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가 태어나고,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 아이와 함께 어디서 어떻게 어떤 먹을거리로 살아갈까에 대해 더 구체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지금처럼 물건과 음식이 넘쳐나는 풍족한 삶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같이 교사로 일하던 남편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둘 다 사직서를 내고 남편은 친환경 농사, 나는 자식농사를 짓기로 했다. 지금 합
천 가회에 들어와 7년째 겨울을 맞고 있다.
요즘 세상에 부부교사 직업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는다 하면 십중팔구 특이한 사람 취급을 한다. 그러나 학교를 그만두고 ‘살림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학교에서 만난 많은 아이들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무엇을 먹는지를 지켜보라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의 성정을 먹을거리로만 판단하는 것이 무리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영 틀린 말은 아니다. 폭력적이고 산만한 아이들, 공감할 줄 모르고 자제력이 없는 아이들이 가진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육류나 튀김, 인스턴트 음식을 유난히 좋아한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다고 아이들이 다 문제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폭력성을 띤 아이들의 대부분은 육류나 탄산음료 등 건강하다고 볼 수 없는 음식을 늘 가까이에 두고 있었다.

그즈음 해서 손에 쥐게 된 책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다. 식원성 증후군(Food Oriented Syndrome)이라 하여 음식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행동양식에 관한 책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음식을 청소년들의 사회적 범죄 연구 및 해결에 응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집 반찬은 많아야 3찬을 넘지 않는다. 반찬 가짓수가 많으면 오히려 음식 고유의 맛을 잘 못 느낀다. 봄이면 돌나물의 아삭함과 냉이, 두릅의 향을 느끼며 먹고, 여름이면 햇살에 맛있게 익은 토마토와 오이를 먹는다. 초가을에는 둥근 애호박을 지져 먹고, 볶아 먹고, 된장국에 넣고, 전도 부쳐 먹는다. 겨울에는 잘 갈무리 해 놓은 배추와 무가 밥상에 자주 올라오고, 봄에 말려놓은 묵나물이 기본 찬이 된
다. 매일 먹어도 아이들은 늘 맛있다 한다. 그만큼 아이들은 제철 채소의 ‘맛’을 안다. 이럴 때야말로 살림하는 보람을 느낀다.
나는 ‘여성농부’이자 ‘살림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건강한 먹을거리가 있어야 아이들이 살아나고,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도 살아난다고 믿는다. 내 아이뿐 아니라 내 이웃의 아이도 함께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다. 우리 농업을 지키자고 주장하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계신 백남기 어르신도, 내 땅에 송전탑 대신 농사를 짓고 싶다 하시는 밀양의 할매들도, 우리의 이웃으로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할 분들이다.
한살림 조합원들은 단지 ‘보신족’이 아니라, 이 사회의 건강을 책임지는 온 나라 살림의 주체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이 한살림 조합원임이 너무너무 자랑스럽다. 왜냐하면 ‘살림’은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글을 쓴 임진희 님은 세 아이의 ‘엄마’임에 감사하고 ‘살림하는 사람’임을 행복해하면서 합천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 여름 내 아이들이 계곡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농사의 어려움과 바꾸려는 미련한 삶을 행복으로 알고 살고 있다. 한살림과의 인연을 늘 소중하게 생각하는 조합원이자 여성농부이다.

Posted by 한살림연합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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