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앞에서 소비자 주권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어떤 가치를 갖는 소비자 주권인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공업이나 서비스업과는 달리 소비자가 수혜자가 되는 분야가 있기 때문인데요, 농업, 특히 생명농업이 그렇습니다. 요즘은 대형 축산업을 비롯해서 농업도 사료나 씨앗, 비료를 투입하면 고기와 농작물이 상품으로 나오는 공장산업처럼 변질되고는 있지만 생명활동을 지탱해주는 농업의 특성상 소비자 주권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런 바탕에서 생태적 순환과정, 생명과정 전체를 아우르는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 "생활협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활협동 안에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동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생산자, 소비자와 소비자의 연대와 협동이 함께 들어가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보자면 폐기과정의 주된 역할을 하고 있는 자연도 당연히 생활협동의 한 주체가 되어야하는데요, 직접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자연을 대변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협동조합은 투자한 자본의 크기에 따라 의사결정의 크기가 결정되는 자본주의 시장 시스템과 달리 출자금의 크기와 상관없이 구성원들의 11표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조직입니다. 협의를 통해 모든 의사가 결정되는 시스템이며 민주주의 훈련의 장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조합이 갖는 한계도 많습니다. 시장이나 주식회사에 비해 더딘 의사결정과 낮은 효율성도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참여한 구성원들이 자족적인 부분에 매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사회주의 이론가들이 노동조합, 협동조합운동을 '조합주의'라고 비판했습니다.

'조합주의'를 극복하기위해 생산-유통-소비-폐기 전 과정을 포함하는 시스템이 중요하고 조직운영에서도 생산자와 소비자, 실무자가 함께 참여하는 방법이 궁리되고 실현되어야 합니다.

생명운동에서 농업을 강조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 기대어 있는 협동조합의 물량주의에 대한 대안이 되기 때문입니다. 땅을 살리는 생명의 농업이 자본주의가 불러 온 대량생산과 그에 따른 대량소비를 극복할 대안사회의 굳건한 토대가 된다는 것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소비자협동조합운동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생명운동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가 갖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이름을 생활협동조합(생협)으로 바꾸고 농업을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책임생산과 소비를 통해 얼굴을 맞대고 삶을 나누려는 노력이 일상적인 일손 돕기나 생산지 방문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단오나 가을걷이 잔치에서 함께 만나 서로가 한 몸인 것을 확인하기도 하고 물품을 보내고 받을 때마다 그 뒤에 있는 서로의 마음과 얼굴을 떠올리며 귀하게 대합니다. 이런 생각을 놓치지 않는 것이 우리 삶 전체를 아우르는 진정한 생활협동운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을 쓴 윤선주 님은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활동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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