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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살림의 창

한미 FTA, 우리 밥상이 위태롭다.




글  우미숙  한살림성남용인 이사장
 

협상과 재협상을 거듭하며 4년 이상 끌어온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10월12일 미국 의회에서 먼저 비준되었다. 엄격히 말하면, 미국 국내법에 맞게 새로 작성한 이행법률안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장치를 단단하게 장착한 법안이다. 이제 우리 국회의 비준만 남았다. 협상 초기에 많은 외교·경제 전문가들이 군사대국이며 전 세계 통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우리나라가 동등하게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나누고 함께 이익을 얻는 자유로운 무역협정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애초에 누구를 위한 자유이고 개방인지 눈에 빤히 보이는 협상이었다.

  정부는 한미FTA가 가져올 경제효과가 국내총생산의 5.7%에 이르고 일자리가 35만 개 늘어나며 외국인 투자와 무역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날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설혹 한미FTA가 가져올 희망찬 성과가 있다고 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한미FTA를 받아들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협상이 우리 농업을 희생시키는 것을 전제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각국의 정부와 주요기업의 민감한 문서를 공개하는 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한미FTA협상과정에서 오고간 밀약문서와 발언을 공개했다. 그 내용을 보면,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몇 안 되는 축산업자와 귤 재배자들 때문에 한국이 한미FTA를 포기할 수 없다”며 애초부터 농민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협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대통령 취임 직후,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부시 대통령과 별장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광우병 위험 때문에 중지됐던 미국산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겠다고 덜컥 약속까지 했다.

  한미FTA협상 당시 수석대표였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FTA안에 쌀 개방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미국이 압박을 가해오자 WTO쌀쿼터협정이 종료되는 시점에 쌀 협상을 하겠다고 미국을 안심시켰다. 국가의 근간이 되는 농업을 희생시키며 미국의 이익을 위해 정부와 대통령이 소매를 걷고 나선 꼴이다.

 한미FTA를 받아들일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는, 당장 한미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 농업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협정 안에 의하면 농산물 1531개 품목 중 38%인 567개 품목의 관세가 없어진다. 빗장이 풀리고 값싼 수입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면 우리 농산물은 가격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워 논밭을 갈아엎는 일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며,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도 늘어날 것이다. 농토가 줄어들어 결국 우리 땅에서 나는 식량을 확보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한미FTA 때문에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학교급식까지 수입농산물로 차려야 한다면 이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한미FTA안에는 지자체나 시도교육청이 관장하는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우선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지역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내용이 담긴 조례가 있더라도 FTA가 우선 적용된다.
 
  수십 년간 농부의 땀과 하늘의 기운으로 생명을 길러온 농토를 한낱 수입쌀 수입배추 수입과일 때문에 한번에 갈아엎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국민 99%의 생계를 위협하고 식량안보를 위기로 모는 한미FTA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글을 쓴 우미숙 님은 2004년부터 한살림서울 홍보위원으로 한살림 생명살림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한살림성남용인생협 창립 때부터 4년 간 이사와 홍보위원장을 맡아 조합원 소식지 <좁쌀세알>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을 해 왔다. 현재 <살림이야기> 편집위원, 한살림성남용인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