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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살리는 말

<살리는 말> 살림


집에서 살림만 한다.” “딴 살림 냈다.” “한 살림 차렸다.” 등등 ‘살림’은 너무나도 쉽게 듣고 하는 말입니다. 살림은 이렇듯 한 가정을 꾸리고 만들어 나가는 일을 말하는 명사이기도 하지만 ‘살리다’는 동사의 명사형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촛불을 끄지 않는 것과 같은 작은 살림도 있지만 수돗물을 아껴서 하천을 살리고 자가용대신 전철이나 버스, 더 나아가 걷기나 자전거 타기를 통해 맑은 공기를 살리기도 합니다.


농약이나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제 힘들여 힘들게 농사를 지으면서 온 우주에 깃든 낱 생명 하나하나를 살리기도 하고요. 또, 그렇게 온 힘들여 지은 농산물로 우리 모두의 생명을 살리지요. 목말라 곧 죽을 것 같아도, 너무 추워 열매를 맺지 못해 스스로의 씨앗을 만들지 못해도 비명은커녕 신음소리 조차 못 내는 생물들. 그들에게 귀 기울이고 보살피고 같이 아파하며 겪어내는 농부들이 어쩌면 온 우주를 살리려고 애쓰는 가장 큰 살림꾼인지도 모릅니다. 아이를 함께 품고 낳아 키우며 자신의 기쁨과 보람을 그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것으로 채우는 모든 부모들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가장 큰 살림은 상대를 향한 따뜻한 위로의 마음, 함께 있음, 사랑의 눈길, 힘이 되는 격려의 말이 아닐까합니다. 마치 제가 무척 힘들 때,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께서 “그 사람들 왜 그런다니? 바라보기도 아까운 내 딸인데~” 하셨던 그 한마디처럼 아무리 나눌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어려움에 빠진 누군가를 살릴 따듯한 말 한마디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 하셨던 그 말씀이 아직도 주저앉아 ‘그만 할래!’라는 마음이 들 때마다 저를 일으켜 다시 하루를 활기차게 살게 하거든요.

글/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글쓴이 소개  글을 쓴 윤선주님은 도시살이가 농촌과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일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살리는 말 소개  한살림은 말에도 생명이 있고, 말 속에도 모심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며 말도 살려 쓰려고 합니다. 한살림에서 운영중인 모심과 살림연구소에서 출간한 모심과 살림총서 3<<살림의 말들>>에 수록된 말들을 통해 한살림의 생명사상을 이해하고 실천되는 삶들을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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