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교수, KMCN 집행위원장


거대한 우주 질서의 하나인 절기의 변화에 삶의 뿌리를 튼실히 박고 그 변화에 반응하여 살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절기의 변화와 자연의 질서를 잊고 사는 우리는 이제 우주에 뿌리박은 우리 몸과 함께 먹을거리마저 잃어 가고 있다.

『다윈의 대답2 : 왜 인간은 농부가 되었는가?』의 저자인 진화생물학자 콜린 텃지는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어준 농업이 역설적이게도 우리 인간을 어쩌면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고약한 악순환’의 수렁으로 몰아넣는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인위적인 유전자 조작기술에 의해 자연생태계에서는 절대 생겨날 수 없는 새로운 성질이 부여된 유전자조작생물(이하 GMO)에 의한 역습이 그 대표적이다.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평창에서 개최된 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회의에 대비해, 생산과 소비 영역에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고민하고 있는 한살림을 포함한 국내 21개 단체들이 ‘MOP7 한국시민네트워크(이하 KMCN)’를 결성했다. KMCN은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 제고와 바이오안전성에 대한 문제의식 확산을 위해 한살림이 주축이 되어 8월 26일에 횡성과 원주지역, 9월 2일 평택지역을 중심으로 자생GMO조사활동을 펼치고 그 결과를 발표해 시민들의 GMO 대응 활동(모니터링)과 표시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세계에서 두 번째로 GMO 농산물을 많이 수입하고 있지만 이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 등에 GMO 표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를 수밖에 없는 현행 국내 식품표시제의 허점과 GMO 표시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네 차례에 걸쳐 각종 가공식품의 표시 실태를 조사해 공개했다. 조사결과, 원재료로 대두 또는 옥수수를 사용하고 있는 국내 시판 식용유, 장류 등 6개 품목 어디에서도 GMO 관련 표시를 찾을 수 없었고 정확한 원산지 표시가 있는 제품은 일부에 불과했다.

지난 8월에는 서울·수도권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GMO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자의 86.4%가 식품에 GMO 원료 사용여부를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GMO 표시 예외규정에 대해서도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모두 표시하도록 하는 표시제도 규정의 강화(완전표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GMO 표시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실행법인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는 GMO 수입승인 품목(7개) 중 비의도적 혼입을 고려한 허용치 3% 미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표시하게 되어 있지만 이에 대한 예외가 몇 개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종 식품에 GMO DNA 또는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 GMO 원료의 사용여부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규정이다. 참고로 유럽은 이에 대해서도 표시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먹을 권리가 있다.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여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먹을거리 수입을 막고 국내에서의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과 소비를 위해 엄격하고 철저한 GMO 완전표시제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값싼 유전자조작식품이 범람하고 있는 시대에 생명이 가득한 식품, 자연의 섭리와 질서를 따라 길러지고 만들어진 식품의 소중함은 그래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