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살림의 창

한살림을 기반으로 하되 한살림 넘어 지역으로..



김성훈 대전민들레의료생협 부이사장


올해 2012년은 UN이 정한 협동조합의 해다. 또, 지난해 12월 29일 협동조합 기 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올해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정되면 12월 1일자로 법이 발효된다. 기본법이 제정됨에 따라 첫째, 금융 및 보험업 이외의 모든 업 종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졌고, 둘째, 협동조합 설립 기준이 낮아져 5명만 모이면 주무부처의 인가 없이 신고만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으며, 셋째, 조합원의 편익보다 사회적 목적 실현을 우선시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 되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2007년 고용노동부의 사 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른 사회적기업의 증가, 2010년 행정안전부에서 시작된 마 을기업을 비롯한 자활공동체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조직이 급격히 늘고 있다.

 2011년 2월 25일, 한국 생협운동의 선구자인 한살림은 새로운 생협법에 따 라 전국 20개의 회원생협이 참여하는 독자적인 생협연합회인 한살림연합을 설 립했다. 한살림을 둘러싼 내외의 환경변화를 보면서, 협동조합운동의 동지로서 한살림에 대한 몇 가지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밥상파괴, 농업파괴, 생명파괴의 주범인 다국적 기업의 지배와 횡포에 맞서 한살림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둘째, 기본법 제정 이후 동종 협동조합 이증가하고생협,협동조합간의경쟁은더욱치열해질텐데이에대해어떤대 안을 준비하고 있는가? 셋째, 한살림의 철학이나 사상에 입각한 조합원보다 소 비자로서의 편익추구성향이 짙어지는 시대에 대해 한살림은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

 작년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주최한 ‘협동조합은 생산과 소비를 어떻게 조직하 는가?’라는 토론회에서 모심과 살림연구소 정규호연구실장은 ‘지역살림운동’을 제안했다. ‘경쟁을 통한 홀로 살아남기’가 아니라 ‘협력을 통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한살림은 한살림, 먹을거리, 조합원 활동에 기반하되 이들을 넘어서 이웃, 지역사회와 폭넓게 만나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워커즈나 조합원 기초조직의 활 동영역을 넓히고 지역사회의 관련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고 제안했 다. 그러나 지역현장에서 한살림조직들의 사정은 그다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지역살림운동의 기초조직인 햇살모임과 지부는 기대만큼 활력이 없어 보이며,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도 다른 생협에 비해 오히려 소극적인 면이 있다. ‘지역 살림운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가까운먹을거리운동 역시 기대만큼 큰 진 전이 있는 것 같지 않다. 한살림 전체 공급고의 75%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 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상황에서 사업체로서의 한살림이 나름의 경영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한살림도 가격경쟁력과 물품다양화, 공격적 매장전략 등을 앞세워 조합원 편익증대를 통해 생존경쟁에 서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커질 것이다.

 한편, 수도권을 중심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생협조직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꾸러미사업’이 공동체지원농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살림이 가 지고 있던 철학의 우위도 점점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대전지역에서 이러한 문 제의식을 한살림동지들과 공유했다. 지역을 중심으로 보다 전면적이고 급진적 이며, 개방적인 혁신과 연대를 하지 않으면 한살림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만 이 아니라 “지역살림운동”이라는 중장기적 비전마저 불투명해질 우려가 있다 는 의견도 전했다.

 ‘지역살림운동’이 뜻있는 조합원들끼리 막연하게 이상적으로 떠올리는 자족 적 공동체운동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한살림의 사업 자체가 지역살림운동의 과 정이 되게, 한 방향으로 정렬된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그 방향은 친환경, 유기 농을 넘어 지역식량계획에 따른 로컬푸드 운동이며, 조합원이 소비자를 넘어 살림의 주체가 되기 위해 생산의 영역을 마을단위에 구축하고, 기초조직을 다 른 협동진영과 연대해 마을단위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통해 한살림은 한국사회 사회적경제운동, 협동조합운동, 공동체 운동의 맏형으로서 자기 기득 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한살림 울타리에 기반하되 그 울타리를 넘어, 대의 에따라스스로몸을내어주고모두가함께사는길이여는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