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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지에서 온 소식/살리는 이

사랑으로 가꾼 채소, 하루만에 조합원댁 밥상으로..


강의 한 줄기인 미호천은 충북 음성군 망이산 옹달샘에 서 발원해 청원군 보강천의 합류지점까지 약 37.5km를 흘러간다. 미호천변에 있는 뿌리공동체는 약 9만m² 규모의 농 지에서 10가구 회원 농가들이 시금치, 당근, 브로컬리, 토마토 등싱싱한채소를길러한살림에내고있다.식탁에자주오르 는 여러 작물들을 연중 공급하다보니 일년 내내 농한기도 없이 땀을 흘려야 한다. 도시에서 늘 푸른 채소를 받아먹는 입장에 서 여간 고맙고도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땅도 살려야하고, 한살림 가족들께 보낼 먹을거린데 절대 농약을 쓸 수 없지요.” 30년 동안 유기농업을 고수해온 김봉기 생산자의 말이다. 그는 인근에 사는 농부들에게 유기농업을 전 파하며 뿌리공동체를 일구어온 사람이다. 김봉기 생산자의 고 향은 원래 강원도 홍천이었다. 서울과 가까워 유통이 편하고 기후도 따뜻해 미생물 발효도 잘되는 곳을 찾아 1987년에 청주 로 와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요즘은 친환경 농자재들이 많이 개발돼 유기농 농사가 예전에 비해 수월해졌지만 그가 유기농 업을 결심하고 시작하던 1980년대 초만 해도 가장 기본적인 자 재인 미생물도 손수 배양해야 했다고 한다. 쌀밥을 지어 숲속 부엽토 위에 하루 정도 놓아두면 농사에 이로운 미생물들이 밥 속으로 스며들게 되는데 그렇게 모인 미생물들을 쌀겨와 섞어 발효 시켜서 농사에 이용해왔다.

“사람들이당장보기에빛깔좋고튼실한것만찾으니아무 리 건강하게 키웠다 해도 쳐다보지를 않았어요.” 병충해 방지 를위해서목초액도직접만들어뿌리는등온갖정성을다들 였지만 시장에서는 홀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장날 한 아름 가 져간 고추가 흠집이 많다고 팔리지 않아 고스란히 되가져오는 일도잦았다.벌레를한마리한마리손으로잡아가며열무를 키웠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이파리들 때문에 찾는 이가 없어 눈 물을머금고갈아엎기도했다.이런식으로먹고사는게가능


할까 싶어 몇 번 포기할까 고민도 했지만 농약의 폐해를 누구보 다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다고 한다.

타지에서 외롭게 고군분투 하던 그는 1992년, 흙살림에서 열린 유기농 강좌에서 운명처럼 한살림을 만나게 되었고 평소 유기농을 실천하며 한살림의 가치를 실천 했기에 별 고민 없이 한살림생산자가되었다.“벌레먹고못생긴작물들을믿고소 비해주는 조합원들을 보면서 격려가 됐고 용기도 얻었어요. 그

생채는 아삭하면서도 잎이 부드럽고 연해

쌈이나 샐러드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런 일들 겪으면서 생활 방식과 마음가짐까지 철저히 ‘한살림사 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이런 말을 하면서도 그의 얼굴은 감회어린 표정이 된다. 그는 1996년부터 10년 동안 한살림청주 공동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오늘의 한살림이 있기까지 참으 로 많은 조합원과 생산자들이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김봉기 생산자는 한살 림 생산자들과 함께 ‘어울림’ 이라는 풍물패를 꾸려 정월대보름 이나 가을걷이한마당 같은 한살림 행사에 정열적으로 참여하 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금도 아스파라거스를 시범재배 하는 등 열심히 재배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란 때문인지 그의 아들 김남수 생산자도 대학에서 원예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한살림에 일일채소를 공급하고 있다.

한살림은 비닐하우스 시설재배는 허용하되 그 안에 화석연 료를때가온을하는것은허용하지않고있다.대신한겨울에 출하되는쌈채소등은세겹의비닐사이로특별히가열을않 아도섭씨15도가량되는지하수및지표수를뿌려온도를유 지하는 ‘수막재배’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김봉기 김명선 생산 자 부부는 현재 토마토, 오이맛풋고추, 베타쌈배추, 생채 등 네 가지 작물을 생산하고 있는데 토마토와 오이맛풋고추는 출하 시기가좀더남아있어수막재배는하지않는다.요즘한창공 급되고 있는 생채는 아삭하면서도 잎이 부드럽고 연해 쌈이나 샐러드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매일매일 수확을 하고 수확한 당일에 한살림물류센터로 보내 조합원들의 가정이나 매장에는 다음날 싱싱한 상태로 도달하게 된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판에서 싹을 틔우고 있는 모종들을 가리키며 ‘여기가 우리 농사의 산실’이라며 환하게 미소 짓는 김봉기 생산자. 사랑이 가득한 손길로 키우는 채소들이 맛 또 한 좋을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