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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어 가는 농지보전운동

[살림의 창]

함께 만들어 가는

농지보전운동

글 최용재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부설 유기농업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들어 다양한 이유로 인해 일어나는 친환경 유기농지의 유실, 귀농 시 애로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는 농지 확보의 어려움 등이 농지보전운동의 절실함을 피부로 느끼게 만든다. 

경자유전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산자들은 여전히 임대로 농사짓고 있는데, 지주가 농지를 처분하거나 각종 개발 사업 붐이 일어나면 애써 가꾼 유기농지를 포기하게 된다. 또한, 생산자의 고령화로 인한 농업 중단이나 농사짓지 않는 자식들에게 농지를 상속하는 일도 무시 못 할 요인이다. 이렇게 줄어들어 가는 유기농지를 포함한 농지의 공익적 기능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농지를 보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또한, 농촌이라는 공간을 뛰어넘어 농업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도시에서의 농지보전도 필요하다. 농지보전운동은 높은 지가와 개발 압력, 복잡한 소유와 이용 방식 등의 국내 여건상 농지공유가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개럿 하딩은 《공유지의 비극》(1969)을 발표하며 정부의 규제와 공유지의 사유화를 주장했다. 그렇지만, 최근 많은 연구에서는 이와 반대로 역사적으로 ‘공유지의 성공’이 대부분이며, 수천 년 동안 지역사회는 공유지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에 마을 단위에 있었던 공동체 경제인 동계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농지공유를 통한 농지보전운동의 사례는 적지 않다. 최근의 국내 사례로 ‘한살림 DMZ 평화농장’과 한살림성남용인생협의 ‘논 지키기’, 홍성 평화토지기금 등이 있고 외국의 대표적 사례로는 지역공동체의 지원에 기반한 농업(CSA)과 연계한 미국의 공동체토지신탁(CTL), 영국에서 1907년 제정된 국민신탁법에 근거한 국민신탁(내셔널트러스트 운동)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농지공유운동을 국내에서 펼치기에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 헌법 및 농지법에 의거한 ‘경자유전’의 원칙에 의해 농지를 쉽게 취득하기 어렵고,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농업법인에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면 농지보전운동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는 점이다. 농업법인과 공익신탁법인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여 지속가능한 농지보전운동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농지보전을 위한 농지공유운동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원칙이 있다. 첫째, 농지를 확보할 때 생산자·소비자를 중심으로 시민, 관련 단체, 중앙 및 지방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둘째, 개발압력이 존재하는 지역의 유기농지를 우선 보전대상으로 해야 한다. 셋째, 확보한 농지를 절대 보전하고, 친환경 농업을 실천해야 한다. 넷째, 농지에서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선도적으로 농지보전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한살림에 거는 기대가 크다. 농지보전운동의 보다 큰 결실을 위해 한살림이 식량안보·귀농귀촌·로컬푸드·환경정책·사회적기업·도시농업 등 농지보전에 관심있는 다양한 운동 주체들과 함께 해가는 것을 기대해본다.

 


글을 쓴 최용재 님은 1990년대 초반 환경운동에 참여하다가 환경을 살리는 일은 농업과 공동체에 기반한 자립적인 삶이라 생각하고 2000년 이후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환경농업단체연합회·전국귀농운동본부·도시농업시민협의회 부설 연구소의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