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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지에서 온 소식/이달의 살림 물품

가온재배 없이 제철에 가깝게 기른 한살림 오이 토마토 애호박

가온재배 없이

제철에 가깝게 기른

한살림 오이 토마토 애호박



따뜻한 먹을거리가 간절한 겨울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들과 산이 모두 푸르디 푸르다. 동네 수퍼나 시장에서도 푸릇푸릇한 먹을거리들이 눈에 띄지만, 먹을거리만으로 계절을 느끼기 어렵다. 계절에 상관없이 먹고 싶은 것들을 쉽게 구하는 시대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에도 여름이제 철인 수박을 쉽게 먹을 수 있는 요즘, 한겨울에 병든 어머니가 먹고 싶어하는 딸기를 구하러 눈 속을 헤치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감흥을 주지 못한 지 오래다. 그래도 석유를 때 인위적으로 온도를 올려 재배하지 않은 제철 물품을 한살림에서 만날 수 있다. 늘 제철에 가깝게 공급되는 갈증을 해소해주는 오이, 날로 먹어도 익혀 먹어도 좋은 토마토, 찌개에도 전으로도 두루두루 이용되는 애호박은 여전히 반갑다.


조금은 더디지만

더 달고 아삭한

오이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향이 특징인 오이.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시대 문헌에 오이 재배에 관한 기록이 나와 있다.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도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전한다.

오이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수분 함량이 높아 갈증해소에 좋다. 칼로리가 전혀 없고 수분과 섬유질로만 이뤄져 있어 포만감을 얻기도 쉽다. 식이조절에 도움이 되는 섬유질과 칼륨은 덤이다.

간혹 오이에서 나는 쓴맛은 큐커바이타신이라고 하는 성분 때문인데, 오이가 익을수록 줄어든다. 이 성분은 항암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역시 몸에 좋은 것은 쓴 법이다.

한살림 오이는 충남 아산, 충북 청주·청원, 강원도 양구, 홍천 등에서 기른다. 오이는 병충해가 많아 농약 없이 기르기 어렵지만,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한살림 농부들은 농사를 짓기 전 유기자재인 흙살림 배양체, 소똥등을 거름으로 주며 땅심을 기른다. 1월에 파종한 오이는 빠르면 4월 말 정도면 소비자 조합원에게 공급된다. 시중에서는 한겨울에도 오이를 볼 수 있지만, 한살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시중의 일부 오이농가에서 하듯 일부러 석유를 태워 가며 인위적으로 온도를 올려서 제철보다 빨리 공급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살림 농부들은 ‘가온재배를 해가면서까지 빨리 공급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그래서 성장 속도는 더디어 보이기도 하지만 햇빛을 온전히 잘 받아 더 달고 아삭하다.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면 1개의 좋은 오이를 위해 2~3개의 오이를 솎아내며, 사나흘에 한 번씩은 줄기를 내리는 줄내림 작업을 한다. 오이가 자라는 동안 땅에 닿으면 모양이 구부러지기도 하고,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일 아닌듯 과일같은 채소

토마토

남아메리카에서 처음 재배되기 시작해 우리나라에서는 1614년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에 남만시라

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식물학적으로 꽃이 피는 식물의 씨방에서 자라는 작물을 과일로 분류한다. 그 기준에서 보면 토마토는 과일에 속하지만, 다른 과일과 비교했을 때 당분의 함량이 낮아 샐러드나 요리의 재료로 이용돼 채소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1887년에 미국에서는 토마토에 붙는 수입관세로 한바탕 논쟁이 벌어진 경험이 있다. 지난한 논쟁 끝에 미국에서 토마토는 채소로 분류되었다. 후식으로 먹는 게 아니라 요리에 이용되는 작물이라는 근거를 들어서 말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토마토는 채소로, 유럽에서는 과일로 분류된다. 하지만 식물학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토마토는 과일에 속한다.

한살림 토마토는 화학비료 대신 톱밥, 쌀겨, 깻묵 등을 넣어 만든 퇴비를 이용하고 식물과 생선을 발효시킨 액비를 양분으로 준다. 운반 과정에서 토마토가 무르거나 터질까봐 제대로 익지 않았을 때 출하하는 시중의 토마토와는 달리 한살림 토마토는 가장 맛있는 상태일 때 조합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80% 이상 완숙된 토마토만을 수확해 공급한다. 게다가 성장조절제, 가온재배를 하지 않으니 일년 내내 맛볼 수 있는 시중의 토마토와는 달리 초여름과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작물이다.

벌들이 수정하고

햇빛과 바람이 기른

애호박

애호박은 누런 빛을 띠고 사람 머리보다 커 ‘늙은호박’이라 불리는 호박과 달리 크기가 작다. 모양도 길쭉하고 푸른 빛을 띠고 있다. 수분을 90%나 함유하고 있고, 당질도 5~13%나 포함하고 있다. 또한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 소화흡수가 잘되니 이유식이나 환자식으로도 좋다.

애호박은 과육이 부드럽고 입안 가득 감도는 단맛이 좋아 전의 재료나 찌개, 국수의 고명, 무침 요리 등으로 이용되지만 의외로 생으로 먹어도 맛있다. 잘라서 곧장 먹으면 떫은 즙 때문에 먹기 힘드니, 썰어 놓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먹으면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한살림 애호박은 애호박이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5월부터 공급되는데, 충남 아산·부여, 강원도 원주·홍천 등에서 무농약 이상으로 재배된다. 애호박 파종은 추위가 한결 가신 2월에 시작한다. 한살림 애호박은 벌을 이용한 자연수정을 한다. 시중의 애호박은 굳이 자연수정을 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균일한 크기로 공급할 수 있지만 맛과 영양분은 자연수정한 애호박에 비해 떨어진다.

글·사진 박지애·문재형 편집부



알쏭달쏭

칠월칠석날

조상들이 해먹던 음식은?

절기별 농민들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정학유의 『농가월령가』 5월령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오이밭에 첫물 따니 이슬이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 볕에 눈부시다’ 오이의 첫 수확이 이뤄지는 것은 음력 5월 즈음이라는 거다.

토마토는 처음 발견될 당시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뿌리가 사람의 손가락과 비슷하게 생겨 마법의식 등에 쓰이는 맨드레이크와 열매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토마토의 원산지 남아메리카가 에덴동산이며 선악과가 바로 토마토라는 인식이 더해져 불길한 채소로 인식되어 왔다. 토마토의 누명은 17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겨우 풀렸다. 우리나리에서도 처음에는 관상용으로 재배되었다고 하니, 그간 토마토도 꽤 억울했을 것이다.

1년에 한번, 선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석날, 지금은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로만 전해지지만 고려시대부터 집집마다 칠석날이 다가오면 부침개를 부쳐 먹었다고 한다. 비닐하우스라는 것은 꿈도 못 꿀 시기이기도 하니 제철에 나는 채소로 전을 부쳤다. 1930년대에 발행한 신문에도 칠석날 밀가루에 애호박을 채 썰어 부침개를 해 먹었다고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