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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516호 “철학공부요? 에이, 감농사만 30년 넘게 지었지요.”라상채 전남 담양 대숲공동체 생산자감 수확은 오후부터 시작되었다. 감에 물기가 있으면 보관할 때 상하기 쉽다. 바쁘더라도 햇볕에 새벽이슬이 완전히 마르기를 기다려야 한다. 계절의 나침반은 겨울을 가리켜 해는 짧아졌다. 감꼭지를 쉽게 자르도록 끝이 살짝 구부러진 가위가 부지런히 움직인다. 숙련된 농부가 오후 동안 따는 감이 400kg. 쉬어가는 참 시간은 말 그대로 꿀맛이다. “20대에는 촌놈, 30대에는 자연인, 40대에는 토종 농사꾼이라 했는데 50이 넘어서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저를 소개하게 되네요.” 쉼 없이 손을 놀리는 와중에 나온 말이지만 라상채 생산자는 본인의 삶에 대해 분명히 정의한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1.. 더보기
[2014. 11. 24 한살림연합 소식지 516호] 더보기
천벌 받을 짓 그만해라 글 임락경 어릴 적 부모님께 곡식을 소중히 하지 않고 함부로 하면 천벌 받는다는 말씀을 들으며 자라왔다. 지금도 허리를 꺾고 마당에 흩어진 곡식을 낱낱이 손으로 줍고 있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성스럽게까지 느껴진다. 어릴 적에는 종일 다 주워 모아도 얼마 되지 않는데 왜들 저러실까 싶기도 했다. 내가 농사를 지어보니 고생해서 심은 모가 잘 자라 꽉찬 알곡으로 여무는 모습은 장성한 자식마냥 대견스럽기까지 하다.곡식은 곡식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주곡과 잡곡으로 분리했고, 주곡을 쌀로 삼고 살아왔다. 잡곡이 주곡인 나라도 있고, 우리나라도 지방에 따라 달랐다. 산간지역은 논이 적어 쌀이 귀했고, 제주도 역시 좁쌀이나 기장이 주식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강원도 역시 옥수수가 주곡이었다.나는 평야에서 자랐어도 집.. 더보기