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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살림의 창

한살림은 사업이라기보다 운동이다



우미숙 한살림성남용인 이사장, 한살림연합 공동대표

한살림이 큰 상을 받았다. 지난 9월 19일 독일 레가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에서 주최하는 ‘하나의 세계상(One World Award, 이하 ’국제유기농업상‘)의 대상격인 금상을 받은 것이다.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받았으니 물론 자랑스럽다. 그러나 한살림은 남에게 인정받고 상을 받기 위해 무엇을 억지스럽게 해오지는 않았다. 한살림은 일관되게, 생명의 원리에 따라 농업과 밥상을 살리고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사는 길을 향해 뜻을 세우고 원칙을 지켜왔다. 한살림의 이러한 참되고 바른 마음을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에서 이해하고 인정해준 것이다.

시상식에서 레나테 퀴나스트(Renate Kunast) 전(前) 독일 연방식품농업소비자 보호부 장관은 “한살림은 성공적으로 유기농 사업을 이끌어 내면서도 그 원칙을 잃지 않았으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의 삶을 돌보는 점이 인상적이고 이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한살림은 성공적인 유기농 사업이지만 사실 운동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는 심사평을 했다.

알려진 것처럼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작은 쌀가게를 내면서 시작되었다. 올해로 어느새 28년째다. 당시 우리 사회는 산업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위해 맹목적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고, 저임금의 전제는 값싼 먹을거리였다. 밀가루 등 값싼 수입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와 우리 농업기반을 허물어트리고, 한편에서는 단기간에 생산력을 높이겠다는 욕심에 화학비료와 농약을 아낌없이 뿌려댄 결과 땅도 사람도 신음하기 시작했다.



<한살림을 시작하면서>에 밝힌 포부를 보면, 그것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쌀, 유정란, 참기름 등을 조촐하게 쌓아놓았던 작은 쌀가게 ‘한살림농산’은 이제 조합원 46만 세대, 생산자 농민 2100여 세대, 취급하는 물품도 2천 가지가 넘는 큰 조직으로 자라났다.

역설적이게도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나아가 국제적으로도 한살림을 주목하는 시선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먹을거리와 생태계, 그리고 사람들의 관계가 더욱 위태로워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때문인지 최근 한살림을 찾아오는 해외단체나 정부기관들이 늘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 운동으로 더불어 사는 한살림 운동을 대안적인 모델로 주목하는 곳이 많아졌다.

한살림이 돈과 시장의 논리를 넘어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사는 길을 연 것은 맞지만, 현재 한살림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은 이제 겨우 전국 전체 세대의 2% 남짓, 농지면적도 0.22%에 지나지 않는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세월호의 침몰, 이제 절체절명의 위기에까지 내몰린 농업의 현실 등 생명을 외면하고 돈을 좇는 각박한 마음이 빚어낸 참담한 현실을 감안하면, 한살림은 여전히 문명 위기의 상황을 돌이키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상국 한살림연합 상임대표는 수상소감으로 “더 깊고 넓은 지속가능한 생명살림의 활동을 좀 더 속도감 있게 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했을 것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길을 나서자. 한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