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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한살림 함께걸음

가공식품은 우리 농업의 또 다른 이름


가공식품은 우리 농업의 또 다른 이름
-유럽슬로푸드 연수 후기

글  김도준 옥잠화영농조합


지난 11월 14일부터 7박 9일간 유럽으로 ‘슬로푸드연수’를 다녀왔다. 연수 중 3일은 이탈리아의 소도시 브라에서, 4일은 프랑스의 뚜르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묵었다. 슬로푸드문화원에서 주관하는 연수에 한살림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한살림에서 진행한 기획연수 공모사업에 협업형 가공사업 사례를 견학하고 가공정책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추진된 연수였다. 개인적으로는 이러저러한 어수선한 분위기를 뒤로 하고 도망치듯 길을 떠났다.
우리 연수팀은 지난 여름 한살림을 방문했던 미식과학 대학의 모리니 교수님의 배려로 매우 많은 요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국제슬로푸드의 생물종 다양성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보호하고자 하는 품종이 있다면 먹어라."는 강의를 들으며 우리 한살림도 토종종자를 살리기 위해 우선 많이 먹는 운동을 벌여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첫 번째 방문지는 사과농장과 가공공장, 소축사와 퇴비사, 그리고 밀밭과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곳은 국제슬로푸드 재단에서 추천하는 모범적인 프레지디아(맛지킴이)라고 하였다. 들어갈 때는 지저분하고 산만한 느낌이었지만 나오면서는 유기농의 정신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의 조화를 소홀히 한 채 방역과 소독 일변도인 미국과 일본의 식품위생 정책만을 추종해왔다는 생각이 들어 반성을 하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가 유로구스토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유럽 유기농 소생산자들의 식품박람회와 유사한 행사였다. 행사에 참여하며, '한살림 장터'도 조금만 가다듬으면 매우 훌륭한 자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포도주 농장을 방문할 때마다(아마 3~4곳은 구경한 듯) 느낀 바는 프랑스에서 주식이나 마찬가지인 포도주가 매우 다양하게 개발되어 해당 산업을 발전시키듯이, 우리도 주식인 쌀로 하는 가공식품을 다양하게 개발하여 농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번 슬로푸드 연수에서 깨달은 것은 1차생산자와 가공생산자가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과농장을 방문하면 사과주스를 만들고 포도주공장을 방문하면 포도농사를 짓고, 산양농장을 방문하면 치즈를 만들고, 심지어 버섯농가를 방문해도 가공품을 전시하고 판매하였다. 1차농산물과 가공식품은 뗄 수 없
는 하나라는 것이다. “가공식품은 우리 농업의 또 다른 이름이다.”라는 이들의 말이 귓가를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