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 물품 중에는 하루 세끼 우리의 소중한 밥상을 책임져주는 먹을거리도 있지만, 살림살이에 없어서는 안 될 요긴한 생활 용품들도 많다. 특히 아침저녁 우리의 얼굴을 졸음과 먼지로부터 상쾌하게 해방시켜주는, 순하면서도 깔끔한 수제비누는 욕실의 필수품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한 손에 가볍게 잡히는 크기에 자연스럽고 수수한 색과 무늬,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푸근한 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수제비누는 사람 손에서 만들어졌으나 자연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 향기 를 찾아, 정성스럽게 수제비누가 만들어지는 강원도 강릉시 천향의 김철순 대표를 찾아갔다.

한살림의 모든 생산지가 다 그렇듯이 천향도 그저 평범한 비누 생산업체가 아니다. 천향은 취약계층과 장애인이 차별 없이 함 께 어우러져 기업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를 실현하는 생산공동체이며 사회적기업이다. 2008년 12월 강릉뇌성마비장애인연합의 천연비누사업단으로 출발한 천향 은 곧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선정이 된데 이어 2010 년 10월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15명의 생산자가 오순 도순 함께 일 하고 있다.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김철순 생산자도 3살때부터 소아마비로 인해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보통 소아마비인 경우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같은 방향으로, 또는 상반신이나 하반신 중 한 곳으로 마비가 오는데 본인은 특이하게도 왼쪽팔과 오른 쪽다리가 불편하기에 “장애인계의 불량아”라며 너스레를 떨 정도로 밝은 사람이다. 그는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을 떠난 적이 없고, 천향에 들어오기 전에는 사회운동을 하면서 장애인들의 취업과 사회복지를 위해 활동하고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다. 한 때는 음식점을 하기도 했지만 몸이 불편한 한계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인체에 무해한 원재료로 환경을 생각하며 비누를 만든다 는 천향의 뜻에 동의해 2010년 말부터 결합하게 되었고 영업팀장, 생산팀장을 거쳐 작년 8월, 생산자들의 투표로 대표직을 맡게 되었다.
현재 천향에서는 한살림에 수제세안비누, 아기순비누, 화장지움비누 이렇게 3가지의 수제비누를 공급하고 있는데 맨 처음 공급하기 시작한 것은 수제세안비누였다. 그 이후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새로운 물품을 개발하고 종류도 늘려간 것이라 했다.

“지금도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한살림 조합원분들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한살림에 물품 을 공급한 과정을 설명하며 김철순 대표는 조합원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2010년 5월 천향이 한살림에 공급을 시작할 무렵, 같은 지역에 있는 한살림강원영동에서 물품비를 선불로 주는 등 믿음을 바탕으로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수제 비누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천향은 처음에는 한살림강원영동에 지역물품으로만 공급하다가 점점 생산이 안정화되면서 공급을 늘려 이제는 전국의 조합원들에 게 공급하고 있다. 천향의 수제비누는 비누 종류에 따라 조금 다른 기능성 첨가물을 넣는 것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먼저, 산성성분의 베이스오일(코 코넛·올리브·미강유 등)에 비누의 성질이 생기도록 비누화 반응을 일으키는 알칼리성분의 가성소다를 넣는다. 비누화 반응이 일어나면 만들고자 하는 용도별로 로즈마리추출액 (수제세안비누), 라벤다향유(아기순비누), 율무분말(화장지움 비누) 등을 첨가하며 틀에 부어 굳히고 자른다. 
성형이 된 뒤 4~6주간 섭씨 20~25도에서 20%의 습도를 유지하여 말리면 조합원들이 공급받는 수제비누가 완성된다. 수제비누라는 말 그대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손으로 진행하는데 비누의 종류 마다 각기 다른 효능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 과정은 꼼꼼하고 철저하게 관리된다.


김철순 대표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세 가지 비누 중, 연약하고 민감한 피부에도 사용 가능한 아기순비누를 적극 추천 했다.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 나 사용 할 수 있고, 특히 아토피성 피부에도 효과가 있는데 명칭 때문에 마치 유아전용 비누인 것으로 오해를 하시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요

즘 새롭게 인진쑥 목욕비누를 개발하고 있는데 시험사용 해본 분들의 반응이 좋다며 올 여름에 새 물품으로 제안할 계획이니 기대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비누를 만드는 작업장은 넓지는 않지만 작업을 하는 두 개의 탁자 외에는 빈 공간이 넉넉하여 장애를 가진 생산자에게 불편 하지 않아 보였고, 어렵거나 혼자하기 힘든 일은 서로 웃음을 머금고 협동하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조금씩 장애가 있는 분들이지만 서로 의지하며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니 장애는 오히려 다른 이와 소통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기대 사는 것이 자연의 순리가 아닌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만드는 천향의 수제비누에서는 자연의 향기가 날 수 밖에 없다.

글,사진 문재형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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