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창]

지속가능한 우리 농업과 친환경 농지 보전을 위한

농지살림운동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농지면적은 약 3.3a( 100)로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좁다. 그런데도 농지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야금야금 줄어들고 있다. 2006 180ha였던 우리나라 농지면적은 2015 1679000ha로 줄어들었다. 10년 만에 여의도 면적의 약 420배에 가까운 농지가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10ha 수준의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거나 완화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0ha면 전국 농업진흥지역의 10%, 경기도내 논 전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우리나라는 곡물 해외 의존도가 76%에 달하는 나라다. 농지 잠식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심각한 식량위기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번 잠식된 농지가 다시 회복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농지는 식량생산 외에도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우렁각시처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홍수 조절, 지하수 공급, 대기 정화, 토양유실 방지, 기후 조절, 자연경관 유지, 휴식공간 제공, 자연생태계 균형 유지 등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농지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국가에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농민과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농지를 공유화하는 ‘농지 지키기 운동’을 전개해야 하는 이유다.

농지 지키기 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첫째, 건강한 농지를 훼손하지 않고 보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농지의 영양지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농지 대다수가 질소와 질산염에 절어 있다. 농지 지키기 운동은 농지에 대한 화학적 학대와 파괴를 중단하는 활동으로 풀어가야 한다.

둘째, 농지복지를 개선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농지를 소중히 다루고 건강하게 가꾸는 친환경농업을 실천해야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농지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 농지 지키기 운동은 친환경 농지기반을 유지·보전하는 길이기도 하다.

셋째, 농지를 영속적으로 공유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구름, 공기나 물을 사고팔거나 개인이 가져서는 안 되는 것처럼 농지도 공유재로 봐야 한다. 농지지키기 운동은 농지가 비농업용으로 전용되거나 외지인 소유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한편, 농지에서 농업활동이 영속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넷째,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생산자가 참여하는 농지출연 운동과 소비자가 참여하는 농지 한 평 사기 운동을 함께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생산자·소비자의 공동 참여와 법적 농지 취득이 가능한 농업회사법인을 설립·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지 지키기 운동은 사회적으로 농지의 공공적 가치를 일깨우고, 가속화되는 농지 잠식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랜 세월 힘겹게 가꿔온 생태적 농지자원이 훼손·오염되거나 유휴지로 돌아가는 것을 막고, 농지의 농업적 이용가치와 건강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증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젊은 농업취업자나 귀농자들에게 진입장벽이 되고 있는 농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살림은 농지를 공유화해서 영구 보전하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농지살림운동’에 나서려고 한다. 이 운동이 한살림 가족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로 한살림의 경계를 넘어 국민농업운동으로 발전·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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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창]

GM작물 시험포에도

봄은 오는가

이세우 들녘교회 목사

 

봄내음이 진동하고 있다. 동네 안팎에는 트랙터 소리도 요란하다. 문밖으로 나서자 거름냄새가 가득 밀려오는데 코를 막아야 할 정도로 고약하다. 농촌과 떼어놓을 수 없는 생명의 냄새이지만 이번엔 아마도 발효가 덜 된 거름을 냈나보다. 봄을 맞아 분주하게 손을 놀리는 농부들. 이들의 어깨에 놓인 짐을 덜어주지는 못할망정 최근 큰 시름덩이가 하나 더 얹혀졌다.

호남평야가 시작되는 전북 완주군 이서면 정농마을. 우리 마을은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근처에 혁신도시가 들어온다고 했고 주변에는 곧바로 ‘떳다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을은 금세 어수선해졌다. 땅값이 들썩이면서 농민들도 들떠갔다. 과열된 분위기 속에 주변이 개발되는 것에 반대목소리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이곳에서 계속 농사를 짓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그나마 위안으로 삼았던 건 이전하는 기관들이 농업관련 시설이었기 때문이었다. 농업의 대표적인 기관인 농업진흥청이 옮겨 온다는 것에 큰 기대를 갖게 된 것이다. 한때 정부가 구조조정 정책의 일환으로 농진청을 없애려고 했을 때, ‘뭔 소리냐’ 외치며 우리 지역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농민들이 나서 결국 다시 살려냈던 곳이 농진청이다. 그 애정어린 기관이 우리지역에 온다고 하니 친근감도 발동하고 해서 대체적으로 환영하게 되었다. 농진청과 함께 농사도 짓고 더불어서 농가소득 뿐만이 아니라 농업환경도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헌데 이게 웬 말인가. 다른 곳도 아닌 그 농진청에서 GMO를 연구하고 재배해서 널리널리 보급하겠다고 공표를 했다. 그것도 쌀을, 게다가 우리 마을에서. 주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오보이겠지, 설마”하며 사실관계를 몇 번이고 확인 해봐도 대답은 같다. 정말이란다.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다. 순박하고 조용했던 농민들이었지만 삼삼오오 모일 때마다 “등에 칼을 꽂았다”며 국가기관이 농민들에게 가한 테러라고 입을 모아 격한 감정들을 토해내고 있다.

농진청은 이미 관계시설과 단지를 모두 조성해 놓고 올 봄부터 재배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젠 더 이상 숨길 것 없이 내놓고 하겠단다. 그러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확보되지 않은 GM벼는 재배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 말을 믿으란다.

요즘 농진청은 주변에 있는 이장단과 몇몇 호의적인 주민들을 만나 아무 문제없다고, 안전하니 걱정들 하지 말라고 하면서 주민들끼리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핵발전소 설치 시 주변 주민들에게 하던 그 말, 그 행동 그대로 하고 있다.

이제 봄이 왔다. 각종 기반시설을 다 마친 시범포에서는 곧 농사가 시작될 것이다. 농사라 이름 붙일 수 없는 GMO 농사를 말이다. 초장에 잡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농업도시로서 농지와 농산물 생산이 많은 이곳에서 생산된 GM작물들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를 비롯하여 GMO 시범포 인근 마을주민들은 급하게 대책위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촌로들이 대부분이다. 관심과 연대가 절실하다. 당장은 피해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니까 우리들은 그렇다고 치자.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몸이 으스스한 것은 꽃샘추위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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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창]

쌀은 농민의 피땀,

쌀값 보장이 먼저다

글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2015년 시작과 동시에 쌀 시장이 관세화로 전면 개방되면서 누구든지 관세만 부담하면 쌀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정부는 재고가 많아 쌀값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의무사항도 아닌 밥쌀 수입을 일방적으로 강행해 버렸다.

이런 와중에 쌀값 보장과 밥쌀 수입 중단을 호소하던 농민 백남기는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아직까지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으며, 오히려 농민들을 구속하고 사법처리 운운하며 위협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 중 마지막 남은 쌀 하나라도 지키기 위해 노구를 마다하고 아스팔트에 서서 온몸으로 호소하던 고령의 농민 백남기는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쌀값은 80kg 한 가마당 약 17만5,000원에서 최근 약 14만5,000원으로 떨어졌다. 올해도 쌀값이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쌀값 폭락의 주범이었던 과잉 재고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으며, 정부는 올해도 밥쌀을 계속 수입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까닭이다. 또한, 정부는 올해 쌀의 추가 개방 여부가 걸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쌀문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벼 재배면적을 줄이겠다고 나선 상태다. 올해 약 3만ha를 줄이라고 지자체와 농민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우리 쌀이 재고에 주는 부담은 약 25∼30만 톤인데 비해 수입쌀은 약 40만 톤 이상의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입쌀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규제나 관리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우리 쌀 재배면적을 줄이라는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밥쌀 수입을 중단하거나 일본처럼 수입쌀을 처음부터 사료용으로 수입하는 합리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수입쌀 우대, 우리 쌀 홀대’ 정책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권고대로 쌀 재배면적이 줄어들면 자연히 쌀 자급률이 떨어지고 식량자급률도 급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면 정부는 또다시 부랴부랴 쌀 재배를 늘리라고 호들갑을 떨 것이다. 이는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사실로서 쌀값과 자급률의 반복된 악순환일 뿐이다. 수급조절, 생산조정, 가격안정, 소득보전 등을 달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는 해법이다.

정부는 쌀 재배면적을 줄이는 데 따른 연쇄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방치하고 있다. 3만ha에 달하는 쌀 재배면적이 다른 작물로 전환될 경우 고추, 마늘, 양파, 배추, 콩 등 쌀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농산물 15개 품목에서 약 10∼30% 가격하락 및 소득손실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그저 지자체와 농민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10만 톤 이상의 밥쌀 수입을 계획했지만, 농민들이 아스팔트 농사를 통해 6만 톤을 수입하는 선에서 막아냈다. 우리 쌀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농민들은 올해도 머리띠를 동여매게 됐다.

 

글을 쓴 장경호 님은 현재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그리고 가톨릭농민회가 공동으로 설립·운영하는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건국대학교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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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창]

함께 만들어 가는

농지보전운동

글 최용재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부설 유기농업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들어 다양한 이유로 인해 일어나는 친환경 유기농지의 유실, 귀농 시 애로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는 농지 확보의 어려움 등이 농지보전운동의 절실함을 피부로 느끼게 만든다. 

경자유전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산자들은 여전히 임대로 농사짓고 있는데, 지주가 농지를 처분하거나 각종 개발 사업 붐이 일어나면 애써 가꾼 유기농지를 포기하게 된다. 또한, 생산자의 고령화로 인한 농업 중단이나 농사짓지 않는 자식들에게 농지를 상속하는 일도 무시 못 할 요인이다. 이렇게 줄어들어 가는 유기농지를 포함한 농지의 공익적 기능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농지를 보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또한, 농촌이라는 공간을 뛰어넘어 농업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도시에서의 농지보전도 필요하다. 농지보전운동은 높은 지가와 개발 압력, 복잡한 소유와 이용 방식 등의 국내 여건상 농지공유가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개럿 하딩은 《공유지의 비극》(1969)을 발표하며 정부의 규제와 공유지의 사유화를 주장했다. 그렇지만, 최근 많은 연구에서는 이와 반대로 역사적으로 ‘공유지의 성공’이 대부분이며, 수천 년 동안 지역사회는 공유지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에 마을 단위에 있었던 공동체 경제인 동계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농지공유를 통한 농지보전운동의 사례는 적지 않다. 최근의 국내 사례로 ‘한살림 DMZ 평화농장’과 한살림성남용인생협의 ‘논 지키기’, 홍성 평화토지기금 등이 있고 외국의 대표적 사례로는 지역공동체의 지원에 기반한 농업(CSA)과 연계한 미국의 공동체토지신탁(CTL), 영국에서 1907년 제정된 국민신탁법에 근거한 국민신탁(내셔널트러스트 운동)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농지공유운동을 국내에서 펼치기에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 헌법 및 농지법에 의거한 ‘경자유전’의 원칙에 의해 농지를 쉽게 취득하기 어렵고,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농업법인에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면 농지보전운동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는 점이다. 농업법인과 공익신탁법인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여 지속가능한 농지보전운동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농지보전을 위한 농지공유운동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원칙이 있다. 첫째, 농지를 확보할 때 생산자·소비자를 중심으로 시민, 관련 단체, 중앙 및 지방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둘째, 개발압력이 존재하는 지역의 유기농지를 우선 보전대상으로 해야 한다. 셋째, 확보한 농지를 절대 보전하고, 친환경 농업을 실천해야 한다. 넷째, 농지에서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선도적으로 농지보전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한살림에 거는 기대가 크다. 농지보전운동의 보다 큰 결실을 위해 한살림이 식량안보·귀농귀촌·로컬푸드·환경정책·사회적기업·도시농업 등 농지보전에 관심있는 다양한 운동 주체들과 함께 해가는 것을 기대해본다.

 


글을 쓴 최용재 님은 1990년대 초반 환경운동에 참여하다가 환경을 살리는 일은 농업과 공동체에 기반한 자립적인 삶이라 생각하고 2000년 이후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환경농업단체연합회·전국귀농운동본부·도시농업시민협의회 부설 연구소의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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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한살림 안에서 먹고 배우고 살아갑니다

글 박혜영 한살림서울 남부지부 사무국장

30대 중반, 지금은 군 복무 중인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고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라는 책을 통해 한살림을 만났다. 매주 집으로 공급되는 물품으로 낯선 밥상을 차리고 소식지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조금씩 한살림에 대해 알아갔다. 

화학첨가물 없이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맛에 길이 들고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전통의 맛 또한 알게 되면서 가급적 한살림 물품으로 밥상을 차리고 간식 또한 직접 만들었다. 우리네 어르신들이 먹었던 대로, 계절에 맞게 먹으면 그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가까운 곳에 한살림 매장이 없어 일주일에 한 번 공급되는 물품으로 밥상을 차렸다. 그러다 보니 공급일이 가까워 오면 냉장고에 있는 모든 재료들을 꼼꼼히 찾아 쓰는 알뜰함을 얻게 되었다. 

한살림 물품으로 차려낸 밥상이 아이들의 몸을 키웠고 단오잔치, 딸기따기 체험, 메뚜기 잡기, 대보름행사 등의 생산지 방문과 생태놀이, 생명학교는 아이들의 마음과 정서가 따뜻하게 자라도록 도와주었다. 

조합원 모임과 한살림 활동들이 쌓여갔다. 그 과정 속에 관계의 그물을 짜고 함께 배우고 익혔던 시간들은 살림과 육아에 서툴렀던 내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들을 올바로 정립할 수 있게 해주었다. 물품을 보면서 생산자의 얼굴과 생산지의 풍경을 볼 수 있었고, 가까이 사는 이웃과 함께 일상의 행복을 맛볼 수 있었으며, 타고난 아이의 결을 엄마의 욕심으로 왜곡하지 않게 애 쓸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한살림 안에서 우리 가족이 살아가다 보니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딸아이와 새로운 물품이 나올 때마다 옛 이야기를 주워섬기며 물품의 맛과 포장 상태, 디자인에 대한 품평을 한다. 

우리 가족에게 가장 반가웠던 물품은 샴푸였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는 비누의 장점과 합성계면활성제의 폐해를 아무리 설명해도 한살림 비누와 샴푸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린스가 필요 없을 정도로 머릿결을 부드럽게 해주는 ‘윤기품은 샴푸’가 나온 것이다. 아이들은 환호했고 ‘물비누’ 하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해결했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제는 가공식품 종류도 다양해져서 퇴근이 늦어지거나 연수가 잦을 때, 남편도 아이들도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외식으로 만나는 맛집, 멋집들이 아무리 화려하고 폼 나더라도 한살림 물품으로 간단히 차려내는 ‘집밥’만은 못하다는 것을 우리 가족은 알고 있다. 

매주 공급 받아 냉동실에 모셔진 오리양념불고기, 양념닭갈비 등의 가공식품을 해동하여 볶아 내고, 김치와 밑반찬 한두 가지, 따뜻한 밥 한 그릇이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최근 엄마의 손맛을 담아 만든 ‘녹두전’, ‘시래기된장국’, ‘건새우아욱국’은 바쁠 때 참으로 유용한 먹을거리다. 주말엔 면류를 주로 먹는다. 간단하게 조리하여 접시에 담아낸 스파게티와 샐러드 한 접시면 그것대로 소박하게 분위기 있고 거기에 ‘천연 발효종 피자’ 한 접시까지 보태면 나름 근사한 레스토랑 분위기가 난다. 

어느 순간부터 원재료를 다듬는 과정부터 시작되는, 요리라 불리는 음식이 줄어들고 바로 해먹을 수 있는 반조리, 즉석식품을 선호하는 생활 패턴으로 변한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안심하고 간단하게 접할 수 있는 물품이 있다는 것 자체가 한없이 고맙다. 

한살림이 가르쳐 준대로 계절을 지키고 전통을 찾던 습관들이 남아 해마다 봄철이 되면 진달래를 따다가 화전을 만들고, 동지가 되면 팥죽을 쑤고, 보름이 되면 묵은 나물과 오곡밥 정도는 해먹는 것으로 작은 위로를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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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홍 한살림축산영농조합법인 생산자


구제역은 소, 돼지, 염소, 양과 같이 발굽이 2개로 갈라진 우제류 가축들에게 발생하는 병이다. 증상은 고열과 함께 거품이 섞인 침을 흘리고 입안에 염증과 입술, 유두,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것이다. 인수공통병이 아니며 감염된 고기를 사람이 먹어도 문제는 없지만 가축에 따라 치사율이 70%까지 달하고 전염성이 강해 감염된 가축과 접촉했던 가축은 대개 매몰 처분한다.

국내 축산 농가들은 축사 위생에 신경 쓰고 백신 접종을 통해 구제역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12월, 구제역이 다시 발생했다. 충북 진천의 한 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농가와 정부의 노력에도 전국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자칫하면 2010년 11월 발생해 2011년 4월까지 무려 350만 마리에 달하는 가축을 매몰 처분했던 구제역 재앙이 되풀이될까 두렵기도 하다.

2011년 이후, 정부에서는 구제역 예방 차원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지금은 구제역이 발생하면 무조건 매몰 처분을 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항체형성률) 구제역에 전염된 가축 내지는, 축사별, 농장별로 구분하여 매몰 처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발생에서도 볼 수 있듯 백신 접종을 통한 구제역 예방은 한계가 있다. 백신을 접종한다 할지라도 돼지 같은 경우는 항체 형성률이 70%를 넘지 못한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가축의 면역력을 키워주기 위해 정부 차원의 축사 환경, 사료 개선 정책과 그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이를 토대로 공장식 축산 탈피와 동물 복지 축산도 고민해야 한다.


한살림에서는 일찍이 대안 축산을 고민해왔다. 가축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축사, 바닥에 깔짚을 깐 축사, 항생제를 넣지 않은 사료, GMO 없는 사료, 국산 곡물사료 지향과 이를 통한 국산사료 자급률 향상, 우리보리살림 운동 등은 지금까지 펼쳐왔던 한살림의 노력이다.

구체적으로 한살림축산영농조합법인(이하, 한축회)에서는, 구제역 백신 접종은 기본으로 하되 한우는 채광과 통풍이 되는 개방 축사에서 1마리당 8.3㎡(2.5평) 이상의 공간을 확보해 사육하고 있다. 돼지는 채광과 통풍이 가능한 개방 축사에서 1마리당 1.3㎡(0.4평)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임신한 돼지는 금속 틀(Stall)이 아닌 축사를 넓게 개조한 방사 형태의 사육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료에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한우는 완전혼합사료(TMR, Total Mixed Ration)를 급여한다. 완전혼합사료는 GMO 원료를 일절 넣지 않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조사료(볏짚, 호밀, 청보리 등)를 최대한 이용하며 깻묵, 쌀겨, 싸래기 등 농사 부산물을 자연 발효시켜서 혼합한 사료이다. 돼지는 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을 통해 옥수수 사료를 배제하고 대신에 발아보리 20%와 쌀겨 10%를 혼합하여 만든 사료를 먹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축회에서는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박테리아와 미네랄을 활성화해 정제시킨 BM활성수를 급여하고 있다. 짚이 깔려 있는 축사 바닥에 BM활성수를 뿌리고 이를 통해 미생물 층을 형성시켜 악취 없는 쾌적한 축사 환경도 조성하고 있다.

현재, 한축회 생산자들은 구제역 발생 지역으로의 이동을 금하고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혹시라도 3년 전, 두 농가에서도 구제역 판정을 받아 한우 180마리를 매몰 처분했던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심초사하며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축산 전문가들도 구제역의 발생과 예방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축회 생산자들은 공장식 축산 탈피와 동물 복지 차원의 축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쾌적한 축사에서 좋은 사료와 깨끗한 물을 먹이는 건강한 축산을 기본으로 하되 더 나은 축산을 위한 고민도 계속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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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한살림연합 상임대표


한살림 물품에 담긴 소망과 희망을 늘 생각하며 이용하고 있는가? 1986년 한살림이 문을 연 12월 4일을 맞아 스스로 물어봅니다. 28년 전 한살림 창립자인 고 박재일 회장은 <한살림을 시작하면서>를 발행하면서 “오늘의 세상은 너무나 많은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고 써버립니다. 많고 높고 빠르면 좋고 편리하면 더욱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듯 보이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안심하고 믿고 도우며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하고 있는지요? 정말, 안심하고 건강한 식품을 구해 먹을 수가 없을까요? 땅과 사람, 물건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갈라지고 못 믿는 사이가 되는 삶이 살림의 삶일까요, 죽임의 삶일까요? 또한 농산물 값이 내려가면 농민은 울고 소비자는 좋아하고, 농산물 값이 올라가면 소비자는 울고 농민은 좋아하는, 다른 이의 아픔이 나의 기쁨이 되는 삶이 옳은 삶일까요?” 이렇게 물음을 던지고는 다음과 같은 소망과 희망을 같이 만들자고 호소했습니다.

1986년 12월 4일 쌀가게 문을 열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쌀 4kg 주문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한살림이 이제 조합원 48만 세대를 넘어서는 우리나라 최대 생활협동 조직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살림의 규모는 커졌지만 우리가 처음 소망하던 대로 생명의 본성이 회복되고 죽임의 세상 흐름을 근원적으로 변화시켰는가? 자문하자면, 큰 아쉬움과 더욱 깊어진 시대적인 고민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생명의 무게조차도 무겁게 느끼면서 농사지은 한살림 밥을 입으로 모실 때마다 그런 마음으로 나도 남도 모시고 있는지, 이러한 한살림 가족의 삶에 감동받아 이웃들도 서로 앞 다투어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을 위해 한살림 가족이 되겠다고 나서게 하고 있는지, 우리는 그들에게 정성 다해 권하고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한살림 농민 생산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은 붕괴되고 식량자급기반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 자식들이 건강한 밥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농업은 온 우주가 인간에게 주는 생명 젖줄입니다. 날로 심해지고 있는 생명의 위기와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더 깊은 전 지구적 관심과 헌신적인 활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만나게 하고 친한 사이가 되도록 하여,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보장하는 사이가 되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또한 농산물의 유통단계를 줄여서 과다한 유통마진을 줄이는 직거래 활동을 펼쳐서 농산물의 품질이나 수량을 믿을 수 있도록 하고, 적절한 가격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땅도 살리고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서로가 믿고 돕는 관계가 되고, 자연과 사람 모두의 건강과 생명이 보호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이 운동에 많은 분들의 이해와 성원과 참여를 고대합니다.”

한살림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 희망의 씨앗을 들고 세상에 첫발을 떼던 그 뜨거운 열정을 되살려 봅시다. 나로부터 생명가치대로 살면 지금 여기 우리들과 내일의 누군가를 살리는 아름다운 열매가 맺힐 것입니다. 더욱 높은 자긍심과 소명의식으로 또 새길을 만들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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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교수, KMCN 집행위원장


거대한 우주 질서의 하나인 절기의 변화에 삶의 뿌리를 튼실히 박고 그 변화에 반응하여 살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절기의 변화와 자연의 질서를 잊고 사는 우리는 이제 우주에 뿌리박은 우리 몸과 함께 먹을거리마저 잃어 가고 있다.

『다윈의 대답2 : 왜 인간은 농부가 되었는가?』의 저자인 진화생물학자 콜린 텃지는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어준 농업이 역설적이게도 우리 인간을 어쩌면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고약한 악순환’의 수렁으로 몰아넣는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인위적인 유전자 조작기술에 의해 자연생태계에서는 절대 생겨날 수 없는 새로운 성질이 부여된 유전자조작생물(이하 GMO)에 의한 역습이 그 대표적이다.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평창에서 개최된 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회의에 대비해, 생산과 소비 영역에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고민하고 있는 한살림을 포함한 국내 21개 단체들이 ‘MOP7 한국시민네트워크(이하 KMCN)’를 결성했다. KMCN은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 제고와 바이오안전성에 대한 문제의식 확산을 위해 한살림이 주축이 되어 8월 26일에 횡성과 원주지역, 9월 2일 평택지역을 중심으로 자생GMO조사활동을 펼치고 그 결과를 발표해 시민들의 GMO 대응 활동(모니터링)과 표시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세계에서 두 번째로 GMO 농산물을 많이 수입하고 있지만 이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 등에 GMO 표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를 수밖에 없는 현행 국내 식품표시제의 허점과 GMO 표시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네 차례에 걸쳐 각종 가공식품의 표시 실태를 조사해 공개했다. 조사결과, 원재료로 대두 또는 옥수수를 사용하고 있는 국내 시판 식용유, 장류 등 6개 품목 어디에서도 GMO 관련 표시를 찾을 수 없었고 정확한 원산지 표시가 있는 제품은 일부에 불과했다.

지난 8월에는 서울·수도권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GMO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자의 86.4%가 식품에 GMO 원료 사용여부를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GMO 표시 예외규정에 대해서도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모두 표시하도록 하는 표시제도 규정의 강화(완전표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GMO 표시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실행법인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는 GMO 수입승인 품목(7개) 중 비의도적 혼입을 고려한 허용치 3% 미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표시하게 되어 있지만 이에 대한 예외가 몇 개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종 식품에 GMO DNA 또는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 GMO 원료의 사용여부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규정이다. 참고로 유럽은 이에 대해서도 표시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먹을 권리가 있다.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여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먹을거리 수입을 막고 국내에서의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과 소비를 위해 엄격하고 철저한 GMO 완전표시제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값싼 유전자조작식품이 범람하고 있는 시대에 생명이 가득한 식품, 자연의 섭리와 질서를 따라 길러지고 만들어진 식품의 소중함은 그래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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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숙 한살림성남용인 이사장, 한살림연합 공동대표

한살림이 큰 상을 받았다. 지난 9월 19일 독일 레가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에서 주최하는 ‘하나의 세계상(One World Award, 이하 ’국제유기농업상‘)의 대상격인 금상을 받은 것이다.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받았으니 물론 자랑스럽다. 그러나 한살림은 남에게 인정받고 상을 받기 위해 무엇을 억지스럽게 해오지는 않았다. 한살림은 일관되게, 생명의 원리에 따라 농업과 밥상을 살리고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사는 길을 향해 뜻을 세우고 원칙을 지켜왔다. 한살림의 이러한 참되고 바른 마음을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에서 이해하고 인정해준 것이다.

시상식에서 레나테 퀴나스트(Renate Kunast) 전(前) 독일 연방식품농업소비자 보호부 장관은 “한살림은 성공적으로 유기농 사업을 이끌어 내면서도 그 원칙을 잃지 않았으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의 삶을 돌보는 점이 인상적이고 이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한살림은 성공적인 유기농 사업이지만 사실 운동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는 심사평을 했다.

알려진 것처럼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작은 쌀가게를 내면서 시작되었다. 올해로 어느새 28년째다. 당시 우리 사회는 산업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위해 맹목적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고, 저임금의 전제는 값싼 먹을거리였다. 밀가루 등 값싼 수입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와 우리 농업기반을 허물어트리고, 한편에서는 단기간에 생산력을 높이겠다는 욕심에 화학비료와 농약을 아낌없이 뿌려댄 결과 땅도 사람도 신음하기 시작했다.



<한살림을 시작하면서>에 밝힌 포부를 보면, 그것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쌀, 유정란, 참기름 등을 조촐하게 쌓아놓았던 작은 쌀가게 ‘한살림농산’은 이제 조합원 46만 세대, 생산자 농민 2100여 세대, 취급하는 물품도 2천 가지가 넘는 큰 조직으로 자라났다.

역설적이게도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나아가 국제적으로도 한살림을 주목하는 시선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먹을거리와 생태계, 그리고 사람들의 관계가 더욱 위태로워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때문인지 최근 한살림을 찾아오는 해외단체나 정부기관들이 늘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 운동으로 더불어 사는 한살림 운동을 대안적인 모델로 주목하는 곳이 많아졌다.

한살림이 돈과 시장의 논리를 넘어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사는 길을 연 것은 맞지만, 현재 한살림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은 이제 겨우 전국 전체 세대의 2% 남짓, 농지면적도 0.22%에 지나지 않는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세월호의 침몰, 이제 절체절명의 위기에까지 내몰린 농업의 현실 등 생명을 외면하고 돈을 좇는 각박한 마음이 빚어낸 참담한 현실을 감안하면, 한살림은 여전히 문명 위기의 상황을 돌이키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상국 한살림연합 상임대표는 수상소감으로 “더 깊고 넓은 지속가능한 생명살림의 활동을 좀 더 속도감 있게 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했을 것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길을 나서자. 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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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정부의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전면 개방 선언으로 국민들은 ‘안녕들 하지’ 못하다. 쌀은 이 땅의 역사와 함께해 온 오래된 제터먹이이며 우리 생명밥상 주권의 상징인데, 정부는 일방적으로 개방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동안 양곡관리법으로 쌀 수입을 금지해왔지만, 지난 7월 18일 정부 발표대로라면 앞으로 누구나 관세만 내면 쌀을 수입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지난 20년 간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대신 의무적으로 일정량의 쌀을 수입해왔다. 정부는 2013년 쌀 의무수입량이 국내 소비량의 9%에 달하는 40만9천 톤까지 늘어난 점을 들어 쌀을 전면 개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높은 관세를 매기면 추가 수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같은 변수 등을 고려하면 고율관세를 유지하는 일이 결코 녹록치만은 않아 보인다.

쌀 시장 전면 개방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곡물 자급률이 23.1%(2013년)까지 추락한 나라에서 쌀 생산기반마저 무너지면(쌀 자급률은 3년 연속 80%대를 이어가고 있음) 우리 농업은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생명밥상 주권도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해당사자들과의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국회의 동의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쌀 시장 전면 개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쌀 시장 전면 개방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정부에 대해 쌀 관세화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충실히 제공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쌀 관세화 방침을 정하기에 앞서 국내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야 함에도 정부는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고 있다. 법이 정한 대로 민주적인 의견수렴을 거치고 주권국가의 주인으로서 제대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은 마땅히 관련 정보를 알아야 한다.

둘째, 정부가 2014년의 상태 즉, 쌀수입허가제와 2014년 의무수입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도록 요구해야 한다. WTO 협정문에는 쌀 시장 개방을 미룰 경우 의무수입량을 늘린다거나 한번 늘어난 의무수입량을 다시 줄일 수 없다는 조항이 없다. 2014년 9월까지 쌀 관세화를 통보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15년 쌀 시장 자동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셋째, 불가피하게 관세화가 진행되더라도 WTO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장 높은 관세율을 설정할 것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여러 연구소들이 예측하는 관세율은 500%를 약간 웃돈다). 다른 나라에서 정부가 정한 관세율을 검증하고 이의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도 고율관세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앞으로 WTO나 TPP 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을 낮추라는 압력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정부가 쌀 관세화를 밀어붙이기 전에, 우리 쌀 생산기반을 지킬 획기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서둘러 마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통상협상에 대한 치밀한 협상전략을 세울 것을 요구해야 한다. 지난 20년 간 쌀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한없이 굼떴고 대책은 우왕좌왕했다. 향후 한중FTA, TPP 등의 협상에서 예상되는 쌀 관세 추가 인하 압력에 대해 정부는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다섯째, 이제라도 쌀의 공공적 가치에 대한 소비자 공감 폭을 넓혀가면서 쌀을 바라보는 농정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쌀 시장 전면 개방은 결코 6%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94%의 소비자들에게도 절실하고 절박한 문제다. 전면 개방으로 국내 쌀 시장이 불안정해지면 벼 재배면적이 갈수록 줄어들고 쌀 자급률도 덩달아 떨어지게 된다. 기후변화가 심상찮은 상황에서 큰 기상이변이라도 일어나면 돈 주고도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여섯째, 쌀 관련 물품 이용을 늘리고 쌀밥 중심의 전통적 식문화를 보존해야 한다. 한살림은 초창기부터 우리 농업과 생명활동의 근간인 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1992년에 ‘쌀수입은 위험하다’와 같은 비디오테이프를 제작 배포했으며, 2002년 이후 ‘우리쌀 지키기 운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이런 노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쌀 시장 전면 개방에 대해 회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쌀 관련 물품을 확대하면서 이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시민사회와 함께 쌀밥 중심의 전통적 식문화를 계승하고 보존하기 위한 국민운동을 제안하고 전개해야 한다.

쌀은 우리 땅에서 유구한 세월 우주 만물의 협동과 농부들의 땀과 정성으로 이어져 왔다. 앞으로도 쌀이 우리 민족의 먹을거리로 남고 우리 아이들도 우리와 같은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지금 쌀 시장 전면 개방을 막는데 온 마음과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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