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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살리는 말

<살리는 말> 생명운동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이 땅의 모든 운동이 무언가를 지키고 살리자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되듯이 생명운동 또한 생명에 대한 경시와 폭력을 중단하고 생명 존중의 마음자리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입니다. '한살림선언'이 발표되면서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이 말은 그 전부터 정책과 제도를 바꾸려는 집단적이고 의식적인 움직임이 아닌 새로운 운동을 모색하던 장일순, 박재일, 김지하선생님들이 만들어 쓰신 것 같습니다. 물질이 모든 가치의 위에 있게 되면서 대대로 내려오던 공동체의 붕괴나 인간성 상실을 불러왔고 산업문명이 가져온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인류와 지구전체 생명체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봅니다. 그런 이유로 생명운동은 오염원의 제거나 정책, 제도의 일부 수정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더보기
<살리는 말> 한살림 지금은 ‘한살림’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우리 스스로 하는 일을 소개할 때도 별 어려움을 겪지 않습니다. ‘한살림 농산’이 제기동에서 5가지 물품으로 사회에 말을 걸기 시작한 지 25년이 지나면서 많이 성장을 하기도 했지만 사회적으로도 생명을 지키고 가꾸는 일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라는 의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과 ‘살림’의 합성어인 ‘한살림’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을 모아 커다란 하나의 세상을 잘 살리자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나 개인의 생명을 대하고 모시는 태도를 밖으로 확장해 나가 너의 그것과 만나고 너와 나의 작은 공동체가 또 다시 이어져 끝없이 연결되면 전체가 하나가 된다는 거지요. 작은 개인이 모여 하나가 되어 죽어가는 지구와 세상, 병들어가는 뭇 생명을.. 더보기
<살리는 말> 님 우리 옛 어른들은 ‘님’이라는 말을 참 즐겨 쓰셨지요. 집안 식구들을 부를 때에 할머님, 할아버님, 어머님, 아버님은 물론이고 형님, 누님에 이르기 까지, 매일 얼굴 마주 보며 모든 일을 함께 나누는 친한 사이끼리도 ‘님’ 을 붙여 부르는데 익숙했습니다. 사람에게 뿐만 아니라 해님, 달님, 별님, 비님에 이르기 까지 자연만물에도 ‘님’ 을 붙여 부르곤 했습니다. 심지어 처음 보는 낯선 길손에게도 손님이라 부르며 높였는데요, 처음 들어 간 중학교 영어시간에 가장 놀라웠던 일 중의 하나가 존칭이 따로 없어 부모의 이름을 흔히 부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님’ 의 옛말은 ‘니마’ 라고 하는데 태양신을 가리키는 것이라지요. 우리 민족이 상대방을 부르는 끝말에 ‘님’ 을 붙인 것은 상대방을 .. 더보기
<살리는 말> 기룸 살리는 말|모심과 살림 연구소에서 출간한 모심살림총서 3 에 수록된 말들을 되새기며 음미합니다. 글|윤선주 · 한살림연합 이사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은 아주 작은 씨앗에서 시작합니다. 종에 따라 크기가 다르기는 하지만 큰 씨앗이 반드시 크게 자라거나 작은 씨앗이라고 작게만 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기르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고 누가 기르느냐가 중요해지기도 합니다. 88번 농부의 손길로 기르는 벼가 있는가 하면 우주만물이 함께 기르는 들풀, 작은 벌레, 하늘의 새도 있습니다. 물론 벼도 순전히 농부의 손으로만 기르지는 않지요.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흙 속의 미생물조차 어머니 대지의 자식들을 함께 기릅니다. 그리고 사람은 자신의 아이를 자기 몸속에서부터 기르기 시작합니다.. 더보기
<살리는 말> 모심 살리는 말|모심과 살림 연구소에서 출간한 모심살림총서 3 에 수록된 말들을 되새기며 음미합니다. 글|윤선주 · 한살림연합 이사 우리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과 함께 할 때 모신다고 합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거나 선생님을 모시러 가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그런 예이지요.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딱히 상대가 나보다 더 나은 면이 없는데도 모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늘 그를 내 마음에 모시고 무엇을 하든지 그를 중심에 두고 삽니다. 맛난 음식을 먹을 때 옆에 없는 그가 생각나고 아름다운 풍경을 대할 때도 그가 옆에 없어 안타깝습니다. 문득 비 갠 뒤 하늘에 떠오른 무지개를 보면서도 그가 함께 있다면 더 기쁠 거라 생각합니다. 그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더보기
<살리는 말> 살림 “집에서 살림만 한다.” “딴 살림 냈다.” “한 살림 차렸다.” 등등 ‘살림’은 너무나도 쉽게 듣고 하는 말입니다. 살림은 이렇듯 한 가정을 꾸리고 만들어 나가는 일을 말하는 명사이기도 하지만 ‘살리다’는 동사의 명사형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촛불을 끄지 않는 것과 같은 작은 살림도 있지만 수돗물을 아껴서 하천을 살리고 자가용대신 전철이나 버스, 더 나아가 걷기나 자전거 타기를 통해 맑은 공기를 살리기도 합니다. 농약이나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제 힘들여 힘들게 농사를 지으면서 온 우주에 깃든 낱 생명 하나하나를 살리기도 하고요. 또, 그렇게 온 힘들여 지은 농산물로 우리 모두의 생명을 살리지요. 목말라 곧 죽을 것 같아도, 너무 추워 열매를 맺지 못해 스스로의 씨앗을 만들.. 더보기
<살리는 말> 한 한 우리말 ‘한’은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서로 반대가 되는 뜻을 동시에 갖기 때문이지요. ‘하나’라는 뜻과 ‘크다’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 다른 언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말이기도 합니다. 하나라는 뜻도 아주 작은 크기로서 온전하게 존재하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그 작은 하나, 하나가 모여서 만든 커다란 하나도 하나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지구의 소중함을 말하기 위해 ‘하나뿐인 지구’라는 말을 즐겨 씁니다. 셀 수없이 많은 태양계 속의 하나인 행성이라는 의미에서 지구는 하나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지구 속에는 사람만 헤아려도 70억 명이 살고 있고 생태계의 모든 생명체와 우리가 흔히 생명이 없다고 여기는 광물, 흙, 물, 공기들 까지 모두 얼마나 많은 하나, 하나를 품고 있는지 감히 계산 해 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