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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발자취/살리는 말

<살리는 말> 풍류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풍류를 아는 민족이라고 전해져옵니다. 우리 춤을 생명운동 차원으로 끌어 올린채희완 선생은 한국고대사상의 한 상징인 풍류도는 천부경(天符經), 화랑도(花郞道)에서 그 시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풍류도를 가장 정확하게 전해주는 것은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의 난랑비서(鸞郞碑序)의 글인데요, 접화군생(接化群生)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접화군생이란 사람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동식물과 우주만물, 흙, 바람, 공기, 티끌까지도 마음 깊이 사귀어 경계를 없애고 서로 완성되고 해방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흔히 아주 가까운 사이를 말할 때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 합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두 사람, 혹은 여럿으로 보이지만 그들 사이에 생각하는 것도.. 더보기
<살리는 말> 경물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우리 집에서는 35년 전 돌아가신 아버님이 쓰시던 손톱깎이를 지금도 씁니다. 손에 익어 편하고 멀쩡하다고 어머님이 항상 챙기셨거든요. 해 잘 드는 마루 끝에 앉아 손톱정리를 하시던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아마 어느 집이나 물려받거나 오래 전에 장만해서 잘 쓰고 있는 물건들이 있을 거예요. 결혼 때 혼수로 마련한 책장이나 첫 월급으로 산 좋아하는 작가의 책, 혹은 부모님이 쓰시던 물건들은 우리를 훌쩍 그 때로 데려가 늘 기운을 북돋아줍니다. 비닐봉지나 종이행주는 한 번 쓰고 버리는 1회용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씻거나 말려서 몇 번이고 다시 씁니다.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드는 것 같지만 여전히 편한 1회용 대신 손수건, 장바구니, 걸레 등을 쓰는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우리 .. 더보기
<살리는 말> 경인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삼경론(三敬論)의 두 번째는 경인(敬人)인데요, 생태주의나 녹색운동에서는 지나치게 인간 중심인 세상에 대해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대의 자본주의나 산업문명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는 인간이 철저하게 도구화되어 있습니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단지 생산이나 소비의 도구나 수단일 뿐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사람을 바라보는 모든 가치 척도가 오로지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정해진다는 거지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이주노동자 등 사람에 대한 차별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추구하는 생명문화운동을 달리 말한다면 아름다움의 가치를 우리 삶의 선택 기준으로 만들어가는 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동양학자 박현 선생은 아름다움은 ‘알움’답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더보기
<살리는 말> 경천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앞에서 살펴 본대로(연합소식지 22호, 6면) 삼재론(三才論)에서 해월선생님의 삼경론(三敬論)이 나왔습니다. 삼경론은 삼재 즉, 천지인(天地人)을 잘 모시고 공경하자는 생명운동의 윤리적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天)은 예로부터 보이지 않는 영적인 세계, 만물의 근원으로 공경과 감사의 대상이었지만 이성(理性)과 물질, 경제 중심의 사회가 정착하면서 철저하게 무시되었습니다. 신(神)의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하늘은 현대에 접어들어 종교적인 숭배의 대상으로만 축소되었고 그마저도 세속화되고 있습니다. 영적 세계의 파괴는 인간성의 파괴와 소외로 나타나며 정신적인 규제나 규범의 파괴와도 맞물립니다. 물질이 풍요로운 사회일수록 정신 질환이 만연하는 현상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가난하.. 더보기
<살리는 말> 이천식천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이천식천(以天食天)은 “한울이 한울을 먹는다”는 뜻으로, 동학의 2대 교조 해월 최시형 선생의 말입니다. 동학에서는 모든 만물이 한울님을 자기 안에 모시고 있는 거룩한 존재라 여깁니다. 동물 뿐 아니라 들판의 작은 풀씨 하나도 자신이 싹을 틔울 적당한 시간을 고를 줄 알고 햇빛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몸을 비틀고 씨앗을 많이 퍼뜨리기 위해 머리를 씁니다. 움직일 수는 없지만 그렇게 해서 자신들의 영토를 넓혀 나가는 것은 들꽃의 군락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기쁨과 슬픔, 심지어 분노와 공포도 느낄 수 있겠지요. 《식물의 사생활》을 비롯한 여러 가지 책이나 연구 논문을 보면 식물에게 감정이 있다는 점이 현대과학으로도 증명되었는데 실제 아프리카의 어떤 원시 부족.. 더보기
<살리는 말> 인중천지일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는 의미로 우리 민족의 가장 오랜 경전이라는 천부경(天符經)에 나오는 말입니다. 천부경은 환웅이 백두산에 내려와 천하만민을 직접 가르치다 교화를 끝내고 승천하면서 인간들을 위해 하사했다는 내용으로 대종교에서 경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학계에서는 이것이 발견된 1910년대에 쓰인 위서(僞書)라고 해서 천대를 하는데요,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천부경이 담고 있는 철학과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본 천지인 삼재론이 하늘과 땅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한다면 이 인중천지일은 거기에 더하여 우주자연 속에서 인간의 역할을 강조하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1990년대 초 까지.. 더보기
<살리는 말> 삼재론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삼재론(三才論)은 고대 동양사상에서 우주의 세 가지 근원을 뜻하는 말로, 삼재(三材), 삼극(三極)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천(天), 지(地), 인(人)을 가리킵니다. 주역에 보면 괘(卦)에 6개의 효(爻)가 있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천도(天道), 지도(地道), 인도(人道)가 있으며, 삼재(三才)를 겸하여 이를 둘로 한다. 그래서 6”이라 했습니다. 한국 문화는 삼재론에 관해서 동양사상의 전통 속에 있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었습니다. 한국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무속(巫俗)에서 삼재는 영(靈)의 세계인 하늘, 육체의 세계인 땅,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는 영적 능력자로서의 무당, 즉 샤먼으로 대표되는 사람을 말합니다. 우주와 세계는 바로 이 삼자, 즉 하늘과 땅,.. 더보기
<살리는 말> 식일완만사지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식일완만사지(食一碗萬事知) 동학의 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 선생의 말씀인데요, 밥 한 그릇을 먹으면서 만사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뜻입니다. 밥 한 그릇과 만물의 이치, 쉽게 연결이 되지 않지요? 그렇다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듯한 밥 한 그릇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어떤 도움과 협동이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한 여름의 강한 햇볕이 벼를 여물게 하는 일이지요. 늘 찰랑거리는 물도 필요하고 잎사귀와 벼 이삭을 흔드는 신선한 바람과 때를 맞춰 내리는 비도 꼭 있어야겠지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햇빛과 함께 밤하늘의 달빛, 별빛도 벼가 튼튼하게 자라도록 도울 거고요. 그런가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흙속의 미생물과 벌레들이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제.. 더보기
<살리는 말> 반포지리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반포지리(反哺之理). “도로 먹이는 이치”, “되갚는 이치”라는 말입니다. 까마귀는 새끼가 부화하고 60일 동안은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지만 어미가 늙어 사냥할 힘이 없어지면 이번엔 새끼가 어미를 먹여 살린다고 합니다. 이 일을 빌려 자식이 자라 어버이의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을 말하는 반포지효(反哺之孝)에서 나온 말입니다. 우리는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도움을 받아 자랍니다. 부모의 은혜는 물론이고 가족과 이웃, 친구와 스승, 온갖 생명을 품고 키우는 어머니 대지와 자연에 기대어 농사를 짓는 농부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어쩌면 온 세상으로부터 너무 많은 은혜를 입으면서 살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 더보기
<살리는 말> 천지부모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천지부모란 말은 하늘과 땅을 우리의 부모님에 비유한 말인데요, 모든 자연 현상을 물질로 보고 분석하는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쭉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는 말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과 철학이 녹아있는 심오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냥 “해가 뜬다”, “비가 온다”고 말하는 일이 많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가 오신다”라고 하거나 “햇님, 달님”이라며 존칭을 붙이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서양식 사고방식에 익숙한 저도 한동안 사물에 대해 마치 웃어른 대하듯 존댓말을 하는 어른들이 이상했는데요. 하늘과 땅, 우주 만물과 농부의 협동으로 농사를 짓는 우리 한살림 생산자들을 만난 후, 그 까닭을 비로소 깨우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