-폐기라는 물질순환의 흐 름, 생명이 지닌 관계성, 유기적 연관성을 중시 하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대안 운동의 거점으로 시작된 공동체라 하더라도 공 동체 외부세계와의 연대, 지역사회에 대한 의무 와 책임 등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들은 생태공동체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 이라고 봅니다. 

대안 경제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자립은 공동체 내부에 국한된 문제로 인식되기도 합니 다. 그러나 새로운 공동체에서 말하는 경제자립 은 물질순환의 흐름과 연관된 지역의 경제자립 을 뜻합니다. 이는 서구사회의 생태론에서 생물 지역주의(bio-regionalism, 동식물의 분포와 이동, 물, 토양, 양분, 폐기물의 순환을 포함하 는 생태계의 통합성을 갖고 있는 지역이라는 생 명공동체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이론)를 중요하 게 여기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즉, 경제자립 은 공동체 내부의 자급자족을 말하는 것이 아니 라 시장으로부터의 자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먹을거리, 건축자재, 옷감 등 생활에 필요한 모 든 것을 지역에서 만들고 순환시킨다면 경제자립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한살림의 가까운 먹을 거리 운동도 그런 일 중의 하나입니다. 

생명운동이 지향하는 공동체는 더더욱 지역과 접합니다. 이는 예전에 지역마다 있던 마을 공동체, 더 분명하게는 생산적 노동을 담당하 던 두레공동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과 100년 전, 충남 홍성에만 197개의 두레가 있 었다고 합니다. 출산, 육아, 농사를 비롯해서 노동, 혼례, 의술과 교육, 돌봄과 장례까지 우 리 삶의 거의 모든 일이 품앗이와 증여, 공동작 업을 통해 마을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공동 체 내의 의사결정도 풀뿌리 지역공동체답게 모 두가 함께 참여해 의논하면서 진행했습니다. 이 점은 생명운동이, 소통도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물론 정보의 소통은 물질의 순환과는 달리 더 넓게,  전 세계로 확장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단위는 역시 지역이어야 합니다. 지역 안에서 충분한 소통, 논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더 큰 단위 에서는 그러한 것들을 기대하기가 어렵기때문입니다.


글을 쓴 윤선주 이사는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활동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