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황규태 조합원

한살림연합 소식지의 ‘잊히지 않는 밥 한 그릇’이라는 사연을 읽다가 문득 제 어린 시절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어렸을 때 우리집은 어찌나 가난했던지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난’, ‘배고픔’이란 단어 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여섯 식구는 무작정 완도에서 서울로 상경하였고, 아버지께서는 완도에서 수산업을 하셨었기에 서울에서 조그만 생선가게를 내어 4남매를 어렵게 키우셨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저에게 한 친구가 다가왔습니다. 정말 친하게 지냈고 짝꿍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점심시간만 되면 꼭 학교 밖으로  나가버려 도시락은 늘 다른 친구와 먹게 되었습니다. 내일부터는 꼭 나랑 같이 밥을 먹자고 다짐을 받아도 여전히 점심시간만 되면 밖으로 나가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아침부터 오늘은 꼭 점심을 같이 먹자고 말하더군요. 정말 반가웠고, 한편으로는 그 친구의 도시락 반찬이 잔뜩 기대하되면서 매일 김치만 싸오는 제 자신이 조금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기다리던 점심시간. 저는 책상 위에 도시락을 놓고 먹고 있는데, 이상하게 그 친구는 책상 밑에 도시락을 숨겨놓고 숟가락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 왜 그래? 왜 밥을 숨겨놓고 먹니?”했더니, 그 말을 들은 다른 친구 녀석들이 그 친구의 책상 밑을 뒤지고서는 마구 놀려댔습니다. 놀랍게도 밥을 주발에 담아서 비닐로 덮어 싸온 것이었습니다. 너무 창피해하며 그 자리에서 엉엉 울던 그 친구가 저는 어찌나 불쌍하던지. 도시락통 하나 살 형편이 못되어 밥을 주발에 싸왔다는 그 친구의 말에 동병상련의 감정이 느껴져 눈물이 났습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그 친구와는 더욱 친하게 지냈지만, 중학교를 가면서 헤어져 30년이 지난 지금은 이렇게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네 아이의 아빠입니다. 어릴 적 가난했던 집안형편 때문에 배불리 먹어보지도 못했고, 따뜻한 보살핌도 받아보지 못한 저는 제 아이들만큼은 좋은 음식, 좋은 생각을 심어주고 싶어 한살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공동체를 느끼게 하는 다양한 체험 활동과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전해주는 한살림에 깊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한살림 안에서 쑥쑥 커가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 문득 저의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