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잊게 하는 달달한 

요깃거리

고구마와 밤



글·사진 박지애·문재형 편집부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맛이 있다. 종이에 곱게 싸인 뜨끈뜨끈한 군고구마와 군밤은 그런 것 중 하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껍질을 조심조심 까면 나오는 노랗고 부드러운 속살, 입이 데이지 않게 호호 불어 조금씩 먹다 보면 한 봉지는 마법처럼 금세 사라져 버리는 그 다디단 맛은 잊을 수가 없다.


감저라 불리었던

고구마

5천 년 전부터 아메리카 등지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는 고구마는 1763년부터 우리나라 문헌에 등장한다. 처음에는 고구마가 추위에 약하다는 사실을 몰라 대마도에서 가져 온 고구마가 모두 동사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다시 고구마를 가져와 현재의 부산 영도에 심고 재배했던 내용을 기록한 『감저보(甘藷譜)』가 전해진다.

처음 전해졌을 때 불렸던 고구마의 이름인 감저(甘藷), 감서(甘薯)는 지금도 남아 있다. 제주도에서는 고구마를 ‘감저’라 부르고 감자는 ‘지실’이 라 부르며, 전라도에서는 고구마를 ‘감자’, ‘감재’라 부르고 감자는 하지 즈음 수확한다고 해 ‘하지감자’라 부르기도 한다.

흔히들, 고구마를 열매로 생각하는데 사실 우리가 먹는 고구마는 열매가 아니라 뿌리다. 뿌리에 영양분이 축적되어 열매처럼 변하는 고구마 같은 종류의 뿌리를 덩이뿌리라 한다. 척박한 땅에서 비교적 잘 자라 구황작물 노릇을 했던 고구마는 현재에 와서는 먹을거리 뿐만 아니라 화장품의 재료로, 알코올·소주 등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제사상에 반드시 오르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밤나무가 재배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2천여 년 된 무덤에서 밤이 발견된 것을 보아 오래 전부터 재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밤은 구황작물로 그 가치를 인정 받아 고려시대부터 심기를 권장했다. 조선시대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조선시대 최초의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는 관리에게 밤나무를 심도록 하고, 관리를 소홀히 하면 처벌하였다고 적혀 있다.

전 세계 생산량의 10% 가까이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밤은, 예전부터 알이 굵기로 유명했다. 430년경에 중국에서 쓴 『후한서(後漢書)』에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밤의 크기가 배만하다고 서술되어 있고, 당나라의 『수서(隨書)』에도 백제에는 큰 밤이 생산되고 있다는 기록이 있다.

밤은 제사상에 반드시 오르는 먹을거리다. 우리나라는 지역과 집안 별로 제사상을 올리는 풍습이 조금씩 다르지만 껍질을 깐 밤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밤은 심었을 때 다른 식물과 달리 애초에 심었던 밤이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서이다. 제사상에 오르는 밤에는 선조의 뿌리를 기억하자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한살림 고구마와 밤,

그 단맛에 깃든 생산자의 정성

한살림에서는 포슬포슬한 식감의 밤고구마, 달달한 호박고구마, 색 만큼이나 건강에도 좋은 자색고구마를 공급한다. 씨고구마로 사용할 좋은 고구마는 농사가 시작되기 한 해 전 가을에 미리 준비하고 봄이 되면 싹이 튼 고구마 순을 밭에 심는다. 시중 고구마 농사와 달리 화학 농약도 주지 않고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 농사짓는 내내 밭에 난 풀을 일일이 손으로 뽑는다. 고구마는 산짐승들이 유달리 좋아해, 멧돼지나 고라니 피해도 많다. 총소리를 나게 해 산짐승을 내쫓는 농부들도 더러 있지만 한살림 생산자들은 대개 그물로 울타리를 치는 선에서 피해를 방지하고 있다.

껍질을 까 날로 먹어도 맛있고, 굽거나 쪄 먹어도 좋은 한살림 밤은 공주, 충주, 부여 등에서 생산한다. 시중 밤은 화학 방제를 해 상대적으로 쉽게 밤나무의 병을 피해갈 수 있지만, 그렇지않은 한살림 농부들은 고스란히 그 피해를 감내한다. 한살림 밤은 밤나무 주변에 풀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풀과 밤나무를 함께 키우는 초생재배를 한다.

풀이 너무 많이 자라면 예초기를 사용해 풀을 자르는데, 한여름에도 해야 하고 산비탈을 오르며 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밤송이를 까는 것도 마찬가지다. 코팅이 된 두꺼운 장갑을 두세겹씩 끼고 작업을 하지만 얇고 예리한 밤 가시가 장갑을 뚫는 경우가 많다. 

 

알쏭달쏭~

고구마와 밤에

대한 이야기

 

고구마에 든 아마이드(Amide)와 섬유소는 몸 안에서 분해되면서 많은 가스를 만든다. 그래서 고구마를 많이 먹으면 방귀가 잦아 민망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쾌변을 볼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자색고구마의 자색을 이루는 수용성 안토시아닌은 항산화, 항암, 간 기능보호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고구마는 반드시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저온에 약해 냉장보관하면 색이 변하고 맛도 없어지며 심지어 곰팡이가 피거나 썩는 경우도 있다.

밤에 함유된 타닌 성분은 설사를 멎게 해준다. 생밤은 알코올을 잘 분해해 술안주로 제격이다. 밤은 비타민 C가 풍부하고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카로티노이드(Carotinoid)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각종 질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데 도움을 준다.

구울 때는 꼭 껍질에 칼집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뜨거운 밤이 튀어서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다면 보안경 착용을 권한다.

벌레들도 밤의 단맛을 좋아해서인지 시중에서는 밤 벌레를 없애려고 훈증처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한살림 밤은 훈증처리를 하지 않아 안전하지만 간혹 벌레가 보이기도 한다. 공급 받은 후에는 빨리 이용하거나 영하 2도에서 보관하여 이용하면 맛좋은 밤을 오래 먹을 수 있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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