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과 바람과 빗방울의 시간이 선사한
전통의 맛
성미전통고추장
박현선·김영희·최성호 성미전통고추장 생산자
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추장. 별다른 반찬 없이도 맛있는 고추장만 있다면 금세 맛있는 비빔밥이 만들어진다. 이 든든한 밥상 지킴이를 내는 한살림 생산지는 괴산의 솔뫼, 산청의 오덕원, 음성의 성미 세 곳이다. 이중 성미전통고추장이 가장 오래된 생산지다.
직장생활을 하며 주말마다 부모님 일을 돕던 최성호 생산자는 부모님 곁에 자리를 잡기로 결심하고 2004년 한살림 생산자가 되었다. 그는 1986년부터 한살림에 쌀을 내온 아버지 고 최재두 생산자의 삶을 통해 한살림을 만났다. 대를 이어 생산자가 되는 경우는 처음이라 생산자로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어릴 때부터 해 오신 한살림을 여기에서 접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했죠.”
한살림에 첫 고추장을 내고 받은 인수증
어머니 김영희 생산자가 한살림에 처음 고추장을 공급한 것은 1994년이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일채소를 기르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던 시절이라 한살림에서 고추장을 내달라는 요청에 손사레를 쳤지만 생산자들이 애써 기른 고추가 소비되지 못한 채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워 소매를 걷고 나선 일이었다. 첫해 주문량은 반 되(0.9ℓ), 가격은 7,500원이었다. 물류센터에 냉장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절이라 날이 더워지면 고추장이 끓어 넘치고 뻥뻥 터지고 난리였다. 그렇게 4~5년을 고생하다 물류센터에 냉장실이 생기고 나서야 버리는 것 없이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박현선 최성호 생산자의 자녀 최서희 최희철
성미전통고추장의 장담그기는 늦은 가을, 한살림 생산자들이 정성껏 기른 한살림 유기재배 고춧가루를 들여오면서 시작된다. 메주가루는 한살림 유기재배 콩을 사용하며, 조청을 만드는데 쓰이는 엿기름도 한살림 엿기름이다. 소금은 마하탑의 천일염을 사용한다. 성미전통고추장 맛은 한살림 생산자가 흘린 땀방울의 결정체라 할만 하다.
조청은 한살림 무농약찹쌀로 만들며 한 번 만들어 열흘 안에 쓸 양만큼만 고추장을 가공하는 중간중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방부제를 넣지 않은 조청은 시간이 지나면 맛이 변하기 마련이라 고추장 맛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만들어 쓰는 것을 고집한다. 장맛을 결정짓는 소금은 적게 들어가면 끓어넘치거나 신맛이 나고, 많이 들어가면 쓴맛이 나기 때문에 적정량만 넣는 것이 중요하다. 옹기에 담긴 고추장이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의 온도를 온전히 받아 숙성되니 염도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중의 고추장은 방부제나 화학조미료를 사용하고 살균처리를 해 맛을 내기 쉽지만 화학조미료는 집 안으로 절대 들여온 적이 없는 성미전통고추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고추장은 1월부터 담그기 시작해 늦어도 3월이 지나기 전에 마친다. 날이 너무 따뜻해지면 발효과정에서의 변질을 막기 위해 소금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고추장은 전통 옹기에 담아 8개월 이상 숙성시킨다. 5월에 공급받는 고추장은 14개월 이상 숙성된 고추장인 셈이다. “옹기는 바람이나 햇빛, 비를 그대로 받아들여요. 자연 안에서 고추장을 숙성시키는 거죠.” 옹기를 무엇으로 덮느냐를 가지고도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쳤다. 옹기 뚜껑은 햇빛이 들지 않아 곰팡이가 피기도 했고, 광목 천은 고추장이 발효되면서 까맣게 변했다.
결국 선택한 것이 바람이 통하고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는 유리 뚜껑이다. 맛깔스러운 고추장 한 병에는 이렇듯 자연과 시간, 생산자의 땀방울 그리고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맛있는 고추장 하나만 있어도 든든하잖아요.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그 든든함을 실어주고 싶어요.” 그런 그가 있어 한살림 밥상이 든든하다.
글·사진 박지애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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