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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살림의 창

핵 발전은 생명과 공존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3월, 일본 열도를 뒤흔든 강력한 지진과 해일은 그 자체로도 끔찍한 일이었지만 이로 인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파괴와 방사성물질 누출 사태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떨게 하고 있습니다. 세계 제일의 재난대비 국가로 불리던 일본은 사고가 난 지 10개월이 다 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위험천만한 방사성물질은 여전히 하늘과 땅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큐슈 지역을 제외한 전 국토가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농작물은 물론 모유와 아이들 소변에서도 이들이 검출되고 있습니다. 사고 주변지역 주민들은 언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핵연료를 회수하고 해체 하는 데만도 앞으로 4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상태로 생명을 죽이는 방사능 누출로 인한 피해 정도는 이렇게 가늠할 수조차 없고 언제 어떻게 끝이 날지 예측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온 인류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은 물질 안에 잠재된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추출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제어할 수도 없으며 소멸되지도 않는 방사성물질을 필연적으로 발생시키며, 이는 생명체를 살상하며 이것을 영구히 안전하게 관리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우리 세대가 당장의 편리를 좇아 선택한 이 위험천만한 핵발전에 대한 대가는 수백, 수만 년을 두고 우리 후손들이 영원이 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웃나라 일본에서 벌어진 후쿠시마 사태를 겪고도 우리 정부는 발전 확대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좁은 국토에 21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에서 핵발전소 밀도가 가장 높은 국가입니다. 게다가 이미 건설 중인 7기, 계획 중인 6기까지 합치면 모두 34기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수력원자력(주)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지난 12월 23일, 강원도 삼척과 경상북도 영덕 지역을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로 선정 발표했습니다. 30년 만에 핵발전소 신규 부지를 발표한 것이며 또 다시 8기의 원자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해외에 원자로를 수출하겠다고 나서면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오히려 핵 관련 산업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마저 공공연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핵발전과 방사능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며 형성된 국민 다수의 탈 핵발전 여론에 반하는 것이며, 수십 년 동안 핵발전소와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문제로 해당지역을 중심으로 매번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겪어온 일을 되풀이하게 할 것입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탈 핵발전 흐름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입니다. 핵발전 확대 정책을 고집하는 한, 수십 기의 핵발전소를 서해안에 짓겠다고 나선 중국을 설득할 어떠한 명분도 다 잃게 된다는 점도 심각합니다.


  한살림은 일찍이 한살림선언을 통해 ‘핵위협과 공포’를 현대 산업문명이 직면한 위기적 증후의 첫 번째로 밝힌 바 있습니다. 한살림이 걸어가는 생명살림의 길에서 핵문제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농촌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들이 뜻을 모아 생명의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나누며 일궈온 모든 노력이 방사성물질 오염으로 위협받는 일을 결코 좌시할 수도 없습니다. 한살림은 정부의 핵발전소 확대 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합니다.


둘째, 수명이 다한 노후 핵발전소는 무리한 가동 연장을 중단하고 안전하게 폐쇄해야 합니 다.


셋째,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는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하고, 생산된 전력 에너지를 효율 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온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넷째,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뜻과 지혜를 모아 핵발전소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한살림은 지금처럼 에너지를 마음껏 쓰면서 정부의 핵발전소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일인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한살림은 ‘우리 스스로 바뀌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생활양식의 전환을 통해 핵 없는 사회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하려고 합니다.


첫째, 한살림은 전국 20개 지역 회원 생협의 30만 조합원, 2천여 세대 생산자들과 함께 더욱 비상한 각오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다양한 노력들을 펼치겠습니다.


둘째, 한살림이 추구해 온 ‘가까운먹을거리운동’과 ‘생태순환농업실천’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생태순환적인 자립 사회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셋째, 방사성물질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우리 밥상과 농토를 지키기 위해 사전검사를 철저히 하는 등 만전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겠지만, 이제 그것은 ‘후쿠시마’ 이전의 그 봄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유기농 농사를 실천해오던 후쿠시마의 농부가 자신의 책임과는 무관한 방사능 누출로 농토가 오염된 일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살림이 추구해온 밥상살림은 단순히 밥상에 오르는 먹을거리에 대해 방사능 오염정도를 측정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 되었습니다. 핵발전소 사고와 방사성물질 누출은 일본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힘과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가 되었습니다.


  세상만물이 생명의 고리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을 실천해 온 한살림은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과 핵 없는 생명 세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012년 1월 한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